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아홉 번째 의자는 분명 화면에 있었다. 문제는 회의실 문을 열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회사가 처음부터 내 인생에 허락받고 들어온 적은 없지만, 의자까지 허락 없이 증식시킬 줄은 몰랐다. 나는 경비실의 세 화면을 번갈아 보다가 손목시계를 확인했다. 2026년 11월 1일 오후 두 시 십칠 분. 퇴사 후 첫 주말을 이렇게 보내게 될 줄 알았다면 사직서에 '추가 근무 불가'라는 문구를 세 번쯤 썼을 것이다.
“어제 화면이 아니죠?” 내가 물었다. 장한결은 카메라 기록의 실제 촬영 시각과 저장 서버 시각을 나란히 띄웠다. 둘은 육 분 어긋나 있었다. “원본 카메라에는 의자가 열여덟 개예요. 저장 서버에서만 열아홉 개입니다.” “그러면 누가 의자를 들여놓은 게 아니라 의자 하나를 그렸군요.” “영상에 붙인 물체 정보가 아닐까요?” 서윤이 줌을 당겼다. 의자 발 아래 그림자는 없었다. 대신 의자 등받이의 `019` 표찰이 화면을 돌려도 똑같은 방향을 향했다.
민재가 한숨을 쉬었다. “이런 거면 그냥 포토샵이라고 하면 안 돼요?” “그걸 포토샵이라고 부르면 서버가 곧바로 '해당 직원은 수정 완료'라고 기록할걸.” 나는 농담하고 싶었지만 화면 하단에 작게 적힌 글자가 걸렸다. `[추가 관찰 위치 요청: 외부 단말 000]`. 000은 아이의 이름이 아니다. 시설의 무기명 관찰 단말 번호라는 사실을 지난 열흘 동안 수십 번 확인했다. 그런데 시스템은 아이 손목의 표식과 그 번호를 결합해, 아이에게 회의 참석을 요구하려 했다.
나는 제일 먼저 자동 소집 규칙을 가렸다. 차단한 것은 신고선이 아니라 출석 대상 추천 기능뿐이었다. 김하린에게 전화를 걸어 1758 회선은 살아 있는지 물었다. “정상입니다. 사람 이름 없이도 신고가 들어옵니다. 그런데 019의 마지막 신호를 기다리는 임시 수신함이 하나 더 있어요.” “그 수신함도 정상이에요?” “정상이라고 표시되는데 수신 이력은 없습니다.” 회사가 가장 좋아하는 상태였다. 아무것도 처리하지 않았지만 보고서는 녹색이었다.
서윤은 회의실을 봉쇄하지 말고 시설 도면과 독립 카메라를 대조하자고 했다. 배만식 소장이 오래된 주석을 가져왔다. “아흔아홉 년도 이전 도면에는 이 자리가 없어. 그런데 바깥 복도 끝에 의자 한 개를 옮겨 그린 흔적이 있어.” “의자를 왜 옮깁니까?” “원래 사람이 앉는 자리가 아니었을 수도 있지.” 그는 도면의 가느다란 화살표를 가리켰다. `외부 회신 확인 위치`. 사람이 아니라 통신 장치를 놓는 선반이었다.
사진을 다시 확대했다. 파란 고무줄로 묶은 빈 도시락통을 든 사람은 얼굴이 선명했지만 이름을 공개하지 말라고 했다는 설명밖에 없었다. 나는 그 사람을 사진 속 ‘최초 설계자’라고 부르는 것을 멈췄다. 표찰에 적힌 직책은 보존 책임자였다. 설계한 사람과 지키던 사람이 다를 수 있었다. 오래된 회사에서는 코드를 쓴 사람이 아니라 장애를 끝까지 지켜본 사람의 이름이 로그에 남는다. 나도 그것 때문에 야근을 천 번쯤 했다.
“사진 원본은 어디 있어요?” 내가 물었다. 이선경은 공공 자료실로부터 종이 사진을 대여할 수 있는지 문의하겠다고 했다. “사진에 찍힌 분의 비공개 요청은 그대로 지켜야 해요.” “동의합니다. 얼굴로 누군가의 아이 엄마를 찾아내려 들지도 않을 겁니다.” 한서림에게는 아이를 보여 달라는 연락이 몇 차례 왔다. 나는 모두 거절하게 했다. 아이는 방금까지 책을 읽고 있었고, 회사의 전산 오류를 고치기 위해 면접 볼 의무가 없었다.
그날 오후 또 하나의 이상이 발생했다. 화면 속 의자가 서서히 회의실 출구 쪽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원본 카메라에는 아무 변화가 없었다. 그러나 저장 서버의 경로 안내 화살표가 그 의자를 따라 움직였다. ‘외부 수신 위치’를 실제 회의실 안쪽 좌석으로 옮기려는 자동 보정이었다. 나는 민재에게 옛 도면에서 화살표의 실제 종착점을 찾아 달라고 했다. 그는 복도 끝 공용 전기함 옆의 빈 받침대를 찾아냈다.
“여기에는 애초에 의자를 넣을 공간이 없는데요.” 민재가 말했다. 받침대 폭은 손바닥 두 개 정도였다. 이건 사람이 앉는 자리가 아니었다. 외부 장치 하나가 마지막으로 신호를 남기던 위치였다. 그런데 받침대 뒷면의 나사 구멍은 네 개 중 두 개만 남아 있었다. 누군가 부착 장비를 떼어 간 흔적이었다. 배 소장은 전원을 건드리지 않고 주변 절연 상태를 점검했다.
경로 보조가 느닷없이 전화했다. 내 얼굴로 내 목소리를 내는 사람이라 전화 받을 때마다 기분이 복잡했다. “이상한 알림이 제게도 왔습니다. 원래 있던 자리로 돌아가라고요.” “당신이 고른 자리는 어디예요?” “밖에 있는 벤치요. 조금 전에 거기서 커피를 마셨는데, 제 이름이 출근 명부에 생겼습니다.” “그 자리에서 쉬는 건 당신 결정입니다. 그 명부는 분리하죠.” 그는 잠시 침묵했다. “저는 복사본이어도 쉬면 안 된다고 할 줄 알았어요.” “직원이어도 쉬어야 합니다. 제가 전 직장에 남기고 온 유일한 신념입니다.”
저녁이 다가올 때 보존 서버에서 한 줄이 추가됐다. `[019 회신 받침대 분실 물품 조회: 결과 없음]`. 그런데 독립 시설 기록에는 다른 문장이 있었다. `[철거 시 회수 예정 물품: 빈 수신함 1개 / 반환 장소: 신청인 확인 후 결정]`. 사진 속 도시락처럼, 그 장치도 ‘누가 받느냐’를 정하지 못해 돌아가지 못한 물건이었다. 나는 원래 회신 위치를 막고 있던 박스들을 치우지 않았다. 실제 복도의 통행과 전기 안전을 점검하고, 접근 가능한 공개 부분의 사진만 남겼다.
그 전에 배 소장은 받침대 가장자리에 남은 페인트를 손전등으로 비췄다. 파란색 아래에 흰색 번호가 조금 드러났다. 회의실 장비는 모두 검은색이었지만 공공 안전시설의 표식은 파란색이었다. 같은 건물에 설치됐다고 같은 조직의 소유가 되는 것은 아니었다. 나는 도원의 자산 목록과 공공시설 철거 목록을 각각 열어 두었다. 어느 쪽에도 실제 인수자의 서명이 없었다. 민재가 “소유자는 없고 관리자만 늘었네요”라고 말했다. 그 말을 듣자 다 같이 잠깐 웃었다. 그리고 웃음이 끝나자 공공 보관물의 임시 보존 조치를 먼저 요청했다. 나중에 누가 원형 장치를 가져갔는지 확인하더라도 지금 손댈 권한이 생기는 건 아니었다.
서윤이 말했다. “열아홉 번째 의자는 누가 추가한 사람이 아니라, 잃어버린 수신함의 자리일 수 있겠네요.” “그럴지도요. 문제는 그 수신함을 누가 잃어버렸느냐가 아니라, 거기 도착해야 했던 신고가 어디로 갔느냐겠죠.”
우리는 화면의 의자를 지웠다. 아니, 정확히는 영상 위에 붙는 자동 출석 표시를 껐다. 원본 카메라의 열여덟 의자는 그대로 남았고, 보존 서버는 처음으로 회색 상태를 표시했다. `[외부 회신 대상: 미확인]`. 붉은 경고보다 그 회색 문장이 훨씬 반가웠다.
그런데 한 시간 뒤 공공 수신함에서 오래된 종이 한 장을 찾았다는 연락이 왔다. 이선경의 목소리가 낮았다. “019 보관 구획의 철거 목록에 사진과 같은 번호가 있어요. 물품명은 의자도, 수신함도 아니에요.” “뭔데요?”
“`마지막 신고를 전달하지 못한 사람의 개인 보관함`이라고 적혀 있어요.”
나는 다시 사진을 봤다. 파란 고무줄이 묶인 도시락통은 비어 있었다. 그러나 도시락통 옆으로 희미하게 삐져나온 것은 젓가락이 아니었다. 작은 금속 열쇠 같았다. 누군가 끝내 보내지 못한 신고를 품고 퇴근했을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그 사람에게 영원히 회사에 남아 있으라고 요구할 수는 없었다. 나는 장부 옆에 내 글씨로 적었다. '마지막 신고의 수신 장소를 찾되, 최초 보존자의 현재 삶을 징발하지 않는다.' 그 문장을 저장하자 화면 속 열아홉 번째 의자의 표찰이 사라졌다. 대신 새로운 문구가 떠올랐다.
`[수신함 이동 이력 열람 요청: 보관실 019-B]`
제101화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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