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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퇴사했더니 회사가 던전이 됐습니다 · 133화
PAYLUA ORIGINAL · 제133화

길을 되돌리는 코일

퇴사했더니 회사가 던전이 됐습니다 · 3,653자

오프라인 책장
강변 바닥에 생긴 발자국은 오전까지 사라지지 않았다. 실제로 젖은 흔적이 남아 있는지 확인하러 나온 감식 담당자는 물이 강물과 비슷한 염도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소금이 거의 없는 강물도 아주 작은 성분 차이는 남긴다. 나는 그 말을 들으며 이상하게 안심했다. 세상에 설명할 수 없는 일이 있어도, 설명할 수 있는 부분까지 포기할 필요는 없다는 뜻이었으니까. 민재는 발자국 간격을 재다가 물었다. “형, 두 사람이라면 한 명은 거꾸로 걸었어요?” “이 회사에선 출퇴근만 거꾸로 하는 줄 알았는데 걸음도 외주를 줬나 봐.” 오늘의 목적은 원본 보존 코일과 강변 고정틀 사이에서 무엇이 되돌아오는지 확인하는 것이었다. 우리는 실제 사람의 이동을 시험하지 않았다. 대신 번호가 붙은 안전 표식 세 개를 서로 다른 위치에 놓고, 현장 접근 금지선을 유지한 채 원격 측정을 진행했다. 첫 표식은 가만히 있었다. 둘째 표식은 화면에 두 번 나타났다. 셋째 표식은 물리적 위치를 바꾸지 않았는데 도원 0층 감시 화면에 같은 흠집을 가진 형태로 복제됐다. 동시에 원래 자리의 표식에는 실금이 생겼다. 화면 복제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변화였다. 이선경은 시험을 즉시 멈췄다. 표식은 시설 관리자가 회수했고, 감식 담당자는 실금의 발생 시각을 기록했다. `원본 재생`이라는 버튼을 누르지 않았다는 점이 중요했다. 장치는 외부 신호를 받는 순간 스스로 경로를 되돌리려 했다. 나는 019의 옛 기록에 있던 표현을 다시 읽었다. `복귀를 자동화하지 말 것.` 거기에는 누군가 집으로 돌아가지 말라는 뜻이 없었다. 사용하지 못한 안전 경로를 사람의 실제 이동으로 취급하지 말라는 경고에 가까웠다. 도원에서 서윤의 전화가 왔다. “코일 표면 온도가 다시 올라갑니다. 그런데 오늘은 전류가 아니라 위상 차이가 먼저 변했어요.” 민재가 노트북 화면을 보여 주었다. 두 그래프의 봉우리가 겹치는 순간, 도원 0층의 바닥 그림이 강변 사진과 잠깐 같은 색이 됐다. 나는 그 현상을 공간이 기억을 되찾는 것처럼 느꼈다. 하지만 서윤은 냉정했다. “기계가 기억하는 건 값입니다. 누가 그 값을 바닥으로 만드는지는 아직 모릅니다.” 우리는 원인을 모른다는 문장을 보고서에서 지우지 않기로 했다. 시험을 잠시 쉬는 동안 나는 민재와 함께 철제 휴게실로 들어갔다. 민재는 탁자 위에 종이 두 장을 놓고 A와 B라고 적었다. A는 강변의 대피로, B는 도원의 복도였다. 그는 둘 사이에 종이컵을 하나 놓았다. “신호가 돌아오면 이 컵만 움직여야 하는 거잖아요. 왜 책상까지 붙어 버릴까요?” 나는 종이컵을 밀어 봤다. 컵 밑에 젖은 메모가 깔려 있어 탁자 끝까지 끌려왔다. 그 장면이 우리 문제를 어설프게나마 닮았다. 원래 경로의 좌표와 실제 바닥의 기준점이 같은 항목에 저장돼 있다면 안전 신호의 복원 명령이 물리 경계를 끌고 갈 수도 있었다. 민재는 컵을 내려놓더니 말했다. “이제 설명은 됐는데 왜 진짜로 그런 일이 가능한지는 모르겠네요.” “좋아. 오늘 회의에서 가장 중요한 결론이야.” 우리는 장치가 불가능한 물리적 변화를 낳는 원리는 미상이라고 남겼다. 점심에는 하림이 직접 전화를 했다. 그는 강변에서 마주한 환기팬 소리가 궁금하다면서도 현장 통제선 안으로 들어가고 싶지 않다고 했다. 대신 자신이 기억하는 소리의 길이를 녹음으로 설명하겠다고 했다. 나는 한적한 회의실에서 통화했다. “안쪽에서는 네 번 들리고 다섯 번째에 조용해졌어요. 누가 문을 열기 전부터요.” “그때 계단이 보였습니까?” “계단은 없었어요. 하지만 누가 내려간다고 말했죠.” 누군가의 설명이 사람의 눈앞에 없는 계단을 만들었을 가능성이 있었다. 그가 기억하는 시간대가 17:57 옛 시험과 같은 날인지는 여전히 알 수 없었다. 우리는 옛 정하경 검수 음성의 공개 허용 구간을 들었다. 기계 잡음 사이로 여성이 말했다. “안내를 공간에 고정하지 마세요. 안쪽에 사람이 있으면 먼저 그 사람의 발밑부터 확인해야 해요.” 도원 시스템은 이 말을 `공간 고정 승인`으로 받아 적고 있었다. 부정어 하나가 사라졌다. 민재가 마른웃음을 지었다. “저거 받아쓰기 프로그램 너무 오래된 거 아니에요?” “너도 팀장님 말에서 ‘하지 마’를 빼고 들은 적 있잖아.” “그래도 복도를 만들진 않았습니다.” 적어도 그 부분은 민재의 무죄였다. 기계실에서 배만식은 기존 배선과 새 인사 연동선을 구분하려고 다른 색 케이블 태그를 붙였다. 붉은 표식은 실제 경보, 파란 표식은 보존 신호, 회색 표식은 회사의 고용 데이터였다. 누군가 색깔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농담했지만, 현장에서는 그 단순한 구분이 큰 도움이 됐다. 실수로 회색 선을 만져도 경보가 끊기지 않는지, 붉은 선이 끊기면 우회 회선이 살아 있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서윤은 내게 “이제야 다이어그램이 사람을 안 잡아먹겠네요”라고 말했다. 나는 오래간만에 나도 그런 문서가 보고 싶었다고 답했다. 늦은 오후에 금융센터에서 보고가 왔다. 임시 격리된 두 겹 복도 가운데 하나가 강변과 같은 노란 표식을 보여 주었다. 실제 근무자들이 접근하기 전에 시설팀은 현장 출입을 제한했고 1758 공공 신고 회선을 통해 상황을 공유했다. 우리는 동시 실험을 중단한 덕분에 시민을 대상으로 한 우연한 시뮬레이션을 피할 수 있었다. 하지만 도원이 인사 장부의 `귀가 예정` 정보를 실험 좌표로 보내고 있다는 사실은 확인했다. 보관 코일이 돌려보내는 값은 길에 관한 것이었는데, 기업 시스템은 그것을 사람의 귀가로 바꾸어 해석하고 있었다. 도원에서 기다리던 두 번째 경비는 수동 호출 장치를 점검하던 중 작은 선택을 했다. 장한결을 닮은 그에게 회사는 원본 경비의 정기 근무표를 그대로 보내 왔다. 그는 그 근무표를 거부했다. “저는 오늘 낮에 햇빛을 보기로 했습니다. 누군가의 야간 수당을 받아야 하는 사람이 아니에요.” 문서윤은 원래 경비 장한결의 근무 계약과 이 존재가 요청한 휴식을 따로 기록했다. 두 사람이 둘 다 피곤하고 둘 다 실제로 말한다는 사실이 오히려 구별의 출발점이었다. 나는 그 이야기를 들으며 오래된 코일의 자동 복원 기능과 비슷한 실수를 회사가 사람에게도 하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잘못 끊긴 경로를 복구한다고 해서 그 위를 걸었던 사람의 삶까지 되돌릴 수는 없었다. 감사 담당 오재현은 몇 해 전의 `ROUTE-BACK` 모듈 계약서를 가져왔다. 원래 목적은 비상 대피로가 끊겼을 때 안전 신호를 마지막 정상 접점으로 되돌리는 것이었다. 그런데 후대 수정 요청에는 `귀가 인원 배치 자동 완료`라는 항목이 붙어 있었다. 해당 요청서를 작성한 부서는 확인됐지만 승인 서명은 한 사람이 아닌 통합 업무 계정으로 표시됐다. 계약 자체가 사기였다고 단정할 수는 없었다. 그러나 안전 신호를 사람의 신분으로 바꾸는 설계가 언제 생겼는지 추적할 수 있게 됐다. 그날 밤, 강변 비상 표지판에서 발자국 방향을 추적하는 모드가 혼자 켜졌다. 화면에는 두 점이 움직였다. 하나는 강변의 바깥쪽으로, 다른 하나는 도원 안쪽으로 돌아갔다. 실제 사람을 따라가는 신호라고 믿을 근거는 없었다. 나는 두 점 옆에 `미확인 경로`라고 메모했다. 그런데 갑자기 두 점 사이에 세 번째 점이 나타났다. 이전까지 존재하지 않았던 점에는 `감독자`가 아니라 `경로의 그림자`라는 이름이 붙어 있었다. 도원에 머물던 경로 보조가 내게 전화를 걸었다. “도윤 씨, 저와 똑같이 걷는 누군가가 강변에 있어요. 그런데 그 사람은 제 얼굴이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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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3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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