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먼저 찾아온 것은 17시 53분의 비밀이 아니라 병원 시설팀의 다급한 전화였다.
“천장이 내려오고 있습니다.”
나는 그 말을 듣고 잠깐 전화기를 멀리했다. 퇴사 전에 서버실 천장 누수를 고치면서 설비팀과 입씨름한 적은 있었지만, 천장 자체가 내려온다는 신고는 처음이었다.
“실제로 구조물이 내려옵니까, 영상이 그렇게 보입니까?”
“둘 다입니다. 환자 보호자분이 천장에 머리를 부딪쳤어요.”
세림종합병원 북쪽 복도였다. 지난번에 분리판 후보를 발견했던 세탁실에서 두 층 위, 산소 공급 장치가 이어진 구역이었다. 나는 도원에서 원격으로 관측을 이어가던 서윤에게 연락하고 병원 현장 책임자인 박유라와 구급 구조대를 연결했다. 코일을 끄면 바닥이 사라진다던 경험이 있었으므로 ‘일단 장치 중지’를 지시하지 않았다. 위험한 건 코드가 아니라 지금 사람들이 서 있는 곳이었다.
현장에 도착한 우리 앞에서 천장은 눈에 보일 만큼 낮았다. 실제 건축물에 붙은 소방 스프링클러의 머리 높이는 정상인데, 그 아래로 다른 천장의 무늬가 내려와 있었다. 짧은 복도 벽에는 도원솔루션의 회의실 출입 카드 리더기가 겹쳐 나타났다. 병원에 회사의 출퇴근 장치가 달린 셈이다.
“저걸 찍고 가면 퇴근 처리 됩니까?” 민재가 나지막이 물었다.
“아마 부서 이동부터 될걸. 천장 높이가 인사 정책이니까.”
농담을 하고 싶지 않았지만 민재의 어깨가 너무 굳어 있었다. 우리는 길을 통제하는 안전요원에게 건물 원래 도면과 현재 측정치를 나란히 전달했다. 간호사들은 환자를 남쪽 실제 복도로 이동시켰고, 박유라는 산소줄을 떼지 않아도 되는 사람부터 옮겼다. 방화문은 닫을 수 있어도 환자가 갇히는 상황만큼은 만들지 않기로 했다.
문제는 302호 침대에 누운 노인이었다. 침대 바퀴가 낮아진 천장 아래로는 지나갈 수 없었다. 대역 화면에는 그 침대가 오래전 도원 회의실 의자로 표시되고 있었다. 회사는 의자 하나를 옮기는 데 왜 병원 사람의 생명이 걸리는지 이해할 필요도 없어 보였다.
“침대를 접을 수는 없습니다.” 박유라가 말했다. “환자분이 움직이면 위험해요.”
나는 복도를 내려오는 얇은 천장의 아래쪽을 살폈다. 물리적인 지지대가 없는데 벽 쪽 먼지가 쌓인 모양만은 그대로였다. 한 장소의 형태를 다른 장소로 덮어씌우는 현상이었다. 그렇다면 그 모양을 ‘어제의 정상 상태’로 다시 덮을 수도 있을지 몰랐다. 하지만 섣불리 재생하면 병원 복도 전체가 다른 장소가 될 수도 있었다.
배 소장이 무전으로 알려 줬다. “정본을 선택하지 말고 병원 실물 천장 높이만 독립 측정값으로 유지해. 회사 화면에는 보내지 마.”
우리는 두 개의 독립 거리계를 복도 양쪽에서 작동시켰다. 화면에는 서로 다른 값이 찍혔다. 하나는 실제 병원 천장 2.7미터, 다른 하나는 겹쳐진 도원 회의실의 낮은 상자 1.6미터였다. 두 값 가운데 ‘정답’을 선택하는 대신, 두 측정이 다른 대상을 가리킨다는 사실만 안전망에 전송했다.
기계가 잠깐 흔들렸다. 천장이 더 내려오지는 않았다. 현장 구조대가 이 틈에 바퀴가 낮은 이동판을 들여와 침대를 옮겼다. 노인은 불안한 눈으로 나를 보았다.
“회사에서 온 사람이오?”
“퇴사한 사람입니다.”
“잘했네.”
퇴사 후 처음으로 듣는 순수한 칭찬이었다. 병원 복도에서 들을 줄은 몰랐다. 우리는 노인을 안전 구역까지 옮긴 뒤 다시 현장을 봉쇄했다. 임시 안전이 확보된 것이지 공간이 정상으로 돌아온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 병원 세탁실 CCTV에 이상한 흔적이 남았다. 천장이 낮아지기 십사 분 전, 누군가 분리판 후보의 보관 봉인을 확인하고 있었다. 회색 장갑을 낀 손이 유리 너머로 스쳐 지나갔지만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카메라의 현재 시간은 정상인데 화면 속 표시에는 `17:53 / 원본 관측 보정`이 떠 있었다.
“누가 보관품에 접근했습니까?” 오재현이 병원 시설팀에 물었다.
시설 담당자는 봉인 기록을 보여 줬다. 공식 접근자는 없었다. 대신 재고 관리 프로그램에서 ‘비사용 장비 반출 대기’가 생성돼 있었다. 신청 기관은 태형공간자산과 공동 등록된 하청 업체였다.
오승필은 우리보다 빨랐다. 그는 안전망에서 반출 보류를 걸어 두었는데, 다른 이름의 시설 관리 업체를 통해 유사한 요청을 보낸 것이었다. 우리 쪽이 장부를 고치고 있는 동안 상대는 현장을 움직일 궁리를 하고 있었다.
나는 그에게 전화를 걸었다. “병원 천장이 사람들 머리 위로 내려왔습니다. 아시죠?”
“소문은 들었습니다.” 그의 목소리는 차분했다. “그만큼 공공 시설의 보수 주체가 불분명하다는 뜻 아닙니까?”
“보수와 자산 취득은 다른 문제입니다.”
“책임지는 운영자가 나타나면 사고도 줄어들 겁니다.”
“그 운영자가 먼저 분리판을 가져가려 했다면요?”
그는 짧게 웃었다. “그건 증빙을 제출하시고 판단하셔야겠죠.”
통화를 끊자 나는 더 화가 났다. 그는 틀린 말을 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자신이 유리한 부분만 말하도록 훈련된 사람이었다.
서윤은 분리판 후보의 보관 사진에서 중요한 차이를 발견했다. 예전 원본에는 손잡이 옆에 작은 빨간 케이블이 있었지만 지금은 없었다. 케이블은 영상장치가 이상 신호를 내면 자동으로 재생을 멈추는 독립 안전선이었다. 누군가 그 선을 잘랐거나 다른 곳으로 연결했을 가능성이 있었다. 실제 현장 조사 없이는 단정할 수 없지만, 적어도 고장 난 부품을 건드릴 사람이 있었다는 뜻이었다.
복도에서 빠져나온 노인의 보호자가 우리에게 다가왔다. 그는 구급차보다 먼저 가져온 작은 서류철을 내밀었다. 그 안에는 검사 결과와 투약 시간표가 있었다. “이걸 새 병동에 전달해 주세요. 아버지는 날짜가 바뀌면 약을 두 번 드셔도 되는 줄 아실 수 있어요.” 나는 의료 기록을 직접 받지 않고 박유라에게 연결했다. 병원 날짜까지 어제로 덮이는 사태라면 약 한 알이 기록상 사라질 수도 있었다. 박유라는 수기로 실제 투약 시각을 다시 확인하고 병원 전산에 독립 확인 표시를 남겼다. 이곳의 진짜 원본은 낡은 설비 사진만이 아니었다. 지금 약을 먹고 숨 쉬는 사람이었다.
병원 측은 장치를 봉인하고 기존 환자 통로를 열어 둔 채 다른 병동으로 옮겼다. 나는 그 결정에 동의했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과거의 복도를 다시 만들어 주는 마법이 아니었다. 지금 여기서 침대가 나갈 수 있는 실제 길이었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민재가 휴대전화 화면을 보여 줬다. 방금 전 병원 등록부에 신규 시설이 하나 생겼다.
`0층 관측면 임시 통행 구역 / 사용 시작: 17:53`.
“취소되지 않은 겁니까?” 민재가 물었다.
“정식 승인도 없는데 사용 시작이라고요?”
나는 그 문구를 보고 답을 알았다. 오승필은 사건이 발생한 뒤 ‘실제 사용이 시작되었으니 운영권이 필요하다’는 논리를 만들고 있었다. 안전 사고를 계약의 근거로 삼겠다는 것이다.
그 아래에는 더 끔찍한 항목이 있었다.
`최초 이용자: 302호 침대 이용자`.
노인의 이름은 아직 적히지 않았다. 하지만 누군가 그 빈칸을 채우면, 병원에서 구출한 환자가 0층의 첫 세입자로 바뀔 수도 있었다. 우리는 즉시 등록 정정과 개인정보 잠금 조치를 요청했다. 그날 밤 내가 알게 된 것은 하나였다. **천장이 내려오는 것보다 더 빠르게 움직이는 사람은, 그 천장을 임대하려는 사람이었다.**
제153화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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