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하고 가장 의외였던 일은 출근하지 않아도 되는 아침에 출근보다 일찍 눈이 떠진다는 사실이었다. 오전 여섯 시 오십 분. 침대 옆 휴대전화에는 야간 장애 경보 대신 문서윤의 메시지가 있었다. `019 최초 원본 보관자, 소재 확인 방법 찾았어요. 단, 인사 DB 조회는 금지.` 나는 답장했다. `사람 찾는 데 인사 DB를 안 쓰면 뭘 쓰죠?` 서윤의 답은 짧았다. `사람이 스스로 남긴 보관 인계 기록요.`
나는 냉장고에서 삼각김밥을 꺼냈다. 영수증을 펼치자 뒷면에 `근무 상태: 미등록`이라는 희미한 글씨가 나타났다 사라졌다. 이제 마트 계산대까지 인사 시스템이 점령했나 싶어 사진을 찍어 두었는데, 다시 보니 그저 제조 기호였다. 사소한 실수와 실제 이상 현상을 구분하는 일이 점점 어려워졌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은 대단한 능력보다 망신을 인정하는 용기였다. 나는 사진에 `오탐, 편의점 인쇄`라는 설명을 붙였다.
서윤이 기다리는 곳은 도원이 아니었다. 강변 019 시설이 관할되던 오래된 공공 기록 보관소였다. 정하경이 보관 장소를 확인해 주었고, 현재 담당자 이선경은 건물의 공개 가능한 시설 인계 목록만 보여 주기로 했다. 개인 기록은 별도 승인 없이는 열 수 없었다. 나는 출근 카드 대신 방문증을 목에 걸었다. `방문 목적: 안전 경계 원본 확인`. 일곱 해를 회사에서 보냈는데 이제야 출입 목적에 '업무 복귀'가 아닌 말이 적혔다.
기록실 지하에는 철제 서랍이 세 줄 있었다. 첫 줄은 시설, 둘째는 물품, 셋째는 인계. 019 첫 보관자의 이름을 찾으려면 셋째 줄을 뒤지면 될 것 같았지만, 서윤은 시설 서랍부터 열었다.
“사람 이름을 찾기 전에 어떤 업무였는지 확인해야 해요. 또 하림처럼 호출명을 사람으로 착각하면 안 되니까.”
낡은 인계 카드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제0 완충 경계 원본 보관 업무: 시설 사진과 실제 안전 경로를 구분. 원본 보관자: 역할 지정. 자격 조건: 현재 위치 미확인자를 대신 입증하지 않을 것.` 그 아래에는 두 개의 도장 자리가 있었다. `현장 보관`과 `독립 수신 확인`. 두 자리가 모두 찍혀야 옛 기록의 위치를 바꿀 수 있었다. 하지만 사진 복사본에는 현장 보관 도장만 있었다.
“한쪽 도장으로 이전했다는 뜻인가요?” 내가 물었다.
“그럴 수도 있지만, 복사할 때 나머지가 잘렸을 수도 있죠.” 이선경이 말했다. “원본이 나오기 전에는 결재 누락이라고 단정하면 안 됩니다.”
그때 강민재에게서 전화가 왔다. 도원 0층의 경고판이 변했다는 보고였다. `019 최초 원본 보관자 위치 미확인 / 대체 위치 생성 허가 대기`. 전날 화면에는 `복원할 대상: 사람 또는 공간`이라는 두 선택지가 있었는데, 지금은 제삼의 작은 칸이 생겼다. `대체 위치 생성`. 누군가 답을 못 찾으면 아예 위치를 새로 만들겠다는 뜻이었다.
“건물이 모르는 사람을 위해 새 주소를 만들어 주겠다는 건가?” 내가 중얼거렸다.
“그런 친절은 주소지를 받는 사람이 무척 싫어할 겁니다.” 서윤이 말했다.
우리는 현장에 즉시 중지 요청을 보냈다. 도윤 이름으로 대체 위치 승인 버튼이 뜨더라도 누르지 말 것. 실제로 실종된 사람의 대피 요청일 가능성은 남겨 두고, 안전 신고 회선은 차단하지 말 것. 서윤은 긴 문장을 두 줄로 줄였다. `사람 확인 전 공간 재생 금지. 현재 신고와 실물 출구 유지.`
보관소에서는 두 번째 증거가 나왔다. 시설 물품 서랍에 낀 녹색 봉투였다. 겉에는 `019 원본 보관 위치 정정 요청 / 수신자 본인만 개봉`이라고 적혀 있었다. 누구의 본인인지가 문제였다. 이선경은 개봉하지 않았다. 대신 공개 목록에 봉투가 등록된 날짜와 보관 절차만 대조했다. 날짜는 강변 시설을 도원으로 옮긴 때보다 훨씬 빨랐다. 원본 장비가 이전되기 전부터 누군가 위치 정정을 요청했다는 뜻이었다.
우리는 안쪽 글자를 읽지 않고 봉투의 겉면을 촬영했다. 비닐을 덧댄 가장자리에서는 펀치로 뚫은 구멍이 두 개 보였다. 019 분리판의 고정 구멍과 간격이 같아 보였지만 자 없이는 정확히 알 수 없었다. 민재에게 사진을 보내자 그는 그럴듯한 추측을 다섯 개 보냈다. 나는 첫 문장만 읽고 답했다. `검증할 수 있는 것부터.`
그 전에 서윤은 기록소 직원들의 도움을 받아 인계 당시 촬영된 실물 보관함 사진을 요청했다. 사진에는 번호표가 세 장 보였다. 첫째는 시설 안전, 둘째는 원본 장비, 셋째는 보관 장소였다. 그런데 도원 시스템에는 세 번호를 한 칸에 적은 통합 코드만 남아 있었다. 번호를 줄이면 업무가 빨라진다는 기획 의도였을 것이다. 나는 개발하면서 그런 설계를 여러 번 했다. 장황한 칸을 합치는 일이 때로는 유용했다. 그러나 이 경우에는 장비를 보관하는 곳과 사람이 대피하는 곳을 하나의 장소로 만들어 버렸다.
그 실수를 인정하려니 조금 쓰렸다. 낡은 서식 때문에 생긴 일이라며 화를 내기는 쉬웠지만, 내가 만들어 놓은 시스템에도 비슷한 위험이 있었을지 모른다. 서윤이 나를 보고 물었다. “왜 그런 표정을 지어요?” 나는 솔직히 말했다. “예전에 같은 종류의 최적화를 했을지도 몰라서요.” 그는 잘못을 기록으로 확인하면 고치면 된다고 답했다. 인사 승인권처럼 내게 없는 책임을 전부 가져오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
그때 별도의 현장 연락이 들어왔다. 세림병원에서는 복도 안내선이 순간적으로 사라졌다가 돌아왔다고 했다. 실제 피난 안내 표지는 정상인데 화면에만 비어 있는 위치가 표시됐다. 박유라는 환자 이동을 멈추지 않고 예비 동선을 준비했다. 우리는 사람의 걸음이 닿는 곳과 카메라에 보이는 곳을 따로 적었다. 기록소의 숫자 세 장이 합쳐진 문제는 이미 다른 건물의 안전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서윤은 우리 둘의 이름을 회의 참석 명단에 넣으려는 자동 요청을 거절했다. 우리는 증거 열람을 위해 방문했을 뿐 현장 관측을 승인하러 온 것이 아니었다. 출입증과 승인증의 차이는 서류 한 줄이지만, 0층 앞에서는 그 한 줄이 복도의 길이를 바꾸기도 했다.
오후 두 시, 0층의 대체 위치 생성 카운트다운이 갑자기 시작됐다. 서윤은 보관소 책상에서 종이 기록을 넘기다가 손을 멈췄다. 인계 장부의 마지막 줄에 작은 부기가 있었다.
`최초 보관자 부재 시: 그가 돌아올 자리를 만들지 말고, 남겨 둔 기록을 찾아라.`
“이건 처음부터 사람이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규칙이 아니었네요.” 서윤이 말했다.
“그럼 뭘 기다렸던 거죠?”
그녀가 장부 뒤표지를 비추었다. 내 눈에 작은 펜 자국 하나가 들어왔다. `원본 기록 별도 보존: 019 동측 배수관 옆 공중 안내판 아래`. 우리는 서로를 바라보았다. 외부 보관실 번호 019가 가리키는 곳은 한 곳이 아니었다.
나는 도원의 자동 버튼을 원격으로 누르지 않았다. 대신 이선경에게 현장 점검의 공공 안전 절차를 요청했다. 이름 하나를 찾으려다가 또 다른 방을 현실에 불러올 수는 없었다. 기록을 찾는 것과 사람을 만드는 것은, 닮은 문구라도 전혀 다른 일이다.
그날 저녁, 철거된 안내판의 기초 사진이 도착했다. 빈 땅 아래 녹색 페인트로 숫자 두 개가 적혀 있었다. `019-2`. 그 옆에는 누군가 볼펜으로 아주 작게 써 놓은 말이 있었다.
`첫 보관자는 현장에 있었다. 보관한 것은 그 사람의 위치가 아니다.`
나는 그 문장을 오래 바라보았다. 사람 한 명을 찾는다고 생각했던 일이, 이제는 누군가가 남기지 않기로 했던 정보를 지키는 일로 바뀌고 있었다. 그런데 바로 그때 도원의 대체 위치 생성 타이머가 `00:10:00`으로 바뀌었다. 누군가 현재의 선택을 기다리지 않고 시계를 앞당긴 것이다.
제161화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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