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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퇴사했더니 회사가 던전이 됐습니다 · 172화
PAYLUA ORIGINAL · 제172화

사라진 팔십 센티미터

퇴사했더니 회사가 던전이 됐습니다 · 3,621자

오프라인 책장
나는 문을 두드리는 소리를 세 종류로 분류했다. 사람 손이 만든 소리, 설비에서 생긴 소리, 그리고 관리자가 퇴근을 취소시키려고 보내는 소리. 세 번째는 대체로 내 심장에만 들렸다. 019-3의 네 번째 두드림은 분류표에 없었다. 아침에 김하린이 공공 회선의 기록을 가져왔다. 똑, 똑똑까지는 오래된 기계식 확인 신호 패턴과 일치했다. 마지막 약한 똑은 수신자가 직접 답을 눌러야 발생하는 보조 접점이었다. 그러나 현장 측정상 그 접점은 녹슬어 끊긴 상태였다. "접점이 끊겼는데 진동이 있었다는 겁니까?" 내가 물었다. "그래서 확인하는 겁니다. 누군가 안에 있다는 근거는 아니지만, 그냥 녹음 파일도 아닙니다." 하린은 정답보다 범위를 지키는 사람이었다. 나중에 사고를 수습할 때 그런 사람이 제일 고맙다. 차라리 회의에서 아무것도 모르겠다고 말해 주는 상사가 열 명이면 좋겠다. 정하경에게서는 세 장짜리 검수 문서가 왔다. 유선영과 장혜원이 공개에 동의한 범위까지만 모은 자료였다. 첫 번째 장에는 `관측면 2는 통로가 아니라 방향 비교 자리`라고 적혀 있었다. 두 번째 장에는 `응답 3회 뒤 1회는 수동 확인. 응답 주체 미확인 시 대피 완료로 간주 금지.` 세 번째 장에는 붉은 색 펜으로 삭제된 대목이 있었다. `019-3 예비 관측자` 뒤에 이름 칸이 비어 있었다. 우리는 음성을 사람 이름과 연결하지 않기로 했지만 현장에는 실물 위험이 있었다. 새벽부터 강변 보도에 이상한 물자국이 이어졌다. 물은 강에서 올라오지 않았다. 도원솔루션 복도에서만 쓰던 회색 바닥 왁스 냄새가 콘크리트 틈에서 풍겼다. 그리고 누군가 손바닥만 한 종이컵을 둔 흔적이 있었다. 네모난 받침 자국은 배 소장의 작업용 커피컵과 같았지만, 소장은 오늘 컵을 가져온 적이 없다고 했다. "이건 저번에 복사된 찻잔과 다릅니다." 민재가 말했다. "여기 있던 물건이 저쪽에 나타난 게 아니라, 저쪽 물건의 자리가 여기에 생겼어요." 우리는 컵을 찾아 사방을 뒤지는 대신 그 자리가 보도를 얼마나 침식하는지 잰 뒤 위험 구역을 줄로 막았다. 실제 시민이 걷는 길은 다른 곳으로 돌렸다. 강변 산책로에서 '안전 실험'이라는 안내를 본 시민 한 명이 고개를 저었다. "실험이면 사람이 지나가도 되나요?" 나는 웃지 않고 대답했다. "오늘은 안 됩니다. 확인된 우회로가 저쪽입니다." 일은 말이 아니라 지나갈 수 있는 길로 증명해야 했다. 점심에는 하진이 왔다. 도윤의 얼굴과 똑같은 얼굴로, 도윤이 절대 고르지 않을 노란 운동화를 신고 있었다. 누구라도 우리 둘을 보면 옷을 바꾼 쌍둥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그는 내 신분증을 들지 않았고 내 휴대전화에도 손대지 않았다. "나는 오늘 구경하러 온 거예요." 하진이 말했다. "검사 대상이라고 불러도 대답 안 할 겁니다." "그럼 관광객이네요. 안전 구역까지만 안내해 드립니다." 하진은 장혜원이 제공한 오래된 사진을 보더니 계단을 손가락으로 짚었다. 019-3 철제 문은 사진에 없었고, 같은 위치에 낮은 벤치가 있었다. 벤치 왼쪽에는 하얀 선 두 개. 사진에서 벤치가 사라지는 순간과 도원 복도에 나타난 오래된 벤치의 위치가 맞아떨어졌다. 하진은 그 물체를 보는 순간 이상한 기분이 든다고 했다. "기억이라고 말하면 다른 사람의 삶을 훔치는 것 같아서요. 그냥 제가 이 자리를 본 것 같습니다. 본 적은 없는데." 나는 그가 본 것을 기록하되 도윤의 기억이라고 쓰지 않았다. 사실 나도 처음 보는 난간이 어릴 적 살던 동네의 골목처럼 익숙하게 느껴질 때가 있었다. 그 감각만으로 사람을 같은 사람으로 만들 수는 없다. 하진은 잠깐 철제 문 앞에 선 뒤 주머니에서 작은 수첩을 꺼냈다. 그는 자신이 이곳을 안다고 느낀 순간과 모르는 순간을 두 칸으로 나눠 적고 있었다. 첫 칸에는 '노란 운동화, 지금의 강변'이 있었고 둘째 칸에는 '벤치, 본 적 없는 옛 사진'이 있었다. "구분하면 좀 덜 무서워요." 그가 말했다. "기억이 전부 내 것인지 몰라도 오늘 느낀 것은 내가 설명할 수 있으니까요." 나는 그 문장을 받아 적지 않았다. 허락받지 않은 일기를 증거로 쓸 필요는 없었다. 다만 그가 자기 말을 가질 수 있다는 사실을 기뻐했다. 오후에 오재현 감사관이 현장에 나타났다. 조사 중인 업체가 진동 패턴을 '생존자 네 번 확인'으로 제출하며 긴급 접근권을 요청했다는 것이다. 제출자는 태형공간자산. 서명란에는 처음 보는 이름이 붙어 있었다. `차도윤(경로 보조)`. 서명 옆에는 하진의 흐릿한 사진까지 포함돼 있었다. "그런 서명 한 적 없습니다." 하진이 말했다. "나는 방문객입니다." "저도 안 했습니다." 내가 말했다. "제 얼굴이 여기저기 돌아다니는데 이제 그만 할인 행사를 하셨으면 좋겠네요." 오재현은 두 사람의 독립 진술을 받아 제출했다. 태형공간자산은 진동 소리만으로 안에 사람이 확인됐다며 수리 구역을 독점하려 했다. 그들이 계획한 첫 작업은 철판 개봉이었다. 그러나 우리가 확인한 도면에는 그 판이 비상 받침대로도 기능할 수 있다고 적혀 있었다. 함부로 열면 실물 바닥이 내려앉을지도 모른다. 우리는 외부 진동 패턴과 설비 내부 패턴을 분리해 검사했다. 배 소장은 새로 가져온 손잡이 시험기를 철판에 직접 물리지 않고 별도 받침대에 설치했다. 하린은 실시간 공공 경고 채널과 옛 녹음 모듈이 같은 시각을 공유하지 않도록 격리했다. 그 결과 세 번의 두드림은 전력 공급 없이도 반복되는 금속 장력 변화로 설명 가능하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적어도 앞의 세 번은 미확인 생존자의 긴급 구조 암호가 아니었다. 그런데 네 번째 두드림은 달랐다. 그것은 외측 진동계에서는 들렸고 도원 B의 수신 기록에는 없었다. 낡은 판이 혼자 떨리는 현상과 다르게, 진동이 발생할 때마다 강변 점검로의 높이가 4밀리미터씩 달라졌다. 아주 작지만 실제 변화였다. 나는 출입구가 이동하는 문제가 아니라 바닥의 기준점 자체가 변하는 상황을 떠올렸다. 그때 장혜원이 영상 통화로 고개를 끄덕였다. "관측면 2에는 두 곳의 바깥을 비교하던 기준자가 있었어요. 누군가 한쪽을 임의로 지우면, 남은 바깥이 그 자리를 메우지 않도록 간격을 남기는 장치였죠." "물리적으로요?" "그건 입증되지 않았어요. 시범 기록에는 관측면끼리 어긋났을 때만 생기는 '남는 폭'이 적혀 있을 뿐입니다. 당시에도 실물을 확인하려 했습니다." 통화를 끊자 새 파일이 도착했다. 정하경의 검수 문서 세 번째 장을 다시 복원한 원본이었다. 삭제된 이름 칸 뒤에 작은 단위가 있었다. `예비 관측자: 명`이 아니라 `예비 관측폭: 0.8m`. 나는 무심코 미터를 센티미터로 바꾸었다. 80센티미터. 사람 하나가 통과할 만큼의 폭. 그리고 바로 오늘, 두 위치가 모두 바깥이라고 주장한 철판 뒤에서 잃어버린 간격이었다. "누가 갇혔는지 찾는 것도 중요하지만," 서윤이 말했다. "사라진 공간이 어디로 갔는지부터 봐야겠어요." 그날 밤 019-3 외측 카메라에서는 잠시 사람의 실루엣이 비쳤다. 다만 그 실루엣이 있던 곳은 문 뒤가 아니었다. 문틀과 강변 바닥 사이, 원래 80센티미터의 폭이 있어야 할 자리였다. 우리는 영상을 사람의 존재로 등록하지 않았다. 대신 지면 변위와 화면 프레임의 원본 시각을 각각 보존했다. 누군가 불분명한 그림자를 생존자로 바꾸기 전에, 나는 먼저 그 그림자가 발을 딛을 바닥부터 지킬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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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2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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