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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퇴사했더니 회사가 던전이 됐습니다 · 144화
PAYLUA ORIGINAL · 제144화

신소림의 이름으로 입장한 사람

퇴사했더니 회사가 던전이 됐습니다 · 3,730자

오프라인 책장
신소림이 이미 퇴근한 자리에 다시 출근하는 순간, 우리는 모두 실물 경계로 달려갔다. 전광판에서야 사람을 마음껏 옮길 수 있지만, 현실의 신소림은 지금 자택에서 쉬고 있었다. 김하린이 전화로 그 사실을 직접 확인했다. 그는 오늘 도원솔루션과 어떤 시설 이용 계약도 하지 않았으며, 다시 현장에 올 생각도 없다고 말했다. “확인 감사합니다. 더 이상의 질문은 하지 않겠습니다.” 김하린이 전화를 끊었다. 나는 전광판에 떠 있는 `신소림 입장 중`을 바라봤다. 사람은 집에 있는데 이름만 벽을 통과하고 있었다. 누가 이걸 정상적인 시설 운영이라고 주장할 수 있을까. 옛날 도원이라면 자동으로 야근 수당부터 계산했을 것이다. 물론 실제로 돈을 주진 않았겠지만. 유리면에는 처음으로 흰 손잡이가 나타났다. 손잡이는 안쪽에서만 움직였다. 문이 아니던 곳에 손잡이가 자라났다는 사실보다 섬뜩했던 건, 손잡이 아래 도어 클로저가 붙어 있었다는 점이었다. 사람이 실제로 지나가기도 전에 문을 저절로 닫아 버리도록 만든 장치였다. 서윤은 현장 경계에서 세 번째 줄을 그었다. 첫째 줄은 시설 접근 금지, 둘째 줄은 구조 담당자가 대기하는 곳, 셋째 줄은 전산 오류가 현실을 건드리는 순간 뒤로 물러설 기준선이었다. 우리는 서윤의 기준을 따랐다. 혹시 유리 너머 사람이 있다면 소리로 의사를 확인하되, 어느 누구도 그 벽을 임의로 통과하지 않는다는 원칙도 지켰다. “안쪽에 계신 분, 들리시면 안전한 곳에서 대답해 주세요.” 잡음 뒤로 남자 목소리가 흘렀다. “퇴근하고 싶습니다.” “성함은 말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지금 발을 딛고 있는 곳이 안전합니까?” “바닥은 있습니다. 그런데 누가 저보고 신소림 씨라고 해요.” 그 말에 모두가 서로를 봤다. 실제 신소림은 자택에 있는데, 안쪽에서는 다른 사람이 같은 이름으로 불리고 있었다. 그가 자동 대역인지, 다른 공간에서 넘어온 실제 사람인지 확인할 수 없었다. 하지만 적어도 거기서 나가고 싶다는 말은 분명했다. 나는 낡은 독립 무전기를 가져왔다. “안쪽 분, 문을 손으로 밀지 마세요. 저희가 옆의 실제 출구를 확인하고 있습니다.” “제 이름이 없으면 못 나간대요.” “그 말은 무시하세요. 이름이 없어서 못 나가는 문이라면 문이 고장 난 겁니다.” 잠시 조용해졌다. 그리고 작은 웃음소리가 났다. 저런 상황에서도 농담을 알아듣는 사람이라면 아직 희망이 있었다. 기계실에서는 오승필이 가져온 운영 토큰을 추적했다. 토큰이 열려고 한 것은 물리적 관측면이 아니라 `통행 성공 시 인사 명부 자동 생성`이라는 보조 규칙이었다. 문제는 규칙과 관측면이 묶인 상태에서 실제 벽이 문처럼 변하기 시작했다는 점이었다. 우리는 인사 규칙만 격리했고, 안전 확인을 위한 신호는 남겨 뒀다. 그 후 흰 손잡이의 움직임이 느려졌다. 사라지지는 않았다. 오재현은 오승필에게 공식 중지 통보를 보냈다. 그가 내민 운영권에는 중대한 제한 조항이 있었고, 재난 시 안전 확보보다 임시 임대 등록이 우선한다는 근거는 없었다. 오승필은 전화로 항의했다. “거기 사람이 갇혀 있다면서 왜 문을 안 엽니까?” “실제 안전한 출구로 구조하기 위해서입니다.” 오재현이 답했다. “당신이 등록한 문으로 지나가면 그 사람의 이름이 다른 사람 것으로 바뀝니다.” “그런 건 시스템 부작용이지, 시설 운영 자체의 문제는 아니죠.” “부작용을 아시면서 이용자를 모집한 겁니까?” 긴 침묵이 이어졌다. 그는 대답 대신 변호인과 상의하겠다고 했다. 나는 통화가 끝난 뒤에야 숨을 길게 내쉬었다. 악의적인 사람도 무섭지만, 위험을 회계 장부의 비고란 정도로 생각하는 사람은 더 무서웠다. 안쪽 목소리는 다시 돌아왔다. “여기 벽에 숫자가 있어요. 019, 0, 17이 번갈아 나와요.” 민재가 종이로 숫자 순서를 적었다. 우리가 알고 있는 경로 분리판의 회신 순서와 달랐다. 그곳은 안쪽 입구 하나와 바깥쪽 대기 하나를 동시에 가리키는 지도인 듯했다. 김하린은 1758 중립 경보 회선에 질문을 넣었다. `내부 음성 확인 완료. 통로 접근은 보류. 실제 비상구 요청.` 그러자 공공 수신함에서 기존에 없던 위치 코드가 돌아왔다. `SIDE-A / 비상 대피 계단 현재 물리 상태 확인 가능.` 배만식 소장이 계단을 직접 확인했다. 그곳은 원래 B 서버실과 연결되지 않던 구형 배관 통로였지만, 난간과 조명이 정상이고 위쪽 실제 건물로 이어지는 상태였다. 구조대가 안전을 확인한 다음 안쪽 사람에게 위치를 설명했다. 그는 우리 안내에 따라 두 걸음씩 움직였고, 우리는 그가 보이지 않는 벽에서 떨어지는 순간마다 발밑의 실제 바닥을 재확인했다. “오른쪽에 노란 줄이 있습니까?” “있어요.” “그 줄에서 멈춰 주세요. 아래는 비어 있습니다.” “어떻게 아셨어요?” “저희도 아까 속을 뻔했습니다.” 나는 최대한 평범하게 대답했다. 실제로는 등에서 식은땀이 흘렀다. 이 건물의 층수보다 회사 보고서의 페이지 수를 더 믿을 때가 있었지만, 오늘만큼은 눈앞의 난간과 구조대의 손이 훨씬 확실했다. 새벽 한 시가 가까워졌을 때 그가 실물 비상계단에 나타났다. 회사 로고도 없는 회색 조끼, 작은 손전등 하나. 그는 계단 위에 무릎을 꿇고 오래 숨을 골랐다. 구조대가 물과 담요를 건넸다. 이름을 묻기 전에 의료진이 상태부터 확인했다. 그가 자신을 어떻게 불러 달라고 할지는 나중에 물어도 됐다. “저를 아는 사람이 없겠죠?” 그가 물었다. “아직은 모릅니다. 그래도 여기 나온 건 확실해요.” 그는 자기 손바닥을 오래 바라봤다. “제가 나오고 나니까 안에 있던 문이 다시 사라지네요.” “그 문이 안전한 출구가 아니었기 때문일 수도 있어요.” 그는 잠깐 망설이다가 말했다. “안에서 누가 계속 귀가를 확인해 주겠다고 했어요. 대신 제 이름을 다른 이름으로 바꾸라고요. 저는 거절했습니다.” 나는 독립 기록지에 그의 말을 있는 그대로 적었다. 누군가가 갇혀 있었다는 사실과 그가 어떤 제안을 거절했다는 사실은 모두 중요했다. 그러나 그 말을 근거로 그를 신소림의 대역이라고 선언할 수는 없었다. 대피가 완료된 뒤 우리는 관측면을 다시 확인했다. 손잡이는 사라졌지만 벽 한가운데 손톱 크기의 틈이 남았다. 그 안쪽에서는 낡은 기계음이 들렸다. 문서윤은 가까이 가지 않았다. 대신 사진을 찍고 온도와 소음을 기록했다. 가끔 가장 현명한 행동은 위험에 대해 아주 정확한 사진 한 장을 남기고 뒤로 물러서는 것이다. 오승필이 떠난 자리에는 작업 지시서 한 장이 남아 있었다. 그는 원격 개방 토큰을 다른 이름으로 다시 발급받으려 시도한 흔적이 있었다. 더 큰 문제는 토큰의 최종 승인 목표가 관측면 하나가 아니었다는 점이었다. `019 외부 경계 전체의 상업 통행권 전환 / 실행 조건: 첫 이용자 실체 확인`. “이러면 어떤 현상이 있어도 사람 하나만 나오면 계약을 완료할 수 있겠군요.” 서윤이 말했다. “그래서 사람이 필요했나 봐요.” 나는 안전하게 나온 회색 조끼의 사람을 떠올렸다. 그가 거절하지 않았다면, 누군가 그를 증거로 삼았을 것이다. 다행히 지금은 그의 의사를 확인할 수 있었고, 다른 사람에게 떠넘기지 않은 채 구조를 마쳤다. 그때 김하린의 독립 수신함에 새 문장이 들어왔다. `관측면을 열려던 사람은 현장에 없었습니다. 그러나 그 사람은 최초의 잘못을 되풀이하는 방법을 알고 있습니다.` 뒤이어 짧은 숫자가 나타났다. `17:56 / 관측면이 처음 출입문으로 바뀐 시각.` 우리는 모두 화면을 바라봤다. 원본 사고의 출발점이 17시 57분이라고 믿었던 시간표가, 또 한 칸 앞쪽으로 밀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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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4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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