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론이 거짓말을 한다는 사실을 처음 깨달은 것은 그가 별을 잘못 센 날이었다.
그는 오래된 천문표를 보고 “아홉 개”라고 말했다. 나와 키오는 같은 하늘을 보고 열 개를 세었다. 숫자 하나쯤 잘못 읽을 수도 있다. 하지만 헤론은 다시 세어 보라는 내 말에 망원경을 접었다.
“관측되지 않은 별은 관측표에 들어가지 않는 법이지.”
“그 별이 실제로 있어도요?”
“그 말을 듣는 순간 마음이 아팠네.”
나는 노인의 얼굴을 바라봤다. 평소라면 그는 내 질문에 대답하는 데 세 시간을 썼을 것이다. 이번에는 손끝으로 망원경의 낡은 각인을 문지르기만 했다. 각인에는 ‘세르안 관측소’라고 쓰여 있었다.
우리는 벨로크의 문을 다시 두드리지 않았다. 대신 이설과 함께 관측원 서쪽의 폐쇄된 천문 강의실에 들어갔다. 그곳은 헤론이 젊었을 때 한 번 연구 수련을 받았던 곳이라고 했다. 그는 벽에 남은 낡은 수식과 창문에 붙은 파란 종이를 알아봤다.
“이곳에 온 적이 있습니까?” 테온이 물었다.
“있네. 내가 아직 하늘을 이해할 수 있다고 믿던 시절이었지.”
강의실 한가운데의 원형 탁자에는 오래된 날짜판들이 남아 있었다. 하나는 공식 첫 낙성일을 가리켰고 다른 하나는 그보다 이른 날을 가리켰다. 세 번째는 날짜 대신 ‘귀환 대조 미완료’라고 적혀 있었다.
헤론은 셋째 판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나는 더 묻지 않고 탁자의 가장자리부터 조사했다. 오래된 분필 가루와 달리 최근 손가락이 지나간 자리에는 먼지가 없었다. 누군가 지금도 이 공간을 쓴다는 뜻이었다.
우리가 찾은 것은 관측 실습생들의 메모였다. 그중 하나에는 젊은 헤론의 이름이 있었다. 그는 실습생이었고, 첫 관측자 에르안의 귀환을 확인하는 보조 계산을 맡았다고 적혀 있었다.
“말씀 안 하셨네요.” 내가 말했다.
“묻지 않았지.”
“그렇다고 말을 안 하실 분은 아니잖습니까.”
헤론은 한참 침묵했다. 그리고 내게 메모를 내밀었다. 그 뒤에는 자신의 필체로 남긴 작은 문장이 있었다.
‘관측치 불일치. 지도 제작 완료 표기를 유보할 것.’
“나는 그 기록을 썼어.” 헤론이 말했다. “하지만 내 스승 세르안이 원고에서 한 줄을 지우라고 했지. 낙성일을 확정하기 위해서.”
“지웠습니까?”
“지웠네.”
그의 목소리는 작았다. 키오가 무슨 말을 하려다 멈췄다. 미라는 팔짱을 끼고 헤론을 바라봤다. 나는 너무 쉽게 그를 용서할 수도, 너무 쉽게 비난할 수도 없었다. 그 한 줄이 지워진 뒤 누가 어떻게 고통받았는지 아직 모두 모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지금이라도 무슨 줄이었는지 쓰세요.” 내가 말했다.
헤론은 분필을 집었다. 검은 판 위에 느리게 글씨가 새겨졌다.
‘첫 관측자의 귀환 경로는 미확인. 완료 판정 불가.’
그는 한참 동안 그 글씨를 보았다. 그러다가 자신이 왜 아홉 개만 세었는지 설명했다. 공식 도표에는 열 번째 별이 관측 실패로 분류되어 있었다. 그러나 그 별을 기록하면 첫 낙성일과 북쪽 관측원의 기준 날짜가 맞지 않았다. 그 모순을 감추기 위해 학자들은 별 하나를 눈금에서 제외했다.
“나는 계산표를 믿었어. 그래서 실제 별을 빼 버렸지.” 헤론이 말했다.
“별에게 사과는 해 보셨습니까?” 내가 물었다.
“해 봤네.”
“답장이 왔나요?”
“없더군.”
미라가 웃었다. 그 웃음 덕분에 숨 막히던 방 안의 공기가 조금 움직였다.
우리는 헤론의 원래 메모와 최근 필사본을 대조했다. 최근 판본에는 헤론의 이름 아래 ‘첫 관측 완료 확인자’라는 직책이 덧붙어 있었다. 누군가 그의 오래된 실습 기록을 현재의 승인 근거로 쓰고 있었다. 헤론은 그것을 인정하지 않았다.
헤론은 잠시 망원경을 치우고 젊은 시절 얘기를 들려주었다. 그가 세르안에게서 처음 받은 과제는 별을 세는 일이 아니었다. 관측자가 돌아올 길을 기록하는 일이었다. 도면에 걸어서 돌아오는 통로를 표시하고, 마지막 계단의 문지기가 누구인지 확인하는 식이었다.
“나는 그 과제가 시시하다고 생각했네.” 헤론이 말했다. “별을 연구하러 왔는데 사람의 신발 자국이나 그리라고 하니 말이지.”
“지금은 좀 덜 시시하신가요?” 내가 물었다.
“자네와 함께 다니며 내가 얼마나 오랫동안 그 과제를 피해 왔는지 알게 됐지.”
미라가 그를 바라봤다. “그럼 그때 돌아온 사람은 있었나요?”
“있었네. 다만 에르안은 아니었어. 마지막으로 계단 아래를 확인하러 갔다 돌아온 사람은 루카스였지. 그가 왜 에르안의 이름을 접수했는지는 모른다네.”
나는 수첩에서 루카스의 이름에 동그라미를 쳤다. 지금까지는 단지 서류상의 담당자였다. 적어도 헤론의 직접 기억 속에는 실제로 계단에서 돌아온 사람이기도 했다. 그 기록이 정확하다면 두 사람의 귀환이 뒤섞인 이유를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헤론은 낡은 분필통을 열었다. 그 안에는 실습생들이 남긴 작은 종잇조각이 있었다. 하나에는 그의 글씨로 ‘기록이 맞지 않을 때 별을 하나 빼면 계산은 쉬워진다. 하지만 하늘은 쉬워지지 않는다’고 적혀 있었다. 그는 그 종이를 오랫동안 버리지 못했다고 했다.
“왜 아직 갖고 계셨어요?” 내가 물었다.
“언젠가 이 문장을 정면으로 읽을 날이 올 것 같아서.”
나는 그때 그가 그동안 얼마나 많은 밤을 혼자 보냈는지 조금 알 것 같았다. 누군가 실수했을 때 진실을 인정하는 일은 종이 위의 한 줄보다 오래 걸리는 모양이었다.
바로 그때 강의실 창에서 빛이 쏟아졌다. 창틀의 파란 종이가 떨리더니 바깥의 계단 하나가 허공으로 미끄러졌다. 아래쪽에서는 연두가 훈련용 관측판을 들고 있었다. 그녀가 발을 떼자 발밑의 돌이 반쪽으로 갈라졌다.
미라가 줄을 던졌다. 테온이 지지대를 붙잡았고 나는 헤론의 옛 도면에서 보조 계단이 연결되는 위치를 찾았다. 실습실 아래의 작은 지붕은 오늘 확인되지 않은 구역이었다. 나는 무작정 그곳으로 뛰어들지 않았다. 나무 장대로 바닥을 세 번 두드린 뒤 몸을 옮겼다.
연두를 끌어 올릴 때 헤론은 자기 몸보다 오래된 망원경을 내던졌다. 무거운 금속 관이 미끄러지는 돌틈에 끼면서 몇 초 동안 계단을 버텼다. 그 몇 초가 필요했다.
안전한 곳에 도착하자 연두는 헤론의 손을 잡았다. “망원경은요?”
“망가졌지.”
“제가 물어드릴게요.”
“그렇게 비싼 물건은 아니란다.”
나는 망가진 렌즈에 새겨진 스승의 이름을 보았다. 헤론은 오래된 물건을 포기하는 데도 큰 용기가 필요하다는 듯 두 눈을 감았다.
우리는 강의실의 관측표를 훼손하지 않고 따로 보존했다. 헤론은 자신의 실수와 후대의 조작 가능성을 구분한 서명을 남겼다. 스스로 지운 한 줄을 다시 썼다고 해서 모든 일이 해결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 줄이 실제로 있었다는 사실만큼은 이제 더 이상 감출 수 없을 것이다.
해가 기울 무렵 이설은 오래된 천문 강의실 서랍에서 한 묶음의 편지를 발견했다. 봉투에는 스승 세르안의 직인이 있었다. 수신인은 초대 서기 루카스였다.
마지막 편지의 내용은 짧았다.
‘열 번째 별의 관측값을 보관하라. 그러나 첫 관측자의 이름으로 귀환을 확정하지 말 것.’
헤론이 숨을 들이마셨다. “스승도 마지막에는 그걸 알았군.”
나는 봉투의 봉인 날짜를 적었다. 편지는 헤론이 한 줄을 지운 뒤에 작성된 것이었다. 누군가 돌이키려 했던 기록이 그 뒤에도 끝내 수정되지 않았다는 뜻이다.
그날 밤 열 번째 별은 여전히 하늘에 있었다. 나는 지도에 그 빛을 새로 그리지는 않았다. 헤론이 직접 관측한 각도와 시간을 받아 적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별을 하나 만들어 주는 일이 아니라, 누군가 지운 별을 다시 볼 수 있도록 그가 남긴 자리를 보존하는 일이었다.
제95화 댓글 0
댓글·공감·신고는 로그인 후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이전 익명 댓글은 그대로 표시됩니다.
댓글을 불러오는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