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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퇴사했더니 회사가 던전이 됐습니다 · 150화
PAYLUA ORIGINAL · 제150화

안쪽에서 보내지 못한 신고

퇴사했더니 회사가 던전이 됐습니다 · 4,374자

오프라인 책장
낡은 도시락통이 도원 0층 복도 끝에서 굴러 나왔을 때, 나는 이번만큼은 뚜껑을 열어 보고 싶었다. 안에 밥이 들어 있으면 과거에서 배달된 점심이고, 비어 있으면 인류 최초의 야근용 타임캡슐일 테니까. 하지만 배만식 소장이 먼저 막아섰다. “손대지 마. 그거 철판이야. 실제로 어디에 걸려 있는지 모르잖아.” 나는 손을 거뒀다. 그가 없었다면 내 호기심은 진작 산업재해 통계에 올라갔을 것이다. 도원에는 아직 내 고용보험 기록이 남아 있을 텐데, 퇴사 후 사고가 발생하면 회사가 어느 항목으로 처리할지도 궁금하지 않았다. 우리는 독립 카메라 두 대로 도시락통을 촬영했다. 겉에는 파란 고무줄이 감겨 있었고, 손잡이는 녹슨 자국 없이 깨끗했다. 그런데 그 뒤쪽에 드리운 그림자는 강변 019 원본 사진의 손잡이 방향과 같았다. 현재 도원 조명에서는 그림자가 반대로 생겨야 했다. 물건이 움직인 것이 아니라 물건을 보았던 장면이 현재의 조명과 섞인 듯했다. 오재현이 원본 스냅샷 정보를 대조했다. `17:54 / 관측자리 보존 요청`, `17:55 / 관측면 전환 예약`, `17:56 / 외부 비상 신고`, `17:57 / B-0 대피 사고`, `17:58 / 외부 경보 전송`, `18:01 / 차도윤 퇴사 승인 및 동기화`. 이제 적어도 사건의 순서는 정리돼 있었다. 다만 17시 54분에 누가 무엇을 보존하려 했는지는 여전히 비어 있었다. “다시 틀지 마세요.” 유선영이 무전기로 말했다. 그는 현재 강변에 없었고, 본인의 일상으로 돌아간 상태에서 자발적으로 통화하고 있었다. “그날도 화면을 재생하는 사이 관측면의 상태가 바뀌었습니다. 원본을 확인하려면 실제 시설을 지금의 상태로 따로 남겨야 해요.” 나는 그의 말을 서윤에게 전했다. 우리는 원본을 다시 재생하지 않고도 현재 상태를 계측하는 방식을 택했다. 강변의 이선경과 김하린이 실제 안전 신고의 수신과 출구 상태를 각각 확인했다. 도원에서는 배 소장이 물리적 바닥과 난간을 조사했다. 과거 사진을 현재 안전 설비의 설계도처럼 사용하지 않는 것. 그것이 지금 우리에게 가능한 최선이었다. 오승필은 마지막 카드를 꺼냈다. 그가 제출한 변경 신청서는 `제0 완충 경계 현황 복원 후 정식 통행 개시`였다. 원본 스냅샷을 보존한다는 이름으로 새로 나타난 통로를 법적 출입구로 인정해 달라는 청구였다. 문태수는 이 서류의 부속 첨부가 예전과 다르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시범 조건: 독립 회신 확보 후`가 `시범 결과: 독립 회신 확보됨`으로 바뀌어 있었다. “도윤 씨.” 문태수가 말했다. “제가 저 문구를 검토했어야 했습니다. 실무자에게 맡겨 둔 채 결재 흐름만 보았습니다.” “이번에도 문구만 고치면 끝날 것 같습니까?” “아뇨. 계약의 실행을 중단해야 합니다. 실제로 확인한 사람이 없으니까요.” 그가 처음으로 자신의 잘못이 어디에서 실제 사람을 위험하게 만들었는지 설명했다. 나는 고개만 끄덕였다. 오재현은 공공 관리기관과 별도 감사 주체에 관련 자료를 제출했고, 등록 신청은 긴급 안전 사유로 보류됐다. 영업권이나 책임 소재에 관한 본안 결정은 나중 문제였다. 지금 우리가 당장 해야 하는 일은 복도가 다시 사람의 다리를 잡아당기지 못하도록 만드는 것이었다. 서윤은 남아 있던 두 위험 구역의 대피 상태를 재확인했다. 세림병원에서는 구형 세탁실 옆에 재현된 출입구를 폐쇄하고 실제 병동 통로를 유지했다. 성하금융센터에서는 건물 계단 번호가 바뀌는 동안 사람을 유도하지 않고 수동 안내로 우회시켰다. 다행히 새 부상자는 없었다. 두 구역의 공간 중첩은 줄었지만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우리는 위험이 남아 있다는 사실도 기록에서 숨기지 않았다. 그때 하진이 나를 찾아왔다. 그는 평소 입던 옷 대신 노란 점퍼를 입고 있었다. 노란색이 눈에 잘 띄기 때문에 골랐다고 했다. “저는 오늘 사진을 한 장 남기고 싶어요. 누가 제 모습을 그대로 복사하더라도, 오늘 이 점퍼를 제가 골랐다는 사실은 남게요.” “사람들이 우리 둘을 또 헷갈릴 텐데.” “그러면 당신은 파란색을 입으세요.” “일곱 해를 일해 놓고 옷 색깔로 직원을 구분하라니.” 하진은 웃었다. 나는 그에게 사진 촬영을 도와줬다. 실제 출입구 앞에서, 그가 고른 점퍼를 입은 자신의 모습이었다. 사진에는 복도 중첩도 없고 가짜 퇴사 통보도 없었다. 그냥 내 얼굴을 닮은 한 사람이 자기 하루를 보내는 장면이었다. 왠지 가슴 한쪽이 저릿했다. 밤이 되어 원본 관측자리의 외부 점검 기록이 도착했다. 김하린이 확인한 내용은 단순하면서도 무서웠다. 관측 장치는 원래 `밖에서 위험 신고를 보내고 안에서 수신 확인이 돌아올 때까지 미정인 자리`를 보존하는 기능이었다. 그런데 후대의 `BUFFER-SNAPSHOT`은 수신 확인이 없으면 그 빈자리를 과거 사진으로 채우도록 설정돼 있었다. 기록상 빈칸을 없애려는 동작이, 우리가 보는 실제 공간과 동시에 변하고 있었다. “그럼 아무도 응답하지 않으면 기계가 그 자리를 직접 만들어 버린 겁니까?” 민재가 물었다. “그렇게 보일 조건이 있다는 거야. 하지만 실제로 물건이 나타나는 물리적 원리는 아직 몰라.” “원인도 모르는데 어떻게 멈춰요?” “적어도 사람을 대신 넣으려는 규칙부터 중단하고, 안전 회신은 끊지 않는 방법을 찾을 수 있지.” 우리는 관측자리의 상태를 `사람 입장 대기`가 아닌 `신호 미수신—수동 현장 점검 계속`으로 분리했다. 정본 복원을 자동으로 예약하는 기능을 격리하되, 1758 외부 위험 신고와 실제 비상구 조명은 정상 유지했다. 작업을 시작하기 전 강변과 도원 두 현장에서 각각 독립된 확인을 받았다. 단순히 서버에 `성공`이라고 쓰기 위한 작업이 아니었다. 변경을 적용하자 도시락통이 바닥에서 미세하게 떨렸다. 이번에는 아무도 가까이 가지 않았다. 두 장비의 영상에서 도시락통의 윤곽이 조금씩 달라졌다. 처음에는 금속의 그림자가 흐려지더니, 도시락통 자체가 마치 다른 날짜의 사진 위로 미끄러지는 듯 보였다.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옆 벽에 나타나 있던 가짜 출근문 손잡이가 먼저 사라졌다. 서윤이 안전 표식을 다시 확인했다. “실제 바닥 유지. 비상 조명 정상. 경고 수신 정상. 인사 연동 없음.” 나는 숨을 내쉬었다. 오랜만에 사람이 아니라 상태가 정상이라는 보고를 들었다. 바로 그때 0층 회의실 모니터에서 열아홉 번째 의자가 사라졌다. 그 자리에 작은 빈 사각형이 생겼다. 누구의 이름도 쓰여 있지 않았다. `미확인 외부 회신: 보존`. 그것이 처음부터 있어야 할 모양에 더 가까웠다. 우리는 아무도 그 자리에 앉히지 않았다. 하지만 문제는 끝나지 않았다. 도원의 철제 문틀이 있던 곳에서는 여전히 차가운 바람이 불어왔다. 실제 온도 센서는 정상인데 사람의 피부는 싸늘해지는 이상한 바람이었다. 그리고 코일 아래쪽에서 우리 장비와 무관한 작은 진동이 잡혔다. 자동 복원 기능은 중단됐고, 공공 신고는 정상인데 무언가가 안쪽에서 계속 움직이고 있었다. 배 소장은 바닥 점검판을 열지 않은 채 낡은 설비 사진과 현재의 모습을 대조했다. 사진에는 비어 있는 홈 하나가 있었다. 실제 바닥에서도 그 자리가 비어 있었지만, 홈 아래쪽으로 아주 가느다란 빛이 새어 나왔다. 도면에는 그 아래에 방도, 기계도 없었다. 그러나 오늘의 열화상 영상에는 분명히 직사각형 그림자가 있었다. “이게 원본 관측자 자리의 아래입니까?” 내가 물었다. “그럴 가능성이 있어. 그런데 원래 도면에는 그런 공간이 없었어.” 그때 하림에게서 짧은 메시지가 왔다. `저 안에서 들리던 소리가 아직 납니다. 이번에는 밖에서도 들려요.` 나는 곧장 배 소장의 무전기를 받아 귀를 기울였다. 기계음 사이에 낮은 목소리가 들렸다. 앞서 들었던 여성의 경고도, 하림의 목소리도 아니었다. “밖에서 보내는 건 이제 충분히 받았어.” 잠시 침묵. “그런데 안쪽에서 아직 보내지 못한 게 하나 있어.” 모니터에 새로운 안내가 떠올랐다. `제0 완충 경계 / 내부 원본 발신 대기`. 그리고 그 아래에는 지금까지 한 번도 보지 못한 코드가 적혀 있었다. `IN-000 / 첫 번째 미발신 신고`. 나는 그 코드가 이름 없는 아이의 팔찌 000과 같다는 이유로 연결시키지 않았다. 000은 오래된 시설 코드였다. 무엇보다 어린아이는 지금 안전한 곳에서 쉬고 있었다. 우리에게 남은 질문은 다른 것이었다. 왜 바깥의 신고가 모두 전달된 뒤에도, 안쪽에서는 아직 보내지 못한 신고가 남아 있는가. “도윤 씨.” 서윤이 말했다. “이제 문을 여는 사람을 찾는 게 아니라, 안에서 누가 무슨 말을 못 했는지 알아내야 할 것 같아요.” 나는 빈 사각형을 바라봤다. 퇴사한 지 며칠이 지났는지 세는 일을 그만둔 지 오래였다. 다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그날 회사가 던전이 된 건 내가 사직서를 냈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누군가 보내지 못한 마지막 신고가, 여전히 회사 안에 남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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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0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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