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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퇴사했더니 회사가 던전이 됐습니다 · 12화
PAYLUA ORIGINAL · 제12화

퇴사한 지 삼 년째 출근 중

퇴사했더니 회사가 던전이 됐습니다 · 3,747자

오프라인 책장
병원으로 향하는 문은 도원솔루션 지하 주차장에 있었다. 정확히 말하면 원래 그곳에 있던 건 쓰레기 압축기실이었다. 배만식 소장이 십 년 동안 잠가 둔 문이라며 열쇠를 흔들었다. 안에는 냄새도 압축기도 없었다. 하얀 타일 복도와 휠체어 손잡이가 낯선 방향으로 길게 이어져 있었다. “난 이거 설치한 적 없어.” 배 소장이 말했다. “소장님이 설치 안 하신 건물은 저도 처음 봅니다.” “말장난할 때냐?” “무서우면 원래 쓸데없는 말을 합니다. 제가 어릴 때 예방접종 맞으러 갔을 때도 그랬어요.” 문서윤은 복도 바닥을 손전등으로 비췄다. 타일 사이에 병원에서 쓰는 노란 유도선이 남아 있었다. 반면 소방 배관은 우리가 나온 주차장 벽에 단단히 붙어 있었다. 환상이라면 타일과 소방 배관 중 하나는 거짓이어야 했다. 서윤은 나에게 출입문이 닫히기 전에 직접 쇠사슬로 고정하자고 했다. “출입구를 묶으면 역방향 대피가 어려워요. 손으로 열 수 있는 잠금만 써요.” “네. 문을 막지 말고 열린 상태를 확인하죠.” 우리는 각자 방화문 위치와 실제 공기 흐름을 기록했다. 나는 손목의 푸른 화살표가 가리키는 길과 서윤이 그린 피난 경로를 나란히 놓았다. 신기하게도 겹치지 않았다. 시스템은 나를 최단 거리로 안내했지만 실제 환기실과 비상등은 다른 복도를 가리켰다. “화살표보다 비상등을 먼저 봅시다.” 서윤이 결론 내렸다. 병원 안내 방송이 들려왔다. “세림종합병원 0층 대기 환자분들께 안내드립니다. 퇴원 절차를 완료하지 않은 분은 퇴실하실 수 없습니다.” 뒤이어 프린터가 연달아 돌아갔다. 아무도 없는 접수대에서 종이 팔찌가 튀어나와 바닥을 덮었다. 모두 같은 이름이었다. [이명주] 나는 팔찌 하나를 집으려다 멈췄다. 이름이 같다는 이유로 사람 하나로 취급하면 안 된다. 서윤이 휴대용 카메라로 접수대만 찍고 팔찌는 두었다. 지금 필요한 건 증거이지 수집품이 아니었다. 병원이라고 부르기에는 복도에 환자들이 너무 없었다. 기다리는 의자도 모두 다른 높이였고, 벽에 붙은 진료 시간표에는 월요일과 목요일 사이에 낯선 날짜 하나가 끼어 있었다. 나는 손목시계로 시간을 확인했다. 시계는 정상적으로 초를 세고 있었다. 이상한 건 이쪽 벽시계였다. 시침이 6시를 향하다가 5시로 돌아가는 일을 반복했다. 서윤은 환자용 비상호출기의 상태를 살폈다. 실제로 버튼을 누르면 구형 경보등이 켜졌다. 반면 천장의 대형 화면은 호출이 없었다는 표시만 반복했다. 우리는 호출기를 누르는 대신 시설 당직자에게 시험 상태를 확인하게 했고, 실제로 도움이 필요한 곳에는 손으로 표시한 방향표를 붙였다. 이곳에 사람이 있다면 화면이 '없음'이라고 해도 사람을 찾아야 했다. 복도 유리창 밖으로 구급차 한 대가 지나갔다. 분명 지하에 있는 복도인데 창밖에는 비에 젖은 가로수가 보였다. 서윤이 나를 붙잡았다. “저 유리로 나가려 하지 마세요. 반사일 수 있어요.” 그녀는 손전등으로 창틀을 비췄다. 실물 벽은 그 뒤에 있었고, 밖에서 들리는 엔진 소리는 멀리서 오는 안내 방송에 가까웠다. 나는 퇴사자에게만 보이는 화살표가 가리키는 방향을 다시 확인했다. 처음에는 화살표가 정답인 줄 알았는데, 이젠 화살표 하나로는 아무것도 증명할 수 없었다. 복도 끝 응급의학과 표지 아래에 나이 든 여자가 서 있었다. 낡은 도원솔루션 후드집업에 병원용 일회용 슬리퍼를 신고 있었다. 그는 우리를 보더니 놀라지도 않았다. “또 회수팀이군요.” “아닙니다. 아직 팀이 만들어졌다는 데 동의한 적도 없습니다.” 그는 그제야 웃었다. “퇴사자가 그렇게 말하면 좀 믿음이 가요.” “이명주 씨세요?” “그 이름으로 불리긴 하는데, 먼저 확인하고 싶은 게 있어요. 저를 데려가라는 명령을 받았어요?” “그렇게 표시됐습니다. 하지만 직접 만나기 전에는 누굴 데려갈지 결정하지 않으려고 왔어요.” 그의 눈에서 경계가 조금 풀렸다. 병원 천장에서는 숫자가 떨어졌다. 9, 8, 7. 퇴원 대기 순번표가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고 있었다. “이곳에서 얼마나 계셨어요?” “여긴 나올 때마다 시간이 달라요. 내 달력으로는 스물여덟 번의 밤이 지났는데, 밖에서는 삼 년이래요.” 이명주는 원래 도원솔루션에 파견됐던 백업 운영자라고 했다. 삼 년 전 마지막 근무 날, 야간 백업 스크립트에서 퇴직자 이름을 지우지 않는 오류를 발견했다. 사람은 퇴사했는데 프로그램은 사람이 계속 출근해야만 정상 종료되도록 만들어져 있었다. 그는 삭제 대신 정정을 요청했다가 다음 날 출입증이 막혔다. “그다음에는 이 병원에 백업 장비 점검하러 왔는데, 문이 하나 더 생겼어요.” “0층으로요?” “내 눈엔 지하 1층이었어요. 이름은 장소가 아니라 보는 사람 신분에 따라 달라져요.” 나는 아이의 붉은 팔찌를 떠올렸다. 외부 관찰자에게는 0번이고, 퇴사자에게는 출구였을까. 이명주는 자신의 손목을 보여 주었다. 오래된 플라스틱 출입증 자국이 남아 있었다. 그 위로 문장이 떠올랐다. [미사용 근무시간 28일] [반환 요청 누적] “이상하네요.” 내가 말했다. “반환할 것은 회사가 당신에게 줘야 하는 돈이지, 당신 몸이 아닐 텐데요.” 그는 내 말을 듣고 얼굴을 찡그렸다. “내가 삼 년 동안 듣고 싶던 말이 그거였어요.” 그러나 복도 끝에서 검은 플라스틱 카드가 날아왔다. 직원증 모양의 괴물이 바닥을 스치며 다가왔다. 목에는 퇴사 처리 완료 도장이 찍혀 있었다. 퇴직자와의 마지막 대면이라며, 이명주를 자동으로 0층 관리 서버에 업로드하겠다는 방송이 울렸다. “뒤로 가세요!” 서윤이 외쳤다. 이명주는 뒤로 물러서지 않았다. “저거 내 옛 출입증이에요. 한 번 없애 봤는데 다음 날 또 생겼어요.” 나는 괴물 앞을 가로막기보다 바닥에 떨어진 다른 출입증을 살펴봤다. 경비실 업무 매뉴얼에 나오는 오래된 로고가 붙어 있었다. 보안 시스템의 정문 출입 기록과 병원 시스템의 환자 퇴실 기록이 겹친 형태였다. “서윤 씨, 저건 사람을 공격하는 게 목적이 아니라 퇴실 확인을 만들려고 하는 거예요. 출입증을 밟지 말고, 이명주 씨가 스스로 퇴실할 수 있는 경로를 찾아요.” “그걸 어떻게 알아요?” “앞면에 ‘반환 요청’, 뒷면에 ‘인수 확인’이라고 쓰여 있으니까요. 두 장을 억지로 붙이는 도장입니다.” 배 소장은 구형 병원 벽면에 붙은 수동 개폐 손잡이를 찾아냈다. 우리는 출입증 괴물을 밀어내면서 사람과 물건의 위치를 분리했다. 이명주는 스스로 보호구역 밖으로 걸어 나왔다. 경고 방송이 크게 울렸지만 서윤이 확인한 비상등은 정상으로 돌아왔다. [퇴원 확인 실패] [사유: 환자 본인 퇴실 아님] “본인이 직접 걸어 나왔는데 본인 퇴실이 아니라네요.” 내가 중얼거렸다. 이명주는 씁쓸하게 웃었다. “시스템에 저장된 내 사진이 너무 어려서 그래요. 거기엔 삼 년 전 얼굴밖에 없거든.” 그의 얼굴을 자세히 보니 볼 옆에 흰 머리카락이 한 줄 있었다. 사람은 그동안 변했지만, 퇴사 기록에는 변화가 없었다. “당신이 이명주라는 걸 다른 방식으로 확인할 증거가 있나요?” “여기서 내가 써 온 일지가 있어요. 남이 만든 출력물이 아니라 직접 쓴 겁니다.” 우리는 부서진 접수대 아래의 소형 금속함을 열었다. 일지 여러 권과 함께 낡은 열쇠가 있었다. 열쇠에는 일련번호 대신 숫자 네 개가 새겨져 있었다. [1758] 내가 하지 않은 신고가 들어온 시각, 17시 58분. 이명주는 그 숫자를 보자 눈을 크게 떴다. “그건 신고 시간이 아니에요.” “그럼 뭔데요?” “첫 번째 경고를 보낸 장비 번호예요. 이 번호를 가진 장비가 아직 켜져 있다면, 누군가 지금도 밖에서 듣고 있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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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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