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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퇴사했더니 회사가 던전이 됐습니다 · 141화
PAYLUA ORIGINAL · 제141화

문밖에 있는 증언자

퇴사했더니 회사가 던전이 됐습니다 · 3,637자

오프라인 책장
회의실에 들어갔을 때 열아홉 번째 의자는 사라져 있었다. 대신 의자가 있던 바닥에 젖은 신발 자국 두 개가 남아 있었다. 한쪽은 앞으로, 다른 한쪽은 벽을 향했다. 나는 손전등을 비췄다. 먼지가 쌓인 바닥인데 발자국 안쪽만 반듯하게 말라 있었다. 건물이 흘린 땀이라고 하기엔 모양이 너무 사람 같았다. “신청인이 지금도 밖에 있다면서요.” 문서윤이 방진장갑을 끼며 말했다. “그럼 회의실 안의 발자국은 누구 겁니까?” “회사답게 외부인을 불러 놓고 출석부터 처리했겠죠.” “농담은 나중에 하세요. 바닥이 지금 움직이고 있어요.” 서윤이 표시한 두 타일 사이가 손톱만큼 벌어졌다. 보이지 않는 복도의 끝이 바닥 아래를 밀어 올리는 듯했다. 나는 바로 접근선을 물렸다. 위험한 현상을 발견했다고 거기에 발부터 넣는 일은 신입 시절에 졸업했다. 아니, 우리 회사에서는 신입들이 대체로 졸업 전에 그만뒀다. 서버실 B의 메시지에는 `원본 현장 확인 요청`이라는 제목과 `신청인: 지금도 밖에 있는 사람`이라는 문구만 있었다. 신원 칸은 공란. 보낸 장치는 강변 019의 회신함으로 표시됐지만, 전송 경로의 마지막 두 줄은 도원솔루션 내부 인사 서버를 통과했다. 문제는 바로 그 두 줄이었다. 누구의 목소리든 거기를 지나면 직원번호를 요구받았다. 김하린은 공공 신고 원본을 따로 확인했다. 그녀는 화면을 내 쪽으로 돌리지 않았다. “신고자의 비공개 정보는 승인 전 공개할 수 없습니다. 다만 신고 내용에 현장 위험이 있다는 건 확인했어요. ‘밖의 통로가 안쪽으로 기록되고 있다’는 내용입니다.” “사람이 실제로 신고한 겁니까?” “아직 그 사실은 확인 중이에요. 자동 재전송일 수도 있으니까요. 그런데 오늘 오전 같은 경고가 수동 접수기에 한 번 더 들어왔어요. 누군가 지금 현장 상태를 알고 있다는 뜻일 수는 있습니다.” 배만식 소장은 쇠자로 바닥 틈을 재더니 그 자리를 사진으로 남겼다. 두 타일은 지도에서 다른 위치에 놓인 물건이었다. 하나는 도원, 다른 하나는 철거된 강변 경계의 대기실 바닥재와 같은 무늬였다. 나는 당장 원본을 대조하자고 했지만 소장은 먼저 인근 전기 배선을 끊지 않고 우회시켰다. “이걸 확인하려다가 실제 피난등까지 꺼지면 본전도 못 찾는다.” 그의 말은 언제나 촌스러울 만큼 정확했다. 오전 열한 시, 협의회에서 전송된 공문이 도착했다. `019 외부 입회자가 소재 미확인 상태이므로 현재 시설 운영자 차도윤이 대리 증언한다.` 문서 맨 아래에는 내가 직접 누를 수 있는 파란색 동의 버튼이 있었다. 회사에서 일곱 해 동안 보아 온 바로 그 색이었다. 예전에는 누르면 결재가 끝났지만, 지금 누르면 다른 사람의 인생이 시작될 판이었다. 나는 공문에 이렇게 답했다. `현 시설 관련 사실에 대한 진술은 가능. 원신고자의 신원과 의사에 관한 대리 진술 불가.` 그리고 답변 자체가 접수됐다는 확인을 종이로 받아 뒀다. 황규태 팀장이 내 옆에 서서 말했다. “넌 그렇게 하나하나 따져서 어떻게 회사를 다녔냐?” “그래서 퇴사했잖습니까.” 황 팀장은 잠깐 웃었다. 웃으면서도 시선을 피했다. 옛 자동 등록 공문의 수신 참조에 그의 계정이 있었다. 그가 문서를 만들었다는 뜻은 아니지만, 아무 일도 몰랐다는 변명은 이제 어려워졌다. 그는 자신이 아는 승인 경로를 감사 담당 오재현에게 내겠다고 했다. 나는 고맙다고도, 용서한다고도 하지 않았다. 아직 서류가 오지 않았으니까. 강변 현장에 도착하자 이선경이 굵은 로프 뒤로 우리를 안내했다. 철거된 대기실 바닥에는 어젯밤 없던 노란 선 하나가 있었다. 선은 물이 고인 배수로를 건너지 않고 허공에서 직각으로 꺾였다. 끝에는 작은 금속 단추가 박혀 있었다. 019 시설의 낡은 수동 회신 버튼과 같았다. 누르는 순간 상대방의 대답을 보장하는 장치가 아니라, 응답을 기다리고 있다는 표시만 남기는 버튼이었다. 김하린이 방수함 외부 점검판을 열었다. 종이테이프가 나왔다. 폭이 손가락 두 개만 했고, 맨 위에는 날짜 대신 `밖-안 분리 유지`라는 제목이 찍혀 있었다. 아래에는 송신 회선에서 만든 문장 하나가 반복돼 있었다. `그 사람의 퇴근을 확인하지 못했다.` 나는 그 문장보다 오른쪽의 빈칸이 더 신경 쓰였다. `외부 요청자의 귀가 상태: 입력하지 말 것.` “왜 빈칸을 일부러 남겼을까요?” 서윤이 물었다. “신고를 한 사람이 자기 일상으로 돌아가는 건 시스템이 결정할 일이 아니니까요.” 이선경이 고개를 끄덕였다. “원래 이쪽은 누가 신고했는지 알기보다 안쪽 사람이 신호를 들었는지를 확인하는 데 쓰던 구획이었어요. 신고자는 대기하지 않고 떠나도 됐고요.” 그때 회신 버튼에서 짧은 진동이 왔다. 전화벨도 경보음도 아니었다. 손끝에 닿지 않으면 알 수 없는 떨림이었다. 김하린은 밀봉 상태와 전원 공급을 확인한 뒤 원격 기록을 조회했다. `현장 입회 요청: 대체 확인 거부.` 이어서 새로운 한 줄이 찍혔다. `그 사람은 안쪽으로 들어가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기록이 저를 그 안에 가뒀습니다.` 나는 서둘러 주변을 둘러봤다. 누군가 숨었다는 뜻일 수도, 오래된 기록이 다시 재생됐다는 뜻일 수도 있었다.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대신 배수로 끝의 잠긴 유리창에 잠시 사람 그림자가 비쳤다. 그림자는 내 뒤가 아니라 유리창 바깥쪽으로 움직였다. 서윤이 무전기로 사람을 부르는 동안, 나는 낡은 회신함의 촬영 영상을 확대했다. 종이테이프 끝부분에 지워진 접수처 표시가 있었다. `증언 예정 장소: 019가 아닌 곳.` 그 아래에 손으로 적은 숫자가 또렷했다. `13:10 / 지하철 구 역사, 분실물 반환 창구.` “이거 함정 아니야?” 배 소장이 물었다. “당연히 의심해야죠. 그래도 실제 약속일 수 있어요.” 우리는 현장 안전을 유지할 팀과 외부 접촉을 담당할 팀을 나눴다. 신고자가 직접 말하려는 것인지부터 확인하기로 했다. 그가 말하지 않겠다면 거기서 멈출 작정이었다. 나는 차에 오르며 회사 사원증을 주머니에서 꺼냈다. 퇴사자가 됐다는 증거인 줄 알았던 플라스틱 조각이었다. 지금은 다른 사람의 출석을 증명하라는 요청을 거절할 때 가장 자주 쓰고 있었다. 분실물 반환 창구로 이동하기 전에 우리는 시청 안전 담당자에게 상황을 전달했다. 개인의 신원을 확인하는 일이 아니라, 실제 폐쇄된 시설에 사람이 접근하면 위험하다는 사실을 알리는 연락이었다. 역사 관리자는 예정된 개방 작업이 없고 긴급 출입 통로는 정상임을 확인했다. 그래서 우리는 창구 앞에 서되 폐쇄된 선을 넘지 않았다. 다른 사람의 증언을 찾으러 갔다가 우리 자신이 또 하나의 실종 기록이 될 수는 없었다. 분실물 반환 창구 앞에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 안내판 시계가 오후 한 시 십 분을 가리키자, 창구 유리에 문장이 나타났다. `외부 확인자 대면 불가 / 대신 남긴 물건을 확인할 것.` 창구 밑에서 얇은 금속판이 밀려 나왔다. 금속판의 한쪽에는 도원의 바닥 무늬가, 다른 쪽에는 강변의 노란 선이 찍혀 있었다. 가운데는 깔끔하게 비어 있었다. 서윤이 내게 말했다. “누군가 양쪽 현장을 동시에 본 사람처럼 이런 걸 만들었어요.” 나는 금속판의 밑면을 뒤집었다. `증언은 오늘 두 시에 시작됩니다. 단, 그때까지 제 이름으로 만들어진 문을 닫아 주세요.` 우리는 얼굴 한 번 못 본 신청인에게서, 뜻밖에도 구체적인 작업 지시를 받은 셈이었다. 문제는 그 문이 어디에 생겼는지 아직 아무도 모른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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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1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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