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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퇴사했더니 회사가 던전이 됐습니다 · 143화
PAYLUA ORIGINAL · 제143화

관측면을 팔려는 사람

퇴사했더니 회사가 던전이 됐습니다 · 3,708자

오프라인 책장
관측면을 출입문으로 등록한 사람을 찾는 데 반나절이 걸렸다. 정확히 말하자면 그 반나절 동안 우리는 이름 세 개, 업무 계정 네 개, 퇴사한 사람의 가짜 전자서명 다섯 개를 발견했다. 이름을 늘어놓으면 훌륭한 수사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누구도 버튼을 누르지 않았다는 증거가 쌓인 것뿐이었다. 오재현은 첫 번째 승인 기록을 출력했다. `제0 관측면 / 통행용 출입구 전환 / 담당 FM-TRANSFER`. 그다음 페이지에는 `재난 대비 통합공간 활용`, 마지막 페이지에는 `신규 임대 면적 적용`이 있었다. 사람의 안전을 확인하려 만든 벽이 어느 순간 임대 사업의 출입문으로 바뀌어 있었다. 세 페이지 사이에 빠진 것은 실제 현장 검증이었다. “계약서가 무섭다는 걸 새삼 느낍니다.” 나는 말했다. “귀신은 나타나기라도 하지, 계약서는 우리가 서명했다는 것부터 주장하잖아요.” 오재현은 웃지 않았다. “이건 귀신보다 위험할 수 있습니다. 관측면을 법적 출입구라고 신고하면 관리 주체가 바뀌고, 실제로 저 공간을 통과하려는 사람들을 사업자의 이용자로 기록할 수 있거든요.” “게다가 저 벽은 사람을 통과시키도록 만든 게 아니죠.” “바로 그겁니다.” 그날 오후, 도원에 새로운 업체 직원이 도착했다. 명함에는 `태형공간자산 / 시설 전환 총괄 오승필`이라고 적혀 있었다. 그는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우리에게 먼저 고개를 숙였다. 안전모는 제대로 썼고, 장화 밑창에는 진짜 진흙이 묻어 있었다. 사무실만 돌아다니며 보고서를 꾸미는 사람은 아니라는 뜻이었다. “0층 비상 통행 시설 재개방 협의하러 왔습니다.” 오승필이 말했다. “계약상 우리가 이 지역의 임시 운영권을 가져왔습니다.” “어느 지역이죠?” 서윤이 물었다. “0층 관측면과 외부 완충 구역 전부요.” “그럼 출구도 입구도 아니었던 벽을 임시 운영한다는 겁니까?” 오승필은 잠시 멈췄다. “그건 법적 분류가 정해질 문제입니다. 현장에 사람이 지나갈 수 있는 틈이 생겼다는 것 자체가 이용 가치를 증명합니다.” 그의 말투는 정중했지만 내용은 분명했다. 틈이 생겼으니 상품으로 팔겠다는 뜻. 나는 그에게 건물 안전진단 보고서를 요구했다. 그는 지난밤부터 서버가 자동 출력한 `통행 시험 성공` 표를 내밀었다. 표의 성공 기준은 `문 생성 확인`이었다. 사람 한 명이 다치지 않고 지나갔다는 근거는 없었다. “벽에 구멍이 뚫리면 전부 성공인가요?” 내가 물었다. “차 과장님은 이미 퇴사하셨다던데, 현재 무슨 권한으로 말씀하시는 겁니까?” “직접 안전 점검을 돕는 사람으로서요. 그리고 과장 아니고요.” “그럼 관리 결정을 방해하지 말아 주십시오.” 그는 내 눈을 피하지 않았다. 누군가의 서명을 위조한 단순한 악당이라기보다는, 제도와 기계가 자기 편이라는 사실을 충분히 알고 움직이는 사람 같았다. 그래서 더 까다로웠다. 현장을 아는 사람은 위험이 어디까지 번질지 알면서도, 위험하지 않은 부분만 골라 설명할 수 있다. 오승필이 가져온 계약 부속서에는 작은 글씨로 `기존 대피 경로와 비간섭 상태 확인 후 운영`이라고 적혀 있었다. 그런데 그의 설명에서는 이 조건이 사라졌다. 서윤이 그 문장을 손가락으로 짚자 그는 시선을 내렸다. “비간섭 상태는 현재 자동 점검 중입니다.” “자동 점검 결과가 없는데 재개방부터 요청하셨군요.” “점검을 완료하려면 문을 먼저 열어야 합니다.” “그럼 사람을 먼저 통과시키고 안전한지 보시겠다는 겁니까?”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자신이 가진 원격 인증 토큰으로 관측면 상태를 조회했다. 화면에는 `개방 예정 시각 18:30`이 떴다. 나는 그 숫자를 보자마자 바로 운영센터에 연락했다. 지금까지 0층에서 확인한 모든 대형 사고는 누군가의 편의를 위해 승인 순서를 뒤집을 때 발생했다. 한편 김하린은 강변에서 전송된 외부 음성을 검사했다. 원본에는 주파수 변환 과정에서 생긴 잡음이 있었지만, 녹음의 문장은 이어져 있었다. “관측면을 문으로 등록했는지 물어야 합니다.” 외부 발신자가 최근 승인 내용을 알고 있다는 뜻이었다. 혹시 오승필이 음성을 만들어 방해자를 끌어낸 것일까. 아니면 그가 숨기려는 일을 누군가 이미 보았을까. 둘 다 가능했다. 하진은 자청해 관측면 바깥쪽을 촬영했다. 그는 자기 얼굴이 잘 드러나는 보호안경을 썼다. 나는 사무실에서 복사기 점검을 핑계로 얼굴을 숨기던 옛날 내 모습을 떠올렸다. “너는 왜 굳이 거기 가려고 해?” “저처럼 생긴 사람이 거기서 나오면 또 당신 이름으로 처리할 테니까요. 그때 저는 제가 아니라는 사실을 제가 설명하고 싶습니다.” “내 이름을 그렇게까지 싫어하진 말아 줘.” “싫어하는 게 아니에요. 제 이름도 있으니까요.” 그 말은 반박할 수 없었다. 우리는 하진에게 별도 동의서와 독립 대피 경로를 마련한 뒤 촬영을 맡겼다. 촬영 결과 관측면은 실제로 유리판 같은 표면이었다. 그러나 열지도 않은 반대편에서 누군가의 손바닥 자국이 나타났다 사라졌다. 마찰음은 들리지 않았고, 손자국의 크기만 조금씩 달라졌다. 오후 다섯 시, 오승필이 추가 문서를 제출했다. `0층 임시 이용자 신청자 43명`, 전원 미귀가 기록에서 불러온 이름들이었다. 나는 명단에 B-0에서 나온 하림의 호칭과 강변에서 정상 퇴근한 신소림의 이름이 섞여 있다는 걸 발견했다. 그중 누구도 임시 이용을 신청하지 않았다. 오승필은 “명단은 시스템이 추출한 후보일 뿐”이라고 말했지만, 계약서 본문에는 `신청 완료자`로 표시돼 있었다. 오재현이 그 부분에 즉시 이의를 제기하자 오승필은 다음 카드까지 꺼냈다. “저 명단이 정정되면 시설 재개방 승인이 지연됩니다. 그사이 사고가 나면 누가 책임지죠?” 나는 그를 똑바로 보았다. “누가 진짜 구조가 필요한지 확인하지 않은 채 문부터 열면 사고가 나겠죠.” 그는 화를 내지 않았다. 오히려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그럼 차도윤 씨가 안전 확보를 보증한다는 서면을 하나만 주십시오.” 함정이 두 겹이었다. 서면을 주면 내가 대표 관리자가 되고, 주지 않으면 문을 못 열어 사고가 났다는 책임을 떠안을 수도 있었다. 나는 서윤이 만든 현장 위험 보고서와 현재 열려 있는 실제 비상구 목록을 그에게 전달했다. 특정 개인의 보증 대신 설비 상태와 개선 요구를 공식 기록에 남겼다. “제가 보증할 수 있는 건 제가 본 사실뿐입니다.” 오승필의 표정이 처음으로 굳었다. 그는 계약서에 서명하지 않은 채 돌아갔다. 그러나 시스템의 개방 예정 시각은 그대로 남았다. 그가 떠난 뒤 문태수의 팀에서 자동 알림이 발송됐다. `18:30 관측면 전환 작업 / 현장 보호 인력 추가 요청`. 서윤은 즉시 당직 책임자와 소방 협조팀에 연락했다. 나는 관측면 유리 앞에 임시 표시판을 붙였다. `통행 불가 / 실제 대피로는 오른쪽 계단`. 그러자 유리 너머에서 누군가 그 표시판의 글자를 천천히 따라 썼다. 우리가 붙인 판의 반대편에는 같은 글자가 뒤집힌 상태로 나타났다. “저 안에 사람이 있는 걸까요?” 민재가 물었다. “있다면 보호해야지. 하지만 누군가 글자를 따라 쓸 수 있다고 해서 출구가 안전해지는 건 아니야.” 오후 여섯 시 이십구 분, 개방 대기 토큰이 활성화됐다. 현장에서는 아무도 문을 열지 않았다. 그런데 유리면에서 아주 작은 소리가 들렸다. 딸깍. 기계식 잠금 장치의 소리였다. 원래는 잠금 장치가 없는 관측면에서. 그 순간 운영센터 전광판에 다음 문장이 떠올랐다. `임시 이용자 43명 중 첫 번째 대상 자동 입장 시도.` 이름 칸에는 강변에서 이미 퇴근했다고 증언했던 신소림이 적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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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3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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