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유리 만의 서쪽으로 항해하면 선박의 돛대가 무덤의 십자가처럼 서 있는 곳이 나타난다.
돛대만 보였다. 그 아래의 선체는 물속에 잠겨 있었고, 어떤 돛은 오래전부터 접혀 있었다. 하지만 바람이 불면 천이 아닌 푸른 빛이 돛대 사이에서 부풀어 올랐다. 멀리서 보면 맑은 유리로 만든 배들이 바다 위에 줄지어 정박해 있는 듯했다.
“저기서 동생이 마지막으로 목격됐다고요?” 내가 물었다.
미라가 아린의 납판을 만졌다. “정확히는 마지막 확인 기록이 저쪽 관측항으로 향했어.”
“목격 기록과 목적지 기록은 다르죠.”
“알아. 그런데 지금은 둘 다 필요해.”
미라는 바다로 나갈 때보다 말수가 적었다. 그녀는 오른쪽으로 세 번 감긴 매듭을 손목에 묶고 나서도 자꾸 풀어 확인했다. 끝에 섞인 붉은 실이 어쩌면 동생의 손에서 남은 마지막 물건일지 몰랐다. 나는 그 가능성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속이 답답했다.
항로의 입구에서는 작은 배 하나가 우리를 기다렸다. 선미에 갈고리와 그물망을 쌓아 둔 구조선이었다. 선장은 기묘하게도 우리를 보고 먼저 성을 냈다.
“또 금색 안내판 보고 들어왔어? 여긴 돌아간다는 보증이 없다고!”
“안내판은 안 믿습니다.” 내가 말했다. “저희는 실제 깊이를 재러 왔습니다.”
“그럼 말이 통하겠군. 나는 운반꾼 렌토다.”
그는 난파선에서 사람과 물품을 건져 내는 일을 한다고 했다. 백동상회의 쇄빙선이 얼마 전 이곳에 들어왔다가 바다 아래의 투명한 해류에 밀렸고, 그 뒤로 푸른 돛이 더 많이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했다. 렌토는 우리는 구조선을 끌고 안쪽까지 들어갈 생각이었지만 낮은 수로가 막혀 더 갈 수 없다고 했다.
“다음 물결이 오면 저 돛대들이 다 한쪽으로 쓰러질 거다.” 렌토가 말했다.
“사람이 남아 있을 가능성은요?” 미라가 물었다.
“두 척에 신호등이 켜진 걸 봤다. 그런데 하루 뒤엔 꺼졌지.”
그것이 실제로 사람이 있어서 켜진 불인지, 옛날의 불빛이 겹쳐 나타난 것인지는 몰랐다. 우리는 바다를 관측하며 출발했다. 렌토는 세 개의 부표를 앞쪽에 띄웠다. 미라는 물살이 바뀔 때마다 부표의 움직임을 읽었다. 내가 기록하는 지도는 처음에는 대부분 빈칸이었다. 돛대가 많다고 그 사이로 물길이 있다는 뜻은 아니었다.
세 번째 난파선에 도착했을 때 파란 돛이 바람도 없이 크게 부풀었다. 나는 저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다. 돛에 누군가 손바닥을 누르는 모습이 비쳤기 때문이다.
“저기 사람!”
미라가 방향을 틀었다. 그러나 가까이 가자 손바닥은 사라졌고 찢어진 돛의 오래된 무늬가 드러났다. 금세 부끄러워졌다. 나는 기록에 분명히 적었다. '손 모양을 관측했으나 실제 인물은 미확인.' 키오가 내 옆에서 중얼거렸다.
“아저씨도 가끔 착각하네요.”
“자주 한다. 그래서 매일 기록하지.”
조금 더 나아가자 난파선의 뒷부분에서 쇠를 치는 소리가 들렸다. 렌토가 긴 막대로 선체를 건드렸다. 이번에는 실제로 금속에 닿는 진동이 막대를 따라 돌아왔다. 그 선체 위에는 누군가 매단 새 밧줄이 있었다. 빛의 잔상이 아니라 현재 존재하는 물건이었다.
“사람이 남아 있군.” 미라가 말했다.
우리의 보트가 다가가자 갑판 아래에서 소녀 하나가 얼굴을 내밀었다. 머리카락에 소금이 붙어 있었고 볼에는 유리 가루가 긁힌 상처가 있었다. 그녀는 우리를 보고 물러서려다가 미끄러졌다. 미라가 즉시 줄을 던졌다.
“우린 구조선이야! 손잡이를 잡아!”
소녀는 망설였다. 테온이 자신의 칼을 내려놓고 두 손을 들어 보였다. 위협하지 않겠다는 표시였다. 소녀가 줄을 잡고 사다리를 타려던 순간 난파선의 푸른 돛이 갑자기 팽팽해졌다. 물속에서 차가운 해류가 돌아오는 것이었다.
“배가 움직여!” 렌토가 외쳤다.
미라는 소녀가 올라올 때까지 보트를 붙잡았고, 나는 긴 장대를 들어 난파선 측면과 보트 사이 간격을 재었다. 테온이 소녀의 팔을 잡아 끌어당겼다. 그녀가 사다리를 놓치는 순간 소금 묻은 외투가 찢어졌다. 렌토가 보트를 뒤로 밀었다. 난파선은 그대로 미끄러져 다른 돛대와 부딪혔고 푸른 유리 조각들이 우리 위로 비처럼 쏟아졌다.
“고개 숙여!” 미라가 외쳤다.
우리는 돛줄 뒤에 몸을 숨겼다. 날아온 조각 중 몇 개는 갑판에 닿자 평범한 바닷물로 흩어졌지만, 다른 것들은 날카로운 결정으로 남아 있었다. 어느 것이 진짜인지 미리 알 수 없었다. 나는 장갑을 낀 손으로 남은 조각들을 밀어 바깥으로 보냈다.
소녀는 안전한 곳에 올라오자 숨을 몰아쉬었다. 이름을 물으니 자신을 르카라고 말했다. 난파선의 임시 신호지기였다고 했다. 바다에서 어두운 그림자가 지나가는 날마다 누군가 배를 부두에 댄 것으로 기록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했다.
“누가 지시했습니까?” 헤론이 물었다.
“푸른 장갑을 낀 관리인이요. 얼굴은 못 봤어요.”
그녀는 자신이 서명을 거절하자 다른 배로 옮겨 보내려 했고, 혼란 중 난파선에 갇혔다고 했다. 지금까지 살아 있을 수 있었던 것은 선실에 남은 빗물과 작은 건빵 덕분이었다. 우리는 먼저 그녀의 상처를 씻고 따뜻한 물을 주었다.
“내 동생도 여기 있었을까?” 미라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르카는 미라의 매듭을 보더니 눈을 크게 떴다. “그 신호, 배의 뒷벽에도 있었어요.”
우리는 모두 입을 다물었다. 르카는 출입을 허락한 뒤에야 뒤쪽 선실로 함께 가겠다고 했다. 미라는 잠깐이라도 빨리 가고 싶어 손이 떨리는 듯했지만 기다렸다. 르카에게 그곳은 끔찍한 기억이 있는 장소였으니까.
저녁 무렵 물결이 잠시 안정되자 우리는 렌토의 구조선을 타고 난파선의 옆부분에 접근했다. 선체에 남은 낡은 문양은 루메르 왕실의 보급선 표식과 닮았지만 완전히 같지는 않았다. 테온은 문양의 마지막 획이 어릴 때 보던 것과 다르다고 지적했다. 누군가 최근 보급선 문장을 덧그렸을 가능성이 있었다.
르카가 안내한 선실에는 오래된 구명조끼와 부서진 항해 기구가 남아 있었다. 벽면에는 오른쪽 세 번 감긴 매듭 그림이 있었다. 그 아래에 다른 사람이 쓴 듯한 작은 문장이 적혀 있었다.
'돌아오면 이걸 풀어 주겠다고 약속했다.'
미라는 그 문장을 손끝으로 만졌다. 그녀가 정말로 동생을 떠올리고 있다는 것을 굳이 물어볼 필요가 없었다. 그러나 나는 소리 내 읽지 않았다. 누가 언제 적었는지 확인해야 하는 글이었다.
그림 아래에 끼워진 얇은 철판을 꺼내자 기록이 하나 더 나왔다. '푸른 유리 만 북쪽 관측항, 물 위의 첫 불빛을 확인할 것.' 철판의 발행 시각은 아린이 건네준 납판의 마지막 확인 날짜와 같았다.
“여기까지 온 건 맞을지도 몰라.” 미라가 조용히 말했다.
“확인할 단서가 늘었어요.” 내가 답했다.
르카가 우리를 바라보더니 물었다. “그 사람을 찾으면 어떻게 하실 건가요?”
미라는 한참 생각했다. “내가 기억하는 사람이 아니어도 먼저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물어볼 거야.”
나는 그 대답이 어떤 완성된 지도보다 좋았다. 떠난 뒤 사람이 변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은 길을 건너는 일보다 어려울지도 몰랐다.
돌아가는 길에 푸른 돛들이 또 한 번 부풀었다. 이번에는 그 사이로 북쪽 관측항의 지붕 같은 검은 그림자가 보였다. 헤론은 그림자 방향을 별자리와 대조했다. 우리가 봤던 과거의 관측항과 현재의 지형 사이에는 미세한 각도 차이가 있었다. 그 차이는 아무리 확대해도 맞지 않았다.
“이곳의 지도는 두 날짜를 포개는 것만으로 완성되지 않아.” 헤론이 말했다. “그 사이에 누군가 움직인 흔적이 남아 있어.”
나는 두 시점 사이를 빈칸으로 남겼다. 바다가 무덤처럼 보이는 것은 가라앉은 배 때문만은 아니었다. 배를 탔던 사람들이 언제 어디로 갔는지 아직 모르는 까닭이었다.
그날 밤 르카는 우리가 내민 구조확인서에 자기 이름을 적었다. 그녀는 무릎에 담요를 덮고 자신이 직접 구조됐다는 사실을 분명히 말했다. 그러나 사무소의 일곱 귀항 기록 가운데 어느 항목인지는 연결하지 않았다.
미라가 말했다. “한 명 더 돌아왔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이제 우리가 확인한 건 르카의 귀환입니다.”
그녀는 웃었다. 그리고 벽에 그린 매듭을 보고 다시 조용해졌다. 그 침묵 속에서도 우리는 내일 갈 수 있는 길의 길이를 재고 있었다.
제87화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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