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 증언자는 다음 날 약속 시간보다 이십 분 일찍 도착했다. 흔한 회색 외투를 입은 중년 여성이었다. 그는 도원 정문으로 들어오지 않았다. 정문 옆에 마련된 공공 접수대에서 자기 이름을 적고, 직원이 아니라 방문자라는 점부터 확인해 달라고 요청했다. 바로 그 행동 때문에 나는 그가 누구인지 묻기 전부터 조금 믿음이 갔다.
“유선영입니다.” 여성이 말했다. “서른 해 전부터 시설 점검 일을 했고, 지금은 프리랜서로 외부 통신선 검수를 합니다. 지난달부터 019의 독립 수신 상태를 확인해 왔습니다. 그날은 정문 바깥에 있었습니다.”
김하린이 정식 접수 절차를 설명했다. 그의 근무 기록과 현장 사진은 별도로 대조하되, 이름을 공개하는 범위는 본인이 정하도록 했다. 유선영은 처음부터 자신의 신분을 모두 설명할 뜻이 없다고 말했다. “오늘 밝힐 수 있는 건 그날 제가 어디 있었고 무슨 신호를 보냈는지입니다. 다른 사람의 이름은 제가 대신 말할 권리가 없어요.”
“그게 저희도 필요한 겁니다.” 나는 답했다.
그는 낡은 플라스틱 보관통을 꺼냈다. 안에는 파란 고무줄이 묶인 작은 검수 노트가 있었다. 노트 첫 장에는 `10월 31일 / 019 외부 무기명 수신 검수`가 적혀 있었다. 유선영은 페이지를 넘기며 말했다. “17시 55분경 시설의 관측면이 스스로 출입문 모드로 바뀌려는 징후를 봤습니다. 제가 누른 빨간 버튼은 비상 신고 버튼이었습니다.”
“그 버튼을 누르기 전에 이미 모드 전환이 예약돼 있었어요.” 오재현이 확인했다.
“그렇겠죠. 버튼을 눌렀다고 문이 생기면 그건 이미 설계가 잘못된 거잖아요.”
나는 유선영을 새삼 바라봤다. 그는 변명하러 온 사람이 아니었다. 기계가 안전한 줄 믿고 일했던 사람이 기계의 잘못을 직접 설명하러 온 것이었다. 그에게서 얻을 수 있는 건 한 사람의 기억만이 아니었다. 혼란 속에서도 무엇을 하지 말아야 했는지 적어 둔 수첩이었다.
“17시 56분의 녹음에서 첫 번째 목소리가 선영 씨 목소리입니까?” 김하린이 물었다.
“공개된 음성 부분은 제 목소리가 맞습니다. ‘여기는 밖입니다’라고 말했어요. 안쪽에 사람이 있다고 알리려 했습니다. 하지만 두 번째 목소리는 제가 아닙니다.”
“누구인지 아십니까?”
“아니요. 그때 장비에서 들은 것인지, 나중에 녹음에 합쳐진 것인지도 모르겠어요.”
유선영은 한 번도 단정하지 않았다. 아이의 어머니를 아느냐는 질문도 하지 않았다. 그가 이름 없는 아이와 무슨 관계인지 묻는 순간, 이 사건은 또다시 한 사람의 가족사를 공공 업무에 끌어들이는 일이 될 터였다. 000은 설비 코드이고 아이는 아이였다. 둘을 구분하는 게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정확한 일이다.
그는 두 번째 노트를 펼쳤다. `17:56 외부 경고 / 확인 신호 없음 / 안쪽 사람이 실제로 나왔는지 미확인.` 그 아래에 빨간 글씨가 있었다. `바깥 통로를 출입문으로 승인하지 말 것.` 마지막 줄에는 다른 필체의 서명이 남아 있었다. 유선영이 펜으로 선을 그었다. “이건 제 서명이 아닙니다. 정하경 씨의 검수 번호와 닮았지만 실제로 그분이 작성했는지는 확인받아야 합니다.”
김하린이 정하경에게 독립적으로 확인을 요청했다. 한 시간이 걸렸다. 돌아온 답은 신중했다. 해당 번호는 검수 체계에 존재하지만, 같은 번호를 사용하는 장비가 여러 대 있어 본인 서명으로 확정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유선영은 그 답을 들은 뒤에도 실망하지 않았다. “원본을 남겨 뒀다면 그걸로 충분해요. 누가 유명한 책임자였는지 결정하는 건 나중 문제죠.”
서윤은 유선영에게 새로 생긴 관측면을 촬영한 영상을 보여 주었다. 그는 손잡이를 보자 눈을 감았다. “그날도 저 손잡이가 생겼어요. 안에서 누군가 나오겠다고 했는데, 시스템은 제 이름으로 대피 완료를 등록하려고 했습니다.”
“선영 씨는 그때 퇴근하지 못하셨습니까?” 나는 물었다.
“저는 현장을 떠났습니다. 실제로 다른 곳에 갔어요. 그런데 원본 회신에는 지금도 제가 바깥에 서 있다고 적혀 있더군요.”
그는 웃었다. “장부 속 저는 며칠째 야근 중입니다. 프리랜서가 그렇게 오래 일했다면 비용 청구서를 보냈겠죠.”
나는 따라 웃다가 곧 심각해졌다. 기록은 그가 현장을 떠난 뒤에도 외부 대기자가 있다고 판단했고, 그 사람의 자리를 다른 대역으로 채우려 했다는 뜻이었다. 지금까지 우리에게 증언을 요청한 주체가 유선영 본인인지, 그의 대기 상태를 보존한 시스템인지 구분해야 했다.
“저는 오늘 그 기록을 끝내고 싶습니다.” 유선영이 말했다. “하지만 안쪽에 있던 사람이 나갔는지는 제가 확답할 수 없어요. 제가 떠난 것과 그 사람이 나간 건 다르니까요.”
나는 당사자의 실제 귀가 사실을 독립적으로 적은 진술서를 받았다. 이것이 다른 사람의 귀가 완료를 승인하지 않는다는 문장도 명시했다. 회신함의 그늘처럼 계속 남아 있던 대기 기록에서 그만 그의 이름을 지우고 싶었다. 그러나 종이 한 장으로 공간이 원래대로 돌아올 거라고 기대하지는 않았다.
오후 세 시, 유선영이 직접 수신함 바깥 버튼을 눌렀다. 시설 담당자들이 전원과 회로를 확인하고 안전하게 조작할 수 있도록 만든 공개 시험이었다. 그는 짧게 말했다. “저는 밖에 있었습니다. 신고는 했고, 지금은 떠나도 됩니다. 안쪽 사람의 귀가는 제가 대신 확인할 수 없습니다.”
버튼 아래의 작은 불빛이 한 번 켜졌다. 1758 독립 수신함에도 동일한 상태가 전달됐다. 처음으로 `외부 확인자의 대기 종료`와 `안쪽 안전 확인 계속`이 별도 줄에 기록됐다. 우리는 박수를 치지 않았다. 기록이 바뀌었다고 실제로 갇힌 누군가가 나오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분리되지 않던 두 줄이 이제 제자리를 찾았다.
바로 그때 도원 0층 복도에서 이상한 일이 생겼다. 오래된 강변 벤치가 벽 쪽으로 미끄러지고, 옆에 없던 세 번째 승강장 표지판이 나타났다. 비상 조명은 깜박이지 않았다. 코일 전류는 오히려 안정됐다. 장치가 조용해졌는데 공간은 더 복잡해지고 있었다.
서윤이 급히 연락했다. “도윤 씨, 실제 현장은 이상 없던 길 하나가 바뀌었어요. 강변의 낮은 다리 방향이 도원 0층에서 열리고 있습니다.”
나는 유선영의 수첩을 다시 봤다. 마지막 장에 그가 자꾸 접어 둔 부분이 있었다. 펼치니 작은 문장 하나가 적혀 있었다. `외부 대기 종료 시 안쪽 잔여 경로가 독립 개방되는지 확인할 것.`
“그날 이 시험은 끝났습니까?” 내가 물었다.
유선영은 고개를 저었다. “아뇨. 아무도 그 단계까지 가지 못했어요. 회사는 첫 신고가 실패한 것만 보고 설비를 옮겼거든요.”
기계는 자기 방식으로 계속 다음 단계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다음 단계가 지금 현실에서 열리기 시작한 것이다.
오재현이 곧장 자동 승인 대기열을 조회했다. `019 제2 경계 독립 개방 / 완료 시 전체 임시 통행권 자산화.` 누군가 우리의 정상적인 회신 복구를 사업 계약의 실행 조건으로 연결해 두었다. 유선영이 직접 정정한 대기 기록을, 오승필은 기다렸다는 듯 이용하려는 것이었다.
나는 잠깐 눈을 감았다. 이제 상대는 우리의 실수를 기다리는 사람이 아니었다. 우리가 올바른 일을 하더라도 그다음에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알고 함정을 파놓은 사람이었다.
“서윤 씨. 지금부터는 기록을 고치는 것만으로 끝나지 않을 겁니다.”
“알아요. 문이 새로 열리기 전에 사람을 먼저 빼야죠.”
우리는 진짜 퇴로를 확인하러 다시 도원으로 향했다. 유선영은 자신의 증언을 접수한 뒤 안전한 곳에서 대기하겠다고 했다. 현장에 다시 남을 의무는 없었다. 그 사실 하나만큼은 이번에도 지킬 작정이었다.
제147화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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