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종종 큰일을 앞두면 멋진 말을 한다.
나는 흰 별 계단에서 가장 중요한 시험을 앞두고 “발밑이 조금만 더 튼튼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미라는 그 말을 듣고 비웃었다. 테온은 침착하게 내 어깨를 두드렸고 헤론은 시험 관측의 시간을 적었다. 모두 제 역할을 잘하고 있었다. 나만 지도 제작자로서 품위가 없었다.
“오늘은 마지막 별을 확인하는 겁니까?” 키오가 물었다.
“아닙니다. 마지막 별에 관한 관측 기록을 시험하는 거죠.”
“그게 다른 건가요?”
“실패했을 때 우리가 무엇을 모른다고 말해야 하는지가 다르죠.”
키오는 잠시 고민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지도에 많이 적어야겠네요.”
우리는 관측원 중앙의 넓은 데크로 올라갔다. 이설이 네 번째 안전 홈을 열어 둔 상태에서 계단마다 오늘의 실제 돌 위치를 확인했다. 미라와 테온은 구조용 밧줄을 설치했고 루시엔은 응급 처치함을 준비했다. 고리는 종의 자동 재생 장치를 끄고 직접 신호를 보낼 수 있도록 수리했다.
벨로크와 마르첸은 시험을 반대했다. 둘은 관측원 역사상 가장 중요한 완료 기록을 우리가 훼손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나는 그들이 보는 앞에서 원본 출석부와 모사본을 나란히 놓았다. 손상시키지 않고 차이를 확인하겠다는 약속이었다.
“아무도 귀환하지 않았다는 결론을 만들고 싶으신 겁니까?” 벨로크가 물었다.
“아니요. 아무도 돌아오지 않았다고도 단정하지 않겠습니다. 현재 누가 돌아왔는지 확인할 수 있는 자료만 보겠다는 겁니다.”
헤론이 오래된 관측 원안을 읽기 시작했다. 첫 번째 절차는 직접 확인한 지형을 재는 일. 두 번째는 관측자가 돌아갈 경로를 따로 기록하는 일. 세 번째는 외부에서 기다리는 확인자에게 신호를 보내는 일. 마지막은 응답이 없으면 완료를 미루는 일이었다.
나는 그 절차가 별가루 지도의 세 판과 닮아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첫 판에 밟은 땅, 둘째에 돌아온 날, 셋째에 돌아오지 못한 자리를 비워 둘 것. 수백 년이 흐르는 동안 사람들이 안전 장치를 너무 복잡하게 바꿔 놓았던 것이다.
시험 전에 이설은 참가자들에게 각자 서명할 수 있는 종이를 나눠 주었다. 종이 한 장은 자신이 어떤 일을 직접 확인했는지 적는 용도였다. 다른 한 장은 직접 보지 못한 일을 보고받았을 때 사용하는 용도였다. 나는 두 장을 다른 색으로 표시했다. 테온은 왕실 인장이 없는 종이가 이렇게 중요한 날이 올 줄 몰랐다고 말했다.
달온은 찻집에서 따뜻한 빵을 가져왔다. 위험한 장소에 와서 왜 빵을 나눠 주느냐고 내가 물었더니 그는 사람은 빈속으로 증언을 하면 종종 자신이 본 것과 듣고 싶은 것을 혼동한다고 했다. 믿을 만한 학설인지는 모르지만 빵은 맛있었다.
루시엔은 먼저 구조 절차를 확인했다. 위험 발생 시 모든 시험을 중단하고 지정된 출구로 이동할 것. 각자 직접 도착 여부를 확인한 뒤에만 다음 단계를 시작할 것. 미라가 그 규칙을 듣고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드디어 항해보다 안전해 보이는 실험이네.”
“그걸 왜 저를 보고 말씀하세요?”
“넌 늘 실험이 끝나기도 전에 결론부터 그리니까.”
나는 대꾸하지 못했다. 사실 방금 지도 가장자리에 ‘성공 예상’이라고 적었다가 지웠기 때문이다. 오늘은 그 버릇부터 고쳐야 했다.
시험은 단순하게 시작됐다. 이설이 계단참에 종을 세 번 쳤다. 아래쪽에서 고리가 두 번 응답했다. 두 사람이 실제로 서로를 보고 서명했다. 나는 그 사실을 기록했다. 장치가 자동으로 도장을 찍으려 했지만 네 번째 홈을 열어 둔 덕분에 멈췄다.
그다음에는 헤론이 오래된 날짜에 남은 별의 위치를 계산했다. 나는 그 계산 결과를 오늘의 밤하늘에 억지로 맞추지 않았다. 오늘 눈으로 본 별의 각도와 옛 기록의 각도를 각각 적었다. 두 숫자는 같지 않았다.
그 차이가 정확히 어디서 생겼는지 알아보기 위해 우리는 관측 데크의 동쪽 끝으로 갔다. 그곳에서는 하늘 아래 푸른 유리 만이 보였다. 멀리 있는 등대 불빛이 두 번 깜박이고, 바로 옆 바다에서는 오래된 선박의 그림자가 천천히 움직였다.
“그림자가 별보다 먼저 움직이네요.” 키오가 말했다.
“그림자가 다른 날짜에 생긴 것일 수도 있어.” 미라가 답했다.
헤론이 망원경을 들었다. 처음에는 아무 말도 없었다. 그러더니 입술을 떨며 말했다. “관측표에서 빠졌던 열 번째 별이 보이네.”
나는 그의 옆에 섰다. 망원경의 시야에는 푸른 빛 하나가 있었다. 하늘의 금처럼 보였던 경계와 바로 붙어 있었다. 헤론은 천천히 각도를 읽었다. 나는 그대로 기록했다. 아홉 개의 별만 남긴 공식 도표에서는 설명할 수 없는 위치였다.
그 순간 데크 아래에서 바람이 크게 울었다. 관측원 서쪽의 긴 계단들이 서로 다른 방향으로 흔들렸다. 누군가 자동 장치를 다시 켠 듯 금색 빛이 바닥을 스쳤다. 이설은 관리실로 달려갔고 나는 미라에게 아래쪽 사람들을 확인하라고 외쳤다.
데크 끝에 있던 단세가 갑자기 몸을 숙였다. 그의 발밑에서 돌 하나가 사라졌다. 테온이 몸을 던져 단세의 옷깃을 잡았다. 미라는 밧줄을 당겨 두 사람을 안전한 곳으로 끌어 올렸다. 나는 계단이 사라진 위치를 노트에 적고 그쪽으로 누구도 접근하지 못하게 했다.
“기계가 다시 돌아갑니다!” 이설의 목소리가 들렸다.
벨로크가 관리 손잡이를 잡고 있었다. 그는 자신의 지시가 아니라 상회의 긴급 안전 절차가 자동으로 실행됐다고 주장했다. 그의 손이 손잡이에 있었던 것은 사실이었다. 하지만 어떤 장치가 명령을 보냈는지는 따로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헤론이 안쪽에서 소리쳤다. “네 번째 홈을 잠그지 마!”
이설이 안전 열쇠로 회로를 끊자 금색 빛이 가라앉았다. 그리고 서쪽의 계단들이 다시 실제 위치를 드러냈다. 단세는 손목이 아팠지만 스스로 걸었다. 이설은 곧바로 응급실에 연락했다.
시험을 중단하자는 의견도 있었다. 당연한 말이었다. 사람들이 다친 뒤에도 별을 보겠다고 고집하는 것은 관측이 아니라 욕심일 수 있었다. 나는 시험을 멈추고 사고 기록부터 적었다. 오늘의 관측은 완료되지 않았다. 그러나 확인할 수 있는 결과는 남았다.
헤론은 조금 뒤 우리에게 조심스럽게 다가왔다. “관측표에서 지워진 별은 현재도 관측됐네. 그렇다고 그게 마지막 별이거나 세계를 끝낼 별이라는 증거는 없지.”
“그럼 우리가 얻은 건 뭡니까?” 내가 물었다.
“서로 다른 날짜의 관측을 하나로 합쳤을 때, 실제 하늘과 맞지 않는다는 증거.”
나는 잠시 그 말을 생각했다. 마지막 별을 확인하지 못했는데도 오늘은 실패만 한 것이 아니었다. 없던 길을 있다고 말하지 않았고, 없는 귀환을 완료 처리하지 않았다. 그런 점에서 우리가 지켜 낸 것은 작은 관측소의 진실이었다.
해가 진 뒤 사람들이 모여 앉았다. 루시엔은 단세의 손목에 붕대를 감았고 미라는 구조 밧줄을 말렸다. 테온은 낡은 데크를 수리할 목재를 나눴다. 이설은 오늘의 시험 결과를 누구나 볼 수 있는 공고판에 붙였다.
‘열 번째 별 관측: 확인. 최초 귀환 여부: 미확인. 강제 완료 처리: 중단.’
그때 별가루 지도 맨 아래에 작은 점이 떠올랐다. 점은 흰 별 계단 위가 아니라 루메르 북쪽의 무너진 별의 전당을 향하고 있었다. 한때 헤론의 스승 세르안이 마지막으로 관측 자료를 옮겼다는 장소였다.
나는 조용히 지도통을 닫았다. 우리가 보고 싶은 답을 찾았다고 말할 수는 없었다. 다만 오늘 실제로 걸어 돌아온 길이 남았다. 그것이 다음에 길을 잃은 사람에게 작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제99화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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