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 관측자를 대신 생성한다는 문장을 본 뒤로 나는 내 얼굴을 한 하진에게 먼저 전화를 걸었다. 누군가를 '대신 생성'한다는 말이 그에게 어떤 뜻인지 물어보고 싶었다. 그런데 하진은 내 질문보다 빨리 답했다.
“저는 그 기능을 쓰라고 하시면 거절할 겁니다.”
“아직 아무도 그렇게 말하지 않았는데.”
“예전에 저한테도 그랬으니까요. 먼저 사람 이름을 붙이고, 나중에 그 사람이 원래부터 있었던 것처럼 쓰더라고요.”
그는 오늘은 쉬겠다고 했다. 나는 따라 나오거나 증언해 달라고 하지 않았다. 휴식이 필요하다는 말까지 업무 자료로 써 버리면 우리가 고치려는 시스템과 다를 것이 없었다.
오재현은 최초 보관자를 찾는 과정을 공식적으로 분리했다. 공공 기록의 보관 책임자가 누구인지 확인하는 일과, 그 사람이 지금 어디에 살고 있는지 알아내는 일은 달랐다. 기록소가 공개할 수 있는 것은 퇴직 당시의 직책과 당시의 인계 목록뿐이었다. 이선경은 소속 공공기관의 요청에 따라 한 사람에게 연락을 전달해 주었다. 실제 주소나 연락처를 우리에게 넘기지 않았다.
점심 무렵 답장이 왔다. `장혜원, 전 019 공공경계 원본 보관 담당. 직접 들을 이야기가 있다면 공개 가능한 자료를 먼저 보내 주세요.`
우리는 절반쯤 환호하다 말았다. 이름을 찾았다고 최초 사고의 책임자를 찾은 것은 아니었다. 장혜원이라는 사람이 과거 어떤 자리에 있었는지는 그가 직접 확인해야 했다.
서윤이 019-2 인계 카드, 세림병원 분리판 후보, 태형공간자산의 시설 등록 신청서에서 개인정보를 제외한 자료를 정리했다. 오재현은 자신이 감사 담당자로 참여한다는 사실과 조사 범위를 밝혔다. 나는 직접 사과해야 할 일이 있는지도 몰라 짧은 문장을 하나 덧붙였다. `당신의 이름이 자동 승인권자로 사용되는 상황을 막았습니다. 어떤 이름도 임의로 대신 쓰지 않겠습니다.`
장혜원은 오후 다섯 시 가까이 되어 공공 기록실로 들어왔다. 회색 우산을 접으며 그는 우리가 예상한 것보다 먼저 말했다.
“설비가 이상해진 건 기록이 오래돼서가 아닙니다. 보존하라고 했던 빈칸을 못 견뎌서예요.”
나는 첫인상에 압도됐지만, 바로 질문을 쏟아 내지는 않았다. 그는 자기 신분과 과거 역할에 관한 공개 가능한 증빙을 보여 주었다. 019 독립 안전 기록을 보관했던 공무원과 외주 관리 회사 사이의 공동 인계 문서에는 그의 당시 업무가 적혀 있었다. `시설 이관 전 원본 보관 / 보존 조건 검토`. 실제 사고 시각에 현장에 있었는지와는 별개의 기록이었다.
“17시 54분에 무엇을 보셨습니까?” 내가 물었다.
“저는 그날 현장에 없었습니다.”
우리는 잠시 말을 잃었다. 처음 보관자와 최초 관측자를 같은 사람이라고 생각한 것이 또 하나의 착오였다.
“그런데 제 이름으로 옮겼더군요.” 장혜원이 씁쓸하게 웃었다. “원본 보관자가 승인하면 무슨 장면이든 다시 불러올 수 있다고. 저는 그런 권한을 맡은 적이 없어요.”
그는 원본 인계 전 표준서에서 `관측 대상의 현재 위치 미확인 시 재생 금지`를 직접 적었다고 말했다. 종이에 줄까지 그어 강조했지만, 후대 표준화 과정에서는 예외 승인란으로 이관됐고, 끝내 승인권자 이름을 입력하면 금지 조건을 해제할 수 있는 버튼으로 바뀌었다.
“왜 그런 규칙을 만들었죠?” 서윤이 물었다.
장혜원은 회의실 모서리의 비어 있는 의자를 가리켰다. “여기 없는 사람에게 여기 앉아 있다고 말할 수 없으니까요. 두 장소의 사진을 잇는 실험은 기술자들이 했어요. 저는 기록이 확인된 사실과 아닌 사실을 구분하도록 한 사람입니다.”
그는 의외로 코일과 장치의 세부 동작을 모두 알지 못했다. 시설 운영자나 설계 책임자로 일한 적이 없기 때문이었다. 우리는 그 한계를 분명히 기록했다. 그런데 그는 구형 서식에서 빠진 아주 중요한 부속 문서 한 장을 가지고 있었다.
`기록이 현장을 대신하지 못하게 하는 서약`. 당시 공공 시설 보관 담당자는 서약에 서명했지만, 이를 민간 기업의 소유권 이전 승인으로 사용할 수 없다고 따로 적어 두었다. 태형공간자산이 근거로 든 `시설 보관 서약`과는 제목만 비슷했다.
“그럼 누가 17시 54분에 관측을 시작했는지는 모르시겠네요.” 내가 물었다.
“정확한 사람 이름은 모릅니다. 하지만 그전에 누군가 저에게 전화를 했다는 건 기억합니다. 기록을 보존할 자리를 비워 달라고 했어요.”
“어디를요?”
“019 회신함의 세 번째 칸요. 원래 거긴 사람이 아니라, 아직 돌아오지 않은 신고를 위한 자리였거든요.”
장혜원은 당시 통화 상대의 음성을 기억하는 범위에서만 설명했다. 성별과 나이를 확정할 수 없었고, 통화 녹음도 없었다. 대신 그는 그날의 메모를 보여 주었다. `17:53? 재생 위험 설명. 비워 둔 칸을 물건으로 채우지 말 것.` 물음표는 시각이 확정되지 않았다는 뜻이었다.
우리는 사진을 찍어도 되는 부분만 촬영했다. 장혜원은 보관자 이름이 악용되는 일을 막는 데 협조하겠다고 했지만, 누구의 현재 위치를 대신 증명하라는 요청은 거절했다. 자기 과거의 서명을 현재의 사람들에게 보증으로 내놓지 않겠다고 했다.
그 말을 들으며 나는 묘하게 안도했다. 우리가 필요로 했던 것은 모든 것을 알고 있는 현자가 아니라, 자기가 확인하지 않은 것을 확인했다고 말하지 않는 증인이었다.
장혜원은 떠나기 전에 한 가지 조건을 더 요청했다. 자기 이름이 기록에 남는 것은 괜찮지만, 옛 현장 시험자나 최초 실종자와 동일한 사람으로 표시하는 일은 막아 달라는 것이었다. 그는 우리에게 이름을 찾는 일의 목적을 다시 물었다. “누가 죄를 지었는지 찾으러 왔습니까, 누가 안전을 확인할 수 있었는지 찾으러 왔습니까?” 나는 잠시 생각하다 대답했다. “두 일 모두 필요할 수 있지만 지금은 두 번째가 먼저입니다.”
오재현은 서류를 펼쳐 보였다. 안전 설비가 이전된 뒤 바뀐 서식에는 `원본 보관자 서명과 관측 결과 승인 중 택일`이라는 조항이 있었다. 장혜원의 옛 서약을 그대로 가져다 쓸 수 있도록 한 문장이었다. 그는 그 조항을 이번 감사의 독립 쟁점으로 등록했다. 어느 회사의 누가 추가했는지는 자료를 더 찾아야 했지만, 출처가 없는 조항 하나 때문에 장혜원의 현재 방문을 승인으로 읽는 문제는 당장 차단해야 했다.
그때 장혜원이 내게 봉투 하나를 건넸다. 직접 개봉하라고 준 것은 아니었다. 원본 인계가 되었던 당시의 공개 업무 목록을 가져왔는데, 종이 뒷면에는 초록색 표시가 세 개 찍혀 있었다. “이 표시를 알고 계신 분이 있다면 설명해 달라고 전해 주세요. 저는 시설 원본을 보관했지 이 신호 체계를 설계한 사람은 아닙니다.” 나는 그 부탁을 보관소의 공개 기록 절차로 접수했다. 이름 모를 설계자 대신 장혜원에게 정답을 요구하고 싶지 않았다.
문서윤은 회의실 밖에서 작은 물병을 사 왔다. 장혜원은 물을 한 모금 마시더니 웃었다. “이상하네요. 제가 서류를 보관할 때는 아무도 관심을 보이지 않더니, 이제 그 서류가 방을 만들어 낸다니까 다들 저를 찾네요.” 나는 말했다. “제가 개발자였을 때도 장애가 나야 백업 파일의 존재를 기억했습니다.” 그는 눈을 가늘게 떴다. “그럼 지금부터는 안 나도 기억하세요.” 그 말에는 꾸지람보다 부탁이 많았다.
대화가 끝나려던 순간, 문서윤의 휴대전화가 울렸다. 도원에 `원본 보관자 장혜원 접속`이라는 알림이 떴다는 것이었다. 장혜원은 전화기를 꺼내 보였다. 그는 도원의 어느 시스템에도 로그인하지 않았다.
`원본 위치 승인: 본인 접속으로 간주`.
“제가 아무것도 누르지 않았는데요.” 장혜원이 말했다.
나는 급히 서윤에게 전화를 걸었다. 누군가 그의 존재를 인증 절차가 아니라 공간 재생의 승인으로 읽고 있었다. 우리가 찾아낸 사람이 처음으로 당할 위험이 바로 그것이었다.
제164화 댓글 0
댓글·공감·신고는 로그인 후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이전 익명 댓글은 그대로 표시됩니다.
댓글을 불러오는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