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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퇴사했더니 회사가 던전이 됐습니다 · 102화
PAYLUA ORIGINAL · 제102화

019-B, 돌아오지 않은 수신함

퇴사했더니 회사가 던전이 됐습니다 · 3,776자

오프라인 책장
019-B라는 이름을 보고 나는 우선 숫자부터 셌다. B-0, 019, 18번 출구, 열아홉 번째 의자, 그리고 이제 019-B. 회사가 세계를 구하는 데 필요한 기술을 개발하지 않은 대신 파일 이름을 늘리는 데 모든 예산을 쓴 것 같았다. 서윤은 내 표정을 보고 말했다. “그 이름 때문에 화난 거면 이해해요.” “이름은 괜찮아요. 누군가 실제 사람에게 019-B라는 사번을 부여하기 전까지는.” 019-B는 옛 강변 보관실의 부속 지하실이 아니었다. 철거 목록에 적힌 ‘B’는 부착함을 뜻했다. 강변 공공 통로 끝의 벽에 달렸던 두 개의 서류함 가운데 바깥쪽 것이었다. 구청 기록에는 외부인이 위험 신고가 전달됐는지 확인할 수 있도록 종이 회신을 넣는 함이라고 설명돼 있었다. 안쪽 함에는 설비 관리자의 점검표가 들어갔다. 그 두 함을 한 통으로 취급한 날짜는 정확히 남아 있지 않았다. “그런데 왜 최종 사진에는 함이 하나뿐이죠?” 민재가 물었다. 나는 대답 대신 사진 아래쪽을 확대했다. 파란 고무줄 도시락을 든 보존 책임자의 오른쪽, 기둥 그림자 속에 작은 네모가 두 개 있었다. 하나는 문이 열린 상태, 하나는 자물쇠가 걸린 상태였다. 열린 쪽의 그림자는 물에 젖어 있었고 잠긴 쪽은 마른 상태였다. 같은 시간에 찍은 사진인지도 확인할 수 없었다. 유리판을 겹친 합성 사진일 가능성도 남았다. 이선경은 기록 보존 담당자와 함께 현장을 찾기로 했다. 우리는 019가 있던 강변에 도착했지만, 옛 벽은 이미 없었다. 그 자리에 자전거 거치대와 새 안내판이 서 있었다. 요즘 서울에서 가장 강한 존재는 던전이 아니라 재개발이었다. 남기석이 지자체 승인된 철거 평면도를 펼쳐 보였다. “함 두 개 중 바깥쪽은 도시 안전 자료실로 이동했다고 적혀 있습니다.” “실물이 있습니까?” “서류에는 있어요.” “서류가 걸어 다니는 장면은 많이 봤습니다. 이번에는 물건을 봅시다.” 자료실을 방문하자 접수 직원은 오래된 보관번호표를 꺼냈다. 보관함 실물은 없었다. 다만 운반 상자에 붙었던 종이 띠가 남아 있었다. `[019-B / 수신 확인 없을 때 반환 금지]`. 문구를 읽은 김하린이 얼굴을 찌푸렸다. “원래 이건 신고를 받았다는 확인서가 없을 때, 무턱대고 폐기하지 말라는 뜻이에요. 그런데 인사 장부에서는 '확인 없는 사람은 귀가 불가'로 변했죠.” “퇴사자 입장에서는 사내 규정 역사상 가장 불친절한 번역입니다.” 종이 띠 안쪽에는 날짜가 세 개 있었다. 하나는 원래 시설의 점검 날짜, 하나는 철거 반출 날짜, 마지막 하나는 2026년 10월 31일 오후 5시 55분. 세 번째는 서류와 잉크가 달랐다. 나는 곧장 그것을 누군가의 위조라고 단정하지 않았다. 후대 바코드로 재입력하며 시각을 덮어썼을 수 있었다. 그러나 누군가 그 기록을 고의로 이용했을 가능성은 조사해야 했다. 서윤은 도원 인사 시스템과 분리된 봉인 보관 목록을 요청했다. 목록 한 줄이 이상했다. `[019-B 실물 인수자: 공석 / 장치 상태: 회신 대기 / 실제 인수: 도원 0층 장비 경로]`. 사람이 인수하지 않은 장치가 장부에서는 회사를 찾아간 셈이다. 소설이라면 멋진 전개였겠지만, 시설 관리 장부에서는 장비 도난의 전형적인 전조였다. 우리는 도원 복도 받침대의 나사 구멍과 철거 상자에서 나온 사진의 고정 간격을 대조했다. 비슷했지만 완전히 일치하지 않았다. 무리하게 동일한 장치라고 우기면 안 됐다. 배 소장이 말했다. “원형 함은 더 컸어. 지금 나사 구멍은 후대 축소형 모델이야.” 김하린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원형 함이 다른 데 남아 있을 수도 있겠네요.” 점심때 하림에게 연락이 왔다. 그는 밖으로 나온 뒤 처음으로 편의점 도시락을 샀다고 했다. “먹고 나니까 왜 두 개가 있었는지 더 궁금해졌어요.” “두 번째가 누구 몫인지 아직 모릅니다.” “알아요. 그래도 저는 이제 한 개만 먹어도 배부르다는 건 알겠네요.” 나는 웃었다. 그의 과거가 밝혀지지 않았어도 오늘의 허기는 진짜였다. 적어도 그걸 입사 기록으로 바꿀 필요는 없었다. 이날 오후, 019-B와 연결돼 있었다는 오래된 음성 회신 장치의 복제 시험 로그를 발견했다. 한 줄짜리 시험 문장이 반복됐다. ‘알림을 들었습니다. 사람이 오지 않아도 신호는 남깁니다.’ 이후 버전에서는 주어가 바뀌어 있었다. ‘사람이 오지 않았으므로 처리 담당자를 지정합니다.’ 문구의 차이는 작았지만 결과는 끔찍했다. 전자는 경고를 남겼고 후자는 사람을 붙잡았다. 누가 바꿨는지는 아직 불명확했다. 문서윤은 재단과 협의회에 변경 책임 자료 보존 명령을 요청했다. 황규태에게도 옛 반출 승인 표를 확인해 달라고 했다. 황 팀장은 긴 침묵 끝에 말했다. “안전점검 외주 전환 때 그 함을 빼라는 결재가 있긴 했습니다.” “누가 요청했죠?” “담당자란이 비어 있었어요. 당시엔 그게 승인된 포괄 규칙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나는 목소리를 낮췄다. “비어 있는 칸은 승인자가 아닙니다.” “이제는 압니다.” 그가 드물게 변명하지 않았다. 현장에는 더 급한 문제가 생겼다. 옛 안내소에 남아 있던 중첩 복도의 벽이 저녁 교대 시간에 다시 밀려 나왔다. 관리자가 없다고 기록되자 임시 피난 통로를 자동 폐쇄하려는 신호였다. 서윤이 그쪽 시설팀과 통화해 임시 안전요원을 배치했다. 나는 인사 기록을 만지지 않고 해당 회선의 자동 복귀 명령만 격리했다. 이번에는 장치가 우리를 '무단 승인자'로 바꾸지 못하도록 현장 명령과 전산 명령을 분리해 기록했다. 오래된 반출 사진의 원본 보관 번호를 확인하는 일은 생각보다 오래 걸렸다. 세 번이나 담당 부서가 바뀌었고, 한 부서에서는 번호가 `19`라며 열아홉 번째 근무자를 찾으라고 했다. 나는 해당 서류의 단위가 '명'이 아니라 '개'라는 점을 표시해서 다시 보내 달라고 부탁했다. 종이 띠 하나의 분류가 어긋나자 다른 사람의 퇴근까지 막으려 했다는 사실이 조금 우스우면서도 무서웠다. 선경은 서류를 고칠 때 기존 기록을 지우지 않고 정정 이유를 남겼다. 잘못된 번역이 어떻게 시작됐는지도 나중에는 증거가 될 수 있기 때문이었다.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옛 안내소에는 퇴근길 시민 세 사람이 있었다. 그들 중 한 명이 물었다. “여기 지나가면 회사 직원으로 등록되는 건 아니죠?” “아닙니다.” 나는 말했다. “여긴 길이지 채용박람회가 아닙니다.” 그 말에 사람들이 웃었고, 실제 통행이 재개되었다. 나는 그 웃음 때문에 오늘 하루를 버틸 수 있었다. 밤 아홉 시, 선경이 보내 준 철거 사진에서 새로운 스티커가 보였다. `[019-B 실물 인수 보류 / 파란 고무줄 봉함 / 열람 권한: 본인 또는 지정 공공 보존인]`. 누군가 사진 속 도시락을 함에 넣고 따로 봉해 둔 게 아니라, 함 자체를 파란 고무줄로 묶었다는 뜻일 수도 있었다. 우리는 보관 물품을 함부로 개봉하지 않기로 했다. 지정 보존인 신원을 먼저 확인해야 했다. 마지막으로 김하린에게서 문자가 왔다. '오늘의 마지막 공공 경고 수신은 정상입니다. 그런데 019-B의 옛 회신 대기열이 새벽에 도착한 것으로 분류된 신호 하나를 내보내려 하고 있습니다. 실제 전송 시각은 확인되지 않습니다.' 나는 화면을 바라봤다. 위험 신호가 미래에서 왔다고 떠들던 회사가 이번에는 과거의 미배달 신호를 오늘의 출근부에 넣으려 했다. 작은 글씨로 분류명이 보였다. `[신고가 아닌 신고 수신 확인 / 발신자: 외부 관찰 단말 000]` 신고를 받아야 할 장치가 신고를 보냈다고? 내가 이해한 것이 맞다면, 019-B는 마지막 경고를 보관한 함이 아니라 마지막 경고가 도착했는지 **증명할 수 없었던 함**이었다. 그 차이를 밝히지 못하면 또 누군가의 이름이 비어 있는 칸을 채우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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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2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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