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9-3이라는 숫자를 처음 본 날, 나는 아직도 제0 경계에 익숙해질 생각이 없었다. 회사에서 7년을 버텼는데 퇴사하고도 새 부서 번호를 외워야 하다니. 월급도 안 주면서 출근 장소만 늘리는 회사는 노동청보다 퇴마사가 먼저 필요할지도 몰랐다.
문서윤은 내 농담을 한 귀로 흘리고 강변의 옛 침수 관측소 도면을 펼쳤다. 지도에는 019-1, 019-2만 있었다. 두 번째 관측 지점인 019-3은 지도 밖으로 잘린 접힌 모서리에 연필로 적혀 있었다. 옆에는 굵은 글씨로 '원위치 보존, 이전 승인 없음'. 옮기지 않았다는 장치가 왜 처음 보는 곳에 있을까.
"장치를 찾으러 가는 게 아닙니다." 서윤이 말했다. "사람이 안전하게 갈 수 있는지부터 확인하는 겁니다."
"누가 제 대사를 먼저 써 놓은 것 같습니다."
"대사를 매번 바꾸니까 그렇죠."
강변 안전 담당 이선경은 출입 허가 범위를 철제 배수문 외측 점검로까지로 제한했다. 태형공간자산이 이 지역을 임대 재산 목록에 올렸다가 보류당한 일도 있었다. 오승필에게 연락했냐고 묻자 이선경은 고개를 저었다. "확인 필요한 기관에는 통보했습니다. 안전점검은 그 사람 허락으로 하는 게 아닙니다." 그녀의 말이 시원했다. 내가 다녔던 회사에서는 더 큰 결재권자가 나타날 때마다 비상구까지 보고서를 기다렸으니까.
배만식 소장은 발판을 두드리고 난간 부식 상태를 확인했다. 강민재는 휴대용 카메라로 안전한 외측 지점만 기록했다. 나는 수신기 두 개를 각자의 독립 배터리에 연결했다. 1758 공공 경고 회선은 여전히 정상. 사람의 입실과 고용 상태는 아예 읽지 않도록 통신 포트를 분리했다. 지난번처럼 모니터에 '차도윤 복귀 승인'이 떠도 나는 출근하지 않는다. 특히 내 퇴사는 이미 유효하다.
현장에는 문이 하나 있었다. 오래된 철제 수문, 그보다 작은 바람막이, 그리고 지도상으로는 존재하지 않는 콘크리트 틈. 바닥에 찍힌 표식은 019-3이었다. 표식 바로 위 물때는 이상하게 높았다. 수위 기록상 그 높이까지 강물이 올라온 적이 없었다. 누가 일부러 칠한 것인지, 다른 시점의 콘크리트가 겹친 것인지 알 수 없었다.
문을 세 번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배 소장이 손을 들었다. 아무도 가까이 가지 않았다. 두드림은 바람이 아니라 일정한 간격이었다. 똑. 두 박자 쉼. 똑똑. 지난밤 도착한 음성에서 들었던 것과 같았다. 나는 현장 구조대 무전망으로 그 소리를 공유했다. 다른 쪽에 사람이 있으면 같은 방식으로 답을 보내라는 계획은 세우지 않았다. 우리의 신호가 과거의 대피 완료로 잘못 기록될 수 있기 때문이다. 대신 수동 음성으로 현재 날짜와 장소를 알렸다.
"여기는 강변 외측 안전점검반입니다. 안에 계신 분이 있다면 위험 상태부터 말씀해 주세요. 이름은 필요 없습니다."
잠시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았다. 그러다 철판 안쪽에서 아주 낮은 소리가 들렸다.
"안쪽이라니, 여긴 밖인데요."
민재가 내 팔을 붙잡았다. 우리가 보고 있는 쪽은 강변 밖이고, 목소리도 자신이 밖에 있다고 했다. 양쪽 모두 바깥이면 그 사이의 안쪽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나는 두 번째 질문을 입 밖에 내기 전에 수신기 화면을 봤다. 오른쪽 수신기는 '외부 발신', 왼쪽도 '외부 발신'. 가운데가 있어야 할 자리에 회색 직사각형이 깜박였다.
서윤은 체온이나 호흡을 찾을 수 있는 열화상 영상을 보여 달라고 했다. 철판 한 장의 온도는 바깥 온도와 비슷했다. 사람의 열원은 식별되지 않았다. 소리를 듣고 사람이라고 주장할 단계가 아니라는 뜻이다. 나는 건너편에 위험이 있는지, 서 있을 곳이 있는지 질문했다.
"바닥이 있습니다." 목소리가 말했다. "그런데 바닥이 어디로 끝나는지 기억나지 않습니다."
"현재 보이는 것을 순서대로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노란 띠. 발 없는 의자. 그리고 나갈 수 있다는 표시."
그 말 끝에 전화 통화 종료음 같은 뚜뚜 소리가 섞였다. 수신기 위로 오래된 메시지가 떴다. `[관측 종료 / 외부 귀가 1건]`. 실제로 아무도 움직이지 않았다. 서윤은 즉시 메시지의 사용 범위를 '시설 상태 미확인'으로 고정했고 김하린에게 원본을 보냈다. 하진의 얼굴로 도윤이 귀가했다고 처리하던 시스템이 이번에는 목소리 하나를 귀가한 사람으로 만들려는 것 같았다.
우리는 소리의 발신원을 찾기 위해 장치 전원을 끄지 않았다. 비상 계단과 난간이 어느 전원에 붙어 있는지 확인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대신 독립 녹음기와 기계식 진동계를 가져왔다. 철판을 두드리는 소리는 진동계에 잡혔지만, 음성은 잡히지 않았다. 기계가 소리를 흉내 내는지, 두 지점의 소리가 번갈아 들어오는지는 더 확인해야 했다.
점검을 마치려던 참에 현장 근처 편의점 주인이 다가왔다. 그는 자기 가게의 냉장고 문이 몇 분 동안 두 개로 보였다고 했다. 한쪽에서는 강변 산책로가, 다른 한쪽에서는 사무실 복도가 비쳤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유리 반사라고 생각했지만 다른 손님도 봤다고 했다. 나는 가게를 던전의 새 출입구로 등록하지 않았다. 대신 물건이 떨어진 흔적이 있는지, 출입구가 실제로 안전한지 확인했다. 냉장고는 평소처럼 작동했으나 바닥 한 귀퉁이에 도원 사무실과 똑같은 회색 타일 자국이 남아 있었다.
편의점 주인은 촬영한 영상을 보여 주고 공개 범위를 확인해 달라고 했다. 영상에는 그가 물건을 고르는 손님에게 길을 비켜 주는 장면이 있었다. 손님 얼굴은 가리고 바닥 변화 부분만 증거로 보존했다. 민재는 가게 바닥 길이를 재더니 출입문에서 계산대까지의 폭이 기록보다 짧다고 말했다. 실물은 아직 정확히 줄어들지 않았을 수 있지만, 이곳까지 영향을 받을 가능성을 무시할 수는 없었다. 우리는 인근 안전 담당자에게 비정상 바닥 상태를 알려 주고 가게에 확인 가능한 지상 출구가 하나 더 있는지 점검했다. 사람들이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는 길을 지키는 일이, 사건의 규모를 처음부터 과장하는 것보다 중요했다.
편의점 주인은 마지막에 나를 빤히 보더니 물었다. "여기서 본 게 그 회사 때문입니까?" 나는 도원솔루션의 이름을 숨기지 않았다. 다만 불확실한 원인을 확정하듯 말하지도 않았다. "연결된 징후가 있어 조사 중입니다. 지금 확인된 위험은 우회로 안내로 막을 수 있습니다."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누가 책임지는지도 중요하지만, 장사를 마치고 오늘 밤 집에 갈 수 있는지가 당장은 더 중요하다고 했다.
이선경이 점검로 아래 오래된 사각 구멍을 가리켰다. 거기에 작은 금속 패가 매달려 있었다. `019-3 / 관측면 2 / 바깥이 바깥임을 확인할 것`. 문구를 읽자 나는 웃음이 났다. "회사에서는 바깥이 바깥인지 확인하는 사람도 있었군요." 하지만 곧 웃음을 거뒀다. 누군가 밖인 척하는 방에 갇혀 있다면 이 간단한 문구야말로 가장 중요한 경고였다.
금속 패의 뒤에는 점검 일지가 접힌 채 들어 있었다. 배 소장이 장갑을 끼고 공개 가능한 시설 표지만 읽었다. 맨 마지막 줄은 지워져 있었지만 앞의 두 줄은 남아 있었다.
`외측 관측자리 A: 실제 강변`
`외측 관측자리 B: 실물 확인 전 고정 금지`
그리고 연필로 덧쓴 문장.
`두 곳이 모두 바깥이라고 대답하면 문을 열지 말고 사람을 찾을 것.`
철판을 두드리는 소리가 다시 났다. 이번에는 세 번이 아니었다. 네 번이었다. 앞의 세 번보다 마지막 한 번이 훨씬 약했다. 구조대장이 우리에게 철수 위치를 표시했다. 모두 안전선을 따라 뒤로 이동했다. 나는 그곳을 돌아보면서 생각했다. 어느 쪽도 안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장소에서 먼저 해야 할 일은 문을 여는 일이 아니다. 누가 바깥을 잃었는지 알아내는 일이다.
귀가하려는데 출입 기록함이 이상한 항목을 띄웠다. `[019-3 원본 관측자 2 / 현재 도착 예정]`. 도착 시간을 확인하자 숫자가 미래가 아니었다. `2026-10-31 17:54`. 이미 지나간 그 시각. 현장에 도착한 건 사람이 아니라 누군가의 오래된 약속이었을지도 몰랐다.
제171화 댓글 0
댓글·공감·신고는 로그인 후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이전 익명 댓글은 그대로 표시됩니다.
댓글을 불러오는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