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갈래 눈금은 지금껏 여러 곳에서 우리를 괴롭혔다.
무월항에서는 귀항일을 합치는 금색 측량판에 붙어 있었고, 푸른 유리 만에서는 제영 보관처의 권한 이전 신청서에 찍혀 있었다. 흰 별 계단에서는 관측실 바닥과 완료 도장의 테두리에 남아 있었다. 나는 슬슬 그 무늬를 보기만 해도 속이 쓰렸다.
“저것을 만든 사람은 분명 잉크값이 남아돌았을 겁니다.”
헤론이 웃지 않았다. “그런데 원래 네 갈래는 네 곳을 하나로 합치는 표시가 아니었네.”
우리는 세 판의 탁본과 금색 측량판에서 떨어진 삼각형 부품을 이설의 작업대에 나란히 놓았다. 이설은 서쪽 대조실의 오래된 매뉴얼을 가져왔다. 거기에는 네 갈래 눈금의 각 방향이 적혀 있었다.
첫째, 직접 밟은 땅. 둘째, 돌아온 날. 셋째, 기다리는 사람의 기록. 넷째, 아직 확인되지 않아 남겨 둔 자리.
“이걸 한 점으로 합쳤다고요?” 미라가 물었다.
“그게 바로 문제네.” 헤론이 대답했다. “넷째 자리에는 원래 도장을 찍지 못하게 비워 둔 홈이 있었어. 누군가 그 홈을 막아서 네 방향을 모두 완료 처리하도록 바꾼 거지.”
나는 네 번째 홈을 손가락으로 만져 봤다. 금색 쇳조각의 가장자리에 막힌 자국이 있었다. 오래된 홈 위에 새로운 금속이 얇게 덧씌워져 있었다. 단순한 닳음이 아니라 누군가 수리한 흔적이었다.
이설은 네 번째 홈을 실험해 보기 전에 낡은 원리를 그대로 재현했다. 흰 실 네 가닥을 탁자 위에 놓고 각각 다른 문서에 묶었다. 첫 가닥은 실제로 밟은 길, 둘째는 귀환 시각, 셋째는 기다린 사람의 증언, 넷째는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는 보류 기록에 닿았다.
“네 번째 실을 다른 세 개와 묶어 버리면 어떻게 되죠?” 키오가 물었다.
“서류는 한 뭉치가 되겠지.” 헤론이 말했다. “하지만 그 사람이 걸어 돌아오지는 않네.”
키오가 직접 실을 당겨 보았다. 끝에서 연결된 종이들이 이리저리 움직였다. 한 장을 억지로 당기자 다른 장이 찢어지려 했다. 나는 급히 그의 손을 잡았다.
“그게 지금 누군가 세상에 하고 있는 일이야.” 나는 말했다.
이설은 넷째 홈이 원래 빈칸이 아니라 개별 보류 기록을 보존하기 위한 기계적 장치였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그곳이 닫히면 아무 기록도 보류되지 않고 일괄 완료 처리되는 것이다. 별가루 지도가 빈칸을 남기는 원칙과 놀랄 만큼 닮았다.
헤론은 매뉴얼의 낡은 서명부터 확인했다. 설계자의 이름은 세르안도 에르안도 아니었다. 초대 계단 수리공 ‘나렌’이라는 이름이 적혀 있었다. 대단한 마법사가 아니라 돌바닥을 고치는 사람이 가장 중요한 안전장치를 설계했다는 사실에 나는 웃음이 났다. 나렌은 누군가 넘어질 때 어느 계단에서 넘어졌는지 알아야 다음 사람을 구할 수 있다고 써 두었다.
그때 문 밖에서 마르첸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는 상회의 공식 조사단과 함께 관측원에 도착해 있었다. 회색 외투의 벨로크가 그를 맞이했다. 두 사람은 처음 보는 사이처럼 인사했지만, 경비병 하나가 서류를 전달하는 손놀림은 지나치게 익숙했다.
“여러분이 보관한 자료를 정당한 값에 인수하겠습니다.” 마르첸이 말했다.
“돌아오지 않은 사람의 날짜도 사십 냥이면 충분한가요?” 내가 물었다.
“가격을 말씀하시면 협상하겠습니다.”
“협상할 수 없는 물건도 있다는 얘기입니다.”
마르첸은 서류를 펼쳤다. 이설에게 관측원 보수 비용을 지원하는 대신 귀환 대조자료를 백동상회에 넘기라는 계약이었다. 병실 화재와 무너진 계단 때문에 자금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정확히 찔렀다. 나는 마르첸이 바다보다 사람의 사정을 더 잘 읽는다는 사실이 불편했다.
“수리비는 필요합니다.” 이설이 말했다. “하지만 기록의 소유권은 제 것이 아닙니다.”
“그럼 누가 소유합니까?”
“직접 돌아온 사람, 기다리는 사람, 그리고 그 기록을 지킨 모두가 각자 권리를 갖습니다.”
마르첸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벨로크에게 눈짓했다. 그 직후 관측대 바닥의 네 갈래 눈금에 금빛이 돌기 시작했다. 오래된 기계가 재가동되는 소리가 났다.
“원본 대조를 방해하지 마십시오.” 마르첸이 말했다. “완료된 기록은 하나로 모아야 합니다.”
내 발밑의 별가루 지도가 미세하게 떨렸다. 창밖으로 보이던 북쪽 관측항의 등대가 두 개로 갈라졌고, 한쪽 등대의 그림자는 실제 바다와 맞지 않는 방향으로 움직였다. 기계가 기록을 합치면서 서로 다른 날짜의 통행로를 같은 길로 보이게 만들고 있었다.
“멈추세요!” 이설이 외쳤다.
하지만 벨로크는 이미 손잡이를 당기고 있었다. 데크 바깥에서 짐을 나르던 노동자 두 명이 갑자기 사라진 발판 앞에 멈춰 섰다. 그중 하나는 몸을 뒤로 빼려다 발목을 접질렀다.
미라와 테온이 동시에 뛰었다. 나는 기계보다 먼저 노동자들의 발밑을 확인해야 했다. 오늘 아침 우리가 직접 지났던 계단 위치를 떠올려 창가의 선반에 분필로 표시했다. 미라가 장대를 뻗어 디딤돌을 확인하고 테온은 밧줄을 던졌다.
“오른쪽 두 단은 밟지 마세요!” 나는 소리쳤다. “지금 보이는 건 어제의 계단입니다!”
노동자들이 줄을 잡고 돌아오는 동안 기계는 계속 돌아갔다. 헤론이 매뉴얼의 그림을 확인하더니 네 번째 홈 쪽으로 달려갔다. 원래 안전 정지용으로 비워 둔 자리였다. 그는 금속 덮개를 들어 올리려 했지만 단단하게 고정되어 있었다.
나는 금색 쇳조각을 그 옆에 대 보았다. 모양이 맞았다. 마르첸이 깜짝 놀라 손을 뻗었다. 나는 물러서서 이설에게 물었다. “이 부분을 해제하면 어떤 일이 생기죠?”
“확정되지 않은 기록을 합치는 회로만 멈출 수 있습니다. 실제 관측 장치의 전력은 별도로 남아요.”
“그럼 그렇게 하세요.”
이설은 자신의 관리 열쇠를 넣고 네 번째 덮개를 열었다. 헤론이 그 안에 끼워 넣은 덮개를 빼냈다. 금색 빛이 끊기면서 등대의 그림자가 하나씩 제자리로 돌아갔다. 여전히 다른 날짜의 등대가 함께 보였지만, 적어도 없는 계단을 있는 것처럼 덧씌우지는 않았다.
마르첸은 분노했다. “여러분은 공식 관측을 방해했습니다!”
“그럼 공식 관측은 왜 사람이 없는 길을 걷게 합니까?” 내가 물었다.
그는 대답을 피했다. 벨로크는 자신이 상회의 지시로 장치를 켰다는 사실을 부인했다. 나는 둘의 말을 모두 기록했다. 지금 확인된 것은 장치를 작동시킨 사람과 직접 나타난 위험이었다. 그들이 누구와 어떤 계약을 맺었는지는 따로 확인해야 했다.
사고가 진정되자 이설은 원본 매뉴얼과 최근 개조 부품을 각각 봉인했다. 우리는 네 갈래 눈금이 원래 미확인 구역을 비워 두기 위한 안전 장치였다는 사실을 새로 기록했다. 오래전부터 이어진 ‘3·7·0’ 표식과 네 번째 비어 있는 자리가 어떤 관계인지는 아직 알 수 없었다.
그날 저녁 헤론은 나를 불러 조용히 말했다. “네 번째 홈이 다시 열리자 옛날 관측표에서 지워졌던 한 줄이 나타났네.”
그는 오래된 분필판에 나타난 글씨를 읽었다.
‘최초 귀환 관측은 성공하지 않았다. 관측을 중단한 이유는 하늘의 변화가 아니라 사람의 부재였다.’
나는 흰 별 계단 위쪽의 밤하늘을 바라봤다. 마지막 별을 관측한 사람들이 갑자기 일을 멈춘 이유가 조금씩 달라지고 있었다. 그들은 별을 보지 못해서 멈춘 게 아니었다. 사람을 보지 못했기 때문에 멈춘 것일지도 몰랐다.
제98화 댓글 0
댓글·공감·신고는 로그인 후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이전 익명 댓글은 그대로 표시됩니다.
댓글을 불러오는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