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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퇴사했더니 회사가 던전이 됐습니다 · 110화
PAYLUA ORIGINAL · 제110화

마지막 신고를 기다리는 사람은 없다

퇴사했더니 회사가 던전이 됐습니다 · 4,889자

오프라인 책장
백열 번째 사건의 제목을 정하라면 나는 이렇게 붙이겠다. '회의를 소집하지 않고도 회의가 끝나는 날.' 아무도 그걸 믿지 않겠지만, 퇴사하고 두 번째 아침이 지날 때까지 내 인생의 목표는 오직 그것뿐이었다. 열아홉 번째 의자는 사람이 앉을 자리로 분류됐고, 019-B-3은 이름 없는 신고자를 직원으로 등록하려 했다. 우리가 한 일은 그 자리를 비워 두는 것이었다. 그런데 빈자리에서 목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김하린은 재생 가능한 후반부 신호를 어떻게 다룰지 먼저 설명했다. 공공 안전을 위해 공개할 수 있는 최소한의 내용과 누군가의 개인 정보가 들어 있을 수 있는 부분을 구분해야 했다. 현장에서 실제로 위험이 진행 중인 상황이 아니었으므로 우리는 함부로 전체 재생을 하지 않았다. 공공 신고 담당자와 기록 보존인의 승인 아래, 회로 상태를 확인하는 짧은 시험 부분만 들었다. 신호가 조작됐는지도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 첫 소리는 달그락거리는 금속 소리였다. 다음에는 멀리서 문이 열리는 소리, 그리고 누군가 거칠게 숨을 내쉬는 소리가 이어졌다. 마지막에 짧은 문장이 들렸다. “보냈다고 끝난 게 아니에요. 안에서 들었는지 확인해야 해요.” 누구의 목소리인지 식별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 문장은 019의 원 설계 목적과 맞아떨어졌다. 경고는 보내는 것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실제로 듣고, 안전한 행동을 시작해야 의미가 있다. “이게 1758의 뒷부분입니까?” 민재가 물었다. “아직 몰라. 1758은 열두 초짜리 실제 수신 기록이고, 이건 전달되지 않은 후반부 보존 조각일 수도 있어.” 내가 답했다. “그럼 같은 사람이 말했는지는요?” “목소리만으로 단정할 수 없어.” 우리는 발신자를 찾는 것보다 신호가 어디서 끊겼는지 먼저 조사했다. 기계는 말을 기억해도 그 말을 한 사람의 삶까지 대신할 수는 없었다. 외부 관측 자료를 대조하자 놀라운 패턴이 나타났다. 17시 56분과 17시 58분 사이에 019-B-3은 세 번 회신을 시도했다. 두 번은 수신함 쪽의 응답 대기가 실패했고, 세 번째는 기업 인사 연동망에서 '담당자 부재'라는 사유로 막혔다. 그 순간부터 재시도 대기열은 누군가를 '미귀환 직원'으로 지정해 응답하게 하려 했다. 17시 57분 사고의 전후가 맞물리며 시간차 기록이 하나로 합쳐진 것이다. 나는 서윤에게 화면을 가리켰다. “사람이 돌아오지 않아서 고장 난 게 아니라, 신호가 돌아오지 않아서 사람이 돌아와야 한다고 표시한 거군요.” “그게 0층을 만든 이유입니까?” “적어도 그 오류가 사람과 길을 붙잡는 방법은 설명할 수 있어요. 실제 공간이 변한 원리까지 모두 증명한 건 아니고요.” 서윤이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는 ‘원인 확정’이라는 말을 쓰지 않기로 했다. 회의실의 열아홉 번째 의자는 다시 나타났다. 이번에는 화면 속 의자 위에 무언가가 놓여 있었다. 작은 녹음 원통의 그림이었다. 의자가 애초에 사람의 자리가 아니라 회신 불가 기록을 두는 선반이었던 것이다. 원본 카메라에는 여전히 의자가 열여덟 개였다. 이 차이를 확인한 민재가 말했다. “그럼 원래부터 회의를 열 필요가 없었던 거네요.” “응. 그래도 회사는 회의를 열었지.” 나는 기가 막혀 웃었다. “이것만큼 정확한 오피스 코미디도 없어.” 하지만 기술적인 웃음은 금방 끝났다. 양복 임현규 쪽에서 019-B-3 신호의 후반부가 자동 재생될 때 '최종 관찰자' 한 명을 강제 지정하자는 제안을 냈다. 그 사람이 회신 실패를 승인해야 한다는 논리였다. 검은 셔츠 임현규는 반대했고, 둘은 다시 각자의 기록을 제시했다. 나는 두 사람 모두에게 말했다. “신고를 접수한 것은 설비이고, 위험이 끝났는지 확인할 책임은 현장 안전 담당자에게 있습니다. 엉뚱한 사람을 관찰자로 등록한다고 지나간 사고가 해결되지는 않습니다.” 그날 오후에는 협의회 감사 담당자 오재현이 직접 나타났다. 그는 직접 와서 자료 보존 여부를 확인했다. “협의회도 원본을 놓치지 않으려는 겁니다.” 그가 말했다. “그럼 원본을 사람으로 바꾸지 마세요.” 나는 대답했다. 오재현은 입을 다물었다. 이번에는 사전 발행 서류와 실제 업무 결재 사이의 차이를 인정했고, 세림에서 찾은 판의 반출 요구를 일단 보류하는 문서를 제출했다. 실제 변경 결재자의 조사까지 끝난 것은 아니었다. 오후에는 하림이 병원에 진료를 받으러 갔다. B-0 안쪽에서 머문 시간과 실제 바깥에서 흐른 시간이 다르다 보니 의료진에게 자기 상태를 확인받고 싶다고 했다. 그는 자신의 신원을 구형 시험 장부와 자동 결합하지 말아 달라고 요청했다. 우리는 그 요청을 존중했다. 경로 보조도 별도로 잠을 자고 도시락을 사 먹었다. 나는 그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화면으로 감시하는 대신 필요할 때 직접 연락할 수 있는 선택지를 남겨 놓았다. 같은 얼굴이라는 이유로 같은 직장을 다녀야 하는 건 아니었다. 그날 한서림에게도 연락했다. 아이는 잘 지내고 있었다. 나는 그가 보여 준 파란 비닐의 세 번째 세모가 실제 점검관과 닮아 있다는 사실만 알려 줬다. 아이는 검은 점을 왜 비워 둬야 하는지 물었다. “거기는 누구의 이름도 적지 않아도 되는 자리였어.” 내가 설명했다. 아이는 한참 생각하다가 말했다. “그럼 내가 엄마 이름 안 써도 돼요?” “응. 네가 원하지 않으면 그럴 필요 없어.” “다행이다.” 그 말을 듣고 나는 의자 열아홉 개보다 한 사람이 마음 편해지는 게 더 중요하다는 걸 다시 생각했다. 이선경은 019 점검관을 당장 열 수는 없지만, 관측창 너머의 보존 원통은 공공시설의 안전 기록으로 정식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록 보존인의 입회 아래 외부 사진과 장치의 일부 번호를 확보했다. 원통 옆에 새겨진 글자는 뜻밖에도 `B-3`이 아니라 `WAIT-3`이었다. 세 번째 대기 위치. 앞선 두 차례의 회신이 실패했을 때, 기다리던 사람을 남겨 두기 위한 곳이 아니라 **전달 실패 사실 자체를 보존하는 곳**이었다. 이제 조금씩 그림이 맞춰졌다. S-LEFT는 보낸 시각, S-RIGHT는 받아 본 시각을 보존했다. 두 시각이 같지 않더라도 그 차이가 지워지면 안 됐다. WAIT-3는 그 차이를 기록하는 세 번째 자리였다. 세 개 가운데 하나라도 사람의 출석으로 바뀌면 시스템은 기록을 끝내기 위해 사람을 끌어왔다. 우리는 왜 0층이 생겼는지에 관한 첫 번째 구조적 단서를 얻었다. 초자연적인 공간 중첩 자체를 완전히 설명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 현상을 반복해서 일으키는 명령은 분명히 보였다. 민재는 우리 앞에서 원본 공개 시험망에 작은 표를 만들었다. `발신 완료 / 수신 확인 / 안전 종료 확인`. 세 항목은 각각 독립적이었다. 수신 확인이 없으면 빈칸으로 남았다. 안전 종료 확인이 없으면 현장 점검으로 넘어갔고, 누군가 대신 출근하거나 퇴사를 취소하지 않았다. 우리는 실물 위험 구역이 아닌 시험 회로에서만 검증했다. 영상 속 열아홉 번째 의자는 잠시 나타났다 사라졌다. 화면은 곧 `[최종 관찰자: 지정 불필요]`라고 표시했다. “이제 해결입니까?” 민재가 물었다. “아직은 아닙니다.” 나는 말했다. “실제 남은 두 구역은 점검 중이고, 누가 분리판을 옮겼는지 모르죠. 그리고 이 구조를 만든 사람은 보존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겠지만, 누군가는 편의를 위해 바꿨습니다.” 그 차이를 밝히는 건 다음 단계였다. 우리의 임시 분리 규칙은 금융센터와 병원 안전 담당자가 현장 확인 뒤 적용 여부를 검토하기로 했다. 고태진은 집에 도착했다며 택배 상자 사진을 보내 왔다. 본인이 직접 복귀한 일을 시스템은 여전히 `배송 취소`라고 적고 있었다. 나는 웃었다. 사람이 퇴사해도 회사가 세상을 마음대로 해석하는 병은 좀처럼 나을 기미가 없었다. 저녁 무렵, 정하경에게서 짧은 연락이 왔다. 그녀는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자료가 하나 더 있다고 했다. 오래전 019를 옮기기 전 마지막 사진의 뒷면이었다. 사진 속 보존 책임자의 얼굴을 공개하지 않은 채, 그 사람의 역할과 장치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부분만 읽어 달라고 요청했다. 우리는 사진을 전달받을 적법한 절차를 확인했다. 뒷면에는 빛바랜 손글씨가 남아 있었다. `마지막 위험 신고는 아직 수신되지 않았다.` 그 아래에는 예상치 못한 한 줄이 이어졌다. `신고 본문을 보낸 사람은 떠났다. 그러나 두 번째 회신은 외부의 제삼자가 직접 끊었다.` “누군가 회신을 끊었다는 겁니까?” 서윤이 물었다. 나는 숨을 삼켰다. 단순한 자동 오류라고 여겼던 사건에 사람이 개입했을 가능성이 처음으로 명시된 기록이었다. 사진이 진짜인지, '제삼자'가 사람인지 장치 역할인지, 당시 날짜가 언제인지 아직 확인해야 했다. 그런데 마지막 줄에는 별도의 서류 번호가 있었다. `[보존 이의 신청 / 접수 번호: OUT-019-0 / 제출 장소: 도원솔루션 이전 전 0층]` 나는 고개를 들었다. 도원솔루션의 0층은 실제로 존재하지 않았고, 우리가 가 본 회의실은 기계가 만든 경계 위에 있었다. 그런데 장치 이전 전부터 '0층'이라는 이름의 제출 장소가 기록돼 있었다. 그곳이 진짜 회사 건물이었을까, 아니면 누군가 모든 건물의 바깥에 남겨 둔 신고 장소였을까. 문서윤이 내게 물었다. “다음엔 어디로 가죠?” 나는 사직서를 넣어 두었던 지갑을 열었다. 대체 왜 아직도 갖고 다니는지 모르겠지만, 그 종이를 볼 때마다 퇴사 후에도 인간답게 살겠다는 약속이 떠올랐다. “이번엔 회의실이 아니라 이의 신청서를 찾으러 갑시다. 누가 마지막 신고를 못 듣게 했는지, 왜 그랬는지 알아야죠.” 그때 1758 독립 회선에 새로운 수신 알림이 들어왔다. 과거 재생 신호가 아니었다. 발신 시각은 지금이었고, 현장 위험 구역도 명시돼 있었다. `[신규 위험 신고 / 도원솔루션 외부 경계 / 누군가 0층을 실제 건물로 등록하려 하고 있습니다.]` 나는 화면을 닫지 않았다. 이번 신고는 지금 실제로 들어온 것이었다. 그러니 사람을 붙잡기 전에 위험부터 확인해야 했다. 소설의 절반을 지나온 나도 아직 배운 것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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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0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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