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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퇴사했더니 회사가 던전이 됐습니다 · 15화
PAYLUA ORIGINAL · 제15화

구급차가 건넌 회사의 경계

퇴사했더니 회사가 던전이 됐습니다 · 3,840자

오프라인 책장
응급실의 문이 열리자 가장 먼저 들어온 것은 구급차 냄새였다. 소독약과 젖은 천, 차가운 공기가 한꺼번에 밀려왔다. 문밖은 분명 지하 주차장으로 이어져야 했는데 구급차가 서 있는 곳은 병원과 도원솔루션 사이의 낯선 통로였다. 바닥에는 흰색과 노란색 두 줄이 나란히 그어져 있었다. 흰 줄 위에는 '환자 이송', 노란 줄 위에는 '직원 이동'이라고 쓰여 있었다. “어느 줄로 가야 합니까?” 서윤이 물었다. 박유라 간호사는 두 줄을 번갈아 봤다. “환자 이송이면 흰 줄이죠.” 그러자 천장에서 안내가 내려왔다. [이송 대상 전원 직원으로 간주] [예외 처리 필요] “예외요?” 내가 헛웃음을 지었다. “아픈 사람이 아픈 상태로 병원에 있는 게 예외라고?” 시설 당직자는 복도 구석에 놓인 낡은 무선 송수신기를 들었다. 병원 본관 응급실과 연결되는 주파수였다. 그는 실제 환자를 이송해야 하는 경우만 연락하고, 화면이 시키는 임의의 '이동'은 허가하지 않겠다고 했다. 나는 서윤과 함께 분기점의 물리 구조를 확인했다. 화이트보드에 적힌 지도가 이상했다. 복도 한쪽 끝에는 세림종합병원, 다른 한쪽 끝에는 도원솔루션이 쓰여 있었는데, 어느 쪽으로 가도 도원솔루션 로비가 나왔다. 바닥에서 끊어진 한 줄은 엘리베이터 안쪽으로 연결됐다. “이건 사람을 이동시키는 길이 아니라 기록이 이동하는 길 같아요.” 내가 말했다. 이명주는 고개를 끄덕였다. “퇴사자는 어디로 보내야 할지 모를 때 가장 가까운 출퇴근 서버로 돌아가요. 환자 이송 기록까지 직원 이동으로 바뀌면 아까 같은 일이 반복될 겁니다.” 나는 분기점 벽에서 단자함 하나를 발견했다. 전기 배선함이 아니라 두 건물 사이의 구형 정보 연결선이었다. 선을 함부로 끊으면 병원 필수 통신망까지 멈출 수 있었다. 서윤은 표기된 용도를 살폈다. 적색 케이블은 응급 통신, 청색 케이블은 인사 정보, 녹색 케이블은 출입 관리였다. “인사 정보만 분리하면 돼요?” “물리적으로는요. 하지만 그 정보가 응급 통신에 필요한지 확인해야죠.” 시설 당직자가 병원 전산실과 연락했다. 인사 연동선을 독립 장비로 우회할 수 있다는 답이 왔다. 문제는 우회 승인을 누르는 화면이 0층 안내와 같은 모양이었다. [인사 연동 차단 승인] [승인자 자동 전환: 차도윤] “왜 또 나야.” 이명주가 웃었다. “회사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은 퇴사자라니까요.” 나는 승인 버튼을 누르지 않았다. 대신 시설 당직자가 물리 장치 상태를 확인하고, 병원 관리 책임자가 별도 기록으로 운전을 전환하도록 했다. 그 과정은 느렸지만 적어도 내 이름이 어느 날 누군가의 퇴실 허가에 도용되지는 않을 것이다. 회선이 분리되자 흰 줄 위의 글자가 바뀌었다. [환자 이송: 의료진 판단] 노란 줄은 여전히 회사 직원 이동으로 남았다. 하지만 사람을 잡아채려던 자동 명령은 작동하지 않았다. 박유라는 환자 두 명의 검사 예약이 정상으로 돌아왔음을 확인하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때 외부 통로에서 구조대의 무전이 들려왔다. 실제 소방 안전 담당자가 병원 쪽 비상 출입구를 점검 중이라는 연락이었다. 우리는 그에게 0층이라는 이름을 말하지 않고, '설계도에 없는 연결 통로와 자동 잠금 위험'을 정확히 설명했다. 위험 사실을 숨기지 않으면서도 미확인 시스템이 강제 공지로 바꾸지 못할 말을 고른 것이다. “나중에 건물 보고서 작성할 때 담당자가 놀라겠네요.” 내가 말했다. “사람 안 다친 다음에 놀라면 됩니다.” 서윤은 무전기에 대고 답했다. 반쯤 투명한 복도 저편으로 병원 구급차 후미등이 보였다. 누군가 그곳에서 손을 흔들었다. 하지만 다가가 보니 실제 구급대원이 아니라 벽에 붙은 오래된 홍보 사진이었다. 사진 속 날짜만 달라지고 있었다. 오늘, 내일, 삼 년 전. 내일이라는 글씨가 반복될 때마다 사진의 사람 한 명이 지워졌다. “이건 보관해야겠네요.” 이명주가 말했다. 그는 사진을 떼려다 손을 멈췄다. 사진에는 실제 환자와 구급대원도 있었다. 외부 공개 권한은 별개였다. 우리는 홍보물이 나타났다 사라지는 모습만 촬영하고 사람의 얼굴이 보이지 않도록 가렸다. 회사가 몰래 기록을 사용한다고 해서 우리도 마음대로 공개할 수는 없었다. 그때 병원 시설 당직자가 우회장치의 상태를 시험했다. 전산망을 끊어도 응급실에서 수동 호출을 하면 경보등이 켜지는지, 다른 병동에 필수적인 안내가 전달되는지 확인하는 절차였다. 나는 시험 항목을 두 개만 남기는 대신 실제 확인한 결과를 하나씩 기록했다. 응급 전원 정상, 비상 통신 정상, 환자 정보 자동 반영은 보류. 화면이 모두 초록색이 아니어도 사람들은 안전할 수 있었다. 오히려 확인하지 않은 항목을 초록색으로 칠하는 편이 훨씬 위험했다. 이명주는 흰 줄과 노란 줄이 만나는 지점에 오래된 바퀴 자국을 발견했다. 벽에 놓인 낡은 침대는 그 자국에서 멈춰 있었다. 그는 과거 장비 점검을 받으러 왔을 때 이 침대를 본 적이 있다고 했다. 당시에는 환자를 옮기기 위한 통로라고 설명받았지만, 실은 임직원의 교대 근무 기록을 옮기는 시험 구역에 가까웠다. 누군가 서류상 '직원'이 되면 병원 침대를 타고 회사로 이송되는, 말이 안 되는 연동 방식이었다. “삼 년 전에도 사람을 옮긴 건가요?” 내가 물었다. “모릅니다. 내가 본 건 빈 침대였어요. 사람을 봤다고 말하고 싶지는 않아요.” 나는 그 구별이 중요하다고 느꼈다. 확실히 기억하는 것만 말하는 증인이 있다는 건, 이상한 현상을 마주할 때마다 모르는 부분을 추측으로 채우는 우리에게 큰 도움이 됐다. 침대 옆에는 분실품 표찰이 걸려 있었다. 분실 날짜도 삼 년 전이었다. 나는 번호만 적고 표찰은 병원 시설팀에게 맡겼다. 마침 박유라가 연락을 보내 왔다. 아까 치료받던 환자의 산소 공급이 안정됐다는 소식이었다. 그제야 나는 발끝에 들어간 힘을 조금 풀 수 있었다. 그러나 회선 연결을 끊은 직후 노란 줄 아래에서 새로운 소리가 났다. 천장 안쪽에서 금속 부품이 떨어지는 소리였다. 서윤이 위험 구역을 표시하고 사람들을 물리자, 줄 하나가 잠깐 들떠 보였다. 바닥 표식 아래에는 실제 바닥이 없었다. 한 걸음만 더 갔다면 종이로 만든 길 위에 발을 디딜 뻔했다. 나는 그곳에 경고 테이프를 붙였다. '전자 표시를 믿고 진입하지 마시오.' 평범한 문장이 그날따라 얼마나 귀한지 몰랐다. 복도 끝에 검은 정장의 감시자가 다시 나타났다. 그는 이번에는 휠체어 없이 빈 환자 이송 대장을 들고 있었다. “차도윤 씨, 임무의 기한이 지났습니다. 열두 명 중 한 명도 회수하지 않으셨습니다.” “의료진은 환자를 지켰고, 고선희 씨는 무사히 쉬고 계십니다. 그게 기록 안 됐다면 장부가 문제죠.” “회수와 구조를 혼동하고 계십니다.” “그 반대입니다. 혼동하신 건 그쪽이에요.” 그는 대장을 펼쳤다. 빈 칸마다 내 이름이 찍혀 있었다. 나는 한 번도 하지 않은 승인과 내가 가지 않은 장소가 줄줄이 이어졌다. “이거 누가 작성했습니까?” “귀하의 외부 복구팀 계정이 자동으로 작성했습니다.” 나는 서윤에게 기록을 남겨 달라고 했다. 장부의 모든 줄에는 공통된 작은 글씨가 있었다. [대체 처리 허용 / 단, 실제 구조자 미확인] 장부가 발급된 시각은 17시 58분이었다. 내가 퇴사하기도 전이었다. “이명주 씨, 1758 장비는 어디 있을까요?” 이명주는 대답 대신 복도 끝의 폐쇄된 통로를 가리켰다. 거기에는 병원에서 오래전 사용하던 옛 구급차 무전실 표지가 붙어 있었다. “저 방을 찾으면 알아낼 수 있을 겁니다. 나는 삼 년 전에 저 문 앞에서 출입증을 잃어버렸어요.” “들어가 본 적은 없어요?” “문이 열리는 걸 본 적은 있어요. 그런데 안에서 들려온 건 무전이 아니라 누군가의 퇴사 면담이었죠.” 그의 목소리가 가라앉았다. “그리고 그때 면담받던 사람은 내 얼굴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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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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