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작품, 이어지는 이야기 · 페이루아에서 다음 페이지를 만나보세요
작품으로퇴사했더니 회사가 던전이 됐습니다 · 149화
PAYLUA ORIGINAL · 제149화

원본 관측자의 빈 의자

퇴사했더니 회사가 던전이 됐습니다 · 3,688자

오프라인 책장
원본 관측자의 자리를 찾으려 하자, 오승필이 먼저 움직였다. 새벽 다섯 시, 그는 도원솔루션과 강변 두 시설에 동시에 작업 중지 통보를 보냈다. 겉으로는 안전을 위한 조치였다. 하지만 공문 마지막 줄에는 `시설 운영 이관 완료 전 독립 신고 회선 임시 정지 요청`이 들어 있었다. 1758 경보까지 묶어 두려는 시도였다. “이 사람, 절대로 멍청하지 않네요.” 서윤이 말했다. “멍청했으면 회사가 이렇게까지 자라지도 않았겠죠.” “회사 탓으로 끝낼 생각은 하지 마세요.” 나는 얌전히 고개를 끄덕였다. 퇴사했어도 일곱 해의 습관은 남아 있었다. 김하린은 공공 신고를 정지할 권한이 오승필에게 없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원래 담당기관의 운영 상태를 그대로 유지했다. 민간 업체의 공문이 자동으로 공공 설비에 적용되지 않도록 수신 경로도 분리했다. 반면 공문에 포함된 일부 시설 안전 요청은 실제 상황과 맞는지 따로 검토했다. 상대방이 나쁜 의도로 말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해서, 모든 안전 경고를 무시할 수는 없었다. 오재현은 문태수가 제출한 `전환 실패 대비 복도 보존` 파일을 감사 회의에 올렸다. 오래된 파일에는 사진 두 장이 있었다. 하나는 철거 전 019의 대기실, 다른 하나는 도원솔루션 0층에 갑자기 나타난 바로 그 대기실이었다. 문제는 두 사진의 촬영 시각이 전혀 달랐다는 점이다. 019 원본은 수년 전이고, 도원 영상은 며칠 전이었다. 그런데 파일은 두 장을 `동일 현장 정본`으로 취급하고 있었다. “공간의 사진을 바꾼다고 진짜 물건이 움직일 수 있습니까?” 오재현이 물었다. “상식적으로는 불가능하죠.” 나는 답했다. “하지만 지금 진짜 물건이 움직이고 있으니까 원인이 단순한 사진 보정인지부터 따져야 합니다.” “결국 아직 모른다는 겁니까?” “네. 모르는 것까지 아는 척하면 또 누가 통과해 보겠다고 나서잖아요.” 회의 중 하진이 조용히 손을 들었다. 그는 자기 의견을 말해도 되는지 먼저 확인했다. “저는 사람의 얼굴도 이런 방식으로 가져왔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고개를 돌렸다. 하진은 긴장했지만 계속 말했다. “제 얼굴은 도윤 씨와 같아요. 그런데 제가 공원에서 비둘기를 봤던 기억은 도윤 씨에게 없죠. 누군가 경로를 대신 보존하면서 모양만 같은 것을 만들었다면, 안쪽에서 살아가는 사람은 원본이랑 다르게 자기 경험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요?” 그 말에 아무도 바로 답하지 않았다. 인간과 똑같은 존재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는 여전히 풀리지 않은 문제였다. 하지만 하진이 자기 경험을 가졌다는 사실은 눈앞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그의 추측을 과학적인 결론으로 채택하지는 않되, 그를 지워도 되는 복사본이라고 취급하지 않을 이유로는 충분했다. 오후에는 하림이 옛 관측자 자리의 사진을 보았다. 그는 B-0 안에서 누군가 여러 번 의자를 옮기던 소리가 들렸다고 했다. “저 의자 말이에요. 앉는 사람이 바뀔 때마다 문이 조금씩 다른 방향으로 열렸어요.” “누가 앉았는지는 봤습니까?” “아뇨. 저는 안쪽에서 목소리만 들었습니다.” “혹시 그 소리 때문에 나오기 어려웠을까요?” 하림은 한참 생각했다. “그럴 수도 있어요. 하지만 제 기억은 확실하지 않으니 그걸로 누군가를 탓하지는 말아 주세요.” 우리는 그의 말에 동의했다. 상대방의 기억을 증거로 써야 할 때는, 그 기억이 말하는 범위를 넘지 않는 게 중요했다. 강변에서는 실제 물리적 위기가 이어졌다. 어제부터 나타났던 회색 출입 리더기의 옆에서 노란 분필선이 지워졌다가 다시 생겼다. 이선경은 시민 통행을 제한하고, 장비를 고정한 상태에서 원본 사진 재생을 끊었다. 그러자 회색 리더기는 화면 표시만 남긴 채 금속의 무게가 조금 줄었다. 부피는 그대로였다. 만약 사람이 손잡이를 잡고 있었다면 무슨 일이 생겼을까. 나는 생각하지 않으려 해도 자꾸 손끝이 서늘해졌다. 문서윤은 현장 자료를 시간 순서로 다시 정리했다. `17:55 모드 전환 예약`, `17:56 외부 신고 버튼`, `17:57 B 대피 사고`, `17:58 외부 경보`, `18:01 차도윤 퇴사 승인 및 동기화`. 그러나 예약의 원인을 설명하는 기록은 그보다 더 앞에 있었다. `17:54 원본 관측자리 스냅샷 재생 요청`. 발신자는 `안전 시험 보존 계정`. 사용자 이름과 실제 근무자는 보이지 않았다. “결국 누군가 먼저 옛 자리를 불러왔다는 거네요.” 내가 말했다. “그럴 가능성이 커요. 하지만 사람인지 예약 작업인지 아직 모르죠.” 오재현은 그 계정이 도원에 설치되기 이전의 시험용 계정이었다고 했다. 도원에서 누가 접속했는지를 보려면 협의회 운영사 원본 보관 기록을 제출받아야 했다. 그는 정식 절차를 시작했다. 오승필은 자료 공개에 반대하며 영업 비밀을 주장했다. 우리가 공개를 요구한 것은 회사의 기술이 아니라 안전 경계의 변경 시각과 승인 주체였는데도 그랬다. “영업 비밀이라면서 사람 이름을 광고에 쓰는 건 괜찮나 봅니다.” 내가 중얼거렸다. 문태수가 입술을 깨물었다. “저도 그 부분에 서명했습니다. 구형 관리자 계정을 이전할 때 원본 관측자리 보존 옵션을 켜 두었어요. 하지만 공간을 재생한다는 의미로 읽지는 않았습니다.” “그걸 확인할 시험은 했습니까?” “서류상으로는 했다고 적었습니다. 실제 현장 대피 시험은 진행하지 못했습니다.” 우리는 그의 진술을 독립 기록으로 남겼다. 그가 오류를 바로잡는 데 협조하는 것과 과거 부주의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은 별개였다. 내가 그를 대신 용서할 자격도 없었다. 저녁에는 019의 유선영이 다시 연락했다. 그는 오래된 관측자 의자 사진을 보고서 한 곳을 가리켰다. “저 의자는 사람이 앉는 용도만이 아니었어요. 바깥 회신이 끊겨도 **관측 상태 자체**를 보존하는 기준점이었죠. 아무도 앉아 있지 않아도 작동해야 했습니다.” “그럼 열아홉 번째 의자는 실제 사람을 기다리지 않았군요.” “처음부터요. 문제는 누군가 그 자리를 사람으로 채워야 한다고 생각한 순간부터 시작됐다는 겁니다.” 그는 본인 진술 범위를 넘는 부분은 원본을 확인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나는 그의 신중함이 좋았다.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말 중 하나가 ‘누구나 알다시피’일 때가 있다. 오승필이 마지막으로 새로운 제안을 보내 왔다. 그는 등록을 포기하는 대신, 019의 자동 복도 생성 기능을 안전한 시설 서비스로 양도받겠다고 했다. 우리가 거절하면 운영사의 재정 부담이 커진다는 설명도 붙였다. 그에게는 사람을 붙잡는 시스템도 결국 팔 수 있는 기능이었다. 나는 제안서를 닫았다. 공공 안전이 실제로 확인되지 않은 기술을 상품화할지 결정할 권한은 나에게 없었다. 그날 밤 도원 0층 관측면에서는 처음으로 두 개의 그림자가 겹쳤다. 하나는 빈 의자, 다른 하나는 그 옆에 서 있는 사람의 그림자였다. 실제로는 아무도 없었다. 나는 보안 화면을 확대한 뒤 화면 가장자리에 적힌 작은 문장을 읽었다. `원본 관측자: 부재.` `관측 상태: 현재로 복구 중.` 우리가 그토록 두려워했던 것은 문을 통과한 사람이 아니었다. **관측자가 없는 상태를 시스템이 견디지 못하고, 관측자였던 장면까지 다시 만들어 내는 일**일지도 몰랐다. 화면이 한 번 흔들리자 복도 끝에서 낡은 도시락통 하나가 굴러 나왔다. 파란 고무줄이 묶여 있었다. 나는 그걸 만지지 않고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옆에 표시된 날짜를 확인했다. `17:54 / 원본 관측자리 스냅샷`. 사고보다 세 분이나 앞선 그 기록이, 마침내 우리 눈앞에 물건으로 나타난 것이었다.

PAYLUA 소설 본문은 인쇄가 제한되어 있습니다.

제149화 끝

읽은 위치는 이 브라우저에 저장되며 로그인 중에는 계정에도 동기화됩니다.
READER DISCUSSION

제149화 댓글 0

댓글·공감·신고는 로그인 후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이전 익명 댓글은 그대로 표시됩니다.

댓글을 남기려면 로그인해 주세요.로그인회원가입

댓글을 불러오는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