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원에서 0층을 기숙사로 바꿔 등록하겠다는 통지가 나온 다음 날, 나는 전 직장 동료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형, 여기 새 식당이 생겼어요.” 민재였다. “회사에 식당 없냐?” “있죠. 그런데 인사 프로그램에는 `미귀가자 전용 식당`이라는 게 새로 생겼어요. 메뉴가 두 개예요. 복귀와 잔류.” 나는 커피를 내려놓았다. 회사가 사람을 메뉴로 분류하기 시작하면 영업 허가증보다 노동청에 신고할 게 많아진다.
원래 도원의 직원 식당은 5층에 있었다. 그런데 아침 일곱 시부터 0층 가짜 기숙사 출입구 옆에 식당 안내판이 나타났다. 이용 대기 인원에는 병원에서 구조한 김소연, 금융센터에서 돌아간 고태진, B-0에서 나온 하림까지 포함되어 있었다. 그들은 모두 각자의 집이나 원하는 장소에 있었고, 자발적으로 회사에 들어오겠다고 한 적이 없었다. 프로그램은 아직 회신받지 못한 신호들을 '밥 먹으러 돌아올 사람' 목록으로 바꿨다.
하림에게 연락했더니 그는 이미 아침을 먹었다고 했다. “저 오늘은 국밥 먹었습니다.” “잘됐네요. 회사가 별도의 식권을 발급했다고 해서요.” 하림은 한참 웃었다. “안에 갇혀 있을 때는 누가 도시락을 갖다주길 기다렸는데, 이제는 제가 사 먹을 수 있어요.” 나는 그가 직접 선택한 아침을 회사가 다시 가져가지 못하게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에게 식당 목록에 이름이 올라갔다는 사실만 알려 주고, 대응 문서 작성은 우리가 맡았다.
서윤이 가짜 기숙사 전산의 규칙을 찾아냈다. `마지막 응답 미확인 시 장기 보관자 지정 → 시설 이용자 등록 → 의무 거주.` 우리는 이 규칙이 사람의 출입을 막기 전에 분리해야 했다. 공공 경고 회선에는 사용자가 누구인지 몰라도 경고가 유지되어야 하고, 민간 시설의 가짜 이용자 등록은 실제 이용자 동의를 받을 때까지 보류되어야 했다.
그날 오후 회의에는 오재현과 임현규 두 사람, 이선경, 병원 시설팀 담당자까지 들어왔다. 나는 회의실에 의자를 열아홉 개 가져다 놓는 사태만은 막았다. 모두 실제 참석한 사람 수만큼 의자를 준비했고, 원격 참석자는 본인이 동의한 화면으로 연결했다. 민재가 속삭였다. “형, 이번엔 회의가 무사히 끝날까요?” “회의가 무사히 끝나면 내가 다시 회사 다닐 이유가 없지.”
핵심 자료는 OUT-019-0의 두 번째 부록이었다. 옛 도면을 만든 사람은 0을 층수로 쓰지 않았다. `ZERO-BOUNDARY / 건물 바깥의 독립 경계.` 원 도면에서 대피 경로는 특정 건물의 중앙이 아니라 여러 건물 사이의 빈 공간에 그려져 있었다. 그 경계는 사람이 출근한 건물에 속해 있지 않았고, 근무 계약이 끝나도 사라져서는 안 됐다. 그런데 도원으로 이관하면서 `ZERO-BOUNDARY`라는 이름이 `FLOOR_0`으로 줄어들었다. 네 글자의 편리함이 길 하나를 지웠다.
양복 임현규는 파일을 보고 말했다. “우리가 효율화를 하자고 했던 건 맞습니다. 모든 시설의 회신을 한 화면에서 보고 싶었어요.” 검은 셔츠 임현규는 바로 대꾸했다. “모니터를 하나로 만드는 것과 실제 통로를 하나로 합치는 건 다른 일이었습니다.” 두 사람의 기억은 여전히 달랐지만, 같은 자료의 어떤 부분을 각각 기억하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도윤이라는 이름을 가진 내가 마지막 결정자가 될 필요도 없었다.
나는 이 자리에서 중요한 질문을 던졌다. “왜 하필 외부 신고 실패를 인사 시스템에 넣었습니까?” 오재현은 모니터의 옛 구축 보고서를 펼쳤다. `최종 관리 책임 자동 배정` 기능을 쓰기 위해서라는 설명이 있었다. 설비 경보가 오면 누구에게 알릴지를 정하는 게 아니라, 경보가 끝날 때까지 누군가 담당자로 남아 있게 만드는 방식이었다. 책임을 분명히 한다는 명목으로 사람의 퇴근을 막는 설계를 만든 셈이었다.
“그럼 공간이 뒤틀리는 현상은 전산 문제만입니까?” 박유라가 물었다. 나는 고개를 저었다. “실제 벽이 생기고 바닥이 흔들렸어요. 전산이 자극하는 조건은 찾고 있지만 현실이 왜 따라 움직이는지는 아직 모르죠.” 그 대답이 마음에 안 들어도 사실은 사실이었다. 원인 모를 위험이 있다고 해서 해결 가능한 잘못까지 방치할 수는 없었다.
회의 후 우리는 실물 위험이 없는 시험 환경에서 구형 표기 두 개를 비교했다. `ZERO-BOUNDARY`: 건물 이름과 무관하게 공공 안전 경계를 유지. `FLOOR_0`: 현재 관리 건물의 지하 전용 층으로 간주. 첫 번째에서는 경고가 외부로 전달되고도 누구도 직원이 되지 않았다. 두 번째에서는 점검 보조자가 없는 순간 대기자가 가짜 시설 이용자로 지정됐다. 이번에는 프로그램이 스스로 그 차이를 입증했다.
그런데 자료 끝에서 이상한 표가 나왔다. `제0 경계 지도 작성 책임자: 성명 비공개(동의에 따름) / 외부 보존 검수: 정하경 / 019-B-3 보존 공고: 제삼자 단절기.` 이 세 항목은 같은 사람이 아니었다. 적어도 원 설계자와 검수자와 단절 기능은 서로 다른 역할이었다. 어떤 명단이 하나의 이름으로 합쳐졌든, 그건 아직 증거가 아니었다. 나는 서윤에게 그 차이를 강조해 달라고 했다.
밤에는 경로 보조가 들렀다. 그는 오늘 혼자 영화관에 갔다고 했다. “표는 제 이름으로 샀어요. 아니, 정확히는 제가 쓰기로 고른 이름으로요.” 그는 이름을 말하지 않았다. 나는 묻지 않았다. “영화는 어땠습니까?” “중간에 사람들이 동시에 웃더라고요. 같은 장면을 봐도 다르게 웃는 게 신기했어요.” 같은 얼굴의 내가 원래 알던 세상과 다른 삶을 살고 있다는 게 묘하게 좋았다.
회의 중간에 배만식이 오래된 사진 한 장을 들고 들어왔다. 019의 공용 대기 구역을 수리하던 시절 찍힌 사진이었다. 사진 한가운데 사람이 아니라 빈 의자와 안전모 몇 개가 보였다. 배 소장은 “저 때는 사람이 없어서 방치한 게 아니라, 사람이 없어도 경보가 울리도록 시험하고 있었대”라고 설명했다. 사진 출처는 현장 동료의 수첩이어서 정확한 날짜는 더 조사해야 했다. 하지만 사진에 보이는 배선의 방향은 ZERO-BOUNDARY 도면과 일치했다.
서윤은 원래 설계와 후대 자산전환 서류의 차이를 하나씩 표시했다. 설계 문서에서 ‘분리’라고 적힌 부분이 나중에는 ‘동기화’로, ‘보류’가 ‘자동 승인’으로, ‘바깥’이 ‘부속’으로 바뀌어 있었다. 모두 편의성을 높이려는 듯한 말이었다. 그러나 내가 실제 사람을 내보내려 할 때마다 그 단어들이 발목을 잡았다. “이건 기술이 발전한 게 아니라, 단어가 사람을 잡아먹은 거죠.” 내가 말하자 양복 임현규가 답했다. “그렇게까지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그 진술을 들은 서윤은 반박도 동조도 하지 않고 기록했다. 생각하지 못했다는 사실만으로 책임이 사라지지는 않았다.
그가 돌아간 뒤 회의실의 장치가 또 하나의 숫자를 보여 줬다. `건물 등록 반대 요청: 1건 / 본인 서명 확인 대기.` 옛 이의 신청이 다시 지금의 누군가에게 서명을 요구하고 있었다. 나는 그 버튼을 누르지 않았다. 남의 옛 항의를 내 명의로 완성해 버리면, 우리는 같은 실수를 또 반복하게 될 것이다.
대신 원본의 한 줄을 노트에 옮겼다. `이곳에는 누구도 살지 않는다. 이곳을 지나 누군가 집으로 갈 뿐이다.` 처음 0층을 만든 사람이 누구든, 그 문장은 아직 작동할 가치가 있었다. 그리고 그 밤 도원 옥상에서 내가 본 것은 가짜 기숙사의 불빛이 아니라, 길이 제 자리를 찾기 전 마지막으로 흔들리는 회색 표지판이었다.
제116화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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