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작품, 이어지는 이야기 · 페이루아에서 다음 페이지를 만나보세요
작품으로퇴사했더니 회사가 던전이 됐습니다 · 151화
PAYLUA ORIGINAL · 제151화

받았다는 표시부터 보내 주세요

퇴사했더니 회사가 던전이 됐습니다 · 3,805자

오프라인 책장
제0 경계 아래에서 사람 목소리가 들린다는 보고를 받았을 때, 나는 먼저 무전기를 껐다 켰다. 직원들이 나를 일곱 해 동안 ‘일단 재부팅’의 화신이라고 불렀던 데는 근거가 있었다. 하지만 같은 문장이 다시 들리는 순간, 이번에는 전원 버튼에서 손을 뗐다. “밖에서 보내는 건 이제 충분히 받았어. 그런데 안쪽에서 아직 보내지 못한 게 하나 있어.” 서윤이 무전기 음량을 낮췄다. “기록이 반복된 건지, 누가 지금 말하고 있는 건지 구분해야 해요.” “둘 다 아니라면요?” “그 가능성도 적어 두죠.” 배만식 소장은 도원솔루션 0층 점검판을 열기 전에 건물 구조대와 전기팀을 불렀다. 누군가 문 너머에 있을지 모른다는 이유로 바닥을 먼저 뜯는 것은 구조가 아니라 사고였다. 우리는 관측면 아래의 비어 있는 홈 둘레에 얇은 종이 조각을 세웠다. 종이가 한꺼번에 눕는 바람이라면 통풍구가 있었을 것이고, 서로 다른 방향으로 떨리면 한 면에서 바람이 돌아오는 셈이었다. 종이는 오른쪽 두 장만 흔들렸다. 왼쪽은 움직이지 않았다. 그런데 내가 마주 보는 벽에 손전등을 비추자 그림자가 바닥이 아닌 천장으로 올라갔다. 코일이 공간을 뒤틀 때 나타났던 현상과 닮았지만, 온도 센서는 평온했다. “이거 누가 밤새 정리했습니까?” 내가 물었다. 강민재가 장갑 낀 손을 들었다. “제가요. 어제 분필선이 사라져서 새로 그렸습니다. 근데 원래 있던 선을 지운 건 아니에요.” 그는 사진을 보여 줬다. 어제의 분필선 위로 오늘의 선이 한 치 어긋나 겹쳐 있었다. 마치 누군가 다른 날짜의 바닥을 얇게 포개 놓은 것 같았다. 우리는 사람이 드나드는 통로와 홈 사이에 임시 방호벽을 설치했다. 방호벽은 철판이 아니라 투명한 접이식 울타리였다. 이곳에서는 콘크리트조차 잠깐 사라진 적이 있었다. 최소한 어느 순간 바닥이 변해도 사람이 어디까지 가면 안 되는지 알아볼 물건이 필요했다. 내 휴대전화에는 새로운 업무 지시가 떠 있었다. `IN-000 내부 신고 원문 확보 / 현재 운영자 차도윤에게 즉시 발신권 이전`. 나는 지시를 승인하지 않았다. 발신권은 물건의 접근 권한과 달랐다. 누군가 말하려고 했던 말을 내가 대신 전송하는 순간, 그 말이 내 것이 되어 버릴 수 있었다. 더구나 이 회사는 ‘임시 담당’을 ‘평생 책임’으로 번역하는 데 특허라도 낸 듯했다. “민재야. 원문 자체를 복사하지 말고, 발신 실패 이유와 장치 번호만 보여 줘.” “그럼 내용은 안 보실 거예요?” “내용을 볼 권한부터 확인할 거야. 일단 사람이 갇혀 있는지부터.” 외부 공공 안전 담당 김하린에게 확인을 요청하자, 그는 오래된 019-B 수신함의 공개 설비도를 가져왔다. 설비도에서 IN은 사람 이름도, 입사 신청의 줄임말도 아니었다. ‘안쪽 안전 보고 회선’을 뜻하는 표식이었다. 000은 회선을 개통할 때 부여한 무기명 초기 번호였다. “아이 팔찌에 같은 번호가 있어요.” 민재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알아. 하지만 회선과 아이를 같은 사람 취급하는 건 여기서 제일 먼저 금지해야 하는 일이야.” 이름 없는 아이는 지금 한서림과 쉬고 있었다. 아이에게 이 낡은 장치를 설명하라고 부를 생각은 없었다. 누군가 어른들의 책임을 피하려고 아이에게 질문을 던질 때마다 아이가 더 큰 짐을 지게 된다는 것을, 나는 이 회사의 인사팀보다 먼저 배웠다. 하림에게도 무전을 보냈다. 그는 B-0에서 나왔으니 다시 안으로 들어갈 의무가 없었다. 다만 음성을 들은 적이 있는지, 본인이 이야기하고 싶을 때 말해 달라고 했다. 얼마 뒤 답장이 왔다. `말의 순서는 들은 적 있습니다. 그런데 제 옆에서는 입이 움직이는 사람이 없었어요.` 그 문장은 기계가 대리로 말할 수도 있다는 뜻이었지, 사람이 없었다는 증거는 아니었다. 우리는 가능성을 나눠 적었다. 저장 음성, 현재의 목소리, 다른 위치의 음성이 뒤섞인 경우. 서윤은 칸 하나를 더 만들었다. `아직 알 수 없음`. 오재현은 원본 감사 목록에서 이상한 점을 찾았다. IN-000은 150화 직전 새로 생긴 업무가 아니었다. 최초 생성 시각이 없어도 보존해야 하는 ‘미발신 상태’로 등록돼 있었다. 반면 지난밤 화면에 새로 나타난 것은 이름이 아닌 **발신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리는 표시**였다. “발신되지 않은 신고를 누가 받았다고 기록했습니까?” 내가 물었다. 오재현은 침묵하다가 장부의 한 줄을 보여 줬다. `도착 전 접수 확인: 완료`. 그 아래 작은 글씨로 `수신자: 없음`이라고 적혀 있었다. 신고가 가지 않았는데 도착했다는 확인만 남았다. 회사에서 수시로 보던 오류였지만 이번에는 우스갯소리로 넘길 수 없었다. 그 사이 홈 아래로 빛이 다시 새어 나오기 시작했다. 그 빛은 전선의 흰 불빛이 아니었다. 회색 도시락통이 있던 오래된 관측 사진의 색깔과 닮아 있었다. 배 소장이 울타리 바깥에 진동 센서를 하나 붙였다. 기계가 세 번 짧게 울렸다. 센서 숫자는 홈 아래가 아니라 복도 반대편의 무인 우편함에서 튀어 올랐다. 019-B가 도원에 나타났을 때부터 비어 있던 우편함이었다. 우리는 무인 우편함으로 이동했다. 겉면은 비어 있었지만 뒤쪽 덮개 안에는 사람 손으로 쓰지 않은 글자가 남아 있었다. `발신 실패 사유: 도착할 곳이 먼저 폐쇄됨`. “안쪽의 사람이 말하지 못한 게 아니라…” 서윤이 낮게 말했다. “들을 쪽이 없어졌을 수 있겠네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외부 신고가 들어오도록 만든 장소가 먼저 막히면, 안에서 보낸 신고는 영원히 대기할 수밖에 없었다. 그것이 정확한 원인인지는 여전히 확인이 필요했다. 무인 우편함 앞에서 나는 오래된 공중전화 수화기 받침대를 발견했다. 검은 플라스틱 표면에 붙은 안내문은 반쯤 지워져 있었다. `신고 내용이 들리지 않아도 신고가 있었음을 기록하십시오.` 어쩌면 가장 중요한 절차는 오래전부터 이렇게 단순했을 것이다. 고장 난 전화에 대고 아무리 외쳐도 응답이 없을 때, 누군가 그 사실을 알아야 했다. 민재가 수화기를 들려 하자 배 소장이 고개를 저었다. 전선 연결부터 확인하고, 사람이 실수로 장치를 재작동시키지 않도록 사진만 남겼다. 나는 안내문을 두 번 읽었다. 누군가 못 들은 말을 마음대로 지어내는 것보다, 못 들었다고 정확히 쓰는 편이 훨씬 용감할 때가 있었다. 그 순간 무전기 속 목소리가 바뀌었다. 이번에는 한 사람이 문장을 말하는 대신, 마이크를 손가락으로 두드리는 소리였다. 똑, 똑, 잠시 쉰 뒤 똑. 하림이 옛 도시락 시간에 들었다고 했던 세 번의 신호와 같았다. 하지만 마지막 한 번이 달랐다. 이번에는 신호 뒤에 짧은 문장이 붙었다. “듣고 있다면, 문을 열지 말고 **받았다는 표시부터** 보내 주세요.” 나는 급히 장비 화면을 꺼 버리지 않았다. 누군가 우리가 듣고 있다는 사실을 기다리고 있을지도 몰랐다. 그렇다고 수신 완료를 눌러 누군가의 구조가 끝났다고 처리할 수도 없었다. 서윤이 수첩을 폈다. “안전 신호 수신만 확인하고 대피 완료는 별도로 남기는 독립 절차가 있어요.” “그걸로 합시다. 누가 보냈는지는 아직 모른다고 적고요.” 우리가 외부 회선에서 수동 수신 확인을 실행하자, 도착 전 완료라고 적힌 오래된 항목이 지워지지 않은 채 옆으로 밀렸다. 그 자리에 새 칸이 생겼다. `IN-000 수신 상태: 확인 대기에서 수신 확인으로 변경.` `실제 발신인·현장 안전: 미확인.` 그리고 오래된 문 하나가 도원 0층의 끝에 나타났다. 그 문은 출근문도 퇴사문도 아니었다. 손잡이 옆에 작은 글자가 적혀 있었다. **`수신 확인은 구조 완료가 아닙니다.`** 나는 그 앞에서 멈췄다. 드디어 이 회사의 장치 하나가 상식적인 문장을 말하고 있었다. 문제는 그 상식적인 문 뒤에 무엇이 있는지 아직 몰랐다는 것이다.

PAYLUA 소설 본문은 인쇄가 제한되어 있습니다.

제151화 끝

읽은 위치는 이 브라우저에 저장되며 로그인 중에는 계정에도 동기화됩니다.
READER DISCUSSION

제151화 댓글 0

댓글·공감·신고는 로그인 후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이전 익명 댓글은 그대로 표시됩니다.

댓글을 남기려면 로그인해 주세요.로그인회원가입

댓글을 불러오는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