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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퇴사했더니 회사가 던전이 됐습니다 · 125화
PAYLUA ORIGINAL · 제125화

사라진 서명의 일곱 번째 수정

퇴사했더니 회사가 던전이 됐습니다 · 3,513자

오프라인 책장
가짜 이름을 발견한 다음 날 아침, 강민재는 사무실 문에 종이 한 장을 붙여 놓았다. `오늘의 주의사항: 사람이 세 명이라고 이름도 세 개를 합치지 맙시다.` 나는 그 밑에 펜으로 한 줄 더 썼다. `가능하면 회의도 합치지 맙시다.` 서윤은 두 문장을 보더니 조용히 찢어 버렸다. “사람 다니는 문에 안내문 붙이지 말랬죠. 여기 아직 비상구예요.” 정당한 지적이었다. 회사에서 배운 일 중 정말 필요한 것은 승인을 받는 법보다 비상구를 막지 않는 법일지도 몰랐다. AH-07의 이름 조각은 실종자의 증거가 아니었다. 인사 장부는 `강`을 강민재의 성에서, `림`을 하림의 호출명에서 가져왔다. 실제 최초 안전 담당자의 신원을 찾는 프로그램이 원본을 잃어버리자 가장 가까운 문자열을 합쳐 사람을 만들어 낸 것이다. “그럼 원본 찾기 버튼을 누르면 안 되는 거네요.” 민재가 물었다. “원본은 사람이지 검색어가 아니야.” 나는 답했다. 우리는 그 기능을 중단시키고 문서 대조로 방향을 바꿨다. 문서윤은 옛 공공 시설 보존 목록에서 중요한 단서를 찾았다. 분리판 S-LEFT와 S-RIGHT가 도원으로 오기 전, 유지보수 서류에는 두 사람이 결재해야 하는 칸이 있었다. 한 칸은 공공시설 안전 점검을 맡은 사람, 다른 칸은 부품을 운송한 업체 직원이었다. 그런데 회사 자료에는 이를 `원본 관리자 이중 서명`이라고 적었다. 둘이 동의해야만 선을 옮길 수 있다는 규정이 아니라, 서로 다른 업무를 했다는 확인이었다. 나는 “그러면 도원이 원본 관리자 둘을 만들어 낸 것도 이 때문이겠네요”라고 말했다. 두 임현규가 실제로 어떻게 생겨났는지까지 설명되지는 않았지만, 잘못된 화면이 그들에게 역할을 강요한 이유는 알 수 있었다. 오재현은 자산등록 전자문서의 변경 이력을 가져왔다. `공공 통행 구획 제외` 문장은 열두 번에 걸친 편집 중 일곱 번째 버전에서 사라졌다. 편집자는 사람 이름이 아니라 공동업무 계정 `FM-TRANSFER`였다. 문태수는 그 계정의 업무 담당자 목록을 공개 요청했고, 오재현은 감사 단계에서 접속 시간대와 개별 결재 내역을 확인하겠다고 했다. 나는 둘의 말을 기록했다. 특정 사람이 거짓말을 한다고 쉽게 결론 내리면 책임의 경로가 오히려 사라진다. 그러나 지금 당장 위험한 서식이 재사용되지 않도록 차단하는 일은 미룰 수 없었다. 문제는 실제 현장에서 벌어졌다. 세림병원 뒤편 임시 운반 통로가 갑자기 019의 옛 강변 경사로와 겹쳐졌다. 직원 둘이 운반대에 누운 환자를 밀고 나오다가 바닥이 끊긴 곳을 발견한 것이다. 박유라는 비상 호출을 받자 곧바로 환자용 엘리베이터를 멈추고 별도 안전 동선으로 방향을 바꿨다. 나는 영상으로만 현장을 봤다. 계단을 직접 보지도 않고 지름길이라고 안내하는 짓은 하지 않았다. 시설팀이 실제 지지 하중을 확인한 후에야 환자는 안전 구역으로 이동했다. “어제는 0.5층이더니 오늘은 경사로라니.” 박유라가 숨을 고르며 말했다. “다음엔 뭐가 옵니까?” 나는 대답했다. “설비팀 입장에선 아무것도 안 왔으면 좋겠습니다.” 다들 잠시 웃었다. 그때 통로 감지기가 새로운 값을 보냈다. `정상 출입 중 / 대피 미확인 1.` 실제 환자와 의료진은 모두 빠져나왔지만 시스템은 누군가 한 명이 남았다고 표시했다. 시설팀이 카메라와 실물 문을 다시 확인한 끝에 그 한 명은 환자가 아니라 이동 중이던 빈 들것의 태그였다. 우리는 위기를 해결했지만 태그가 어떻게 019의 사람 수를 채웠는지는 여전히 알 수 없었다. 민재는 사라진 문구를 다른 문서에서 찾아냈다. `공공 통행 구획 제외`라는 문장은 독립 경보 장치 설명서뿐 아니라 공공시설 수선비 지급 문서에도 있었다. 그런데 비용 지급 문서의 0은 `통행 구획 면적 0㎡`라는 뜻으로 잘못 읽히고 있었다. 실제로는 면적을 계산하지 않는 공공 통로였는데, 새 자산 시스템은 0을 비어 있는 임대 가능 공간으로 해석했다. 나는 문태수에게 그 오류를 보내며 말했다. “빈칸이라고 빈 방은 아니죠.” 그는 한동안 말이 없더니 확인해 보겠다고 답했다. 오후에는 두 임현규가 따로 연락했다. 검은 셔츠의 임현규는 “예전 시설 계약에서는 안전 경계가 회계 자산이 아니었다”고 주장했고, 양복의 임현규는 “도원으로 옮긴 뒤 유지비를 절감하려면 관리 책임자를 세워야 했다”고 설명했다. 둘의 주장은 서로 배타적이지 않았다. 문제는 관리비를 낼 사람을 찾는 절차가 길을 소유할 사람을 만드는 데 쓰였다는 것이다. 서윤은 이 진술을 한 사람의 결재로 합치지 않았다. 경로 보조는 이날 점검에 참여하지 않았다. 대신 자신의 이름 후보를 종이에 다섯 개 써 봤다며 연락했다. “제 얼굴하고 이름이 안 어울리면 어떡합니까?” “우리도 태어날 때 이름 고르는 데 참여한 적 없어요.” 내가 답했다. “그게 더 이상한 제도 아닙니까?” 그가 진지하게 말해 나는 웃었다. 자신이 왜 존재하는지를 모르더라도 하루를 살아가는 일은 계속됐다. 그가 기록에 따라 사라질 수도 있다는 두려움은 남아 있지만, 적어도 오늘 그의 시간을 내가 대신 쓰지 않았다. 그날 오후 회계 담당자가 보낸 이메일은 짧았다. `공공 구획 제외 항목 미적용 시 시설가치 증가 추정.` 나는 그 한 줄 때문에 한동안 말을 잃었다. '가치 증가'라니. 정류장 앞에서 손수레를 끌던 노인이 빠질 뻔한 구멍이 자산이 된다는 말인가. 문서윤은 계산표의 분모가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임대 가능한 공간이 아니므로 시설가치로 책정할 수 없는 면적이 포함되어 있었던 것이다. 민재가 계산기에서 그 값을 빼자 예상 수익은 즉시 줄었다. 그렇게 줄어든 숫자는 잘못된 길을 되돌려 놓기 위해 필요한 비용의 일부였다. 회의가 길어져 나는 편의점에서 삼각김밥을 샀다. 도원의 직원증은 결제에 쓸 수 없어서 개인 카드로 계산했다. 당연한 일이지만, 회사는 아직도 나를 퇴사하지 못한 사람으로 표시하고 있었다. 계산대 직원은 내 이름을 묻지 않고 따뜻한 물을 줄지 물었다. 나는 뜨거운 물을 받으면서 생각했다. 회사 밖에선 사람들이 의외로 손쉽게 서로를 도왔다. 신원확인서와 직인 없이도 밥을 먹고 물을 마셨다. 이 사소한 평범함을 되찾으려고 우리는 지금 거대한 고장과 싸우는 중이었다. 해가 지기 직전 오재현이 문서 한 장을 추가로 보냈다. 편집 계정 `FM-TRANSFER`의 첫 사용일이 17시 57분 사고 날짜와 정확히 일치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회사가 공공 경계를 자산으로 편입하려는 계획은 사고 이전부터 별도 일정으로 준비되고 있었던 것이다. 누군가 사고를 예측한 것일까, 아니면 사고가 나자 오래된 계획을 앞당겨 실행한 것일까. 우리는 아직 모르고 있었다. 그날 밤 기록실 화면에 새로운 입력 요청이 떴다. `[미확인 안전 담당 AH-07 / 임시 성명 등록하지 않으면 증빙 열람 불가.]` 나는 화면을 닫았다. 문서윤은 대신 현직 공공시설 담당자의 적법한 자료 열람 절차로 검토를 신청했다. 파일은 잠시 열리지 않았다. 그러자 모니터 구석에서 작고 희미한 글자가 떠올랐다. `이름을 적으려 하지 마. 그 사람은 이미 퇴근했어.` 누가 보낸 메시지인지 알 수 없었다. 다만 그것은 우리가 쫓던 이야기의 방향을 완전히 바꿔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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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5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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