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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퇴사했더니 회사가 던전이 됐습니다 · 109화
PAYLUA ORIGINAL · 제109화

끝내 전달되지 않은 회신

퇴사했더니 회사가 던전이 됐습니다 · 3,973자

오프라인 책장
검은 점의 방향은 강변 지하 환승교였다. 몇 시간 전까지 우리가 019의 세 번째 보존함이 있을지 모른다고 추정하던 곳이었다. 나는 작게 한숨을 쉬었다. 회사는 내가 퇴사해도 출근하게 만들고, 지도는 우리가 모르는 장소를 기어코 다시 방문하게 만들었다. 그래도 오늘은 이유가 있었다. 두 건물에서 안전 신호가 반복되며 출구가 잠깐씩 겹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선경은 공공 시설 담당자로서 점검관 입구의 안전 확인이 끝나지 않았다고 분명히 말했다. “지반 상태를 확인하기 전에 안으로 내려가는 건 안 됩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들어가지 않고 확인할 수 있는 외부 회선부터 보죠.” 김하린은 제0 경계 바깥쪽의 독립 신고선을 점검했고, 정라희는 옛 점검 수첩에서 비상 관측창의 위치를 찾아냈다. 관측창은 강변 보행로 아래쪽에 있었지만 실제 접근은 구청이 지정한 안전 구역에서만 가능했다. 현장에 도착하자 안내소 쪽에서 다급한 무전이 왔다. “금융센터 지하 비상문에 옛 환승교의 문손잡이가 나타납니다.”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성하에서도 같은 연락이 왔다. “이쪽 문은 닫혀 있는데 바깥에서 누가 계속 두드립니다.” 사람은 확인되지 않았다. 구조대는 물리적인 통행을 우선 차단하고 안전한 다른 출구로 이용자들을 안내했다. 우리는 신호를 없애기 위해 무리하게 분리판을 움직이지 않았다. 서윤이 현장 상황판을 열었다. 금융센터와 옛 안내소에서 같은 박자에 신호가 나타났다. 삼 초간 점등, 일 초 정지, 다시 삼 초간 점등. 김하린은 그 패턴이 위험 요청 자체가 아니라 '내가 보낸 신고가 전달됐는지 확인해 달라'는 회신 요청에 가깝다고 했다. “신고 본문이 아니군요.” 내가 말했다. “맞아요. 본문이 없는 상태에서 수신 확인만 무한히 되돌아오는 거죠.” 나는 그제야 왜 열아홉 번째 의자가 자꾸 생겼는지 이해할 것 같았다. 빈자리를 사람으로 채워서 회신을 끝내려 했던 것이다. 그렇다고 의자를 실제 사람으로 채울 수는 없었다. 우리는 회신 장치의 입력을 공공 신고선에서 분리한 임시 계측기에서만 관측했다. 신호를 보낸 장치가 안전하게 존재한다면 그 장치가 보낸 확인 요청을 정확한 상태로 돌려주면 된다. 하지만 사람을 찾는 신호를 만들어서는 안 됐다. 누구도 출근할 필요 없는 회신이었다. 오후 다섯 시, 도원솔루션 관리 화면에 또 이상한 명령이 나타났다. `[019-B-3 점검 책임자 미배정 / 모든 출구 유지 책임: 차도윤]`. 나는 익숙한 분노가 올라오는 것을 느꼈다. “저 사람들 진짜 퇴직금을 회의 출석권으로 지급할 생각인가 봅니다.” 민재가 웃었다. “형, 그럼 퇴직금으로 의자가 열아홉 개 나오는 거죠?” “열아홉 개여도 앉을 사람은 없어야 해.” 나는 명령의 외부 인사 연결만 격리했다. 정하경은 안전한 공용 계측 자료를 다시 보내 줬다. '회신 수신 성공'은 위험이 사라졌다는 뜻이 아니었다. 단지 다른 장치가 메시지를 들었다는 뜻이다. 위험이 끝났는지는 현장의 사람이 확인해야 했다. 이 단순한 구분을 잃어버리자 시스템은 누구든 확인자로 만들고 싶어 했다. 누가 퇴사하든, 누가 돌아오든, 기록을 끝내기 위해 사람을 끌어오는 것이다. 해가 기울 무렵 실제 균열이 생겼다. 옛 안내소 지하의 벽에 가느다란 틈이 벌어졌다. 흙먼지가 떨어지고 천장 배관이 흔들렸다. 그곳에서 작업하던 시설 직원 둘은 즉시 안전 구역으로 이동했다. 금융센터에서도 비상 계단의 두 번째 난간이 다른 방향으로 휘었다. 우리가 보는 건 화면 속 그래픽이 아니라 사람이 다칠 수 있는 현상이었다. 서윤은 두 현장에 안전 통제를 유지하라고 다시 요청했고, 나는 배 소장과 함께 코일의 신호 상태를 확인했다. 기계가 반복하는 파형의 간격이 조금씩 좁아지고 있었다. “둘을 같은 시간으로 맞추려고 하는군요.” 내가 중얼거렸다. 우리가 모르는 어떤 규칙이 두 장소의 '회신 요청'을 한순간에 밀어 넣으려고 했다. 실제 분리판의 회로를 건드리지 않고, 공공 회신 대기열이 인사·공간 재현 모듈로 넘어가는 경로만 끊을 수 있을까. 민재와 서윤은 여러 기록을 대조했다. 그 사이 나는 현장 담당자들의 음성을 듣고 사람을 안전하게 이동시킨 상태를 재확인했다. 정라희가 갑자기 소리쳤다. “여기요. 옛 점검관 도면에 수동 출력 분기점이 있어요.” 그녀가 가리킨 곳은 사람 통로가 아니라 통신 장비가 지나가던 관이었다. 거기에는 `회신 실패 시 지역 기록만 남김`이라는 기능이 있었다. 회신을 못 받았더라도 모든 출구를 한 번에 움직이지 말고, 그 위치에서 경고만 보존하라는 원래 설계였다. 도원으로 옮긴 뒤 그 기능이 사라졌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다. 하지만 공공 관측망의 일부에는 그 규칙이 아직 남아 있었다. 김하린이 기록 보존 모드를 확인했다. 우리는 실제 시설 권한과 사고 대응 승인 범위를 검토했고, 위험이 증가하지 않는 관측 구역부터 순차적으로 회신 대기열을 분리했다. 분리판 본체를 임의로 가동하지 않았다. 몇 분 뒤 두 현장의 파형은 서로 다른 속도로 표시되었다. 하나가 먼저 안전 회신을 받고, 다른 하나는 여전히 확인 대기였다. 이상하게도 그것이 정상에 가까웠다. 두 장소에서 같은 일이 벌어질 필요는 없었다. 금융센터의 난간은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옛 안내소의 균열은 실제로 남아 있었으므로 현장 접근 금지는 해제하지 않았다. 나는 사람을 내보내는 일과 건물을 수리하는 일을 혼동하지 않으려 했다. 안전하지 않은 곳을 열어 놓고 '시스템 성공'이라고 적는 건 최악의 보고서였다. 정우찬 당직자는 금융센터에서 마지막 대피자가 실물 출구로 나간 것을 확인해 줬다. “모두 밖에 있습니다.” 그 말에 비로소 숨이 쉬어졌다. 그때 강변 점검관의 외부 관측창이 한번 번쩍였다. 우리가 회신 대기열을 분리한 뒤 처음으로 발생한 짧은 빛이었다. 두 장치의 시간차를 있는 그대로 남기자 가려져 있던 세 번째 경로가 잠깐 나타난 것이다. 관측창 안에 사람이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대신 금속판 하나가 보였다. `019-B-3`. 그 아래에는 작은 원통형 물체가 매달려 있었다. 도시락통보다 작은 크기였다. “장치가 실재하네요.” 서윤이 말했다. “그래도 안으로 들어가진 않습니다.” 이선경이 고개를 끄덕였다. “정식 점검을 준비하겠습니다.” 우리는 외부에서 확보한 사진과 실시간 계측 결과를 별도로 봉인했다. 이 사실을 알리자 협의회는 즉시 장치를 본사로 가져오라는 문서를 보냈다. 하지만 그 문서의 수신자 칸에는 또 '차도윤'이 적혀 있었다. 나는 회신했다. '소유권·공공 관리권 확인 전 반출 불가. 신고 안전 기능 유지.' 짧고 확실한 답이었다. 밤 열 시, 하림이 나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오늘은 제가 문을 열어 달라고 부탁하지 않아도 되는 날이네요.' 나는 '그래서 더 다행입니다'라고 답했다. 그가 밖에 있다는 사실이 코일의 중첩을 해결한 것은 아니었다. 그래도 누군가 장치 때문에 도로 그 방에 들어가야 한다는 규칙은 우리가 막을 수 있었다. 그리고 자정에 가까워질 무렵, 공공 관측망에서 오래된 원통형 장치의 외부 레이블 일부를 읽어 냈다. `[마지막 신고의 원문을 보관하는 것이 아님]`. 그 아래에 한 줄이 더 있었다. `[마지막 신고를 보낸 사람이 떠나도, 전달 실패 사실을 지우지 않기 위한 보존물]`. 나는 한참 동안 그 문장을 바라봤다. 우리가 찾던 것은 누군가가 아직 떠나지 못했다는 증명이 아니었다. 떠난 뒤에도 경고가 잊히지 않도록 남긴 물건이었다. 그러니 누군가를 다시 회사로 불러 올 필요가 없었다. 남은 문제는 그 안에 어떤 실패가 기록됐는지, 그리고 왜 그 실패가 17개 건물의 복도를 뒤틀게 만들었는지였다. 그 순간 019-B-3의 관측 파형이 갑자기 바뀌었다. 단순 회신 요청이 아니라 짧은 사람 목소리의 파형이었다. 1758에 남은 열두 초와 겹치지 않는 부분이 나타났다. `[원본 분할 신호: 후반부 재생 가능 / 전송 금지 상태 해제 신청 없음]`. 누군가의 말을 들을 수 있는 순간이 가까워졌다. 문제는 그 말을 듣는 권한이 우리에게 실제로 있는지, 그리고 듣는 것이 누구를 다시 가두는 일은 아닌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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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9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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