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도가 다른 곳으로 옮겨질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 나는 잠시 기뻤다. 도시가 사라지는 대신 이동한다면 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기쁨은 계산이 시작되자 사라졌다.
도시에는 수십만 명이 살았다. 왕도 바깥의 새로운 자리에 산과 바다가 있으면 집이 무너질 수 있었다. 사람마다 기억하는 길이 다르면 한 거리 안에서 시간 자체가 갈라질지도 모른다. 지도실에서 훔쳐 온 경계전이 원안에는 그런 경우에 대비한 서식이 없었다. 왕실 지도란 늘 자신 있게 불친절하다.
“두 방향을 얻었고 마지막 하나가 남았어요.” 미라가 말했다.
“셋째는 누가 정하죠?”
헤론은 책의 빈 마지막 장을 가리켰다. “첫 방향은 오래된 자리, 둘째는 서로의 증언. 마지막은 지금 살아 있는 사람들이 선택할 길이겠지.”
“그럼 시민들에게 물어야겠군요.”
“왕실은 소란을 허락하지 않을 거야.”
“소란은 원래 허락을 받고 하는 게 아니죠.”
우리는 장터에 천막을 쳤다. 간판에는 ‘무료 지도 수정. 자기 집 위치를 그려 주세요’라고 썼다. 하브는 그 간판을 보더니 손뼉을 쳤다. “드디어 지도값 받기를 포기했구나.”
“마음이 바뀌면 다시 돈 받습니다.”
처음에는 사람 셋이 왔다. 집 앞의 빵집이 어디 있는지 물은 할머니, 골목을 잃어버린 마차꾼, 외곽에서 성벽이 사라지는 것을 본 경비병 보른. 나는 그들에게 아는 길을 그려 달라고 했다. 그림 솜씨는 상관없었다. 어떤 길에서 누구를 만났는지, 무슨 냄새가 났는지, 어느 곳에서 돌아섰는지만 적어 달라고 했다.
보른은 아버지가 눈을 치우던 길을 그렸다. 할머니는 빵을 사러 갈 때 오른쪽으로 두 번 돌았다고 말했다. 마차꾼은 골목에서 항상 신발 수선공의 망치 소리가 들린다고 했다. 서로 다른 세 사람이 같은 교차로를 설명하자 별가루가 작은 빛을 냈다.
다음 날에는 스무 명이 왔다. 그다음 날에는 백 명이 넘었다. 에린과 린네가 빵을 구워 나눠 주었고, 테온은 아이들에게 먹을 물을 건넸다. 누군가는 테온을 왕자님이라 불렀지만 그는 모른 척했다. 미라는 자신이 기억하는 항로를 사람들에게 설명했다. 육지에서 항로를 그린다고 놀리는 사람도 있었지만, 어제 없던 물길을 실제로 본 사람들은 그녀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그러는 동안 왕도는 조금씩 바뀌었다. 정오마다 길 하나가 투명해졌고, 밤마다 오래된 건물의 그림자가 나타났다. 사람들은 자신이 알던 도시가 변하는 모습을 두려워했다. 나는 그 두려움을 지도에 옮겼다. 도망치고 싶은 사람의 길도, 머물고 싶은 사람의 길도 모두 기록했다.
“모두 한곳으로 가야만 도시가 살아남는다면?” 어느 남자가 물었다.
“그럼 남고 싶은 사람은 죽으라는 뜻인가요?” 다른 여자가 맞받았다.
나는 둘 다 보았다. 그들의 선택이 같을 필요는 없었다. 서로 다른 경로가 안전하게 갈라질 수 있는 곳을 찾아야 했다. 미라는 지도를 뒤집어 세웠다. “배가 두 항로로 갈라질 때도 항구는 하나예요. 출발점만 확실하면 돼요.”
헤론은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셋째 방향은 사람들을 한 방향으로 몰아가는 표시가 아니라, 갈림길에서 선택할 수 있게 남겨 둔 자리일 수도 있네.”
아브렌이 도착하기 전, 천막에는 전에 본 적 없는 노파 한 사람이 찾아왔다. 그는 지도를 그릴 줄 모른다고 했다. 대신 다리가 불편해서 매일 같은 길을 천천히 걸었다고 했다. 멀리 돌아가는 길이지만 경사가 완만해 걷기 편했다고 했다. 젊은 사람들은 그 골목을 지름길이라고 부르지 않았다.
“저는 빠른 길이 필요 없어요. 넘어지지 않고 갈 수 있는 길이 필요하죠.”
나는 그 말을 지도 가장자리에 굵게 적었다. 그동안 우리는 한 번에 많은 사람을 옮길 길만 찾고 있었다. 하지만 도시가 살아남으려면 혼자 걷기 어려운 사람의 속도도 고려해야 했다.
테온은 노파의 길을 따라 직접 걸어 보았다. 그는 발목에 작은 돌을 매달고 천천히 걸었다. 미라는 통나무로 경사로를 만들 장소를 표시했다. 하브는 수레 두 대를 무상으로 빌려 주겠다고 했다. 물론 빌려 준다는 말을 한 뒤 내게 먼저 거래 증서를 요구했다.
“혹시 별이 떨어져 수레가 없어지면 손해는 누가 보상하지?”
“나중에 이 도시가 살아남으면 말씀하세요.”
그는 퉁명스럽게 돌아섰지만 다음 날 새벽에 수레 세 대를 끌고 왔다. 사람들은 각자 자신이 아는 안전한 길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나도 지도를 그리는 손을 조금 바꿨다. 가장 짧은 거리가 아니라 사람마다 걸을 수 있는 거리를 표시했다.
그렇게 한 장의 지도 안에 같은 시작점에서 여러 선택지가 생겨났다. 왕실이 가장 못마땅해할 방식으로, 지도는 조금씩 정확해지고 있었다.
그때 아브렌이 직접 나타났다. 그는 병사들을 뒤에 세우고 천막 앞의 사람들을 살폈다. 내가 그의 얼굴을 보자 마음이 불편해졌다. 거리를 지우는 검보다 더 무서운 것은 다수의 안전을 위해 소수의 길을 지우려는 확신이었다.
“이런 임시 지도가 백성을 더 혼란스럽게 한다.”
“이미 혼란스럽습니다. 지도를 빼앗는다고 없어지지 않죠.”
“국왕은 단일 경계안을 승인했다. 사흘 뒤 정오에 왕도는 동쪽 기준지로 이전한다.”
그가 처음으로 ‘이전’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나는 경계전이 원안을 펼쳤다. 그곳에서 동쪽 기준지는 깊은 바다로 표시되어 있었다.
“거기로 도시를 보내면 어떻게 됩니까?”
“높은 지대는 남을 것이다.”
“낮은 곳에 사는 사람들은요?”
“수송을 진행한다.”
“지금 수송할 배가 몇 척입니까?”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미라가 어이가 없다는 듯 웃었다. “저 항로에서 실제로 배를 몰아 본 사람이라면 그런 계획은 못 세워요. 조류가 반대로 흐르거든요.”
아브렌은 그녀의 은제 고리를 보고 표정을 바꾸었다. 그는 그것을 빼앗으려 했지만 미라가 손을 뒤로 감췄다.
“이 고리가 마지막 좌표를 고정할 수 있군.”
“마지막 좌표는 물건이 아니라 사람이 정해요.” 미라가 말했다.
아브렌이 병사들에게 천막을 철거하라고 명령했다. 사람들 사이에서 야유가 터졌다. 보른의 아버지가 앞으로 나왔다. “경계조사국이 성벽을 지운 날에도 우리는 살아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기록이 없다고 하더군요. 여기에는 우리 이름이 있습니다.”
보른은 자기가 그린 지도를 들어 올렸다. 린네도, 하브도, 다른 시민들도 하나씩 지도를 들었다. 바람에 종이가 펄럭였다. 천 장은 안 됐을지 몰라도, 나는 그날 처음으로 종이 한 장의 무게가 얼마나 큰지 알았다.
아브렌은 잠시 사람들을 바라보다 명령을 거두었다. 그의 퇴각이 자비인지는 알 수 없었다. 그러나 우리는 몇 시간을 더 얻었다.
그날 밤 미라의 배 ‘어제의 파도’가 새로 생긴 항구에서 떠났다. 그녀는 바다 저편의 실제 조류를 확인하겠다고 했다. 나는 따라가려 했지만 그녀가 고개를 저었다.
“여기는 당신 자리예요. 사람들의 지도를 모아야죠.”
“안 돌아오면요?”
“항해사는 돌아올 항구를 만들고 떠나요.”
그녀가 웃었다. 그러나 배가 안개 속으로 사라질 때 내 지도 가장자리에 낯선 선이 생겼다. 세 번째 기준점은 아직 켜지지 않았다. 대신 바다 한가운데에 미라의 배를 닮은 작은 그림자가 떠올랐다.
그 그림자는 동쪽이 아니라 서쪽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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