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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퇴사했더니 회사가 던전이 됐습니다 · 105화
PAYLUA ORIGINAL · 제105화

정하경이 남긴 세 장

퇴사했더니 회사가 던전이 됐습니다 · 3,600자

오프라인 책장
정하경에게서 온 자료는 세 장이었다. 한 장은 오래된 시설 점검표, 한 장은 분리판 뒤쪽 사진, 마지막 한 장은 정중한 설명서였다. '이 자료는 회선 검수에 관한 사실만 확인합니다. 개인정보와 가족 관계에 관한 질문에는 답하지 않겠습니다.' 나는 그 마지막 문장을 두 번 읽었다. 이름 없는 아이의 어머니가 누군지 모두 궁금해했지만, 궁금하다는 이유로 누군가의 가족을 공개할 권리가 생기는 것은 아니었다. “자료는 충분하네요.” 서윤이 말했다. “원래 019의 S-LEFT는 발신 시각, S-RIGHT는 수신 확인 시각을 따로 보존했대요. 둘이 같을 필요는 없었고요.” “그런데 지금은 같은 순간이라고 만들어 버린 거죠.” “그렇죠. 그걸 확인하려고 판을 겹치면 실제 복도도 겹칩니다.” 나는 공책에 적었다. '한 시각이 두 방향을 지배하려 들면 공간이 거짓말한다.' 물리 법칙을 고치기에는 내 연봉이 부족했지만, 현장을 관찰하는 데는 도움이 됐다. 정하경의 점검표에는 뜻밖에도 도시락 그림이 있었다. 개발자 낙서인가 싶었는데 옆에 `점검 종료 후 교대식`이라고 적혀 있었다. 설비를 다루는 사람들이 음식을 나눠 먹는 일이 특별한 것은 아니다. 중요한 건 그 밑의 세 가지 표식이었다. `안쪽 근무자 귀가 여부`, `바깥 대기자 귀가 여부`, `경고 수신 완료 여부`. 이들은 서로 다른 질문이었다. 지금 시스템은 셋을 한 개의 '퇴사 완료'로 줄여 버렸다. 나는 김하린에게 확인 전화를 걸었다. “01758 신고 내용은 원본이 어느 만큼 남아 있습니까?” “열두 초 분량만 원본 수신 시간과 검증됐어요. 나머지 연결 시도는 분리돼 보관돼 있습니다.” “17시 56분에 이미 연결을 시도했다는 기록과 겹칠까요?” “겹칠 수도 있지만 같은 신고라고 단정할 근거는 없습니다.” 우리는 원본의 일부를 들었다. 금속을 두드리는 짧은 소리, 숨을 고르는 듯한 소리, 그리고 누군가 위험을 알려 달라는 말. 문장이 완전히 복원되지 않았다. 원래 신고자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이때 미래기록관리협의회에서 재촉이 왔다. '정하경 검수 기록을 최초 설계 책임 확인으로 전환할 것.' 보고서에 그렇게 적으면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양 굴었다. 나는 회신했다. '검수자는 원 설계자도, 사고 승인자도, 타인의 보호자도 자동으로 되지 않는다.' 서윤은 내 옆에서 문서를 검토하고 정식으로 반려 의견을 남겼다. 그 사이 회의실 서버는 열아홉 번째 의자를 다시 출력했다. 이번에는 의자 등받이에 정하경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이름 지우세요.” 내가 말했다. 민재가 즉시 표시만 제거했다. 원본 서버는 보존하고 외부 공개 화면에서 자동 실명 결합을 막았다. 고인의 기록도 아니고 살아 있는 사람의 동의도 없었다. 정하경은 시설이 안전한지 확인한 사람이었지 모든 미해결 사건의 담당자가 아니었다. 내가 퇴사 직전 느꼈던 공포를 그 사람에게 넘길 수는 없었다. 오후 두 시, 정하경에게서 전화가 왔다. 먼저 자신이 통화해도 좋다고 메시지를 남긴 뒤였다. “기록을 보셨다면서요.” 그녀의 목소리는 내가 들었던 옛 녹음과 비슷한 부분도 있었지만 통화 환경과 나이가 달라 비교 자체가 부정확했다. “예. 제공해 주신 부분만 확인했습니다.” “그럼 꼭 전해 두세요. 019가 처음 만들어졌을 때 가장 중요했던 건 신고 뒤에 사람을 다시 부르지 않는 거였어요. 안전한 곳으로 떠난 사람이 왜 다시 전화를 받아야 합니까?” “그 말씀은 어느 기록에 남아 있습니까?” “제가 검수하던 장비의 사용 설명서에요. 다만 그때 실제 경고를 누가 보냈는지는 제가 모릅니다.” 그녀는 선을 명확히 그었다. “그리고 저를 어떤 아이의 보호자로 지정하지 말아 주세요.” “그럴 생각 없습니다.” 나는 바로 대답했다. 그녀는 한숨처럼 짧게 웃었다. “이렇게 당연한 말을 확인해야 한다는 게 참 이상하군요.” 통화 끝에 그녀가 추가로 알려 준 내용이 있었다. 코일을 강변에서 도원으로 옮길 때 작업자들이 S-LEFT 판을 새 장비 뒤에 붙였고, S-RIGHT 판은 '사용하지 않는 여분'으로 분류했다는 것이다. “그 여분이 지금 어디 있는지는 알고 계십니까?” 내가 물었다. “실물은 직접 확인하지 못했어요. 그런데 반출 전 사진의 파란 고무줄은 오른쪽 판에 둘러져 있었어요. 도시락통이 아니라요.” 나는 말을 멈췄다. 우리가 사진에서 도시락을 묶은 줄로 본 것이 장치를 표시하는 봉인일 수도 있었다. “그럼 019-B의 수신 확인함이 그 판을 보관했을 가능성이 있겠네요.” “가능성이지 사실은 아닙니다. 열람 절차를 지켜 주세요.” 정하경의 말투는 단호했다. 이 사람은 내가 만난 어떤 대표이사보다 훨씬 정확했다. 애초에 정확한 사람이 회사를 운영하면 이상한 0층이 생기지 않는 것 아닐까. 나는 그 생각을 말하지 않았다. 이상한 0층 앞에서 검수자의 자존심까지 시험할 필요는 없었다. 밤에는 작은 사고가 일어났다. 도원 11층의 한 직원에게 '정하경 대리 결재 승인'이 자동으로 전송됐다. 그 직원은 이름도 모르는 사람의 명령이라며 문서윤에게 알렸다. 서윤은 실제 사람을 지목하지 않은 대리 결재의 무효를 공지하고, 경보선만 남겨 두었다. 건물은 여전히 불안정했지만 무단 대리 책임자가 늘지는 않았다. 그날 하림은 우리에게 사진 한 장을 보냈다. 식당에서 혼자 밥을 먹는 사진이었다. 거울에는 다른 사람이 비치지 않았다. 그는 글을 덧붙였다. '여기가 밖이군요.' 나는 답장을 썼다. '네. 그리고 밖에서 무엇을 할지는 하림 씨가 정합니다.' 보내고 보니 짧은 문장이었다. 이틀 동안 작성한 모든 보고서보다 더 정확한 문장 같았다. 전화를 끊고도 나는 정하경이 말한 '떠난 사람을 다시 부르지 말라'는 문장을 생각했다. 원본 설비가 처음 설계된 시대에도 사고와 야근이 있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누군가 안전 경고를 남기기 위해 평생 그 자리의 담당자가 되어야 하는 건 아니었다. 나도 사직서에 서명한 순간부터 그렇게 살고 싶었다. 서윤은 내가 또 표정을 굳히자 커피 대신 물을 내밀었다. “이번에는 본인도 잠깐 쉬세요.” 나는 물을 받아 마셨다. 그동안 나보다 먼저 사람을 챙긴 동료가 있었다는 사실도 퇴사하고서야 새삼 보였다. 자정 무렵 김하린이 긴급 연락을 했다. 공공 신고선의 격리 구간에서 사라진 S-RIGHT 판과 같은 고유 번호를 가진 신호가 한 번 나타났다는 것이다. 수신 위치는 019 원형 함도, 도원 서버실 B도 아니었다. 17개 건물 가운데 이미 중첩을 완화한 곳, 세림종합병원 옛 세탁실이었다. 실물 분리판이 그곳에 있다는 뜻인지는 아직 알 수 없었다. 그러나 분실된 '여분'의 흔적이 이동하고 있었다. “병원 세탁실이 왜 회신함이죠?” 민재가 물었다. 나는 고개를 저었다. 오래된 시설 외주 물류가 여러 건물을 순회했을 수도 있었다. 우리가 찾아야 하는 것은 누가 범인인가가 아니라, 사라진 장치가 실제로 존재하는가였다. 서윤이 병원 시설팀과 안전 확인을 잡았다. 그 순간 모니터에 새로운 글자가 나타났다. `[S-RIGHT 사용 대기 / 봉인 해제 조건: 원래 확인자가 직접 신호 수신 여부를 말할 것]`. 나는 한동안 말이 없었다. '원래 확인자'라는 말은 살아 있는 누군가를 뜻할 수도 있고, 그저 회신함의 이름일 수도 있었다. 이번에는 아무도 억지로 불러 앉히지 않기로 했다. 대신 다음 날 세탁실 문부터 확인할 계획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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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5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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