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도원솔루션의 설비 기록을 싫어하는 이유는 그것들이 너무 인간적이기 때문이다. 사람은 자기 잘못을 기억하지 않으려고 사건을 단순하게 만든다. 기록도 그렇다. 사고가 난 뒤에는 `원인 미상`이나 `조치 완료`라는 말이 가장 먼저 늘어났다. 그러나 0층은 그 불편한 부분까지 현실로 가져오고 있었다. 확인하지 않은 자리에는 방이 생겼고, 닫지 않은 결재에는 사람이 붙었다.
장혜원의 증언 다음날, 도원 11층의 녹색 그림자가 멈춘 자리에서 다른 소리가 났다. 손잡이를 두드리는 세 번의 짧은 금속음. 하림이 서버실 B에서 들었다고 했던 간격과 비슷했다. 동일한 소리인지 자동 재생인지 모른 채 우리는 출입문 바깥에 작은 마이크를 설치했다. 구역 안에 사람은 들어가지 않았다.
그런데 17개 공동운영 건물의 관측 화면 한 곳에 새로운 복도가 나타났다. 금융센터 지하와 옛 강변 대기소가 맞닿는 사진이었다. 오재현은 현장 카메라를 두 번 교차 확인했다. 사진에만 있는 복도인지 실물인지 모르겠다고 보고했다. 그래서 우리는 사진이 알려 준 문을 열지 않고, 이미 검사된 실제 출입구를 먼저 확보했다.
한 시간 뒤 강변에서 연락이 왔다. 하천 산책로 아래의 안전 난간이 손으로 만지면 차갑지만 영상에서는 뜨겁게 빛났다고 했다. 배만식은 전기적 발열과 빛 반사를 구별하기 위해 전원을 들고 간 것이 아니라 온도계를 들고 갔다. 우리는 두 사람이 서로 다른 시점에서 확인한 데이터를 기록하고, 아직 실제로 남아 있는 난간을 이용해 시민들을 이동시켰다.
나는 장혜원에게 `현장 관측 1`에 관한 기억을 다시 물었다. 그는 그때 본인이 현장에 없었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다만 관리 인계 회의에서 들은 설명은 기억했다. 관측 1은 최초 시험자의 이름이 아니라, 실제 공간과 기록상 공간이 일치하는지 확인하기 위한 첫 번째 사람의 관측 자리였다. 관측자는 현장 밖에서도 활동할 수 있었다. `현장 관측 1`을 보고 실종자 한 명을 찾는 것은 성급한 해석이었다.
“그럼 정말로 안에 남은 사람은 없었을까요?” 내가 물었다.
“그건 제가 확인하지 못했어요. 누군가 목소리를 들었다면 구조 확인을 해야겠죠. 하지만 이 기록 하나 때문에 사람을 새로 만들어서는 안 됩니다.”
그의 말은 간단했지만 우리에게 가장 어려운 명령이었다. 찾을 사람이 있다는 사실과 시스템에 사람이 있다고 표시된 사실을 분리하라는 뜻이니까.
그날 오후, 하림이 자발적으로 연구 자료 하나를 보내 왔다. 그는 B-0에서 나왔을 때 처음 신고를 들은 순서를 그림으로 그렸다. 금속음 세 번, 낮은 발걸음, 문 안에서 두드리는 소리, 문 밖에서 다시 두드리는 소리. 하림은 자신이 오래된 시험자였는지 기억하지 못한다고 했다. 하지만 지금 본인이 어디서 쉬고 있는지는 명확히 알 수 있었다. 도윤이 있는 회사로 돌아가 사라진 사람을 대신해 줄 수는 없다는 뜻을 덧붙였다.
나는 그 그림을 하진에게 보여 줄지 고민했다. 그는 자신의 얼굴이 도윤과 같다는 이유로 사건마다 불려 다니는 일에 지쳐 있었다. 먼저 선택권을 줬다. `확인하고 싶으면 보내 줄게. 꼭 볼 필요는 없어.` 하진은 한동안 대답하지 않다가 답했다. `오늘은 안 볼게요. 대신 제가 오늘 간 카페 사진은 보내도 되죠?` 사진에는 빨간 의자와 비싼 라테가 있었다. 나는 말했다. `커피가 왜 그렇게 비싸?` 그는 `회사에서 나온 첫 월급은 안 받고도 살 수 있어서요`라고 답했다. 모순된 말인데도 이해가 됐다.
실물 확인과 기록 보존을 병행하는 일에는 생각보다 사람이 많이 필요했다. 민재는 수동 현장 사진을 받아 목록으로 만들고, 서윤은 건물별 통제 구간을 점검했다. 김하린은 1758 독립 안전 회선이 기업의 통신 장애 때문에 끊기지 않도록 지방자치단체 담당자와 연락했다. 나 혼자 다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서류상으로는 퇴사자인 내게 현장 책임이 없어서 다행이었다. 나는 그들이 부탁한 범위의 기술 검토만 도왔다.
그때 한 시설 직원이 복도 밖에서 우리에게 물었다. “지금도 이 복도가 회사의 시설입니까?” 실제로는 금융센터가 관리하는 공간인데 벽에는 도원 안내문이 보였다. 나는 답을 바로 내놓지 못했다. 관리 주체를 정하는 것은 주소가 아니라 소유·임대·위탁 계약과 실물 시설의 관계였고, 화면 속 로고가 그걸 바꿔 주지는 않았다. 서윤은 금융센터의 기존 비상계단이 누구의 관리 아래 있는지 확인한 뒤 직원들에게 설명했다. 지금 지켜야 할 것은 간판이 아니라 사람들이 밟는 계단이었다.
문득 하림의 그림이 떠올랐다. 그는 자신이 지나온 B-0의 문을 정확한 직선으로 그리지 못했다. 그 대신 문을 두드릴 때 들리던 소리와 밖에서 받은 대답을 적어 두었다. 나는 그 그림에서 지도가 아닌 구조 요청의 방식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지도가 틀려도 밖에서 들을 수 있고, 안에서 응답할 수 있다면 새로운 길을 찾을 가능성이 있었다. 그 반대라면 정확한 지도가 있어도 사람을 놓칠 수 있었다.
기술팀이 다시 내게 장비 재생 버튼을 눌러 달라고 요청했다. 나는 거절한 이유를 설명했다. “이번에는 버튼을 잘못 누르지 않으려는 게 아니라, 아직 실제 사람이 있는지 확인하는 중입니다.” 그들은 처음에는 답답해했지만 현장의 경고 회선과 실제 응답 여부를 별도로 검사하는 절차를 받아들였다. 느린 일이었지만 문을 여는 일보다 사람이 나오는 일을 먼저 확인할 수 있었다.
저녁이 되자 금융센터 복도의 실제 손잡이도 세 번 울렸다. 현장 직원은 사람이 안쪽에서 두드리는 것처럼 들렸다고 말했다. 우리는 긴급 구조대와 함께 기존 통로의 안전을 확보했다. 잠시 뒤 문 너머에서 누군가 응답했다. 하지만 그 목소리는 실물 사람이 아니라 오래된 안내 방송의 일부였다. 불필요한 문 개방을 피할 수 있었다. 그렇다고 이후 모든 목소리가 자동 방송이라는 뜻은 아니었다. 실물 응답 확인은 매번 별도로 해야 했다.
장혜원은 공개 자료에서 `미확인 관측자 1`이 자동으로 `미귀가 인원 1`로 바뀐 지점을 찾았다. 민간 보존 서버에 추가된 `REPLACE_UNKNOWN` 함수였다. 빈 좌표를 과거 사진 속 사람으로 채워야만 다음 출입구를 그릴 수 있게 설계돼 있었다. 하지만 정작 구형 실물 설비에는 사진으로 사람의 위치를 채우지 말라는 금지 문구가 남아 있었다.
“누가 이런 조건을 넣었죠?” 민재가 물었다.
오재현은 함부로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 “변경자는 계정 이름밖에 없어요. 실제 승인자와 업무 위탁 범위를 대조해야 합니다.”
그때 문서윤이 새로운 사진을 보여 주었다. 강변의 019 원래 보관함 뒤쪽 금속판에, 이상한 수평선이 두 개 그어져 있었다. 위쪽에는 `사진상 현장`, 아래에는 `사람이 걸어 나온 현장`. 그리고 중간에 점선으로 표시된 네모가 있었다. 0층과 닮은 형태였다.
“이걸 만든 사람은 처음부터 두 현장이 다를 수 있다고 생각했던 거예요.” 서윤이 말했다.
“그 차이를 없애려던 누군가가 그사이에 사람을 집어넣은 거고요.”
그날 밤 도원 0층 한쪽에서 중첩 벽이 다시 흔들렸다. 모니터는 두 선택지를 내밀었다. `관측자 복원` 또는 `공간 재생`. 나는 둘 다 거절했다. 우리는 이미 알고 있었다. 실제 사람이 지금 가는 길은 사진과 서류보다 먼저 확인해야 한다는 것을.
화면을 닫으려는데 세 번째 선택지가 작게 나타났다. `원본 관측 위치 직접 확인`. 그 아래 서명 대기자는 사람이 아니었다.
`서명 대기: 현장 관측 기록의 원래 보관 장소.`
어디였을까. 나는 낮에 찍은 금속판의 점선 네모를 다시 바라보았다. 그 네모는 건물 안이 아니라, 강변의 두 경계선 사이에 있었다.
제166화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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