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여자가 도원솔루션 정문에 도착한 시각은 오전 아홉 시 십칠 분이었다. 나는 이름보다 먼저 신발을 봤다. 회색 운동화 밑창에 젖은 흙이 붙어 있었고 오른쪽 끈만 두 번 묶여 있었다. 그런 사소한 것을 기억하는 버릇은 서버 장애를 오래 겪으면 생긴다. 장비의 고장 원인보다 누가 마지막으로 만졌는지가 더 도움이 될 때가 있으니까. 하지만 사람은 장비가 아니다. 신발에 묻은 흙을 보고 그가 어디서 왔다고 단정하면 안 된다는 사실도 나는 이제 안다.
“OUT-019-0 추가 증빙을 가지고 왔습니다.” 여자가 말했다. 얼굴에는 밤을 새운 흔적이 있었지만 발음은 또렷했다. 문서윤이 준비한 방문자 기록에는 그가 직접 적은 이름이 들어갔다. 윤상미. 쉰여덟. 옛 강변 공공 시설의 문서 전달 일을 했다고 했다. 내가 인사하자 그는 내 얼굴을 한참 보더니 말했다. “사진하고 닮았네요.” “어느 사진이요?” “찾아오라는 사람 사진.” 내 척추를 따라 식은땀이 내려갔다. 내가 유난히 닮은 얼굴을 자주 만나는 직업이라는 사실을 그에게 아직 말하지 않았다.
상미 씨가 꺼낸 것은 낡은 노란 봉투였다. 겉에는 공문 접수 도장이 세 개, 안에는 먹지를 댄 얇은 종이가 들어 있었다. 모두가 사라진 원본을 찾고 있을 때 살아남는 것은 가끔 복사 장치가 아니라 오래된 먹지다. 내 옆에서 강민재가 감탄했다. “이거 종이인데도 백업이 되네요.” “너 지금 아주 중요한 사실을 깨달았다. 우리 회사 기술 전략을 종이로 바꿨으면 인류가 덜 고생했을지도 몰라.” 서윤은 웃지 않고 봉투의 모서리를 촬영했다. 훼손 전에 인수 상태를 기록하는 것이 먼저였다.
상미 씨는 서류를 탁자에 놓되 손을 떼지 않았다. “제가 신청한 문서는 아니에요. 봉투를 맡아 달라는 부탁을 받고 오랫동안 보관한 사람이죠. 부탁한 분은 기록을 본인 대신 제출해 달라고 한 게 아니었습니다. 위험한 일이 다시 생기면, 그때 당시 누가 반대했는지 확인할 수 있는 곳으로 가져가라고 했어요.” 그는 잠시 말을 멈추었다. “그때는 그런 날이 다시 올 줄 몰랐죠.” 나는 그의 말을 그대로 받아 적었다. 서류를 들고 온 사람이 곧 작성자나 권리자인 것은 아니었다.
먹지의 첫 장은 공개 가능한 시설 변경 이의서였다. `외부 신고 위치를 업무용 층으로 편입하지 말 것.` 두 번째 줄에는 `대피자 미귀환을 고용 상태로 처리하지 말 것.` 세 번째 줄은 다른 글씨였다. `신고를 받은 사람은 퇴근할 수 있어야 한다.` 나는 그 마지막 문장을 두 번 읽었다. 서류를 쓴 사람은 위대한 철학자가 아니라 당직표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아는 사람이었다. 밤이 끝나면 다음 사람이 오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 그래도 위험 신고는 멈추면 안 된다는 것.
문제는 도장 옆에 있었다. 구형 접수기의 네모난 압인 위로 후대 전산 변환 라벨이 붙어 있었다. `[외부 제삼자: 직접 단절 승인 / 시설 소유권 이관 동의.]` 원래 종이의 눌린 부분을 옆빛으로 비추자 전혀 다른 글자가 나왔다. `[접수됨 / 담당자 확인 전 실행 금지.]` 누군가가 반대 의견의 접수를 승인으로 옮겨 적은 것이었다. 오재현 감사 담당은 즉시 원본 대조가 필요하다며 독립 보존 절차를 요청했다. 상미 씨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봉투를 그냥 내주지 않았다. “누가 보존하는지 기록을 남겨 주세요. 이번엔 받은 사람이 사라지지 않게.”
그 말을 끝내기도 전에 정문 위 안내판이 깜박였다. `[OUT-019-0 직접 방문자 확인 / 제0 경계 관리자 복귀.]` 윤상미 씨의 이름이 출입 명부에 표시됐다. 보관 증빙을 가져왔을 뿐인 사람이 어느새 열일곱 건물의 관리자 후보가 되었다. 문서윤이 네트워크 케이블을 뽑으려는 민재의 손목을 잡았다. “외부 안전 회선하고 같은 덕트야. 그거부터 뽑으면 안 돼.” 우리는 공개 접수 절차를 유지한 채 자동 인사 이관만 차단했다. 계단에 세워 둔 실제 표지판은 그대로였고, 기계가 만든 새 관리자 칸만 회색으로 변했다.
“제 이름을 지우지 마세요.” 상미 씨가 말했다. “제가 왔다는 기록은 남아야죠. 하지만 제가 이 건물을 맡겠다고 한 적은 없어요.” 그 차이를 자기 입으로 말하는 목소리에는 오래된 피로가 배어 있었다. 서윤은 그의 진술을 한 문장으로 축약하지 않았다. 도착한 날짜, 제출 허락 범위, 거부한 자동 배정, 자료를 돌려받을 방법을 각각 적었다. 회사가 사람의 선택을 한 칸에 우겨 넣지 못하도록 종이를 넉넉히 썼다.
그 자리에서 윤상미 씨가 또 하나의 조건을 걸었다. “제가 들고 온 봉투를 공문서라며 인터넷에 올리지 말아 주세요. 그 안에는 옛 동료들이 집으로 돌아가는 데 필요한 연락처도 있습니다.” 서윤은 공개 가능한 안전 설계 부분과 사적인 연락처가 적힌 부분을 구분하는 접수표를 만들었다. 도원이 모든 정보를 한꺼번에 등록하려는 동안 우리는 반대로 정보를 나누고 있었다. 번거로운 일이었지만 윤상미 씨는 서류 맨 아래에 직접 서명했다. 이름을 감추는 것보다 이름이 어디까지 쓰이는지 정할 수 있다는 사실이 더 중요해 보였다.
실제 안전 담당 이선경에게 전화해 봉투의 보관 경로를 문의했다. 그는 원본인지 복사본인지 결론 내리기 전까지 종이를 닦거나 풀칠을 제거하지 말라고 했다. 수선된 곳에 묻은 접착제가 당시 방식과 맞는지 살펴야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나는 한때 모든 문제를 재부팅으로 해결하려 했다. 지금처럼 종이 한 장을 만지지 않는 것이 해결의 시작인 상황이 올 줄은 몰랐다. 민재는 유리 보관판을 들고 서서 작은 소리로 말했다. “형, 서버실보다 여기가 더 조심스럽네요.” 나는 대답했다. “서버는 백업이 있지만 이 종이는 마지막 한 장일지도 몰라.”
오전 열 시, 먹지 밑에서 작은 조각이 떨어졌다. 노란 봉투의 바닥에 끼어 있던 인쇄물이었다. `019-B-0 / 안전 담당자 열람용 / 구역 코드 AH-07 / 근무 종료 확인: 미처리.` 사람 이름이 적혀 있어야 할 곳에는 수선용 테이프가 붙어 있었다. 상미 씨가 그것을 보더니 얼굴빛이 변했다. “이건 그분 물건이에요.” “어떤 분입니까?” “매일 가장 늦게 퇴근하던 사람요. 이름보다 일이 먼저 도착하던 사람.”
나는 테이프를 떼지 않았다. 뜯어 버리면 아래에 적힌 것까지 망가질 수 있었다. 현장 보존 전문가를 부르자는 서윤의 제안에 상미 씨도 동의했다. 그때 정문 유리문에 내 그림자가 두 개 비쳤다. 뒤를 돌아보니 경로 보조가 서 있었다. 그는 택시에서 내린 참이었고, 자신이 찍힌 보안 영상이 또 다른 누군가의 입사 증명으로 쓰였다는 연락을 받고 왔다고 했다. “오늘은 제 발로 왔습니다. 확인하려고요.” 나는 대답했다. “잘 왔어요. 그런데 들어오기 전에 안전모부터 쓰셔야 해요.”
우리는 함께 0층 기록실로 내려갔다. 문 앞에는 어제 없던 전자 액자가 걸려 있었다. `[최초 외부 귀환자 / 접수 대기.]` 그 아래 화면에는 윤상미의 방문 사진 대신 내 얼굴이 나타나 있었다. 상미 씨가 말했다. “제가 닮았다고 한 게 저 사진 때문이에요. 예전 봉투에 들어 있던 얼굴이랑.” 그의 가방에 남아 있다는 다른 사진을 보려는 순간, 지하에서 금속판이 끌리는 소리가 났다. 낡은 출입 명부가 한 장씩 벽 밖으로 밀려 나오고 있었다.
나는 저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퇴사한 지 하루 넘었는데 출근부는 자꾸 늘어나네.” 민재가 답했다. “형, 이 정도면 회사가 형을 사랑하는 거예요.” “사랑이면 제발 놓아줘.” 누구도 웃지 않았다. 벽에서 밀려 나온 첫 장의 빈칸에 잉크가 저절로 번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AH-07 / 마지막 근무일: 아직 종료되지 않음.]` 그날의 방문자는 하나의 증거를 가져왔지만, 회사는 그 증거를 또 한 사람의 출근 명령으로 읽기 시작했다.
제121화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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