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사자와 동행하겠다는 문자를 읽고도 나는 곧바로 약속을 잡지 않았다. 자신이 안전 담당자였다고 말하는 사람이 나타난다고 해서 그 사람에게 모든 미확인 사고의 책임이 따라붙어서는 안 됐다. 윤상미 씨에게 먼저 전화했다. “동행하신다는 분이 원하시는 게 뭔지 확인해 주실 수 있을까요? 저희가 사진이나 이름을 공개하지 않는다는 점도요.” 상미 씨는 짧게 답했다. “그분은 자기 이야기를 직접 하고 싶대요. 회사가 대신 말하는 게 지겨웠다고.”
다음 날 아침 그분은 전직 공공시설 근로자 신분으로 방문했다. 자신을 신소림이라고 소개했다. 쉰둘. 오래전 강변 보관시설에서 경보 안내와 현장 당직 교대를 맡았다고 했다. 본인 이름을 공개하는 데 동의한 범위는 현재의 증빙 절차뿐이었다. 얼굴은 카메라에 담지 않기로 했다. 소림 씨는 접수대 앞에서 신발을 벗고 갈아 신으려다가 멈췄다. “시설에 들어오면 안전화부터 신는 습관이 있어서요.” 나는 새 안전화를 내밀었다. 한 짝의 끈이 두 번 묶인 것을 보고 또 묻지 않았다. 사람의 신발에서 비밀을 캐낼 일은 아니었다.
“제가 찾아온 건 제 이름을 다시 직원으로 올려 달라는 뜻이 아닙니다.” 소림 씨가 말했다. “그때 계약은 끝났고, 저는 그 다음 날 제 아이 학교에 갔어요.” 윤상미 씨가 옆에서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소림 씨는 가방에서 오래된 근무 종료 확인서 사본을 꺼냈다. 문서의 봉인 번호와 지금 남아 있는 공용 점검표의 번호가 맞았다. 적법한 확인을 맡은 담당자는 개인정보 부분을 가리고 업무 종료 상태만 대조했다. 결과는 분명했다. 과거 강변 시설의 한 안전 담당자는 직접 교대하고 일을 마친 기록을 남겼다. 그러나 이 기록이 2026년 17시 57분의 최초 사고와 동일한 날의 문서인지는 아니었다. 연도가 달랐다.
“안에 사람이 아직 있다고 해서 제가 퇴근 못 한 적은 없어요.” 소림 씨가 말했다. “그 말은 무책임해서가 아니라, 제가 없어도 경고가 켜지게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는 손으로 공중에 두 개의 선을 그렸다. 하나는 장치에서 바깥으로 나가는 신고, 다른 하나는 안쪽에서 위험을 확인했는지 돌아오는 신호였다. “둘이 만나지 않으면 완료라고 하면 안 됐어요. 하지만 제가 집에 간다고 경고가 꺼지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게 우리 야간 근무의 규칙이었죠.”
나는 그의 설명을 듣고 갑자기 화가 났다. 오랜 세월 지켜 온 당연한 규칙이 오늘날 우리를 구하러 다니는 일이 되었다. 그러나 화낼 대상을 눈앞에 앉은 소림 씨로 삼을 이유는 없었다. 그는 누가 신형 시스템을 바꿨는지 알고 있느냐는 질문에 고개를 저었다. “내가 한 일은 사람이 없어도 깜박이는 경고등을 남긴 것뿐이에요. 그걸 건물로 만든 사람은 본 적이 없습니다.”
그때 0층 모니터에 경고가 떴다. `[AH-07 본인 일치 / 미귀가자 확인 / 직원 복귀 즉시 구조 완료.]` 우리는 소림 씨를 컴퓨터 앞에 세우지 않았다. 그가 존재한다는 사실과 프로그램의 자동 결론은 별개였기 때문이다. 서윤은 독립 증빙 번호만 입력해 오래된 근무 종료 여부를 검토하게 했고, 실명이나 사진으로 된 자동 비교는 보류했다. 화면은 잠깐 멈춘 뒤 `[해당 자료는 구역 코드이며 직원번호 아님]`이라고 바뀌었다.
하지만 문제는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도원 중앙 복도의 회색 문이 그를 향해 열렸다. 안쪽에는 강변 버스 정류장의 오래된 벤치가 놓여 있었다. 소림 씨가 숨을 들이켰다. “저 벤치가 왜 여기 있죠?” 배 소장이 즉시 접근을 막았다. 실제로 공간이 연결됐는지, 반사 영상인지 알 수 없었지만 바닥의 경계선이 천천히 움직였다. 소림 씨는 한동안 벤치를 바라보다가 말했다. “저 의자에서 동료가 잠들지 않도록 저는 늘 뜨거운 차를 놔뒀어요.”
우리는 먼저 소림 씨에게 밖으로 나갈지 선택하도록 했다. 그는 “지금은 바깥에서 이야기하겠습니다”라고 답했다. 나는 그 말을 기다렸다가 안전 구역으로 안내했다. 구청 시설팀은 회색 문 앞에 임시 지지대를 세우고 누군가 무단 진입하지 않도록 보도에 표지를 설치했다. 그 사이 내부에서는 벤치 위의 찻잔 하나가 실제로 떨어졌다. 컵이 깨지는 소리가 들렸고 흰 조각 몇 개가 문틈 밖으로 튀어 나왔다. 가상 영상이라면 설명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우리는 조각을 손으로 만지지 않고 현장 보존 대상으로 두었다.
소림 씨는 밖으로 나오자마자 물을 한 모금 마셨다. “저건 예전에 쓰던 벤치가 맞아요. 다리 하나가 짧아서 왼쪽에 종이를 받쳐 뒀거든요.” 서윤이 카메라 화면을 확대하자 정말 왼쪽 다리 밑에 종이 뭉치가 보였다. 하지만 오래된 벤치가 왜 도원의 0층에서 나타났는지는 알 수 없었다. 사람의 기억과 장치의 기록이 실제 사물까지 가져온 것처럼 보였지만 원인을 단정할 증거는 부족했다.
소림 씨는 자신이 강변 시설에서 퇴근한 뒤 그 벤치를 폐기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했다. “그러니까 지금 저게 있다면, 누군가 폐기 전에 찍은 사진을 아주 잘 재현했거나… 다른 이유가 있겠죠.” 그는 현실적인 설명부터 찾으려 했다. 나는 그 태도가 좋았다.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이 아니라 두려워도 말을 정확히 하는 사람이었다.
점심 식사 전에 소림 씨는 개인 가방에서 작은 수첩을 꺼냈다. 겉에는 손때가 묻었고 안에는 오래전 버스 시간을 손으로 적어 놓은 쪽지가 끼워져 있었다. 그는 한 장을 골라 우리에게 보여 주었다. `근무 끝 / 경보등 불 켜짐 / 버스 23시 10분.` 특별할 것 없는 기록이었다. 하지만 나는 그 글을 본 순간 목이 메었다. 퇴사 확인을 받지 못한 유령으로 장부에 남아 있던 사람은 그날도 버스 시간을 맞춰 집에 가려고 했던 것이다. 그는 수첩을 다시 닫았다. “이건 제 일기니까, 필요한 줄만 적으세요.” 우리는 그 말을 따랐다.
윤상미 씨가 소림 씨에게 말했다. “제가 그때 영수증을 돌려주지 못해서 미안해요.” 소림 씨는 고개를 저었다. “돈 몇 천 원 때문이 아니잖아요. 그날 늦게까지 사람들 도우느라 당신도 못 갔어요.” 상미 씨는 괜히 가방 끈만 만졌다. 둘 사이에는 우리가 모르는 시절이 있었다. 나는 그 시절을 캐묻지 않았다. 기록에서 빠진 근무를 확인하는 일과 개인적인 기억을 전부 공개하는 일은 다른 문제였다. 서윤은 두 사람의 요청에 따라 회의 시간을 짧게 잡았다.
늦은 오후 오재현이 찾아왔다. 그는 소림 씨의 과거 근무 종료 기록과 장비 인계 서명이 같은 사람에게서 나왔다는 것을 구별해 확인했다. 소림 씨는 자신이 안전 담당으로 근무를 끝냈고 AH-07은 업무 위치 코드로 사용됐음을 증언했다. 그러나 코일을 도원으로 이전하는 계약서에는 서명한 적이 없다고 명확히 말했다. 그 문서의 책임자를 찾는 일은 계속 남았다.
나는 소림 씨에게 이제 무엇을 하고 싶은지 물었다. 그는 작은 웃음을 지었다. “점심 먹으러 가려고요. 아까부터 시간 지났거든요.” “이런 사건에 협조한 뒤 급여도 못 받으시고요?” “제 퇴근은 제가 확인했으니까요. 밥은 제가 사 먹을 수 있습니다.” 그는 윤상미 씨와 시장 쪽으로 걸어갔다. 남은 것은 한 사람의 말이 아니라, 정정된 공개 업무 기록이었다. `과거 AH-07 담당자 근무 종료: 확인 / 2026년 사고 시험자 동일 여부: 확인 전 / 장비 이전 승인권: 별도 조사.`
밤, 내가 도원의 0층 문을 다시 살피자 찻잔 조각 하나가 낡은 종이의 가장자리에 붙어 있었다. 종이에는 손으로 쓴 세 글자가 남아 있었다. `반환 말 것.` 그 아래 다른 필체로 한 줄이 더 보였다. `여기는 기억이 아니라 보존 대상입니다.` 나는 그 문장을 보고 한동안 움직이지 못했다. 이제 0층은 잘못된 출근부뿐 아니라, 폐기된 물건을 실제처럼 되돌려 놓는 장소가 되고 있었다.
제127화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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