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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퇴사했더니 회사가 던전이 됐습니다 · 124화
PAYLUA ORIGINAL · 제124화

서로 다른 세 장의 퇴사 확인서

퇴사했더니 회사가 던전이 됐습니다 · 3,601자

오프라인 책장
도원솔루션 0층에 다시 전화벨이 울렸을 때, 나는 휴대전화를 귀에서 떼고 한참 생각했다. 분명히 퇴사할 때 사무실 내선번호를 반납했다. 그런데 오래된 전화가 걸려 오면 가장 먼저 그 번호를 떠올리는 습관은 좀처럼 없어지지 않았다. 누구보다 출근을 싫어하면서 벨소리만 들으면 반사적으로 “네, 인프라팀입니다”라고 말하게 되는 병. 산업재해로 인정될지는 모르겠다. 전화를 받은 것은 내 얼굴을 한 경로 보조가 아니었다. 도원 시설실에 있던 강민재였다. “형, 0층 전화에서 시장 수선집 번호가 떠요. 그런데 저 번호는 지금 쓰는 번호가 아니래요.” 시장 수선집 주인이 마지막으로 옛 번호를 사용한 지 십 년이 넘었다고 했었다. 나는 통화 내용을 녹음하지 말고 수신 설비의 기술 로그만 보존하라고 했다. 사람이 말하는 내용을 함부로 가져오고 싶지 않았다. 민재는 “말이 없어요. 전화기 쪽에서만 분필 긁는 소리가 들려요”라고 답했다. 우리는 공공 담당자가 입회하는 조건으로 0층의 오래된 교환기를 살폈다. 음성 회선은 끊겨 있었지만 전화 상태 표시등은 깜박였다. `AH-07 / 마지막 반환 청구 / 접수 대기.` 나는 최도경의 수선 수첩에 적힌 `담당자가 돌아오면 직접 환불`과 이 문구를 나란히 두었다. 회사가 환불을 요구하는 사람을 퇴사자라고 부를 수도 있다는 사실이 새삼 우스웠다. 원래는 누가 받아야 할 수선비일까. 도시락통의 주인이 아니라 그걸 운반한 사람에게 지급해야 했던 돈일 수도 있었다. 서윤은 세 가지 기록을 분리했다. 장부의 수선비, 외부 신고 경보, 인사 장부의 마지막 근무 확인. 두 번째와 세 번째는 연결되면 안 됐고, 첫 번째는 개인의 돈이 걸린 문제였다. “그날 밤 인사 장부에서 지워진 사람이 누군지 알면 비용의 원래 수령인도 찾아낼 수 있을지 몰라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누구에게 돈을 줬는지만으로 그 사람이 안전 담당자였다고 단정할 순 없었다. 그때 도원 건물 복도 끝의 가짜 사물함이 열렸다. 안에는 세 장의 퇴사 확인서가 세로로 붙어 있었다. 첫 장은 도원 개발팀의 일반 양식, 둘째는 옛 공공 설비 당직 계약 종료서, 셋째는 안전 경보 장치 대기 종료서였다. 세 문서는 서로 다른 일을 말하는데 화면은 하나의 사람을 향해 `퇴사 미완료 3건`이라고 표시했다. 문서윤은 실제 개인정보를 열람하기 전 법무 담당자와 협의했지만, 공개된 서식 차이만으로도 고장 난 번역 과정을 알 수 있었다. 기술은 3개의 사건을 1명의 인격처럼 다루고 있었다. 갑자기 사물함 안에서 내 신분증 사진이 튀어나왔다. 그 아래에는 경로 보조의 얼굴과 낯선 여성의 그림자가 한 칸에 겹쳐 나타났다. 나는 종이를 움켜쥐지 않고 뒤로 물러났다. 이 건물은 우리가 누군가의 이름을 찾으려고 할 때마다 가장 가까운 이름을 내어 놓았다. 이름을 먼저 찾아야 사람이 존재한다고 믿는, 아주 고약한 방식이었다. 서윤은 화면을 사진으로 남기고 인식 장치의 연결을 차단했다. 오전 열한 시, 수선점 주인에게서 새로운 연락이 왔다. 구형 교환기의 입출력 도면 사본을 찾았다는 것이다. 교환기에는 두 개의 벨이 있었다. 첫째는 실제 사람에게 거는 전화, 둘째는 상대가 돌아오지 않아도 경고를 계속 남기라는 무음 알림. 도원은 후자의 대기 신호를 사람의 전화로 오해하고 있었다. 우리는 공공 안전 경보의 무음 알림을 유지한 채, 사원번호가 생성되지 않도록 연결을 바꿨다. 그제야 내선 전화벨이 멎었다. 그러나 사물함의 세 번째 서식은 계속 켜져 있었다. `실제 안쪽 대피 확인: 없음.` 그 표시는 삭제하면 안 됐다. 아직 확인하지 못한 사람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도윤이라는 이름이 나타나는 것이 싫어도, 미확인 대피 기록 자체를 없애면 누군가 위험을 발견할 기회를 잃는다. 그래서 우리는 현장 구조대에 미확인 대피 신호가 남아 있다는 사실을 전달하고, 직원 퇴사 목록에서는 그 연결만 끊었다. 점심 무렵 윤상미 씨가 작은 영수증을 가져왔다. 그날 직접 맡아 준 도시락의 값이 적힌 종이였다. `2개 / 17:56 이전 / 외부 분리점 점검.` 상미 씨는 자신이 도시락을 만든 것이 아니라 강변 담당자에게 전달만 했다고 설명했다. 도경 씨 수첩의 시간과 거의 같았지만 일치하는지는 더 확인해야 했다. 흥미로운 것은 영수증 맨 아래의 수신 문구였다. `교대자는 돈을 받지 못해도 퇴근할 수 있다.` 누군가 임금 지급을 핑계로 사람을 붙잡지 못하게 하려던 약속이었을 것이다. 그날 저녁 나는 하림과 통화했다. 그는 산책 중이라며 발걸음 소리를 들려줬다. “제가 안에 갇혀 있던 시간도 세 장으로 나뉘나요?” “어쩌면 더 많을지도 몰라요.” 나는 말했다. “하지만 당신이 지금 걷고 있다는 건 장부와 별개로 사실입니다.” 하림은 잠시 조용하다가 “오늘은 제 발로 집에 갈 겁니다”라고 답했다. 그 말을 듣고 나니 우리 일이 너무도 단순해 보였다. 사람이 걸어갈 길이 있다. 건물이 그 길을 가로막지 않도록 하면 된다. 그런데 회사는 그 단순한 일을 회계처럼 계산했다. 오전 동안 민재는 세 장의 서식이 화면에서 합쳐지는 모습을 모의 장치로 재현했다. 원본 개인정보는 사용하지 않고 시험 문구만 넣었다. 첫 번째에는 `직원 퇴사`, 둘째에는 `시설 계약 종료`, 셋째에는 `경보 대기 종료`라고 적었다. 세 번째 줄을 '완료'로 바꾸자 앞선 두 줄에도 완료 도장이 찍혔다. 그러더니 직원 퇴사 문서를 지우면 장치의 경보등까지 꺼졌다. 민재는 손을 떼며 말했다. “무슨 회로인지 알겠어요. 조각난 기능을 전부 같은 버튼에 묶어 놓았어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걸 이해했다고 바로 고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실제 외부 경보등이 어디에 연결되어 있는지 확인하기 전에는 어떤 실험도 현장에 적용할 수 없었다. 그 뒤 서윤은 우리를 복도 바깥 벤치로 불렀다. 윤상미 씨가 들고 온 영수증에 적힌 오래된 수선비는 돈 몇 천 원에 불과했다. 하지만 그 돈을 받았다는 서명이 실제로 남아 있다면 적어도 누군가는 영수증을 돌려받으러 왔다는 단서가 될 수 있었다. 상미 씨는 “그날 사람들이 돈 얘기로 싸웠다는 기억은 없어요. 더 급한 일이 있었죠”라고 말했다. “뭐가요?” 내가 묻자 그는 문 밖의 경보등을 바라봤다. “비가 왔어요. 정류장 안으로 물이 들었거든요. 도시락을 나른 사람은 돈 받을 새도 없었어요.” 나는 그 이야기와 2026년의 사고를 연결하지 않고, 오래전 설비 사고의 별도 배경으로 적었다. 다른 날의 비가 같은 비였다고 말하면 사람의 삶부터 뒤섞이게 된다. 그날 밤 교환기 담당자는 무음 회선의 유지 전압이 정상이라고 보고했다. 나는 그 숫자 하나에 조금 안도했다. 누군가 전화를 받지 않아도 위험 신고는 사라지지 않았다. 화면 밖에 있는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강제 출석표가 아니라, 위험할 때 실제로 작동하는 경고등이었다. 밤 아홉 시, 도원 서버실에 종이 한 장이 인쇄됐다. `[AH-07 본인 확인 절차 / 과거 안전 담당자 명의로 직접 방문 신청.]` 마지막 줄에는 번호 대신 이름의 일부가 나타났다. `성: 강 / 이름: …림.` 나는 바로 하림에게 전화하지 않았다. 그 이름이 실제 그 사람의 것인지 알 수 없었다. 그러나 윤상미 씨는 출력물을 보고 아주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그분 성은 강씨가 아니었는데.” 누군가 원래의 공란에 지금까지 가장 가까운 두 기록을 이어 붙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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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4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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