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라는 동생의 편지를 세 번이나 읽었다.
첫 번째는 조용히. 두 번째는 소리 내어. 세 번째는 아예 책상 위에 펼쳐 놓고 한 글자씩 손가락으로 짚었다. 나는 옆에서 차를 마시다가 찻잎이 바닥에 가라앉는 모양만 구경했다. 누군가의 기다림에는 불쑥 끼어들지 않는 편이 좋다는 사실을 최근에 배웠다.
“여기.” 미라가 말했다. “쇳소리를 세 번 내고 두 번 대답을 기다린다. 분명 동생이 쓰던 말이야.”
“글씨가 닮았다는 것까지 확인했죠.”
“그렇지만 지금 누가 그 소리를 내는지는 모르지.”
“네.”
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은 물어볼 방법을 찾자.”
흰 별 계단의 두 번째 관측 데크에는 바다가 보이지 않았다. 대신 계단 아래에서 지나간 배들의 돛 그림자가 흐릿하게 떠올랐다. 이설은 그것이 실제 배의 현재 위치를 뜻하지 않는다고 여러 번 경고했다. 예전에 지나갔던 항로의 잔상이 날짜가 다른 돌벽 위에 비치는 현상이라고 했다.
헤론은 빛의 각도를 계산하고 나는 음의 도달 시간을 쟀다. 미라는 세 번 짧게 쇠막대를 두드렸다. 두 번의 응답은 오지 않았다. 키오가 아무 말 없이 두 걸음 물러섰다.
“한 번 더?” 내가 물었다.
“아니. 같은 신호를 계속 보내면 누군가 기계가 대신하는 걸 진짜 대답으로 착각할 수도 있어.”
그녀는 막대를 내려놓았다. 누가 가르쳐 준 것도 아닌데 이미 우리보다 신중한 결론을 내리고 있었다.
이설이 옛 수신 대장을 가져왔다. 흰 별 계단에서는 항구의 구조종과 같은 박자를 사용하는 때가 있다고 했다. 다만 신호의 용도가 달랐다. 세 번은 구조 요청이 아니라 ‘관측자가 그 자리에 있음’, 두 번은 ‘다른 쪽에서 보고 있음’이라는 뜻이었다.
“그럼 동생도 이곳에서 배웠을까요?” 키오가 물었다.
미라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우리가 배운 건 오래된 선원들이 쓰던 신호였어. 여기서도 사용했다면 같은 뿌리가 있었던 거겠지.”
나는 두 기록을 같은 페이지에 두고 선을 긋지 않았다. 같은 박자의 소리가 있었다고 해서 같은 사람이 보냈다고 확정하는 실수는 하지 않으려고 했다.
그날 오후 항구에서 보낸 작은 나무 상자가 도착했다. 아린의 서명이 있었고, 상자 안에는 무월항 편지 일곱 통 가운데 아직 수신인을 찾지 못한 세 통의 사본이 있었다. 아린은 미라에게 동생의 편지와 관련된 새로운 실마리를 전했다. 편지를 실었던 마지막 배의 항로 일지에 흰 별 계단 아래의 관측항이 적혀 있었다.
이설은 그 일지를 보고 표정이 변했다. “이 항로는 오래전에 끊겼어요. 지금 배로 올 수 있는 곳이 아닌데.”
“과거에 지나간 기록이란 뜻일 수도 있죠.” 내가 말했다.
“그건 맞아요. 그런데 마지막 줄이 이상합니다.”
마지막 줄에는 ‘관측항 접수 대기, 회신 수신자 불명’이라고 적혀 있었다. 접수 담당의 이름 대신 작은 별 모양의 매듭 그림이 남아 있었다. 미라가 오래전 동생과 함께 만든 매듭과 닮은 모양이었다.
우리는 이설의 안내로 관측원의 낡은 통신실에 갔다. 안에는 종 세 개가 매달려 있었다. 하나는 바다 쪽, 하나는 계단 쪽, 마지막 하나는 하늘이 보이지 않는 벽 쪽을 향해 있었다. 벽 쪽 종의 줄에는 먼지가 없었다. 누군가 최근에 손댄 듯했다.
“저걸 치면 누가 대답합니까?” 내가 물었다.
“기록상 아무도 없어요.”
미라가 줄을 잡으려 하자 나는 손을 내밀었다. “먼저 이 줄이 실제로 어디에 연결되는지 확인하죠.”
우리는 종 아래를 살폈다. 줄은 벽 속으로 들어가다가 아래층의 좁은 배수로로 빠졌다. 배수로는 지금 물이 차오르는 중이었다. 그 안쪽에서 누군가 약하게 쇠를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한 번. 두 번. 세 번.
“살아 있는 사람입니까?” 미라가 큰 소리로 물었다.
대답은 없었다. 대신 낮은 쪽에서 급하게 물이 튀는 소리가 났다. 이설이 배수로 입구의 수위표를 보고 외쳤다. “저 안에 작업자가 있을지도 몰라요!”
문제는 수위가 점점 높아진다는 것이었다. 테온이 쇠창살을 벌리려 했지만 고정핀 두 개가 녹슬어 움직이지 않았다. 나는 벽의 옛 배수 설계도를 찾았다. 통신실 북쪽의 청소구멍이 배수로와 이어져 있다는 표시는 있었지만, 지금도 열린 상태인지는 알 수 없었다.
미라가 몸을 굽혀 청소구멍에 귀를 댔다. 안쪽에서 기침소리가 들렸다. 이번에는 사람의 목소리였다.
“거기 누구 있습니까?”
“나, 고리! 수리공이야! 물문이 닫혔어!”
이설이 고리라는 이름을 듣고 놀랐다. 그는 지난주 종줄을 고치러 갔다가 돌아오지 않았던 수리공이라고 했다. 그런데 장부에는 이미 작업 완료로 적혀 있었다.
미라와 테온이 차례로 청소구멍의 덮개를 밀어 올렸다. 나는 밧줄을 묶고 고리에게 줄을 내려 주었다. 고리는 직접 손으로 줄을 잡았다. 우리가 그의 목소리를 듣고 이름을 확인한 뒤에도 마지막으로 남은 과정은 그가 스스로 줄을 잡았다는 사실이었다.
고리가 밖으로 나오자 물이 청소구멍 아래까지 차올랐다. 그는 소금물에 젖은 몸을 떨면서도 손에 작은 종의 혀를 쥐고 있었다.
“이걸 보고해야 해.”
“무슨 일인데요?”
“종을 고치라는 사람이 있었어. 세 번 치면 완료, 두 번 울리면 귀환이라고 기록되게 해 달래.”
나는 혀를 깨물었다. 인간의 응답과 기계의 자동 응답을 같은 기록으로 만드는 장치였다. 고리는 그걸 거절하자 배수로 문이 닫혔다고 말했다. 범인을 직접 보지는 못했다고 했다.
미라는 고리의 어깨에 담요를 덮었다. 그러고는 아주 조용히 물었다. “세 번, 두 번 소리를 내던 사람을 본 적은 있어요?”
고리는 고개를 저었다. “사람은 못 봤어. 하지만 이 장치 안에 그 박자를 녹음한 얇은 금속판이 들어 있었지.”
그는 젖은 손으로 금속판을 꺼냈다. 거기에는 작은 글씨가 새겨져 있었다.
‘회신 지연 시 자동 재생. 수신인: 북쪽 관측항.’
미라는 한참 동안 판을 바라봤다. 그리고 그것을 주머니에 넣지 않고 이설에게 맡겼다. 원본을 보존할 곳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동생이 보낸 신호일 수도 있고, 누군가 배운 신호일 수도 있겠네.”
“그래도 그 소리가 왜 계속 들리는지는 조금 알게 됐어요.” 내가 말했다.
미라는 나를 바라봤다. “그게 지금은 더 중요한 답이야.”
고리는 수리 도구를 돌려주며 종의 자동 재생 원리를 더 설명했다. 얇은 금속판에 찍힌 홈을 작은 톱니가 따라가면 똑같은 박자가 반복된다고 했다. 우리가 들은 세 번과 두 번의 소리 중 일부는 사람의 손이 아니라 그 홈에서 나왔을 수 있었다.
“그렇다고 처음 그 박자를 새긴 사람까지 가짜는 아니죠.” 내가 말했다.
고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원래 누군가 내게 수리를 맡길 때 녹음판을 건넸거든. 그 사람이 누군지는 몰라. 장갑을 끼고 있었으니까.”
이설은 그 장갑의 특징을 적었고 미라는 녹음판 끝에 새긴 작은 흠집을 스케치했다. 동생이 어릴 때 사용하던 종에는 없던 흠집이었다. 미라는 그 차이를 보고 조금 안도한 듯했다. 자신이 기억하는 소리와 새로 만든 기계를 구분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고리의 실제 귀환을 새 장부에 적었다. 미라가 그의 이름 옆에 직접 서명하지는 않았다. 고리가 스스로 확인했고 이설이 이를 기록했다. 기록을 끝내자 관측항 쪽에서 진짜 종이 한 번 울렸다. 자동 재생 장치가 아니라 수리공들이 서로의 위치를 확인하는 신호였다.
그 밤 미라는 손목의 매듭을 다시 묶었다. 다만 이번에는 매듭 끝을 꽉 조이지 않았다.
“돌아오는 길은 아직 있지?”
“오늘 한 사람의 길은 확인했죠.”
“그럼 내일은 다른 길도 확인해 보자.”
나는 별가루 지도 위에 고리가 실제로 지나온 청소구멍과 밧줄 위치를 그렸다. 아직 누가 동생의 편지를 보냈는지는 몰랐다. 하지만 누군가의 신호가 기계에 갇혀 있다고 해서, 그 사람이 남긴 기다림까지 가짜가 되는 것은 아니었다.
제96화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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