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측원에서 가장 낡은 책은 천문서가 아니라 출석부였다.
나는 그 점이 마음에 들었다. 하늘에 떨어지는 별의 수는 학자마다 다르게 셀 수 있다. 그러나 아침에 얼굴을 본 사람의 이름은 적어도 그날 함께 있던 누군가가 다시 확인할 수 있다. 문제는 이곳 사람들이 그 확인을 너무 오래 건너뛰었다는 것이다.
열세 번째 단 아래의 문은 안쪽에서 걸려 있었다. 이설은 문고리에 손을 대지 않고 우리에게 먼저 설명했다. 어제까지만 해도 이 문은 ‘미완료 관측 자료실’이라는 이름으로 불렸다. 오늘 새벽부터는 ‘완료된 귀환의 봉인실’로 바뀌었다. 표지판을 바꾼 사람의 이름도, 관측이 끝났다는 증언도 없었다.
“이름만 바꾸면 공간도 달라집니까?” 내가 물었다.
헤론이 답했다. “이곳에서는 기록과 지형이 서로 영향을 주는 경우가 있지. 하지만 기록이 없던 바닥까지 만들어 준다는 근거는 없어.”
미라가 문 옆 작은 유리창을 두드렸다. 한쪽은 얼룩이 있었고 한쪽은 깨끗했다. 서로 다른 날짜의 유리가 겹쳐 있는 모양이었다. 우리는 오늘 실제로 빗장이 달린 쪽을 확인하고, 이설이 가진 관리 열쇠로 문을 열었다. 열쇠구멍이 맞지 않아 두 번이나 실패했지만 세 번째에는 오래된 쇠가 짧게 울리며 돌아갔다.
안에는 낮은 책장과 검은 천이 덮인 관측대가 있었다. 천을 걷자 바닥에 그려진 네 갈래 눈금이 드러났다. 가운데에는 ‘재기록 금지’라고 쓰여 있었다. 이미 누군가 손가락으로 문질러 지운 흔적이 있었다.
출석부 첫 장에는 익숙하지 않은 이름이 적혀 있었다. ‘첫 관측자 에르안’. 그 아래에는 ‘첫 보고 접수’와 ‘직접 귀환 확인’이라는 서로 다른 칸이 있었다. 첫 칸에는 서명이 있었지만 둘째 칸은 비어 있었다. 다음 페이지에는 같은 이름으로 ‘최종 귀환 완료’라는 도장이 찍혀 있었다.
“같은 사람을 가리키나요?” 테온이 물었다.
“이름은 같습니다.” 나는 답했다. “그 사람이 직접 찍었는지는 모릅니다.”
단세가 장부를 덮으려 했다. 이설이 그의 손목을 잡았다.
“무슨 일이죠?”
“저도 모르게 만졌습니다. 이 장부는 열지 말라는 말을 들어서요.”
“그 말을 누구에게 들었죠?”
“위층 감사인에게요. 회색 장갑을 끼고 있었습니다.”
미라는 내 어깨너머로 도장 자국을 살폈다. “이것도 누군가의 장갑에 찍힌 도장일까?”
“그럴 가능성이 있죠. 하지만 증거가 더 있어야 합니다.”
우리는 책장을 한 칸씩 조사했다. 내 장점은 좁은 곳에 들어가도 지도통 때문에 더 좁아지는 일이 잘 없다는 것이다. 단세는 그런 장점이 대체 무슨 쓸모냐고 물었다. 나는 그에게 천장에서 떨어지는 먼지를 대신 맞지 않아도 된다고 답했다.
자료실 서쪽 벽에는 작은 사다리가 있었다. 나는 이설에게 그곳으로 사람이 다닌 흔적이 있는지 물었다. 이설은 지난 겨울까지 관리인이 사다리를 쓰곤 했다고 했다. 현재는 폐쇄됐다고 했지만 사다리 두 번째 가로대에는 깨끗한 흙이 묻어 있었다. 누군가 최근에도 올라갔다는 뜻이었다.
헤론이 옛 도면을 펼쳤다. 사다리 위에는 ‘별빛 차광실’이라는 공간이 있었다. 낮과 밤에 관측 기구의 눈금을 맞추기 위해 일부러 하늘을 보이지 않게 하는 방이라고 했다.
“별을 보러 왔는데 별을 가리는 방이 있다니.” 내가 말했다.
“빛이 너무 많으면 중요한 걸 놓치거든.”
우리는 사다리를 타기 전에 아래쪽에 밧줄을 묶었다. 테온이 먼저 올라갔다. 그가 마루에 발을 디디는 소리를 확인한 뒤 내가 올라갔다. 방에는 긴 책상과 쟁반 하나가 놓여 있었다. 쟁반 위에는 젖은 종이 세 장이 펼쳐져 있었다.
첫 종이에는 첫 관측자의 야간 당직표가 있었다. 둘째에는 당직자가 실종됐을 때 작성한 비상 연락 기록이 있었다. 셋째에는 바로 다음 날 작성된 ‘귀환 완료 확인서’가 있었다. 그 확인서의 담당자는 에르안이 아닌 다른 사람이었다.
‘문서 담당: 루카스.’
“그 사람은 누구죠?” 내가 물었다.
이설은 턱을 만졌다. “이곳의 초대 서기였어요. 그런데 기록상으로는 에르안이 실종되기 이틀 전에 퇴직했다고 나옵니다.”
“퇴직한 사람이 다음 날 서명했다면 이상하군요.”
“서명이라는 말도 조심해야 하네.” 헤론이 말했다. “우리가 지금 본 건 이름이 인쇄된 문서일 수도 있어.”
나는 낡은 방수 수첩에서 에르안의 이름과 관련된 기록을 한 페이지에 정리했다. 첫 목격 장소는 흰 별 계단 위층, 첫 관측 시각은 서로 다른 두 판본에 적혀 있었다. 마지막 직접 진술은 찾지 못했다. 그런데 최근에 만든 귀환증에는 증인 세 명의 이름이 있었다. 세 명 가운데 두 명은 이미 세상을 떠난 뒤였다. 나머지 한 사람은 관측원에 근무한 적이 없다고 이설이 말했다.
“그렇다고 서명이 위조됐다고 확정할 수는 없어요.” 이설이 말했다. “우리 기록이 전부는 아니니까.”
“맞아요. 대신 저 증인들이 실제로 어디에 있었는지부터 확인해야겠죠.”
미라가 마지막 이름을 가리켰다. “루카스라는 사람의 귀환 서류에도 같은 이름이 있네.”
나는 조심스럽게 두 필체를 비교했다. 획이 매우 비슷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같은 사람이 썼다고 주장할 수 없었다. 베낀 서식일 수도 있고, 한 손이 아니라 같은 도장으로 만든 글씨일 수도 있었다. 헤론은 옛 관측원에서 여러 서류를 한꺼번에 필사하던 관행을 설명했다.
그 설명을 듣자 나는 더욱 이상해졌다. 사람들이 남긴 기록을 지키려던 관행이 언제부터 당사자의 증언을 대신하는 도장으로 바뀐 걸까. 바깥에서는 바람이 계단 난간에 부딪혀 짧은 쇳소리를 냈다. 마치 오래전 누군가 대답하기를 기다렸던 소리처럼 들렸다.
그때 차광실 아래에서 날카로운 소리가 들렸다. 문이 닫히고 책장이 무너지는 소리였다. 미라가 아래로 내려가려다 발을 멈췄다. 우리가 들어왔던 사다리 아래쪽이 뿌연 먼지에 가려졌다.
“아래에 사람 있어요!” 단세의 목소리가 들렸다.
나는 테온과 줄을 묶고 사다리 옆 작은 환기구를 열었다. 아래쪽 자료실의 책장이 넘어지며 단세와 이설이 갇힌 상태였다. 문이 완전히 닫히기 전에 바람이 안쪽으로 밀려들었고, 오래된 장부들이 바닥에 흩어졌다.
“다치셨어요?” 내가 물었다.
“팔은 괜찮아요!” 이설이 대답했다. “문이 잠겼어요!”
미라는 환기구로 줄을 내려 보냈다. 테온은 책장 뒤쪽을 지탱했고, 나는 방의 옛 도면에서 출입문 옆의 좁은 보조 공간을 확인했다. 보조 공간이 현재도 있는지는 알 수 없었다. 미라가 기둥을 두드려 빈 소리가 나는 위치를 확인했다. 그곳에 작은 보조문이 있었다.
보조문을 통해 이설과 단세를 꺼냈을 때 두 사람의 옷에는 먼지가 잔뜩 묻어 있었다. 단세는 기침을 하다가 바닥에 떨어진 종이 하나를 주웠다. '에르안의 귀환 기록'이라는 표지 아래에 원본과 다른 잉크로 한 줄이 추가되어 있었다.
‘동행 확인자: 제영 보관처.’
미라가 미간을 찌푸렸다. “여기서도 그 주소가 나오네.”
“누군가 별을 관측한 사람의 귀환을 항구의 권리로 넘겼다는 뜻일 수도 있어요.” 나는 말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건 추가된 문장의 날짜였다. 그 날짜는 에르안이 실종된 날보다 삼 년 뒤였다. 누가 무엇을 알고 문장을 추가했는지 아직 알 수 없었다.
자료실 창밖으로 오후의 하늘이 기울었다. 이설은 모두가 보는 앞에서 오늘 구조 상황과 원본 서류의 상태를 새 장부에 적었다. 나는 도장이 찍힌 종이와 비어 있는 귀환 칸을 따로 보관하도록 도왔다.
그날 밤 내 지도에 처음으로 에르안이라는 이름이 나타났다. 그러나 이름 뒤에는 다른 글자가 없었다.
[에르안 — 마지막 관측 위치 미확인]
나는 그 문장을 지우지 않았다. 첫 관측자의 이름을 찾았다고 해서 그가 어느 길로 돌아왔는지까지 알아낸 것은 아니었다. 어쩌면 우리의 다음 걸음은 그가 끝내 남기지 못한 자리를 찾아가는 일일 것이다.
제93화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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