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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퇴사했더니 회사가 던전이 됐습니다 · 146화
PAYLUA ORIGINAL · 제146화

정문이 없는 승강장

퇴사했더니 회사가 던전이 됐습니다 · 3,730자

오프라인 책장
옛 승강장에는 정문이 없었다. 적어도 현재 도면에는 그랬다. 버스가 다니던 입구는 철거됐고, 사람들이 이용하는 지하철 출입구는 동쪽으로 옮겨졌다. 그런데 새벽에 도착한 현장 사진에는 정문 위에 큼지막한 `출근 전용` 간판이 붙어 있었다. 오래전 사진에서도 그런 간판은 보이지 않았다. 누구의 기억에도 없던 출근문이 생긴 셈이었다. “이쯤 되면 회사가 교통카드 사업까지 하겠네요.” 내가 말했다. “출입 기록을 합치면 가능할지도 모르죠.” 서윤이 진지하게 답했다. 나는 입을 다물었다. 이곳에서는 농담이 계획서가 되기까지 다섯 분도 걸리지 않았다. 현장에는 김하린, 이선경, 배만식 소장과 실제 승강장 관리자가 함께 있었다. 우리는 바뀐 간판만 보고 안으로 들어가지 않았다. 지하 역사 외벽의 균열과 낮은 턱을 먼저 확인했고, 시민이 다니는 출입구는 정상적으로 안내했다. 사라진 승강장이 어디까지 진짜였는지 파악하기 전에 누구의 이동도 그 안으로 유도해서는 안 됐다. 오래된 가로등 아래에 발자국이 하나 남아 있었다. 노란 줄을 따라가다가 갑자기 멈춘 흔적이었다. 발자국은 젖어 있었지만 주변 아스팔트는 말라 있었다. 나는 전날 도원 회의실 바닥에서 발견한 서로 다른 두 방향의 자국을 떠올렸다. 지금 우리가 쫓는 게 같은 사람의 발걸음인지, 동일한 표식을 불러오는 장치인지 구별하기 어려웠다. 승강장 관리자는 오래전 보관된 수리 장부를 꺼냈다. `출입문 없음 / 외부 신고용 관측창 하나 / 정문 철거 완료`라는 기록. 사고 전후 작업 사진에는 간판도 문도 없었다. 그러나 오늘 촬영한 사진의 파일 정보에는 다른 내용이 들어 있었다. 촬영 위치가 도원솔루션 화물 구역으로 기록돼 있었던 것이다. 실제 촬영자는 승강장 밖에 서 있었다. 위치 정보를 공급한 시스템이 0층의 복도를 기준으로 현재 장소를 덮어쓴 것으로 보였다. 그때 서지완에게서 연락이 왔다. 그는 도원에서 도움을 주기 위해 안전 교육을 받던 중이었다. “제가 가져온 내일의 출근부에 지금 승강장 이름이 나타났습니다.” “그 문서에 또 뭐가 추가됐는데요?” “`승강장 임시 관리인: 서지완`. 제 이름으로 돼 있어요. 저는 거기 가겠다고 한 적이 없습니다.” 그는 처음으로 놀람보다 화를 냈다. “저는 제 이름이 적힌 종이가 생길 때마다 실제로 거기 있어야 합니까?” “아니요. 안 가도 됩니다. 당신이 지금 있는 장소와 선택을 확인해 두세요. 종이가 당신 몸을 옮기게 두지 말고요.” 지완은 도원의 독립 서류에 자신의 거절을 직접 남겼다. 안전 교육을 받았다고 해서 위험한 현장의 관리자가 되는 건 아니었다. 우리는 승강장 운영 측에도 그 서류를 전달해 사람 이름을 끌어다 쓰지 않도록 했다. 현장 간판은 오전 열 시 이십 분부터 조금씩 기울기 시작했다. 철제 나사도 없는 평평한 벽에 걸려 있던 간판이었다. 이선경은 시민 접근선을 더 멀리 옮겼다. 바람이 불지 않았는데 간판 위쪽에 먼지가 쌓이고, 아래에서는 누군가 금속을 문지르는 소리가 났다. 장치의 위치와 독립 회신 신호를 대조하니, 도원 내부에서는 같은 시각 과거 승강장 안내 영상을 자동으로 재생하고 있었다. “영상이 문을 만들고 있는 걸까요?” 민재가 무전기로 물었다. “아직 몰라. 다만 둘이 함께 변한다는 건 알겠어.” “원본 재생만 멈추면 되는 거 아니에요?” “원본이 어디에 저장된 건지 확인해야 해. 실제 신고 수신까지 꺼 버릴 순 없잖아.” 우리는 도원의 재생 대기열과 공공 경보를 분리했다. 관측면의 영상 복구 작업만 임시 보류하자 간판이 흔들림을 멈췄다. 그러나 그대로 남아 있었다. 현실에 나타난 물체를 데이터 한 줄 지웠다고 바로 없앨 수는 없다는 사실이 더 무서웠다. 낮이 되자 오승필의 업체가 승강장 앞에 나타났다. 그는 현장 담당자에게 '임시 통행 표지판 설치'를 제안했다. 그가 들고 온 도면에는 오늘 갑자기 생긴 출근문을 정식 출입구로 기재하는 칸이 있었다. 이미 등록 신청을 반려당했는데도, 생긴 현상을 다시 자산으로 만들어 매출을 올리려는 모양이었다. “이 문은 시설 기준상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이선경이 설명했다. “그럼 확인하면 되지 않습니까. 물건이 실제로 존재하잖아요.” 오승필이 답했다. “존재한다는 사실과 안전하다는 사실은 다릅니다.” 그는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문이 사람을 대신 고용한다는 그런 이야기까지는 저도 믿지 않습니다. 하지만 문이 생기면 통행량은 생깁니다. 비용을 누가 대겠습니까?” 나는 그를 보았다. 자기 사업의 논리가 명백하다는 점에서 그는 오히려 일관적이었다. 그래서 서윤은 기술적인 반박보다 먼저 계약 조건을 제시했다. 원래 공공 경계의 무료 안전 이용을 막는 어떤 운영권도 단독으로 주장할 수 없고, 현장 안전 확인 전 사람을 통과시키는 시험에 동의할 주체도 없다고. 오승필은 얼굴을 찌푸렸지만 서류를 접었다. 오후에는 우리가 예상하지 못한 일이 벌어졌다. 장한결이 근무하던 금융센터의 CCTV에 옛 승강장 간판이 비쳤다. 같은 글씨, 같은 기울기였다. 실제 금융센터 입구에는 간판이 없었다. 카메라 화면에만 있었다. 잠시 후 금융센터 0층 벽에 간판 그림자가 나타났다. 화면이 현실을 앞질러 움직이는 듯했다. 두 번째 경비가 이를 보고 도윤에게 직접 연락했다. “제가 오늘 그 벽 앞을 지났어요. 그림자가 먼저 지나가고 제가 뒤따랐습니다. 저를 복제된 기록으로 처리하지 말아 주세요.” “그럴 생각 없어요. 지금 안전한 곳입니까?” “네. 그리고 이번에는 저 스스로 여기서 나왔어요.” 나는 별도 신고 접수에 그 말을 적었다. 대역 존재들이 움직일 때마다 시스템은 자신이 만든 모형을 이동시킨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그들에게도 스스로 떠나고 머물겠다는 의사가 있었다. 우리는 도면과 장부가 그걸 대신 결정하지 못하게 해야 했다. 오후 세 시, 승강장 앞에 실제 택배차가 들어오려다 멈췄다. 운전자가 익숙한 진입로로 꺾으려는 순간 새 간판이 시야를 가린 것이다. 관리자는 수신호로 차를 안전하게 돌렸다. 한편 도원 서버에는 `출근문 이용자 1명`이라는 수치가 올라갔다. 아무도 문을 통과하지 않았는데도 운전자를 직원으로 계산하려는 시도였다. 우리의 감사 로그가 즉시 그 기록을 격리했다. 그날 저녁, 김하린은 원본 수신에 연결된 잡음 속에서 짧은 숫자열을 추출했다. 그것은 사람 번호가 아니라 019 강변 현장 수신 코드였다. 새벽의 음성은 실제로 옛 승강장의 수동 확인점에서 전달됐을 가능성이 높았다. 하지만 보낸 사람이 현장에 있었는지, 원본 보관 장치가 위치를 복원했는지는 확정되지 않았다. 나는 현장 주변을 한 번 더 걸었다. 정문이 없던 승강장에 출근문이 생겨 있었다. 그런데 그 옆의 낡은 담벼락에는 원래부터 있던 작은 문이 있었다. 밖으로 나가는 데 쓰이던, 간판도 출근 기록도 없는 문이었다. 관리인은 그쪽이 실제 피난로라고 설명했다. “사람들은 새로 생긴 큰 문만 보죠. 작은 문은 아무도 안 찾아요.” 나는 그 문 손잡이를 한 번 만져 보았다. 차갑고 무거웠다. 이번에는 현실의 나사가 손끝에 느껴졌다. 얼마나 반가운지 몰랐다. 돌아가는 길에 김하린의 단말로 음성이 다시 왔다. “큰 문으로 들어가지 말아 주세요. 그 문은 여전히 사람을 기다리는 게 아닙니다.” “그럼 무엇을 기다립니까?” 김하린이 물었다. 잠시 잡음이 흘렀다. “확인받지 못한 회신 한 장입니다. 그게 없으면 벽을 계속 문으로 바꿀 거예요.” 우리는 전화를 끊지 않았다. 누군가 직접 대화하고 있는지도 모르니까. 음성은 마지막으로 말했다. “내일 제가 갑니다. 이번에는 제 입으로, 밖에 있었다는 말을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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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6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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