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층의 빈자리를 창고로 등록한 사람이 누구인지 알아내는 작업은 생각보다 복잡했다. 서류에는 결재자 열두 명, 위임자 네 명, 자동화 서비스 계정 세 개가 등장했다. 누구든 자기 이름이 적힌 칸을 가리키며 “저는 이 부분만 봤습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구조였다. 나는 이런 프로젝트를 안다. 책임지는 사람보다 회의에 참석하는 사람이 많을 때 프로젝트는 이미 위험하다. 물론 그 회의 참석자의 절반이 대역이면 사정은 더 나빠진다.
오재현은 감사실의 정식 자료 요청으로 과거 편집 이력을 대조했다. `FM-TRANSFER`라는 계정은 한 사람이 쓰는 ID가 아니었다. 공동 협의회의 시설·회계 인수 시스템이 오래전부터 쓰던 일괄 계정이었다. 변경 요청은 문태수의 소속 팀에서 작성했고, 실제 실행은 다른 업체의 야간 작업으로 넘어갔다. 누군가를 무조건 범인으로 만들 수는 없었지만, 공공 통행 구획을 빼야 한다는 조건을 삭제한 업무 담당 팀과 그 결과를 점검하지 않은 승인 절차가 어느 정도 분명해졌다.
문태수는 현장 회의에 직접 왔다. 그는 헬멧을 썼지만 끈을 풀어 놓고 있었다. 배만식이 조용히 턱끈을 고쳐 주었다. 문태수는 그때 처음으로 자기보다 큰 공장 설비 옆에 서 있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제가 등록을 추진한 건 유지 비용 때문입니다. 열일곱 회사가 비용을 나누지 않으려 해서 한 곳에서 관리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서윤이 물었다. “왜 그 한 곳이 임대 시설이어야 했습니까?” 문태수는 잠깐 입을 다물었다. “그 방식으로만 회계 지출이 된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 말은 오늘의 모든 잘못을 설명하지는 못했다. 그러나 어떤 결정이 어디서 시작됐는지는 알려 주었다. 우리는 현장 안전 유지비를 공공시설 담당과 참여 건물별로 분담할 수 있는 별도 절차가 있는지 검토했다. 이선경은 실제 난간 수리, 분리판 검사, 경보등 유지비에 대한 행정 수단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공공 경계를 건물로 등록하지 않아도 돈은 쓸 수 있었다. 불편하고 시간이 걸릴 뿐이었다. 문태수는 종이를 한참 보더니 “그걸 먼저 알았어야 했습니다”라고 말했다. 나 역시 지난 회사에서 그런 말을 많이 했다. 그렇다고 늦게 알았다는 사실이 사라진 위험을 되돌리지는 않는다.
회의가 끝날 즈음 회색 출입문이 다시 생겼다. 이번에는 문패가 놀랍게도 `사업자등록 상담실`이었다. 민재는 얼굴을 감쌌다. “형, 회사가 이제 세무서도 만들어요.” “국세청에 등록되면 어쩌지. 퇴사한 직원이 가짜 회사 세금까지 납부하게 생겼네.” 농담을 하는 동안에도 우리는 멀리 떨어져 있었다. 문 안쪽에서는 종이 넘기는 소리와 함께 사람 수를 세는 기계음이 들렸다. 실제 공공기관의 방이 아닐 가능성이 높았지만, 문으로 들어간 사람에게 어떤 일이 일어날지는 알 수 없었다.
장치가 요구한 것은 임대 면적보다 먼저 책임자였다. 화면에는 `[019 공공 경계 관리인 / 후대 자산등록 보증 책임]`이 뜨고, 다음 줄에 신소림의 이름이 나타났다. 그의 실제 근무 종료 기록이 확인되자 프로그램은 그를 가장 오래된 책임자라고 판단한 것이다. 나는 즉시 실명 연결을 차단했다. 한 사람의 생존 증명이 어떻게 순식간에 오래된 모든 채무의 보증으로 바뀌는지, 그 속도를 보고 치가 떨렸다.
그 순간 신소림에게 전화가 왔다. 그는 누군가 자신의 집으로 택배 상자를 보냈다며 당황했다. 상자 겉면에는 `019 시설 관리 위임장`이라고 쓰여 있었다. 그는 뜯지 않고 수령을 거절했으며 발송 기록만 남겼다. 우리는 그의 주거 정보가 어디서 유출됐는지 별도의 개인정보 보호 신고 절차를 안내했다. 회사가 시설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당사자의 생활을 침범하기 시작했다. 나는 문태수에게 그 사실을 전달했다. 그는 놀라며 내부 발송 승인자를 찾아보겠다고 했다.
오후에 중요한 문서가 나왔다. 자산등록 원안의 맨 앞에는 `비상 경계: 별도 수탁 불가 / 안전 유지비 공동 분담`이라는 문구가 있었다. 그런데 그 뒤에 임시 검토 메모가 덧붙었다. `관리 책임자 확보 어려움 시 입주자 명단과 자동 결합.` 그 메모에는 문태수 팀의 검토 표시와 협의회의 시스템 계정이 함께 남아 있었다. 명확한 사실은 하나였다. 누군가는 공공 통로의 보존을 포기하려는 위험을 알고도 검토를 계속했다. 문태수는 자기 팀에서 문구를 검토한 사실을 인정했다. 다만 자동화 적용 범위는 예측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우리는 그 말을 조사 기록에 남겼다.
해가 지기 전, 0층 가짜 상담실의 문패가 떨어졌다. 뒤에는 낡은 강변 대기실의 표지가 붙어 있었다. `외부 위험 신고 / 안쪽 응답 확인 전 종료 금지.` 서윤이 말했다. “이곳은 상담실로 바뀐 적이 없네요. 누군가 이름표를 덧붙였을 뿐이에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여기에 실제로 나타난 문과 벤치가 단순한 이름표로 생겨났다고 말할 순 없었다. 잘못된 데이터가 위험을 악화시켰지만, 공간 그 자체가 왜 다시 생기는지는 남아 있는 수수께끼였다.
밤에는 황규태가 직접 보존한 원본 결재 로그를 보내 왔다. 그의 시범 운영 접근 승인 기록 뒤에 별도의 강제 고용 연동 항목이 붙은 것이 보였다. 승인한 사람의 서명이 누락된 상태였다. 나는 그에게 물었다. “이걸 왜 이제 보내십니까?” 황규태는 한참 침묵하다가 말했다. “제가 잘못한 게 아니라고 말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로그를 다시 보니까, 제가 읽지 않은 문구도 있더군요.” 이번에는 변명만 하지는 않았다. 나는 서윤에게 자료를 전달했다.
일이 마무리되어 갈 즈음 이선경이 실무자들을 데리고 실제 공공 통로의 수리비 견적서를 가져왔다. 깨진 난간을 고치는 비용, 현장 통제 인력의 수당, 분리판 원본 대조 비용이 항목별로 적혀 있었다. 숫자는 결코 적지 않았다. 나는 그것을 문태수의 화면에 띄웠다. “저희가 현장을 관리할 돈이 필요하다는 말은 맞아요. 그 돈을 마련할 방법이 사람을 직원으로 만드는 것뿐이라는 말은 틀렸고요.” 그는 잠시 항목을 읽더니 시설 부서와 협의하겠다고 답했다.
회의실에서 나오는 길에 나는 가짜 상담실 문패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무료 입주 상담`이라는 광고 문구가 붉은 글씨로 깜박였다. 누군가는 저 글을 보고 이곳이 정말 들어갈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할지도 몰랐다. 서윤은 공공 시설팀과 함께 안내판의 외부 표시만 가리고 실제 위험 통제표를 세웠다. 건물의 얼굴을 바꾼다고 고장이 고쳐지는 것은 아니었지만, 적어도 그 얼굴 때문에 다른 사람이 다치지 않게 할 수는 있었다. 그때 멀리서 한서림이 아이와 함께 동네를 산책하는 모습이 보였다. 아이는 우리 쪽으로 오지 않았고 나는 손을 흔들지 않았다. 오늘만큼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오후를 보내길 바랐다.
그날 자정 직전 도원 외부 경계의 고정틀에서 한 번도 본 적 없는 빛이 켜졌다. 회색 문이 열리려다가 멈추고, 아까의 빈 벤치가 갑자기 바깥을 향해 돌아섰다. 마치 누군가에게 앉지 말고 일어나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모니터에는 `[원본 위치 복귀: 부분 성공]`이라는 글씨가 나타났다. 그리고 두 번째 줄이 곧바로 떴다. `[남은 원본: 사람이 아니라 '나가지 못한 방향' 1건.]` 나는 그 문장을 읽고 무릎에 힘이 풀렸다. 우리가 붙잡고 있는 것은 누군가의 이름이 아니라, 그가 빠져나갈 수 없었던 방향일지도 몰랐다.
제129화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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