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번째 사건이 시작되는 아침, 나는 퇴사한 지 이틀도 지나지 않은 사람이었다. 체감상으로는 일곱 해를 더 다닌 기분이었다. 새벽에는 다섯 건물의 중첩이 일부 가라앉았고, 우리 앞에는 전혀 다른 문제가 남았다. 원본 보존 자동 처리기가 최초 시험 승인자라는 기록. 사람이 아니면 책임도 없다는 말인가. 그렇다면 나보다 더 자유로운 직장인이었을 것이다. 나는 그런 자동 처리기를 상사로 둔 적이 없는데도 벌써 해고하고 싶었다.
서윤은 019에서 확보한 최초 회의록의 외부 공개 범위를 확인했다. 기록에는 '임시 분리판 해제 요청'과 '귀환 경로 병합 시험'이 있었다. 그러나 그 옆의 서명은 실제 도장을 찍은 사람의 것이 아니라 장치가 만든 자동 승인 표시였다. 이것은 누군가 책임을 벗어나기 위해 결재를 기계에 넘겼다는 가능성을 보여 줬다. 동시에 옛 서류를 전산으로 옮길 때 담당자란이 사라졌을 가능성도 있었다. 아직 범인을 고를 수는 없었다.
선경은 현장 책임자에게 강변의 019 보관 구획을 안전하게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을 받아 냈다. 구청과 공공 경고 담당자, 도원 시설팀의 권한이 각각 달랐다. 우리는 강변 전체를 비우거나 지하 문을 무조건 열지 않았다. 실제 균열이 난 보행로를 우회시키고, 위험이 없는 외부 점검면을 확인했다. 그 과정에서 하림도 자신의 의사로 사진 열람을 요청했다. 현장에는 가지 않았다. 그는 바깥에서 쉬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
제0 보관실 019의 바닥 가까이에는 작은 안내판이 남아 있었다. 글자는 여러 번 덧칠돼 있었다. '두 방향을 한 방향으로 합치지 말 것.' 그 아래에는 더 오래된 문구가 숨어 있었다. '마지막 사람이 돌아올 때까지 기다릴 것'이라고 읽히는 문장이었다. 한 문장을 지우고 다른 문장을 붙인 이유가 무엇인지 우리는 알지 못했다. 그런데 원본 확대 사진을 대조하자, '사람이 돌아올 때까지'라는 부분에 추가 글씨가 보였다. 정확한 문장은 이랬다. '마지막 사람의 안전 신호가 돌아올 때까지 기다릴 것.'
사람을 기다리는 것과 안전 신호를 기다리는 것은 전혀 달랐다. 사람은 집에 가야 한다. 위험이 계속되면 신호는 남아 있어야 한다. 오래전 누군가 그 둘을 한 문장으로 줄여 쓰면서 우리가 지금까지 본 모든 강제 출근의 씨앗이 만들어졌을지도 모른다. 나는 수첩에 밑줄을 쳤다. '귀환 대상은 사람인가, 신호인가.' 그 물음표가 오늘의 제일 중요한 설계 문서였다.
김하린은 1758 공공 수신함의 기록을 비교했다. 17시 55분은 분리판 해제 신청, 17시 56분은 서로 다른 두 경로의 대기 확인, 17시 57분은 B의 사고, 17시 58분은 외부 위험 경고, 18시 1분은 내 퇴사 승인과 동기화였다. 이 순서를 시간표로 만들자 민재가 심각하게 물었다. “형, 애초에 회사가 문제를 시작한 건 아니네요?” “회사만의 문제는 아니었을지 몰라. 하지만 고장 난 안전 시스템에 인사 처리를 붙인 책임은 사라지지 않아.” 서윤이 고개를 끄덕였다.
협의회의 과거 회의록을 대조하던 중 우리는 두 개의 오래된 도장 이미지를 발견했다. 하나에는 ‘시험 재개 검토’, 다른 하나에는 ‘최종 완료 불가’라고 적혀 있었다. 전산 시스템은 둘 다 승인으로 읽고 있었다. 실제 원본에는 서로 다른 날짜와 조건이 있었으나, 자동 처리 프로그램이 최신 날짜 하나로 합쳐 저장했다. 그것이 2026년 10월 31일 17시 55분이라는 가짜 '최초 이전 신청'을 만든 원인 중 하나였다. 오래된 공사와 어제의 사고가 같은 날짜로 접힌 것이다.
“그럼 어제 누군가 019를 떼어 낸 건 아니라는 거군요.” 민재가 물었다. “그럴 가능성이 커졌어. 다만 어제 시험이 다시 시작된 이유는 찾아야 해.” 나는 도원으로 돌아가는 차 안에서 코일의 연결 로그를 살폈다. 외부 분리판의 위치 정보가 바뀐 순간은 17시 55분이었다. 그런데 그 명령이 내려온 계정은 도원 운영팀도, 구청 관리실도 아니었다. `SAFE_EXIT_BACKFILL`. 이전의 실패를 안전한 경로로 보정한다는 이름을 달고 있었다. 실제로는 안전한 출구를 알 수 없으면 과거의 길을 다시 나타나게 만드는 기능이었다.
하림이 전화로 짧은 이야기를 해 줬다. 그는 두 번째 도시락이 자신에게 오지 않았다는 사실보다, 바깥에서 기다리던 사람이 떠날 수 있었다는 기록에 안도했다. “그분이 정말 떠났는지 모르는 건 여전하지만요.” “맞아요.” 내가 말했다. “확인되지 않은 일을 우리가 대신 완료했다고 적을 순 없습니다.” “그래도 그분이 떠나도 된다는 원칙은 있었네요.” 그는 한참 침묵하다가 덧붙였다. “그러면 저도 그분을 기다리느라 다시 그 방에 들어갈 필요는 없겠죠.” “그럴 필요 없습니다.” 나는 분명하게 대답했다.
도원에서는 경로 보조가 내게 작은 메모를 보여 줬다. 그가 전날 스스로 적은 문장 아래에 다른 글자가 생겨 있었다. `[차도윤 경로 보조 / 미귀환 담당자로 전환 예정]`. 그는 얼굴을 찡그렸다. “제가 선택한 문장은 안 바뀌었는데요.” 나는 메모의 원본과 시스템 출력본을 분리 보존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저쪽 문장을 삭제하는 게 아니라, 당신 문장을 함부로 고치지 못하게 하는 겁니다.”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오늘은 나가서 햇빛 좀 보겠습니다.”
서지완도 찾아왔다. 그는 어제 출근 예정자였지만 새벽 강제 회의에는 참석하지 않았다. 계약에 따른 실제 출근 절차는 따로 확인하는 중이었다. 미래 출근부가 그의 그림자와 시간을 뒤섞던 현상도 완전히 설명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그는 웃으며 말했다. “제가 내일 출근할 예정이었다는 이유로 어제부터 출근한 건 아니라는 걸 드디어 회사가 인정했네요.” “축하합니다. 저도 퇴사했다고 적힌 날부터 회사가 제 존재를 인정하지 않으려고 했죠.” 우리는 악수했다. 그 순간 그림자는 정상 방향으로 길어졌지만, 곧 다른 방향의 짧은 그림자 하나가 남았다. 아직 끝난 이야기가 아니었다.
오후에는 다섯 건물 중 세 곳의 비정상 경로가 현장 점검 후 임시 폐쇄됐다. 사람의 이동에 쓰지 않도록 출입 통제가 유지됐고, 나머지 두 곳은 구조대가 실제 대피로를 확인했다. 우리에게 주어진 것은 완전한 승리가 아니었다. 그러나 누군가를 강제 출근시키거나 다른 사람의 자리로 병합하지 않고 얻은 안전이었다. 나는 그 차이를 보고서의 맨 위에 적었다. '현재 인원 실제 안전 우선, 시스템 기록 종료는 미완료.'
그때 미래기록관리협의회에서 공식 통지가 도착했다. [019 원본 설계 재확인 회의 소집.] 명단에는 임현규 두 사람과 황규태, 일부 과거 시설 검수자, 그리고 나 차도윤이 들어 있었다. 나는 참석 요청 자체를 강제 발령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회의 목적과 공개 범위를 확인하고 외부 안전 담당자 동행 조건을 제시했다. 그런데 답신이 이상했다. `[차도윤: 최초 회의 참석자와 동일인으로 보정됨.]`
나는 웃지도 못했다. 아직 태어나기도 전에 열린 회의의 참석자라니. 그동안 회사가 저지른 최악의 인사 오류를 업데이트한 셈이었다. 서윤이 문서를 확대했다. '최초 참석자'의 이름은 비어 있었다. 대신 맨 아래에 역할만 적혀 있었다. `[퇴근을 보장하는 외부 관찰자.]` 그 자리가 18번째 의자와 연결된 것은 분명해 보였다. 하지만 그 자리를 맡은 사람이 나였다는 증거는 없었다.
그 순간 도원 0층 회의실에서 불이 켜졌다. 실제로 사람이 들어가 있지 않은 구역이었다. 시설 카메라는 독립적으로 작동하고 있었고, 안전팀은 문이 열리지 않았다고 확인했다. 그런데 화면에는 의자 열여덟 개가 아니라 열아홉 개가 보였다. 새 의자는 맨 뒤에 놓여 있었다. 의자 등받이에는 번호가 없었다. 작은 종이 하나만 붙어 있었다. `[019 / 원래 보관실에서 가져오지 못한 것.]`
“저건 뭡니까?” 민재가 물었다. 나는 카메라 확대 화면을 바라봤다. 빈 의자 위에는 사진 한 장이 있었다. 강변의 오래된 시설에서 촬영된 단체 사진이었다. 그동안 우리가 봐 온 빛바랜 사진과 달리, 이번에는 얼굴이 선명했다. 하지만 선명한 얼굴은 단 한 명뿐이었다. 0층의 두 임현규와도, 하림과도, 나와도 다른 사람이었다. 사진 아래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019 설계 보존 책임자 — 성명은 당사자의 요청으로 비공개.`
그 사람의 손에는 코일도 출입증도 없었다. 빈 도시락통 하나가 들려 있었다. 사진 가장자리에는 파란 고무줄이 걸려 있었다. 나는 이제야 누군가 기다리던 것이 단지 사람의 퇴근이 아니었을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마지막 경고를 듣고도 바깥에 남아, 그 경고가 지워지지 않도록 지켰던 사람이 있었는지도 모른다.
사진을 지켜보는 사이 모니터에 새로운 문장이 떠올랐다.
[원본 019의 보존 상태: 불완전]
[추가 확인 대상: 아직 도착하지 않은 마지막 안전 신고]
[외부 관찰자 000 단말: 연결 대기]
나는 아이의 얼굴을 떠올렸다. 아이가 000이라는 단말 코드를 갖고 있다는 이유로, 이 회의의 빈자리를 대신 채워서는 안 됐다. 나는 즉시 외부 관찰자 자동 소집을 차단하고 김하린에게 안전 신고 회선 상태를 확인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리고 한서림에게 전화했다. 아이는 잘 자고 있느냐고 물었다. 한서림은 조용히 대답했다. “아이는 지금 책을 읽고 있어요. 그런데 방금 엄마가 그려 줬다던 마지막 선을 처음으로 말해 줬어요.”
“어떤 선이요?”
“열일곱 개의 문 가운데 어느 문에도 닿지 않는 선이요. 그걸 그린 이유는, **회사에 돌아오지 않아도 집에 갈 수 있는 사람이 있어야 해서**래요.”
나는 오래도록 말을 잇지 못했다. 도원솔루션이 던전으로 변한 이유와, 누군가 끝까지 남기려 했던 출구의 목적이 처음으로 같은 방향을 가리키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 길을 누가 그렸는지는 여전히 몰랐다. 확실한 것은 하나였다. 나는 그 길의 관리자가 되기 위해 퇴사한 것이 아니었다. 누구라도 그 길을 자신의 선택으로 걸을 수 있도록, 강제로 붙잡는 규칙을 끝내야 했다.
제100화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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