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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별가루 지도 제작자 · 90화
PAYLUA ORIGINAL · 제90화

제90화 - 첫 지도의 손이 남긴 빈자리

별가루 지도 제작자 · 4,890자

오프라인 책장
푸른 유리 만에서 맞은 다섯 번째 아침, 나는 지도 제작자로서 가장 치욕스러운 일을 했다. 종이에 지도를 그리지 않고 큰 글씨로 '아직 길을 모릅니다'라고 쓴 것이다. “돈 주고 이 지도를 살 사람이 있을까?” 키오가 물었다. “생명을 아끼는 사람이요.” “상인들은 싫어하겠네요.” “그럼 좋은 지도가 될 자격은 있군.” 미라가 웃었다. 우리는 전날 검은 원에서 확인한 돌턱으로 다시 가기로 했다. 사나가 채석장 조합의 회의를 열어 세 판의 모사본을 외부 조사에 사용해도 좋다는 동의를 받아 왔다. 원본은 채석장 보관실에 남기기로 했다. 아린과 이솔, 새론도 현장 참관을 원했다. 처음부터 한 사람의 명령으로 모든 기록을 합치려는 일을 막는 데는 서로 다른 자리에서 본 사람들이 필요했다. “많이도 모이셨네요.” 내가 말했다. “첫 지도는 혼자 만든 게 아니라며.” 아린이 답했다. “그럼 마지막을 고칠 때도 혼자 하면 안 되겠지.” 헤론은 모사본 세 장을 나무틀에 끼워 바위의 홈과 거리를 비교했다. 첫 판의 '밟은 땅'과 둘째 판의 '돌아온 날'은 정확히 다른 홈에 맞았다. 셋째 판의 '돌아오지 못한 자리를 비워 둘 것'은 홈 위에 놓이자 그림자와 겹쳤다. 그러나 판이 스스로 움직이거나 문이 열리지는 않았다. “이럴 때 신비로운 빛이 나오면 좋을 텐데.” 키오가 실망했다. “저도 그걸 기대했습니다. 하지만 좋은 기록은 대체로 조용하죠.” 내가 대답했다. 아린이 조심스럽게 셋째 판을 가리켰다. “거기에 남은 빈 홈을 보렴.” 나는 가까이 다가갔다. 세 판을 나란히 놓으면 지도 한가운데 작은 원형 빈칸이 생겼다. 그 자리는 채워 넣을 조각이 빠진 것처럼 보였지만 가장자리의 닳은 부분은 의도적으로 매끈하게 마무리돼 있었다. 누군가 잃어버린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비워 둔 자리였다. 헤론이 말했다. “3·7·0. 세 곳에서 확인하고, 일곱 귀환 경로를 대조하고, 모르는 사람의 자리를 남긴다. 이곳 기록도 그 설명과 닮았네.” “그게 모든 시대의 원래 뜻인지는 아직 모르죠.” 나는 말했다. “맞아. 하지만 적어도 이 보존 장치에선 실제로 그렇게 썼을 가능성이 크네.” 우리는 바닥에서 작은 철판 하나를 발견했다. 판에는 지도라기보다 작업 순서가 새겨져 있었다. 첫째는 현재 밟을 수 있는 돌을 재라. 둘째는 돌아온 사람의 날짜를 확인하라. 셋째는 확인되지 않은 자리에 이름을 쓰지 마라. 마지막 줄은 심하게 닳아 있었다. 아린이 붉은 천으로 판을 닦자 겨우 읽을 수 있었다. '마지막 별이 떨어지더라도, 돌아올 수 있는 길을 한 장으로 결정하지 말 것.' 미라가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는 그 문장을 보고 왕도 아르켄의 일곱 날을 떠올렸다. 처음 그 지도에 소멸 예고가 나타났을 때 나는 도시를 구하려면 완성된 미래를 보여 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사람들이 직접 확인한 거리와 기억을 기록한 덕분에 우리는 소멸할 자리를 비켜 갈 수 있었다. 지금의 나는 그때보다 조금 더 많은 길을 알고 있었지만 그만큼 더 큰 빈칸을 가지고 있었다. “첫 지도 제작자는 예언자가 아니었군요.” 키오가 말했다. “적어도 이 기록을 남긴 사람들은 그렇지 않았어.” 내가 답했다. “미래를 대신 정하지 않으려고 애쓴 사람들인 거지.” 바로 그때 유리 만 바깥에서 커다란 종소리가 울렸다. 새론이 얼굴을 들었다. 항구 사무소의 경보종이었다. 우리가 떠날 때는 망가져 있던 것이었다. 이어서 북쪽 제방에서도 종소리가 났다. “금색 판이 다시 움직이고 있어!” 렌토가 외쳤다. 수면 위에 파란 선이 한꺼번에 솟았다. 부표들이 서로 다른 방향으로 돌기 시작했다. 상회가 장치를 다시 켠 것은 아니었다. 어제 껐던 판의 잔여 동력이 오래된 제방 장치에 전달되며 물길을 강제로 한 방향으로 몰고 있었다. 헤론은 멀리서 반짝이는 기계 축을 보더니 얼굴을 굳혔다. “제영 보관처가 자동 결산을 시작했네.” “지금이요?” 키오가 외쳤다. “누가 명령했는지는 모르지만 기록된 예정 시각과 맞아.” 나는 전날 본 통지문을 떠올렸다. 다음 낙성 전 미확인 귀항 일곱 건을 한 날로 결산하라는 지시. 우리는 금색 판을 끈 것으로 모든 일이 멈췄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데 자동 장치가 별도로 움직일 수 있다는 사실은 놓치고 있었다. 아린이 말했다. “저 장치가 물을 한쪽으로 밀어 버리면 상층 선착장의 배들이 갇힐 거야.” 미라는 곧바로 배를 돌렸다. “우리가 멈춰야지.” “지금 다 같이 가면 보존 기록은 누가 지킵니까?” 내가 물었다. 테온이 고개를 끄덕였다. “자리를 나누자. 나는 제방으로 간다. 미라는 선박을 빼고, 너희는 기록을 보존해.” 그것은 왕자의 명령이라기보다 함께 움직이는 사람들의 제안이었다. 아린과 사나는 모사본과 원본의 보관 위치를 재확인했고, 헤론은 자동 장치가 보내는 신호의 간격을 측정했다. 나는 키오와 함께 항구 사무소로 돌아가 현재 배가 어디에 있는지 확인했다. 상층 선착장에는 배 다섯 척이 있었고, 그중 두 척은 이미 출항 준비를 마쳤다. 하지만 갑자기 물길이 한 방향으로 몰리면서 배가 제방 쪽으로 밀렸다. 한 척의 닻이 끊어져 사람 셋이 갑판에서 넘어졌다. 미라가 구조선을 대고 선원들을 옮겼다. 도겸은 물살과 반대되는 길을 직접 확인해 남은 배들을 안전한 자리로 안내했다. 나는 별가루 지도에 그날의 수위를 적었다. 과거에 존재한 통로와 지금 확인된 통로를 분리하자, 어제의 은선이 한 줄로 합쳐지지 않고 두 갈래로 남았다. 그 두 갈래 사이에 맑은 물이 흐르는 짧은 길이 나타났다. 실제로 렌토가 부표를 띄워 확인한 구간이었다. “미라, 이쪽입니다! 우리가 지금 확인한 물길이에요!” 그녀는 나를 믿고 키를 돌렸지만 마지막에는 자기가 직접 수심을 확인했다. 우리 지도가 서로에게 주는 것은 복종할 이유가 아니라 확인할 출발점이었다. 한편 테온은 제방의 조절 레버 앞에서 경비대장과 함께 오래된 기계를 조사했다. 그 레버는 루메르 왕실의 문장이 찍힌 손잡이에 연결돼 있었다. 다시 왕자의 서명 한 줄로 닫아 버리자는 제안이 나왔지만 테온은 고개를 저었다. 현장의 수위를 확인한 사람들의 공동 기록을 받아, 모든 출항을 막는 명령이 아니라 위험한 제방만 잠시 격리하는 조치를 택했다. 헤론은 금색 판의 신호가 더 이상 보관처로 전달되지 않도록 중간 증폭기를 차단했다. 기계가 멈추자 푸른 물결은 여전히 두 겹으로 흘렀지만 그 움직임은 천천히 원래 방향으로 돌아왔다. 우리가 별의 낙성 자체를 멈춘 것은 아니었다. 단지 낙성재를 이용해 물길을 억지로 하나로 묶으려던 장치를 끊은 것이다. 저녁 무렵, 아린은 유리 채석장에서 건져 온 세 판의 모사본을 다시 펼쳤다. 오늘의 진동 때문에 셋째 판 가장자리에서 먼지가 떨어지며 작은 구멍 하나가 드러나 있었다. 그 구멍으로 노을빛이 지나가자 지도통 안쪽에 아주 얇은 별가루 선이 생겼다. 선은 지금 우리가 있는 만에서 북쪽으로 뻗었다. 단번에 완성된 길은 아니었다. 먼저 옛 등대, 다음으로 미라의 편지가 보관됐던 관측항, 그 뒤로 지금까지 한 번도 직접 조사하지 못한 산등성이의 표식이 차례로 반짝였다. 마지막 표식 옆에는 '흰 별 계단'이라는 지명이 있었다. “그게 어디죠?” 미라가 물었다. 헤론은 한참 망설이다가 자기 오래된 천문도를 꺼냈다. “루메르가 멸망하기 전에는 북쪽 관측원으로 가는 유일한 산길이었어. 관측원이 사라지면서 길도 지워졌다고 했지.” “그럼 또 존재했던 길을 찾아야겠네요.” 나는 말했다. “동생이 남긴 편지에도 그곳이 있을까?” 미라가 물었다. 나는 편지를 다시 보았다. 편지에는 북쪽 불빛을 확인하러 간다고 적혀 있었지 흰 별 계단을 걸었다고 적혀 있지는 않았다. 둘은 같은 방향을 가리킬 가능성이 있었지만 아직 이어 놓을 수 없었다. “확인하러 갑시다. 먼저 북쪽 관측항에서 실제로 지나간 사람의 기록을 찾고요.” 테온은 오래된 루메르 해도를 접었다. “왕국이 사라진 자리에는 아직 사람들이 살아 있군.” “그리고 왕자님이 새로 할 일도 많겠죠.” 내가 말했다. “또 무엇을 시킬 셈인가?” “지도 제작자 월급부터 정해주세요.” 미라가 웃음을 터뜨렸고 키오는 자기가 받을 견습 품삯도 계산해 달라고 했다. 나는 두 사람을 보며 계산서 한 장을 꺼냈다. 세상은 아직 끝나지 않았고, 그래서 청구할 일도 한참 남아 있었다. 밤이 깊어지자 나는 지도 마지막 장에 오늘의 결론을 적었다. '푸른 유리 만. 두 겹의 물결은 여전히 존재한다. 일곱 귀항 기록 중 확인되지 않은 항목은 보류한다. 첫 지도의 손은 특정 한 사람이라고 증명되지 않았다. 다만 서로 다른 자리의 관측을 나누어 남긴 공동 작업의 흔적은 확인했다.' 그 아래에는 오늘 실제로 돌아온 배의 길만 그렸다. 마지막으로 흰 별 계단으로 이어지는 옛 항로의 가장자리를 점선으로 표시했다. 길이 실제로 존재했다는 증거는 있었지만 지금 걸을 수 있는지는 아직 몰랐다. 지도통에서 새로운 문장이 떠올랐다. [흰 별 계단 — 마지막 별의 관측을 중단한 사람들이 남긴 길] 그리고 그 아래 아주 작은 글씨가 나타났다. [첫 관측자가 돌아오지 않은 날, 누군가는 그 사람의 이름을 빌려 지도를 완성했다.] 나는 입술을 깨물었다. 누군가의 이름으로 미완료 기록을 완료한 사건은 이번 만에서 처음 일어난 일이 아니었을지도 몰랐다. 그 오래된 잘못의 시작을 찾아야 할 때가 오고 있었다. 미라가 내 옆에 섰다. “이제 어디로 가?” 나는 북쪽의 어두운 산등성이를 가리켰다. “이번엔 하늘이 아니라 계단을 보러요. 별을 올려다본 사람들의 발자국부터 찾아야겠습니다.” 바다에서는 세 번의 귀항종이 울렸다. 조금 뒤, 멀리 새 등잔이 켜진 북쪽 관측항에서 두 번의 응답이 왔다. 누가 울렸는지까지는 몰랐다. 그래도 오늘 그곳에 불을 지키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은 확인할 수 있었다. 나는 그 짧은 신호를 마지막 줄에 남겼다. 아직 끝나지 않은 길을 끝났다고 쓰지 않겠다는 약속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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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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