강변에서 80센티미터가 사라지자 성하금융센터 지하 출입문이 80센티미터 넓어졌다. 정확히 그만큼이었다. 나는 그 수치를 듣고 처음으로 회사의 실적 발표를 믿고 싶어졌다. 원인을 알 수 없는 공간 변화도 최소한 계산은 된다는 뜻이었으니까.
문제는 넓어진 출입문에 문짝이 없다는 것이었다. 경비원 장한결은 문틀이 원래 벽에 붙어 있었다고 증언했다. 야간 청소팀이 보던 벽과 아침 시설팀이 보던 벽의 길이가 달랐다. 누군가는 새 공간을 비상 대피로라 주장했고, 누군가는 단열재 사이 빈 공간이라고 했다. 그러나 현장의 수압 검사에서는 그 너머로 강변 019-3의 습기와 철가루가 나왔다.
"그냥 밀고 들어가면 강변으로 나갈까요?" 민재가 물었다.
"그렇게 쉽게 퇴근할 수 있는 회사였으면 나도 7년을 안 다녔지." 나는 답했다. "저쪽으로 나가서 강변에 도착한다는 보장이 없어요."
서윤은 지하 출입문 앞쪽을 통제하고 현장 구조대와 실물 동선을 확인했다. 외부 출입구는 우회할 수 있었다. 인근 건물들은 독립적인 지상 출구를 유지했다. 신호만 연결돼 있다고 사람이 통과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니었다.
우리가 가져온 도면 세 장은 서로 달랐다. 019-3 설치 당시 도면에는 예비 관측폭 0.8미터, 2026년 10월 도원 이전 계획에는 '예비 폭 0', 태형공간자산의 신규 임대 계획에는 '임대 가능 유휴면적 0.8미터'가 적혀 있었다. 재산 목록에 80센티미터의 폭을 올릴 수 있다는 사고방식은 기가 막혔다. 나는 작게 중얼거렸다. "나도 이사할 때 남는 숨 쉴 공간을 평수에 포함시켰어야 했는데."
오재현은 태형이 제출한 보고서에 두 현장의 사진이 같은 시간으로 붙어 있다고 했다. 019-3이 줄어드는 장면과 금융센터 문이 넓어지는 장면. 그것을 공간 재생 시스템의 '정상 검증 성공'으로 표기한 보고서였다. 이 두 변화가 동시에 나타난 사실은 중요하지만, 누가 원인을 제어했는지는 별개의 문제였다. 기술적으로도 같은 시간이 아닐 수 있었다. 카메라 시계 한 대는 공공 서버, 한 대는 회사 내부 서버에 맞춰져 있었다.
우리는 두 현장의 시각을 동기화하려 하지 않았다. 대신 현장에서 동시에 손뼉을 치고 진동을 각각 수집했다. 하진이 금융센터 쪽, 나는 강변 쪽을 맡았다. 하진은 자신이 선택한 업무 범위를 직접 적었다. '관측 보조, 시민 안내, 타인의 이름으로 승인하지 않음.' 내 이름은 당연히 없었다. 그가 내 얼굴로 문을 통과해도 내 신분증을 보여 주지는 않을 것이었다.
첫 번째 시도에서는 소리가 세 박자 늦게 도착했다. 두 번째에서는 수신기 두 대가 전혀 응답하지 않았다. 세 번째에서 하진이 손뼉을 치자 나는 강변 철판 안쪽에서 내가 손뼉을 치는 소리를 들었다. 순간 등골이 서늘해졌다. 이곳은 소리를 전달하는 전화가 아니라 소리가 발생한 '장소의 자리'를 가져오는 것 같았다.
"도윤 씨, 지금 무슨 소리 들었습니까?" 하진의 목소리가 스피커에서 들렸다.
"하진 씨가 손뼉 친 소리요."
"이쪽에서는 안 쳤는데요."
우리는 시험을 중단했다. 하진은 지상 안전선 밖에서 내내 양손을 주머니에 넣고 있었다고 했다. 하진과 함께 있던 장한결도 그 사실을 확인했다. 두 지점의 소리가 서로의 기록을 대신 재생한 것일 수 있었다. 나는 영상의 조작 가능성과 실제 진동 관측을 따로 저장했다. 신기한 현상 때문에 본 사람이 말한 것을 지우고 싶지 않았다.
장한결이 보낸 현장 메모에는 숫자보다 더 낯선 내용이 있었다. 경비실 문을 한 번 닫고 열자 복도 끝 자판기의 위치가 달라졌다는 것이다. 아무도 기계를 밀지 않았고 전기 연결선 길이는 이전과 같았다. 그런데 동전 투입구 앞 바닥에는 먼지 없는 사각형이 둘 남았다. 기계가 두 장소에 동시에 있었던 것처럼 보이는 흔적이었다. 우리는 기계에 손대지 않고 주변 보행선을 통제했다. 가끔 위험을 줄이는 최고의 기술은 아무것도 작동시키지 않는 일이다. 장한결이 씁쓸하게 웃었다. "예전에는 고장 난 자판기 때문에 야근했는데, 이제 자판기가 출장을 다니네요."
그날 오후, 강변에 있던 낮은 벤치가 사라졌다. 얼마 전 도원에 나타났던 오래된 벤치와는 다른 벤치였다. 새것은 공공시설팀이 지난봄 설치한 나무 벤치였다. 현장에서는 지지 볼트가 남아 있었지만 의자 부분이 사라졌다. 같은 시간 금융센터의 넓어진 문 안쪽에 나무 판자 하나가 걸쳐 있었다. 나무결과 페인트 조각은 강변 벤치와 닮았지만 검증 전에는 동일 물건으로 확정할 수 없었다.
나는 아주 현실적인 문제부터 처리했다. 시민들이 사라진 벤치 자리로 걸어가다가 난간 없는 하천 쪽으로 넘어질 수 있었다. 이선경은 그곳에 임시 방호벽을 세웠다. 장한결은 금융센터의 나무 판자를 당장 떼어 내지 않고 받침대 상태를 점검했다. 그것이 현재 문틀을 지탱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내 인생에서 가장 괴상한 시설 보수였다. 목재 하나에 금융센터와 강변의 생존 여부가 달려 있었다.
장혜원은 예전 보고서를 더 찾아왔다. 당시 실험에는 '공간 보존 성공'이라는 말이 없었다. 정확한 문장은 '미확인 대피로의 간격을 기록상 보존하는 데 성공'. 누군가 그 문장 중 '기록상'을 빼고 최종 결재 자료에 올렸다는 것이다. 정하경이 남긴 검수 이의에도 같은 대목이 붉은 색으로 표시돼 있었다.
"기록상 간격과 실제 바닥은 다릅니다." 장혜원이 말했다. "시험 책임자는 그 차이를 확인하기 전에는 어떤 길도 실제 건물에 연결하지 말라고 했어요."
"그 책임자 이름은요?"
"기록의 공개 가능한 부분에는 없습니다. 그 뒤의 내용은 현장 상황과 함께 확인해야 합니다."
진짜 이름을 찾으면 모든 일이 해결될 것처럼 생각했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우리는 이미 여러 사람의 이름이 남의 결재로 쓰이는 것을 보았다. 설계자라 부른 사람에게 모든 잘못을 떠넘겨서는 더 큰 오류만 남는다.
해 질 무렵에 강변과 금융센터의 두 수신기에 동일한 숫자가 나타났다. `0.8m / 보존 실패`. 누군가 폭을 훔쳐 간 것처럼 보였지만 내가 이해한 것은 조금 달랐다. 기록된 길이 실제 땅을 잡아당길 수 있을 만큼 강해졌다는 뜻이었다. 그런데 그 기록을 만들어 준 장치가 무엇인지는 아직 확인하지 못했다.
민재가 새로운 사진을 보여 줬다. 019-3 철판을 촬영한 오래된 흑백 사진이었다. 그 자리에 있던 것은 벽이 아니라 가운데가 비어 있는 ㄷ자 모양의 금속 프레임이었다. 프레임 사이에는 두께 80센티미터의 공기가 있었다. 측면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경계가 빠진 경우에는 공간을 채우지 말고 원래 폭을 반납할 것.`
"반납이라니, 공간도 환불이 됩니까?" 민재가 물었다.
"회사에서는 야근도 반납 안 해 주는데 말이야." 내가 말했다.
바로 그때 019-3에 설치된 원격 수신기가 끊겼다. 우리는 화면을 보고 철판 앞까지 달려가지 않았다. 현장 안전선이 먼저였다. 끊기기 직전 마지막 프레임에는 금속 프레임 사이로 아주 짧은 그림자가 지나갔다. 사람인지, 오랫동안 잃어버린 바닥의 모서리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하지만 화면 아래의 숫자는 명확했다.
`반납 대상: 0.8m / 수령 장소: 확인되지 않은 외측 관측면.`
이대로라면 누군가는 금융센터의 넓어진 출구를 얻고, 다른 누군가는 자신이 서 있던 지면을 잃게 된다. 나는 두 건물의 보수 담당자에게 먼저 연락했다. 정체를 모르는 괴물을 쫓는 대신, 바닥이 남아 있는 곳으로 사람을 보내기 위해서였다.
제173화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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