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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퇴사했더니 회사가 던전이 됐습니다 · 155화
PAYLUA ORIGINAL · 제155화

퇴사자를 위한 보험

퇴사했더니 회사가 던전이 됐습니다 · 3,613자

오프라인 책장
강변 019의 비어 있는 사각형을 다시 조사하기 위해서는 도원솔루션 열쇠보다 공공 시설 사용 허가가 필요했다. 나는 그 사실이 묘하게 마음에 들었다. 0층이 사람을 직원으로 만드는 기계가 됐어도, 적어도 강변 땅바닥을 열려면 구청의 문서를 받아야 했다. 이선경은 우리에게 현장 점검 허가서와 함께 단단한 조건을 붙였다. “실제 시설을 파손할 가능성이 있으면 즉시 멈춥니다. 원본 보존보다 지금 강변을 걷는 사람들이 우선입니다. 그리고 현장에 들어가고 싶다는 이유만으로 개인 통행 기록을 가져가실 수는 없습니다.” “안 그래도 이 동네의 모든 개인정보를 백업하고 싶은 마음은 없습니다.” “백업해 두면 좋을 거라는 이야기를 여러 번 들었습니다.” 이선경의 표정은 웃지 않았다. 나는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 농담을 할 때와 아닌 때를 구분하는 것도 퇴사자의 새로운 업무였다. 우리는 강변 점검 구역에 네 개의 관측 표식을 세웠다. 도원의 코일과 연결된 임시 화면에서는 네 표식이 한 줄로 나왔지만, 실제 측량에서는 끝 표식 둘이 다른 방향을 가리켰다. 과거의 외부 대피로가 현재의 보행로와 겹치지 않는다는 사실을 수치로 확인한 셈이다. “여기가 IN-000의 시작점입니까?” 민재가 물었다. “아직 몰라. 시작점처럼 보이도록 복원된 자리일 수도 있어.” 최도경은 현장의 낡은 배수 상자 안에서 작은 수동 스위치를 찾아냈다. 스위치 표면에는 `안쪽 신호 수신 시험`이라고 적혀 있었다. 전원이 끊긴 지 오래였는데도 스위치를 한 번 눌렀던 자국이 손잡이에 남아 있었다. 우리는 그것을 당장 누르지 않았다. 무언가를 작동시키지 않고도 발견했다는 기록은 남길 수 있었다. 그런데 오승필이 점검 현장으로 직접 찾아왔다. 광택이 나는 신발, 얇은 회색 코트, 현장 흙을 밟지 않는 걸음. 그는 뒤쪽 차 안에 대기 중이던 변호사까지 소개했다. “차도윤 씨, 공공 안전의 중요성에는 저도 동의합니다. 그래서 제안을 바꾸겠습니다. 시설을 사겠다는 게 아닙니다. **구조 운영에 대한 보험을 들자**는 겁니다.” 그가 내민 서류의 제목은 `0층 안전 복구 공동 부담 보증`. 겉으로는 좋은 내용이었다. 공공 기관이 부담하기 어려운 설비 복구비를 민간이 선지급하겠다는 것이었다. 그 대신 안전 경계 이용자들을 ‘보증 수익자’로 등록하고, 복구 후 해당 경로의 운영권을 일정 기간 넘겨받는 조항이 달려 있었다. “구조받은 사람을 계약 당사자로 넣었네요.” 내가 말했다. “보험 수익자입니다. 피해자가 혜택을 받아야 공정하죠.” “자기 의사 없이 등록하는 게 왜 공정합니까?” 그는 서류의 다른 페이지를 펼쳤다. `긴급 구조 상황에서는 묵시적 동의 허용`이라는 구절이었다. 나는 그 부분을 사진으로 남겨 오재현에게 전달했다. 긴급 구조 중에 사람을 옮기는 것과 그 사람이 사후의 임대 계약에 동의했다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였다. “이대로라면 피난한 시민이 사무실 임차인이 되겠네요.” 내가 말했다. “과장이십니다. 운영비를 누가 부담할 겁니까?” “그 비용은 따로 정산할 수 있겠죠. 사람을 전표에 끼워 넣을 필요는 없습니다.” 오승필은 얼굴을 바꾸지 않았다. 오히려 내가 예상했던 말을 했다는 듯 얇게 웃었다. “그럼 지금도 중첩된 곳에서 생기는 추가 피해는 누가 책임질까요? 차도윤 씨가요?” 그 순간 나는 이 계약의 목적을 확실히 알았다. 그는 돈을 지불하는 사람을 찾는 게 아니었다. **위험을 멈출 수 없다는 두려움을 이용해 우리가 먼저 권한을 내어놓게 만드는 것**이었다. 협의회 감사 담당 오재현이 현장에 도착해 계약서의 원본 보존을 요구했다. 오승필은 거절하지 않았다. 서류는 합법적으로 보이는 만큼 그에게 유리했다. 실제로 분쟁이 생기면 구체적인 행위와 피해를 증명해야 했다. 그가 무례하게 소리라도 질렀으면 편했을 텐데, 오히려 너무 정중했다. 그때 강변 저편에서 비명이 들렸다. 관측 표식 사이의 평평한 보도에 깊이 한 뼘쯤 되는 검은 틈이 생겨 있었다. 자전거를 끌던 남자가 바퀴를 그 틈에 빠뜨리고 넘어졌다. 틈의 가장자리는 강변의 새 콘크리트가 아니라 오래전 사진에 찍힌 돌계단이었다. 이선경이 먼저 사람들을 막았다. “이쪽으로 오지 마세요! 반대편 보행로로 돌아가세요!” 우리는 구조대를 불렀다. 넘어진 남자는 다리를 조금 다쳤지만 스스로 움직일 수 있었다. 그는 돌아가는 길을 선택했고, 구급대는 상태를 확인했다. 우리가 틈을 조사할 동안 시민이 계속 들어오는 일은 막을 수 있었다. 오승필은 그 와중에도 피해 사진을 요청했다. “시급한 복구가 필요하다는 증거가 되겠군요.” “당신 계약서에 넣을 사람 사진은 아닙니다.” 서윤이 단호하게 말했다. 오승필은 한 걸음 물러났다. 그러면서도 자기가 먼저 현장 비용을 제공하겠다고 제안했다. 우리 쪽은 필요한 울타리와 교통 통제를 공공 시설 예비 예산과 응급 복구 절차로 따로 조달했다. 그가 돈을 대지 않았다고 해서 사람들을 기다리게 할 필요는 없었다. 오승필의 변호사는 구조 대기소에서 서윤에게 다가와 조용히 말했다. “제안은 강요가 아닙니다. 다만 선지급을 거절한 기록도 남겨 두겠습니다.” 서윤은 서류 수령을 거절하지 않았다. 대신 거절 사유를 또렷이 읽어 주었다. “사고 대응 자금은 필요하지만, 제시된 계약에는 피난자의 장래 출입권을 자동 양도시키는 조항이 있습니다. 그 권한을 저희가 받을 수 없다는 뜻입니다.” 변호사는 무표정하게 적었다. 나는 오승필이 우리에게 가장 부족한 것, 즉 돈과 시간을 정확히 찌르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그가 다음에는 보험이 아니라 구조 장비 부품을 들고 올 수도 있었다. 그래서 서윤은 별도로 공공 창고의 재고를 확인하고, 실제 부족한 물자부터 확보했다. 현장 틈 앞에 설치한 두 거리계가 갑자기 같은 값을 보냈다. 서로 다른 두 장소의 측정값이 0.00초 차이로 일치하자, 도원 관측 화면에서 `정본 갱신 후보`가 떴다. 나는 놀라서 동기화선을 뽑으려다 멈췄다. 기존 사고가 말해 줬다. 수신선을 그냥 끊으면 사람의 발밑이 흔들릴 수 있었다. 대신 이선경의 공공 센서에는 실측값만 남기고, 도원 서버에는 서로 다른 좌표계라는 식별표를 추가했다. 서윤이 오류 사유를 기록하는 동안 민재는 화살표를 옮겼다. 사람들을 실제로 걸어갈 수 있는 길로 안내하기 위한 물리 표식이었다. 틈은 더 벌어지지 않았다. 그러나 사라지지도 않았다. 우리는 그것을 위험 구역으로 남겨 두고 우회 안내를 유지했다. 작업을 끝내고 나니 오승필이 남기고 간 보증서의 마지막 장에 작은 부록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지정된 복구 인원 부재 시, 가장 유사한 안전 운영자를 자동 승계인으로 설정`. 그 문장을 보는 순간 하진의 얼굴이 떠올랐다. 나와 닮았다는 이유로 그를 대신 책임자로 만들려는 조항이었다. “도윤 씨.” 서윤이 물었다. “이걸 어떻게 할까요?” “거절했으니 그걸로 끝내지 말죠. 서류가 만들어진 경위와 실제 연결 장치를 확인합시다.” 내가 회신을 쓰는 사이 하진에게서 메시지가 왔다. `저도 그 계약서를 봤습니다. 제 이름을 적지 않았는데 제 서명이 만들어졌어요.` 첨부된 화면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자동 승계인: 하진 / 서명 완료 예약 23:59`. 위험한 계약은 현장 사람의 서명 없이도 돌아가고 있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내 얼굴이 아닌, **하진이 스스로 선택한 이름**까지 이용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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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5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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