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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퇴사했더니 회사가 던전이 됐습니다 · 16화
PAYLUA ORIGINAL · 제16화

명주가 두 명인 이유

퇴사했더니 회사가 던전이 됐습니다 · 3,787자

오프라인 책장
이명주를 닮은 사람이 병원 옛 무전실 안에 있었다고 했다. 내가 지금까지 만난 괴물 가운데 가장 성가신 종류는 사람을 복사한 것이었다. 서류를 찢으면 없어질 것처럼 생겼으면서, 실제로는 대답하고 기억하고 겁을 먹는다. 그런 존재를 성급하게 가짜라고 부르는 순간 누군가를 버리기 쉬워진다. “문 안의 사람이 무슨 말을 했습니까?” 나는 물었다. “내가 모르는 근무 이야기를 했어요. 다른 날짜에 출근했고 다른 상사와 싸웠다고. 그런데 내 엄마 이름은 알고 있더군요.” “그쪽이 당신을 봤을 때는요?” “자기 얼굴을 보고 놀라지는 않았어요. 오히려 나에게 왜 아직 퇴사하지 않았느냐고 물었죠.” 문서윤은 무전실 문 앞의 출입 흔적을 확인했다. 오래된 문틀에는 정상적인 경첩이 있었지만 손잡이 안쪽으로 프린터 용지 같은 얇은 띠가 감겨 있었다. 나는 손잡이를 당기지 않았다. 설계도에는 없던 방이었다. 안전 확인과 내부 사람의 응답이 먼저였다. “안에 계신 분, 들리십니까?” 한참 후 여자의 목소리가 돌아왔다. “퇴사 면담을 예약하셨나요?” 이명주가 창백해졌다. 삼 년 전에 들은 목소리 그대로라고 했다. “면담을 하러 온 게 아닙니다. 거기 안전한가요?” “제 출근부는 정상입니다.” “그걸 물은 게 아니에요. 다치신 데 없고 나올 수 있는지 묻고 있습니다.” 말이 끊겼다. 나는 답을 재촉하지 않았다. 틀린 질문에 익숙한 사람에게 처음으로 다른 질문을 던지면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 “무슨 일을 하세요?” 안에서 물었다. “전직 인프라 엔지니어입니다. 오늘 저녁 퇴사했습니다.” “그런 사람이 왜 여기 있어요?” “원래 퇴사자가 할 일은 없죠. 근데 회사가 퇴사를 반납하라네요.” 안쪽에서 짧은 웃음소리가 들렸다. 문틈 아래로 작은 종이가 밀려 나왔다. [퇴사 면담 대상: 이명주] [근무 형태: 미정] [계약서 원본: 확인 불가] 종이에는 병원 출입이 가능한 시간도 적혀 있었다. 날짜는 오늘이 아니라 삼 년 전 이명주가 퇴사한 다음 날이었다. 안의 사람이 살아온 시간이 여기서부터 시작됐을 수 있었다. “이명주 씨.” 나는 바깥의 여자를 돌아봤다. “지금 안에 계신 분을 당신의 복사본이라고 불러도 괜찮습니까?” 그는 한참 고민했다. “내가 그 사람을 만들지 않았으니 그렇게 부를 권리가 있는지 모르겠어요.” “맞아요. 일단 다른 사람으로 대하죠.” 문이 조금 열렸다. 안에는 이명주와 비슷하게 생긴 여자가 앉아 있었다. 머리카락은 더 짧았고, 안경을 쓰고 있었다. 얼굴은 삼 년 전 사진과 똑같이 젊었다. 책상에는 같은 날짜의 출근부가 여러 권 쌓여 있었다. “여기 있으면 매일 첫 출근이에요.” 그가 말했다. “아직 업무를 받지 않았기 때문에 퇴사할 이유도 없죠.” “나가고 싶으세요?” “모르겠어요. 나가면 제가 없어지는 거 아니에요?” 그 질문 앞에서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자신이 어떤 형태로 존재하는지 모르는 사람에게 '나오면 괜찮다'는 약속을 함부로 할 수는 없었다. 나는 손전등을 방 바닥에 비추었다. 내부에는 흔한 전선뿐 아니라 가느다란 검은 종이 실이 벽으로 이어져 있었다. 서윤이 낮게 말했다. “여기서 나가면 장치가 끊어질 수 있어요. 설비를 먼저 확인해요.” 복도에서 배 소장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는 사진으로 받은 무전실 회로를 살펴보고 있었다. “그 안은 사람을 만드는 방이 아니야. 오래된 야간 근무 대역 시험실이지. 시뮬레이션을 돌리던 곳이라고.” “시뮬레이션 안에서 사람이 대답하는 겁니까?”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난 배선만 봤어.” 나는 책상에 앉은 여자에게 말했다. “오늘은 나오지 않으셔도 됩니다. 대신 이 방이 위험해지면 알려 주세요. 그리고 당신 이름은 당신이 정하세요.” 그는 내 말을 듣고 출근부를 덮었다. “그럼 당분간은 '명주 둘'이라고 해도 될까요? 구분만 되면 되니까.” 밖에 있던 이명주가 피식 웃었다. “내가 일 번이야?” “먼저 밖으로 나간 사람은 일 번이죠.” 나는 둘의 대화를 듣고 긴장이 조금 풀렸다. 적어도 누가 누구의 소유인지 싸우지는 않았다. 두 이명주는 서로가 기억하는 사건을 하나씩 비교했다. 어머니가 해 주던 된장국의 맛은 비슷했지만, 퇴사 면담 날짜와 첫 출근 날짜는 달랐다. 같은 기억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똑같은 사람은 아니었다. 명주 둘은 자기 이야기를 하면서 책상 위의 도시락 뚜껑을 열었다. 안에는 삼 년 전 회사 구내식당에서 나왔던 메뉴가 그대로 담겨 있었다. 바깥의 이명주는 냄새를 맡고 웃었다. “그날 반찬이 콩자반이었네. 나는 저걸 싫어했어.” 안쪽의 그는 고개를 저었다. “나는 좋아했어요. 여기선 그게 유일하게 매번 다른 맛으로 나오거든요.” 그 차이를 듣는 순간 나는 이상한 안도감을 느꼈다. 완벽히 똑같은 말투와 기억을 가졌더라도 두 사람이 지금 서로 다른 경험을 하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했다. 안의 이명주는 이 방에서 매일 아침 도시락을 받았고, 바깥 명주는 삼 년간 이곳을 벗어나려고 애썼다. 그 차이를 무시한 채 둘을 하나로 만드는 시스템은 두 사람의 시간을 모두 훔치는 셈이었다. “다른 날짜의 기억도 있으세요?” 서윤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명주 둘은 고개를 끄덕였다. 다만 자신의 지난 삼 년을 전부 이야기하고 싶지는 않다고 했다. 우리는 더 묻지 않았다. 그 대신 이 방에서 도움이 필요할 때 누를 수 있는 구형 호출 버튼을 확인했다. 전원이 약했지만 배 소장이 교체 방법을 알려 주었다. 시설 당직자의 입회 아래 배터리를 바꾸자 불빛이 들어왔다. 명주 둘이 버튼을 직접 눌러 보았고 복도에서 짧은 신호가 울렸다. “이제 부르면 들을 수 있겠네요.” 내가 말했다. “그럼 오늘은 이 방에 있어도 괜찮겠어요.” 그가 대답했다. “내일의 내가 뭘 할지는 내일 물어보세요.” 그때 안의 출근부가 저절로 펼쳐졌다. [명주 둘 / 미등록 대역] [원본 복귀 시 대역 종료] 검은 종이 실이 책상에서 꿈틀거렸다. 명주 둘은 손을 빼려 했지만 종이가 손목을 붙잡았다. 서윤이 문턱을 넘으려 하자 바닥에서 붉은 선이 올라왔다. [대역 종료 절차 승인 대기] [승인 권한: 차도윤] “아니.” 나는 승인 화면에서 손을 뗐다. “이 사람을 없애겠다는 동의는 한 적 없어.” 대신 나는 두 사람에게 직접 물었다. 바깥 명주는 방에 들어가지 않겠다고 했다. 안쪽 명주는 당장은 안전하게 머무르며 방법을 찾고 싶다고 했다. 나는 그 선택을 각각 수첩에 적었다. 회사는 두 사람의 상반된 대답을 한 사람의 최종 승인으로 합치려 했지만, 우리가 기록을 따로 보관하자 붉은 선이 멈췄다. [동일 인물 자동 병합 불가] [사유: 독립 응답 2건] 검은 종이 실이 풀렸다. 명주 둘은 손을 떨면서도 미소를 지었다. 바깥 명주는 무전실 문에 작은 종이를 붙였다. [여기에도 사람이 있습니다. 문을 열기 전 물어보세요.] 이건 출근 도장이 아니었다. 위치를 알리는 안전 안내였다. “방에서 나가는 방법을 계속 찾겠습니다.” 내가 말했다. 명주 둘은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 대신 내가 나오기 전까지 내 근무를 당신 이름으로 처리하지 마세요.” “걱정 마세요. 오늘 제 출근도 취소했습니다.” 우리는 무전실 문을 조심히 닫았다. 복도에 나오자 서지완에게서 메시지가 도착했다. 내일의 출근부에서 이명주 이름이 두 줄로 늘었다고 했다. [이명주 / 재직] [이명주 / 재직] 아래쪽에는 새 문구가 떠 있었다. [원본 1명 확보 실패. 도시 전체 대역 자산 점검 개시] 나는 두 사람에게 약속한 말을 떠올렸다. 다음 건물에서는 누군가가 '대역'이란 이름으로 벌써 지워지고 있을지도 몰랐다. 출구를 찾는 것만큼이나, 문 안에 남아 있는 사람을 잊지 않는 일이 중요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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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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