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 별 계단에서는 위를 보는 것이 위험했다.
하늘에 길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잘못하면 그 길이 진짜라고 믿게 된다. 내가 아무리 지도의 정확성을 강조해도 내 발목은 그렇게 쉽게 설득되지 않았다.
“세 걸음마다 멈추세요.” 이설이 말했다.
“왜 하필 셋입니까?”
“두 걸음째는 현재의 돌, 세 걸음째는 귀환한 사람의 기록이 겹치는 지점이어서요.”
“설명이 점점 무서워지네요.”
“네 번째부터는 제가 보증하지 못합니다.”
나는 발을 내려다보았다. 열두 번째 단 위로 옅은 흰 빛이 생겼다 사라졌다. 이설의 안내에 따라 우리는 한 명씩 밧줄을 묶고 올라갔다. 앞서 간 사람의 발이 닿은 곳이라고 무작정 밟지 않았다. 미라가 장대 끝으로 돌의 모서리를 확인했고 테온은 뒤따르는 헤론의 허리를 잡아 주었다. 헤론은 연구에 몰두하면 절벽도 메모지처럼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관측원의 첫 문은 계단보다 아래에 있었다. 우리는 분명 한참 올라왔는데 계단의 끝에 작은 계단이 다시 아래로 내려가 있었다. 두 곳에서 수집된 날짜를 한 줄로 잇는 바람에 그렇게 보이는 것이라고 이설이 설명했다. 나는 듣자마자 ‘대체 왜 건물에 복잡한 시간을 설치했습니까’라고 물으려다 입을 다물었다. 하늘과 땅이 복잡하게 생긴 책임을 계단지기에게 따질 수는 없었다.
계단참에는 작은 가게가 하나 있었다. ‘따뜻한 차와 실제로 존재하는 빵’이라는 간판을 보고 나는 감동했다. 가게 주인은 늙은 사내 달온이었다. 빵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증거는 먹으면 알 수 있다고 했다.
“그럼 먹고 나서 돈을 내겠습니다.”
“먹기 전에는 돈이 실제로 존재하는지도 모르겠군.”
미라가 웃으며 내 몫까지 동전을 냈다. 나는 다음 지도 판매 수입에서 반드시 갚겠다고 약속했다. 그 약속은 아직 팔지도 않은 지도를 담보로 한 계약이니, 달온이 영 믿음직하게 받아들이지는 않았다.
달온은 우리가 이설과 동행하는 것을 보더니 마지막 계단을 이용한 사람이 누군지 아느냐고 물었다. 나보다 먼저 이설의 얼굴이 굳어졌다.
“어젯밤 계단 종이 울렸다고 했죠.” 달온이 말했다. “근데 손님은 오지 않았어요. 대신 배달꾼 하나가 아래쪽 문에서 뛰쳐나왔지.”
배달꾼은 젊은 사내였고 한 손에 젖은 명부를 들고 있었다고 했다. 마침 저녁을 사러 온 관측원 견습생 단세가 자기 얘기라고 했다. 그는 한쪽 장화에 흰 소금이 두껍게 묻은 청년이었다.
“어제 명부를 옮기라는 심부름을 받았습니다.”
“누가 시켰습니까?” 내가 물었다.
“완료 담당이라고 적힌 사람이요. 얼굴은 못 봤습니다.”
“명부는 어디 있죠?”
그는 한참 뜸을 들이다가 바구니 밑에서 종이를 꺼냈다. 귀환 확인 칸에 검은 도장이 일곱 개 찍혀 있었다. 그런데 실제로 서명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이설이 명부를 빛에 비춰 보고 입술을 깨물었다.
“이 도장은 옛 관측원의 거예요. 지금은 사용하지 않아요.”
“그러면 누군가 옛날 도장을 다시 쓴 거겠죠.” 나는 말했다. “도장 자체가 사람이 돌아왔다는 증거는 아니고요.”
단세는 바구니 속 명부의 뒤표지를 보여 주었다. 거기에는 작은 배송 지시표가 붙어 있었다. ‘하늘 아래 열세 번째 계단을 이용해 상부로 전달’. 하지만 이설이 보관하는 오래된 도면의 열세 번째 단은 상부로 올라가는 길이 아니라 건물 내부로 내려가는 연결부였다. 누군가 다른 날짜의 도면을 그대로 복사해 운송 지시를 만든 것 같았다.
“그 지시를 믿고 짐을 올렸다는 건가요?” 내가 물었다.
단세가 부끄러운 듯 고개를 끄덕였다. “완료 담당이 도장을 찍어서요. 다른 장부를 확인하라고 배운 적도 없었어요.”
이설은 그를 나무라지 않았다. 대신 우리 앞에서 두 도면을 겹쳐 보였다. 한 도면에서는 계단이 나선형으로 돌아갔고, 다른 도면에서는 벽 안으로 사라졌다. 똑같은 번호를 적어 놓았다고 같은 계단은 아니었다.
미라는 자기 배에서 쓰는 항해 원칙을 들려주었다. “바다에선 남이 오래전에 그린 물길을 그대로 믿지 않아. 누군가 앞서 갔다면 그 사람이 실제로 돌아왔는지 먼저 물어.”
“여기는 바다가 아니잖아요.” 단세가 말했다.
“그래서 더 위험하지. 바다에서는 최소한 물이 물처럼 보이니까.”
우리가 웃는 사이 단세는 배송 지시표를 조심스럽게 접었다. 그 종이를 버리지 말라고 내가 부탁했다. 누가 어떤 도면을 믿고 사람을 위험하게 만들었는지 조사하려면 잘못된 종이도 남아 있어야 했다.
그때 아래쪽에서 비명이 들렸다. 차 가게 뒤를 지나던 짐수레가 보이지 않는 턱에 걸려 기울었다. 짐수레 위에는 파란 렌즈 상자 세 개와 어린 견습생 하나가 있었다. 나무 바퀴가 허공에 걸린 채 돌기 시작했다.
미라가 가장 먼저 몸을 날렸다. 그녀가 밧줄을 던져 수레의 손잡이를 감았고 테온이 계단 기둥에 줄을 감아 고정했다. 나는 이설의 지시대로 실제 돌이 드러난 자리만 표시했다. ‘여기까지 발 디딜 수 있음’이라는 메모를 누가 보기 좋으라고 쓴 건 아니었다. 견습생이 그 표시를 보고 안전한 쪽으로 기어 왔다.
마지막 순간 수레가 흔들리면서 상자 하나가 아래로 떨어졌다. 유리 렌즈가 깨지는 소리가 났다. 나도 모르게 얼굴을 찡그렸다.
“비싼 물건인가요?”
“제 월급 여섯 달분입니다.” 단세가 말했다.
“다행히 제가 계산할 필요는 없군요.”
미라가 돌아서 나를 노려봤다. 나는 말을 고쳤다. “아, 다행히 아이가 살았습니다.”
견습생은 이름이 연두라고 했다. 무릎이 까졌지만 자신의 발로 걸었다. 우리는 안전하게 계단 아래까지 내려가 연두를 치료소로 보냈다. 이설은 사고가 난 위치를 명부에 적으려다가 손을 멈췄다. 짐수레의 운반 경로가 장부에는 이미 ‘무사 도착’으로 기록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수레는 아직 도착하지 않았는데요.” 단세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렇죠.” 나는 답했다. “그리고 렌즈 하나는 깨졌습니다. 도착 완료라고 쓰면 없던 렌즈도 다시 생깁니까?”
모두가 조용해졌다. 도착이라는 말이 실제로 일어난 일을 보고하는 도구가 아니라, 앞으로 일어나야 할 일을 강요하는 문장으로 바뀌고 있었다.
나는 도장을 탁본으로 남겼다. 헤론은 도장의 테두리를 보고 놀란 표정을 지었다. 작은 별 하나가 네 개의 눈금 사이에 비스듬히 들어가 있었다. 우리가 무월항에서 얻은 삼각형 쇳조각과 비슷한 배열이었다.
“마르첸이 가진 금색 측량판의 눈금이군.” 헤론이 말했다.
“같은 제작자가 쓴 표식일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그가 오늘 수레를 넘어뜨렸다는 뜻은 아니죠.”
이설이 말했다. “그 표식이 찍힌 서류는 전부 위쪽 관측원에 있어요. 하지만 지금 관측원 문은 닫혀 있습니다. 첫 관측자가 이미 귀환했다는 기록 때문에요.”
“아무도 돌아오지 않았는데 문을 닫는다고요?”
“완료된 조사는 다시 열 수 없다는 규칙을 누군가 적용했어요.”
나는 붉은 잉크로 명부 여백에 적었다. ‘단세가 운반. 연두 구조. 렌즈 파손. 상부 도착 미확인.’
그러자 별가루 지도의 가장자리에서 조금 전까지 보이지 않던 돌계단 한 단이 빛났다. 이설이 내가 쓴 글씨를 들여다보았다.
“당신은 완료 도장을 믿지 않는군요.”
“사람이 닿지 않은 곳에 찍힌 도장은 아무리 근사해도 바닥이 아니니까요.”
밤이 오자 열세 번째 단이 모습을 드러냈다. 하늘 쪽이 아니라 찻집 아래의 어두운 계단실로 내려가는 단이었다. 반쯤 열린 문 아래에서 오래된 종잇조각이 흘러나왔다.
거기에는 내가 알 수 없는 손글씨가 남아 있었다.
‘첫 관측자 — 귀환 불가. 대리 완성 요청을 거절함.’
누군가 거절한 문서가 있었다. 그리고 누군가 그 문서를 무시한 채 완료 도장을 찍었다. 나는 빵값을 걱정하다가 훨씬 비싼 문제가 생겼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제92화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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