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변 아래에는 지하 0층이 없었다. 지하 1층도 없었다. 출입구에 붙은 도면은 사람이 지나다니는 통로와 배수 설비만 보여 주었다. 그 사실을 확인하는 데 우리 팀은 닷새 가까운 시간을 들였다. 어쩌면 너무 늦게 간단한 질문을 한 것인지도 몰랐다. 공간이 갑자기 나타날 때 우리는 어디에서 왔는지부터 물었다. 하지만 처음부터 있어야 할 자리가 아니었다면, 왜 자꾸 그 자리에 무언가를 만들려고 하는지가 더 중요한 질문이었다.
019 강변 시설에서는 수동 안전 회신이 정상적으로 왕복하고 있었다. 김하린과 이선경은 실제 배수문 상태, 낮은 다리의 임시 난간, 시민 우회 통로를 확인했다. 세림병원과 금융센터의 남은 두 위험 구역 역시 시설 담당자들이 현장을 분리해 통제했다. 도원 0층에서는 코일의 위상 차가 잠시 안정됐지만, 자동 정본 보정은 여전히 실행 대기 상태였다. 수치가 괜찮다고 사람을 안심시키기에는 너무 많은 일이 있었다. 특히 우리는 아직 첫 사고 당시의 외부 확인자가 누구인지 알지 못했다.
나는 B-0에서 나온 하림을 강변이 아닌 조용한 카페에서 만났다. 그가 먼저 제안한 자리였다. 그는 뜨거운 우유를 천천히 마시며 말했다. “그 안에서 제일 무서웠던 건 갇혀 있다는 사실보다, 내가 나왔다고 누군가 대신 말할 때였어요.” 나는 17:57의 고정 시계와 빈자리가 자동 채워지던 장면을 떠올렸다. “그게 어디서 시작됐는지 알아낼 수 있을까요?” “제 기억만으로는 안 될 거예요.” 하림은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제가 나오고 나서도 그 방이 제 이름으로 남아 있으면 안 된다는 건 알아요.” 우리는 그의 현재 퇴로와 과거 기록을 따로 정리했다.
카페에서 나오자 하진에게서 메시지가 왔다. `오늘 오후 저는 혼자 공원에 갔습니다. 누가 기록하지 않아도 그 일은 있었어요.` 나는 기분이 좋아졌다. 그러다가 다음 문장을 보고 웃었다. `그리고 공원 비둘기는 회사보다 훨씬 덜 친절했습니다.` 그는 이제 자기 이름과 하루를 가지려고 애쓰고 있었다. 공간이 그를 어떻게 만들었든 그 노력은 실제였다. 나는 회사가 그를 임시 대역으로 회수할 권한이 없다는 사실을 다시 확인했다. 명주 둘과 두 번째 경비에게도 똑같이 적용되는 원칙이었다.
그날 새벽에는 오성태의 아버지가 남긴 수첩 마지막 장도 확인됐다. 수첩에는 출근부도 사람 이름도 없었다. 다만 그림으로 그린 문 둘과 그 사이 비어 있는 한 칸이 있었다. 오성태는 그 그림을 오래 바라보다가 낮게 말했다. “아버지가 예전에 그러셨어요. 비상구가 두 개라고 두 사람을 꼭 두 곳에 나눠 넣을 필요는 없다고요. 어떤 사람은 그냥 서 있어야 할 때도 있다고.” 나는 가족의 말을 원본 설계 지침으로 확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 말이 남긴 느낌은 오래갔다. 빈 공간은 아무 일도 하지 않는 곳일 수도 있지만, 아무도 억지로 들어오지 않아도 되는 곳일 수도 있었다. 그 차이를 이해하지 못해 얼마나 많은 문이 잘못 생겼을까.
오후 두 시, 서윤은 원본 보존 코일의 수동 기준점을 바꾸지 않고도 두 신호를 분리해 관측하는 실험 결과를 가져왔다. 정상 공공 신고 회선을 통해 마지막 수신 확인이 돌아오자, 금융센터의 회색 틈이 이전보다 더 좁아졌다. 강변에서는 사라졌던 난간이 갑자기 나타나는 일이 없었다. 안전한 통로가 유지된다는 것을 현장이 실제로 확인할 수 있었다. 우리가 만난 불가능한 현상에도 일정한 조건이 있다는 사실이었다. 그렇다고 모든 것을 이해한 것은 아니었다. 장치가 공간에 어떤 힘을 행사하는지, 왜 사람과 닮은 존재들이 살아 있는지, 누가 최초 실험의 경계를 어겼는지는 아직 설명해야 했다.
서지완은 도원에 들렀다가 나를 붙잡았다. “저, 아직 입사 계약을 마무리하지 않았습니다.” 나는 웃었다. “그럴 수 있죠. 회사가 층 하나 더 생기는 중인데.” 그는 웃지 않았다. “그래도 제가 안전 점검을 돕고 싶으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나는 문서윤에게 연결해 줬다. 별도의 자원 협조와 실제 직무 계약을 구분하고, 필요한 안전 교육을 마친 뒤 자신의 의사로 참여하도록 했다. 서지완은 미래 출근부 때문에 자신이 이미 직원이 된 것 같았지만, 오늘은 처음으로 자신의 선택을 직접 말할 수 있었다고 했다.
저녁에는 아이 000을 보호하고 있던 한서림에게서 연락이 왔다. 아이는 강변 사진을 보여 달라고 요청했지만, 우리는 실제 위험한 통로의 자세한 위치를 공개하지 않았다. 대신 지금 사람들이 안전하게 다닐 수 있다는 사실을 설명했다. 아이가 가만히 있다가 물었다. “그럼 엄마는 이제 퇴근해도 돼요?” 나는 당장 그렇다고 말하지 못했다. 누구의 귀가를 확인한 것도 아니었으니까. “아직 확인 중이야. 그래도 네가 기다린다는 이유로 엄마가 위험한 곳에 있어야 하는 건 아니야.” 아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작은 종이에 세 개의 세모를 다시 그렸다.
마지막 녹음을 듣기 전에 한서림은 아이에게 그림을 더 그려 달라는 요구를 중단해 달라고 했다. 아이는 이미 충분히 자신이 원하는 만큼만 이야기했고, 어른들의 사건을 해결할 책임이 없었다. 서윤은 즉시 동의했다. 나는 아이를 한 번 더 불러 물으면 수상한 이름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 내 마음을 부끄러워했다. 아이는 사건의 비밀을 풀기 위한 장비가 아니었다. 그 사이 김하린은 어린이의 동의나 가족의 신원을 요구하지 않고도 확인 가능한 외부 경보 접점들을 분리해 조사했다. 000은 시설 코드라는 증거가 충분했으며, 실제 신고자에 관한 답은 다른 성인의 원본 기록에서 찾아야 했다. 그날 우리가 지킨 건 단순한 개인정보가 아니라 아이가 다시 평범한 하루를 보낼 시간이었다.
밤이 되자 외부 보관실 019에서 오래된 방수 상자가 발견됐다. 실제로 새로 들어온 물건은 아니었다. 이선경이 정식 보관 목록의 누락을 확인해 봉인을 점검한 것이었다. 상자 외부 라벨에는 `미사용 경계의 원래 이용자가 아니라 최초 검수 담당자에게 연락`이라고 적혀 있었다. 우리는 당사자 정보를 공개하지 않은 채 보관 주체를 확인했다. 정하경의 검수 문서 번호와 이어지지만 그가 유일한 담당자라고 확정할 수 없는 기록이었다. 또 하나의 부속 봉투에는 `외부 관찰자 단말 000은 비상시 수신 위치로만 사용할 것. 아이에게 업무를 맡기지 말 것`이라는 공개 가능한 경고가 있었다.
그러나 더 놀라운 것은 상자에 붙은 작은 그림이었다. 도원 0층의 복도와 강변의 낮은 길이 한 장의 지도에 그려져 있었다. 두 장소 사이에는 벽도 길도 없었다. 대신 빈 사각형이 있었다. `제0 완충 경계 — 누구의 출입 기록에도 합치지 말 것.` 원래 0층이란 바로 이 빈 사각형을 가리키는 관리자의 임시 호칭이었을지도 몰랐다. 누군가 그 빈 사각형을 진짜 층으로 옮기고 여러 건물에 이어 붙이면서 경계가 현실에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우리는 그 가설을 검증하기 위해 자료를 보존했고, 성급하게 복도를 다시 열지 않았다.
상자에는 짧은 자기테이프 하나가 더 있었다. 라벨은 `17:56 이전 외부 확인`이었다. 김하린은 법적 보존 절차와 재생 허가를 확인한 다음 허용된 구간만 들려주었다. 기계음 뒤로 짧은 문장이 들렸다. “여기는 밖입니다. 안쪽에 사람이 있어요. 제 이름은 필요 없습니다. 문을 열어 주세요.” 또 한 번의 잡음. 그리고 두 번째 목소리가 처음과 달리 아주 작게 말했다. “신고는 전달됐어요. 그런데 그 사람은 아직 나가지 못했어요.”
나는 녹음을 멈춰 달라고 요청했다. 두 목소리가 누구 것인지, 실제로 한 시각에 나왔는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했다. 누군가는 자신을 직원으로 등록해 달라고 요청한 게 아니었다. 안쪽에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전달하려 했던 것이다. 1758 기록을 시작으로 우리가 뒤쫓았던 모든 문과 출근부가 그 요청 뒤에 따라온 셈이었다. 그때 도원 서버실 B에서 새로운 메시지가 도착했다. `[제0 완충 경계의 원본 현장 확인 요청 / 신청인: 지금도 밖에 있는 사람]`. 아래에는 주소 대신 단 한 줄이 있었다. `처음부터 문밖에 있었던 사람은 아직 증언하지 않았습니다.`
제140화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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