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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퇴사했더니 회사가 던전이 됐습니다 · 103화
PAYLUA ORIGINAL · 제103화

신고를 받는 우체통

퇴사했더니 회사가 던전이 됐습니다 · 3,582자

오프라인 책장
000 단말에서 발신됐다는 ‘신고 수신 확인’이 이상한 이유는 간단했다. 편지를 받는 우체통이 발신인으로 적혀 있었기 때문이다. 우체통이 편지를 쓰기 시작한다면 그건 판타지 소설이 아니라 시설 관리팀의 긴급 장애였다. 나는 컴퓨터 앞에서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진하게 내린 커피는 내 퇴사 의지와 달리 전혀 식지 않았다. 김하린은 1758 회선의 원본과 019-B 회신 대기열을 나란히 띄웠다. 1758에는 실제 위험 신고가 들어온 흔적이 남아 있었다. 하지만 019-B는 접수한 내용을 전달하지 못한 상태를 ‘발신 대기’로 보관하고 있었다. 전산 이관 뒤 `RECEIPT_PENDING`이 `PERSON_PENDING`으로 바뀐 경위가 문제였다. 누군가 전화를 받지 못한 것을 누군가 퇴근하지 못한 것으로 해석한 것이다. “이걸 사람 이름으로 연결한 건 누구예요?” 민재가 물었다. “모른다.” 내가 답했다. “로그에는 `외부 관찰자 000`이라는 코드만 남아 있어. 코드와 사람은 달라.” “그러면 그 아이 팔찌는 대체 왜 000이에요?” 나는 고개를 저었다. 아이가 어머니에게 받은 팔찌가 어떤 경위로 만들어졌는지는 아직 모른다. 아이가 신고선 자체를 소유한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시스템은 팔찌 사진을 불러와 아이 얼굴 위에 관리자 배지를 얹고 있었다. 우리는 배지 추천 기능을 끄고 외부 안전 담당자에게 보고했다. 한서림에게는 아이가 원하면 팔찌를 보관해 주되 조사원이 찾아간다고 겁주지 말아 달라고 부탁했다. 아이는 쉬고 있었고 안전했다. 그것이야말로 지금 필요한 정보였다. 누가 누구의 어머니인지 확인하는 일은 실종 신고와 보호자 확인 절차를 통해 별도로 해야 했다. 정하경의 검수 메모가 새 단서를 줬다. 그녀는 오래된 회선 사진 가운데 물에 젖은 종이 한 장에 주목했다. `000`은 단말 번호, `001`은 재전송 장비 번호였다. 별도의 `0`은 응답을 요구하지 않는 안전 공란을 의미했다. 그런데 도원에서 쓰는 장부에는 `000`을 최초 사번으로, `001`을 후임 사번으로 바꾼 기록이 있었다. 숫자들의 의미가 바뀌자 사람이 나타나고 사라지는 일이 생겼다. “검수 기록을 직접 녹음하신 분이 정하경 씨입니까?” 서윤이 물었다. 나는 답장을 확인했다. 그녀는 자신의 서면 확인 범위만 제공했고, 목소리 원본과 일치한다는 인증은 아직 하지 않았다. 옛 회의에서 들린 여성 목소리와 그녀를 연결할 수는 없었다. 우리는 그 불일치를 그대로 보고서에 남겼다. 사실 확인을 서두르다 보면 우리도 시스템처럼 이름을 마음대로 덮어쓰게 된다. 그날 저녁 하림이 찾아왔다. 나와 카페에서 만나기로 했다고 했지만 그는 도원 앞 건물 벤치에 앉아 있었다. “사람이 많아서 카페가 조금 무서워요.” 그가 말했다. “그럼 여기 앉죠. 저도 전 직장 건물만 보면 심장이 뛰어서 카페인이 필요 없습니다.” 그는 편의점 봉투에서 빵을 꺼냈다. 빵 두 개였다. “이건 제가 먹고, 하나는 그냥 남겨 두려고요. 누가 아직 안 왔다고 해도 제가 그 사람의 일을 끝까지 대신할 필요는 없잖아요.” 그 말을 듣는 순간 화면에서 봤던 파란 고무줄 도시락이 떠올랐다. 물건 두 개가 반드시 사람 두 명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하나는 대기 중인 사람이 떠날 때 남긴 신호일 수도 있었다. 나는 빵을 억지로 받아 먹지 않았다. 하림이 나중에 먹겠다고 해서 그대로 두었다. 빵을 먹지 않는 것이 그날 우리가 확인한 가장 사소하고도 확실한 선택이었다. “안에서 나온 뒤에 기억난 게 있어요.” 하림이 말했다. “처음 그 방에 들어갈 때 누군가 제게 '신호가 돌아오지 않으면 다시 이름을 부르지 마'라고 했어요.” “누구였습니까?” “정확한 얼굴은 안 떠올라요. 그런데 문밖에서 도시락 뚜껑 닫는 소리는 기억나요.” 나는 그의 기억을 시험 장비의 녹화와 구별해 기록했다. 지금의 하림에게 과거 책임을 떠맡기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새벽 전, 옛 안내소에서 한 번 더 경보가 울렸다. 이번에는 사람이 아니라 빈 복도에 `미귀환 관찰자 1명`이라는 숫자가 생겼다. 시설 담당자는 실제 사람이 없는 것을 확인했다. 하지만 경보는 수신 실패를 생명체의 실종으로 바꿔 표시했다. 나는 신고 접수 상태와 사람 실종 상태를 분리하는 임시 규칙을 제안했고 김하린이 공공 회선 측에서 확인했다. 경고를 아예 끄자는 요청은 거절했다. 위험 경보는 누군가의 출근 의무가 아니었다. 하림이 돌아간 뒤 나는 그가 놓고 간 빵 봉지를 잠시 바라봤다. 두 개 중 하나는 그대로 남아 있었다. 예전의 나는 남은 물건이 있으면 꼭 주인을 찾아 원상 복구해야 마음이 놓였다. 업무가 끝나지 않으면 누군가 밤을 새워야 한다고 믿었다. 그런데 그는 남은 빵을 다음 날 먹겠다고 했을 뿐이었다. 나는 그 빵의 처리 완료 버튼을 누를 필요가 없었다. 사소한 일에서 배우는 게 있다는 생각에 머쓱해졌다. 서윤에게 말하자 그는 “그걸 알아차리기까지 회사 다닌 세월이 참 길었네요”라며 웃었다. “그러게요. 제 퇴사 인수인계 문서 마지막 줄에 써야겠습니다. '남아 있는 물건이 전부 미귀환자는 아니다.'” 민재가 자료를 정리하다가 수상한 그림을 발견했다. 019-B 배치도에 네모난 수신함이 세 개 있었다. 이전까지 두 개만 봤는데 셋째는 벽 안쪽에 작게 그려져 있었다. 선 옆에는 `회신 불가 시 보존`이라고 적혀 있었다. 셋째는 사람 이름을 받을 수 없는 밀폐 보존함이었다. 그렇다면 사라진 '마지막 신고'가 처음부터 미발송이었던 건지도 모른다. 어딘가에서 살아남았지만 읽히지 않은 신호였다. “이거 지금도 있어요?” 민재가 물었다. 남기석은 옛 철거 목록을 뒤졌다. “시스템에는 회수 완료라고 되어 있는데, 도면에는 철거 대상에서 빠져 있어요.” “어느 쪽을 믿죠?” “실물을 확인해야죠.” 이번에는 우리가 가장 먼저 동의한 문장이었다. 세상은 출석부만큼 간단하지 않았다. 오후 네 시, 도원 지하에서 금속이 세 번 울리는 소리가 났다. 빈 회의실이 아니라 외부 전기함 근처였다. 배 소장은 전기 안전을 확인하고 점검 창 너머를 비췄다. 그곳에 세 번째 수신함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작은 알루미늄 판 하나가 걸려 있었다. `[019-B-3 / 보존 메시지 읽기 전 외부 안전 회선 먼저 연결]`. 글자 뒤쪽에는 누군가 칼끝으로 새긴 문장이 있었다. `이 함에는 사람이 들어 있지 않다.` 나는 왠지 그 문장이 수많은 장부보다 정확하다고 느꼈다. 그런데 판 아래에서 끊긴 전선이 아니라 얇은 광섬유 한 가닥이 벽을 통과하고 있었다. 그 끝은 도원 안쪽이 아니라 밖으로 향했다. 건물 밖으로 누구에게 메시지를 보내려 했던 것인지, 우리는 아직 몰랐다. 그날 마지막 기록에는 두 줄이 남았다. `[019-B-3 / 개봉 기록 없음]`, 그리고 `[수신된 마지막 경고: 분할된 두 개의 시간으로 보존]`. 누군가 신호를 두 갈래로 갈라 놓았고, 그 틈에 사람의 이름을 끼워 넣은 셈이었다. 나는 서윤에게 말했다. “마지막 신고를 받지 못한 사람이 누구냐고 묻는 대신, 두 조각 중 어느 쪽이 실제 신고인지부터 알아봅시다.” 그렇게 우리는 사람을 찾아 나선 수사에서, 사람의 이름을 지워 버리는 회로를 추적하는 수사로 방향을 바꿨다. 생각해 보니 이게 엔지니어가 할 일이었다. 수사관 흉내를 내다가 결국 로그를 뒤지는 삶. 퇴사를 참 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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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3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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