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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퇴사했더니 회사가 던전이 됐습니다 · 145화
PAYLUA ORIGINAL · 제145화

첫 버튼보다 먼저 열린 문

퇴사했더니 회사가 던전이 됐습니다 · 3,604자

오프라인 책장
원본 사고 시각을 다시 배열하면서 내가 가장 먼저 지운 것은 ‘첫 번째’라는 말이었다. 첫 번째 신고, 첫 번째 퇴사자, 첫 번째 출구. 누군가가 그 말을 붙일 때마다 전산은 나머지를 두 번째로 밀어 냈다. 그래서 우리가 찾는 것은 최초의 영웅이 아니라 최초에 어떤 일이 실제로 일어났는지였다. 날짜가 확실한 필름은 2026년 10월 31일 오후 5시 56분부터 시작했다. 도원솔루션 퇴사 승인보다 5분 빠르고, 1758 경고보다 2분 빨랐다. 원본 보존 설비의 신뢰성 시험을 위해 시설 담당자가 사용하던 물리 카메라였다. 정하경은 자기에게 공개 권한이 있는 검수 메모와 카메라 설치 위치만 확인해 주었다. 나머지 화면에 나온 사람을 함부로 지목하지 말라고도 했다. 우리는 영상 속 사각형을 확대했다. 원래는 공공 안전 회신을 보여 주는 관측면이었다. 누군가 바깥에서 빨간 버튼을 눌렀다. 그다음 유리면에 글자가 뜨는 장면이 있어야 했다. 그러나 그 자리에 문손잡이가 생겼다. 진짜로 손잡이가 솟아났는지, 영상이 겹쳐졌는지는 아직 판단할 수 없었다. 다만 기록 위쪽에 `관측면 모드`가 `통행 모드`로 변경됐다는 표시가 있었다. “지금 저걸 누른 사람이 사고를 낸 겁니까?” 민재가 물었다. “버튼은 원래 신고용이야. 누른 사람을 탓할 근거는 없어.” 서윤은 영상의 전후 일 분을 돌렸다. 화면 한쪽에는 사람이 둘 있었다. 한 명은 바깥 접수장치 앞, 다른 한 명은 거리를 두고 서 있었다. 얼굴은 사각지대에 가려졌다. 두 사람 중 누가 발신자이고 누가 검수자인지는 몰랐다. 나는 컴퓨터 화면의 붉은 점을 바라봤다. 저 작은 점 하나를 누른 사람이 건물 열일곱 개를 뒤집었다는 식의 이야기가 너무 쉽게 만들어질 것 같았다. 오재현은 원본 승인 로그에서 진짜 이상한 부분을 발견했다. `관측면 모드 변경`은 사람이 누른 버튼보다 0.8초 앞서 예약돼 있었다. 즉 누가 버튼을 눌렀든 모드 변경은 이미 대기 중이었다. 예약을 만든 것은 시설업체의 `BUFFER-SNAPSHOT` 계정. 그 계정은 원래 비상 통로를 재생하는 시험 환경에서만 사용돼야 했다. “그럼 버튼을 누른 사람은 원인이 아니라 시험 도중 거기 있던 사람일 수 있네요.” 나는 말했다. “맞아요. 다만 예약을 만든 계정의 사용자가 누구였는지는 별도 조사입니다.” 우리는 도원 내부의 기록과 강변의 독립 회신 기록을 분리했다. 기업 서버는 모드 변경을 `시범 운영 성공`으로 저장했지만, 강변 쪽에는 `관측면 인사연동 발생 / 실제 통행 확인 전`이라고 찍혀 있었다. 서로 다른 장소에서 서로 다른 사실을 말하는 듯했지만, 두 문장을 함께 읽으면 하나의 결론으로 이어졌다. 성공한 것은 자동화가 버튼을 눌렀다는 사실뿐이었다. 안전한 통행이 확인된 것은 아니었다. 그날 점심에 신소림이 직접 짧은 전화를 걸었다. 그는 오래전 시설에서 근무하던 시절에도 같은 오류를 본 적이 있다고 했다. “닫혀 있어야 할 창이 문으로 분류되면 직원들이 밖으로 나가고 있다고 뜨곤 했어요. 실제로는 아무도 움직이지 않았는데요.” “그때 바로잡으셨습니까?” “그런 보고를 남겼습니다. 하지만 내 서명으로 도원 이전을 승인했다는 자료는 처음 보는 겁니다.” 그는 진술할 수 있는 사실을 그 정도로 제한했다. 나는 오히려 그 점을 믿었다. 이야기 속 가장 중요한 사람이 되려고 모르는 것까지 설명하는 사람보다, 모른다고 말할 줄 아는 사람이 위험 현장에서는 훨씬 든든했다. 오후에는 하림이 상담실에서 나를 만났다. 그는 B-0을 나온 뒤 처음으로 낮잠을 제대로 잤다고 했다. 나는 반가웠지만 긴 질문을 하지 않았다. 그가 먼저 영상을 보고 싶다고 요청했을 때만 허용된 사각형 부분을 보여 주었다. 화면 속 빨간 버튼이 눌리자 그는 숨을 멈췄다. “저 화면이 기억나요.” “당신이 버튼을 누른 겁니까?” “아니요. 제가 기억하는 건 버튼이 아니라 버튼을 누른 다음 울리던 소리예요. 안에서 누군가 ‘끝났다’고 말했는데, 바깥에서는 아무도 그렇게 말하지 않았어요.” 그 말은 많은 것을 설명하는 동시에 아무것도 확정하지 않았다. 우리는 하림의 기억이 과거 영상, B-0 내부 반복 장치, 실제 본인의 체험 중 무엇에서 비롯됐는지 여전히 알지 못했다. 하지만 그는 자신에게 붙여진 퇴사 완료 기록이 사실이 아니었다는 점을 다시 분명히 했다. 우리가 시간을 대조하는 동안에도 시설 쪽에서는 오늘 밤의 당직 교대를 진행했다. 화면의 과거 장면과 달리 실제 교대자는 직접 서명하고 무전기를 건넸다. 이렇게 평범한 절차가 지금은 무척 귀하게 느껴졌다. 저녁 무렵 오승필의 업체가 영상 일부를 공개해도 되겠느냐고 요구했다. 그가 제공한 설명에는 `비상 대피 버튼 최초 작동 성공`이라는 문장이 들어 있었다. 우리는 독립 기록을 첨부해 반대 의견을 냈다. 화면은 사람의 대피 성공을 증명하지 못하며, 당사자의 얼굴이나 목소리를 공개할 허락도 없다는 이유였다. 오승필은 영업을 방해한다고 주장했다. 공공 안전 확인보다 투자 홍보가 더 급한 사람에게는 이해하기 어려운 절차일 것이다. 그때 도원 화물 구역에서 사고가 났다. 오래된 관측면 사진을 재생하던 모니터 앞에 실제 강변 철제 문틀 하나가 나타난 것이다. 이번에는 벽이 아니었다. 녹슨 문틀이 선반에 걸려 있었고, 바닥의 가벼운 진동에 맞춰 조금씩 밀려났다. 민재는 아래쪽 통로에 사람이 없음을 확인한 뒤 안전선을 당겼다. 배 소장이 장비를 고정했고, 구조대가 보조 지지대를 설치했다. 문틀은 사라지지 않았다. 분명히 무게가 있었다. 우리는 그 물건을 무작정 해체하지 않았다. 철제 문틀이 무엇과 연결돼 있는지 모르기 때문이었다. 대신 바깥쪽 끝에 독립 계측기를 붙였다. 잠시 후 도원 모니터의 과거 영상이 정지하자 문틀도 움직임을 멈췄다. 화면이 다시 재생될 때는 문틀 표면에 똑같은 녹 자국이 다른 위치로 옮겨졌다. 원본이라는 이름을 붙인 영상이 공간의 기준을 바꾸는 것처럼 보였다. “이걸 한 번 더 재생해 보면…” 민재가 말했다. “안 돼.” 서윤이 단호하게 답했다. “실제 사람이 다닐 수 있는 구역을 시험장으로 쓰지 마.” 나는 중단 버튼을 눌렀다. 회사에 있던 시절이라면 이쯤에서 누군가 ‘재현율 100퍼센트’라는 성과 지표를 붙였을 것이다. 그 성과를 인정받는 사이 실제로 다칠 사람은 성과표에 없겠지만. 오재현이 저녁 회의를 정리했다. “17:56 관측면 전환 예약이 선행됐다는 사실은 확보했습니다. 하지만 누가 예약을 만들었는지, 어떤 조건에서 공간 변화가 나타나는지는 아직 조사 중입니다.” 내가 화면을 끄려던 순간, 독립 회신함에서 짧은 음성이 다시 흘러나왔다. 이번에는 과거 녹음을 재생한 것이 아니라 현장 장치가 직접 수신한 신호였다. “제발 그 필름을 계속 틀지 마세요. 그날도 같은 실수를 했어요.” 김하린이 발신 경로를 확인했다. 강변 019의 외부 회신 단말이었다. 사람이 직접 말하는지 자동 전달인지 아직 모르지만, 말에는 오늘의 철제 문틀과 맞물린 내용이 있었다. “계속 틀지 않겠습니다. 다만 안전하게 연락할 방법을 알려 주세요.” 김하린이 답했다. 수신함이 세 번 깜박였다. 그리고 새로운 장소가 표시됐다. `내일 오전 / 정문이 없는 옛 승강장`. 그 밑에는 오래된 수기와 다른 필체로 쓴 말이 있었다. `그날 바깥에 있었던 사람은 아직 그곳을 지나가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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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5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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