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가 잦아들면 바다 밑에서 길이 보이는 일이 있다.
평범한 세상에서는 그것을 간조라고 부른다. 우리 세상에서는 길이라고 믿고 들어갔다가 다음 날의 바다에 갇힐 수도 있으니, 간조라고 부르기 전에 최소한 세 번은 확인해야 했다.
푸른 유리 만의 새벽은 놀라울 만큼 조용했다. 물 위에는 바람조차 없었는데 수면 아래 푸른 줄무늬가 서서히 옆으로 미끄러졌다. 아린은 선실의 물시계를 한 번 보고, 도겸의 수위 일지를 두 번 보더니 나를 불렀다.
“제영 보관처를 찾고 싶다면 지금만큼 좋은 때가 없을 거다.”
“여기서 좋은 때는 항상 물에 빠질 확률이 높은 때군요.”
“경험이 늘었구나.”
“제 생존 확률이 늘어야 하는데요.”
우리는 상층과 저층 선착장 사이에 놓인 깊은 홈을 조사하기로 했다. 어제 테온의 이름이 찍힌 위조 통행 명령에 적혀 있던 접수처가 바로 그 지점을 가리켰다. 아린은 조합의 보존 규칙에 따라 판 원본을 가져오지 않았다. 사나가 정식으로 건네준 모사본과 관측 일지만 챙겼다. 원본을 훔치지 않아도 조사할 수 있다는 사실에 나는 조금 감동했다. 이 세계의 모험가들 사이에서는 드문 일이다.
미라는 작은 보트 하나를 준비했다. 테온과 나, 헤론, 키오가 함께 탔다. 아린은 만 안쪽 제방에서 수문이 움직이는 모습을 기록했다. 작은 돛도 펼치지 않았다. 바람보다 물속 경계가 먼저 움직였기 때문이다.
낮은 종소리는 보트가 첫 번째 유리층 위를 지날 때 들렸다. 둔탁한 금속음 하나가 물을 통과해 발바닥까지 올라왔다. 키오는 귀를 막았지만 소리는 귀가 아니라 배의 나무 바닥에서 들리는 듯했다.
“등대 종은 아닙니다.” 헤론이 말했다. “금속을 물속에서 때린 소리일 텐데, 반향이 둘이야.”
“누가 치고 있는 걸까요?”
“아니면 서로 다른 시기의 종이 같은 곳을 지나간 걸 수도 있지.”
나는 그 말을 기록했다. 확인할 수 없는 일을 무턱대고 단정하지 않는 것은 학문적으로는 멋졌지만 항해 중에는 몹시 답답했다. 우리는 종소리가 올 때마다 노를 멈추고 납추의 길이를 쟀다. 두 번째 울림 때는 물이 얕아졌고 세 번째 울림 때는 깊어졌다. 같은 자리를 맴돌았는데 두 층의 깊이가 각각 달랐다.
미라는 보트를 제방 쪽에 묶고 바닥을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푸른 물결 안에서 희미한 계단이 드러났다. 계단 아래로 가느다란 기둥이 줄지어 있었고 맨 끝에는 종루처럼 생긴 돌 구조물이 보였다. 나는 별가루 지도를 펼쳤다. 오래전에 계단이 실제로 존재했다는 은빛 흔적은 보였지만 지금 건널 수 있는 안전한 길은 나타나지 않았다.
“한 칸만 내려가 확인할까?” 미라가 물었다.
“한 칸 내려간 뒤 올라올 수 있는지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그래서 너를 데리고 다니는 거야.”
우리는 물을 막는 장화와 안전줄을 준비했다. 미라가 첫 계단을 밟았다. 단단한 돌이었다. 둘째 계단은 발밑에서 약간 흔들렸다. 나는 장대 끝으로 두드려 보았다. 돌이 아니라 푸른 유리판이었고 그 아래로 물이 흐르고 있었다. 미라는 즉시 한 발 물러났다.
그때 종소리 대신 어린아이의 웃음이 들렸다.
키오가 몸을 굳혔다. “저 아래에 애가 있어요?”
미라는 고개를 저었다. “소리가 있다고 사람이 있는 건 아니야. 찾아보자.”
우리는 더 내려가지 않고 작은 등불을 줄에 매달아 보냈다. 등불이 푸른 띠를 지나자 불꽃이 위로 솟아오른 것처럼 보였다. 실제로는 수면의 굴절 때문에 뒤집혀 보이는 것이었다. 바닥에 비친 불꽃 아래로 누군가 작은 목각배를 밀어 넣은 흔적이 있었다. 목각배는 물속에 떠 있는 듯했지만 막대를 뻗어 보니 돌 틈에 끼어 있었다.
테온이 갈고리로 끌어올렸다. 젖은 목각배 아래에는 두 글자가 새겨져 있었다. '귀항 연습.'
“아이들이 여기서 놀았나 봅니다.” 키오가 말했다.
“여기서 놀게 두었다면 어른들의 문제겠지.” 미라가 답했다.
나는 목각배의 밑바닥에 묻은 소금과 먼지의 층을 보았다. 최근 바닷물이 묻은 흔적 위로 더 오래된 안료가 얇게 굳어 있었다. 누군가 오래전에 남긴 것을 물길이 다시 밀어 올렸을 수도 있었다. 미라는 그것을 품 안에 넣으려다 멈추고 내게 물었다.
“이걸 가져가도 돼?”
“보관한 사람을 찾을 때까지 위치부터 적죠.”
우리도 성장하고 있었다. 적어도 마음에 든 유물을 무조건 주머니에 넣는 습관에서는.
낮은 종이 다시 울리자 저쪽 제방에서 아린이 붉은 깃발을 흔들었다. 수문 위의 관측자에게 위험을 알릴 때 쓰는 신호였다. 보트 옆의 푸른 띠가 올라오더니 계단 두 칸을 덮었다. 나는 미라에게 돌아가자고 외쳤다. 그런데 갑자기 발밑의 작은 밧줄이 팽팽해졌다. 누군가 물속에서 당기는 듯했다.
“줄이 걸렸어요!” 키오가 소리쳤다.
미라가 매듭을 풀려 했지만 움직이지 않았다. 우리 보트를 고정한 줄이 아니라, 계단 아래의 오래된 고리가 물의 상승과 함께 움직여 걸린 것이었다. 밧줄을 자르면 보트가 외해로 밀릴 수 있었다. 테온이 노로 방향을 잡았고 나는 제방에서 내려온 다른 줄을 확인했다. 아린이 임시 안전줄을 새로 내려 보내고 있었다.
우리는 보트의 무게를 옮겨 오래된 고리에 걸린 줄을 느슨하게 만들었다. 미라가 한 번에 칼을 그어 닳은 부분을 끊었다. 보트가 휘청했지만 테온이 노를 세워 선체가 계단에 부딪히지 않게 했다. 키오는 몸을 낮춘 채 구명부표를 붙들었다.
그때 계단 아래 유리층이 크게 뒤집혔다. 물속에 비쳐 있던 종루가 둘로 갈라져 보였다. 하나는 무너진 기둥이었고, 하나는 아직 종을 매단 온전한 건물이었다. 두 모습이 서로 다른 날짜에 존재했던 흔적이라는 것을 헤론이 알아챘다. 온전한 종루의 입구에 작은 문장 하나가 새겨져 있었다.
'첫 관측을 마지막 귀항으로 대체하지 말 것.'
나는 글자를 빠르게 옮겼다. 하지만 내가 본 것이 지금의 돌에 적혀 있는지, 과거의 종루에 남아 있던 글씨가 비쳐 보인 것인지는 확인할 수 없었다. 보트가 안전해진 뒤 다시 관측할 필요가 있었다.
제방에 돌아오자 아린은 내 젖은 신발을 바라보았다. “너는 왜 항상 신발부터 잃어버리니?”
“땅이 자꾸 도망가잖습니까.”
미라가 웃었다. 나는 그 웃음에 조금 안도했다. 아까 계단에서 들은 아이의 목소리 때문에 그녀도 내내 긴장하고 있었던 것이다.
아린은 우리가 건져 온 목각배를 받아 들더니 손끝이 떨렸다. 배 밑의 '귀항 연습' 글씨를 알고 있다고 했다. 오래전 어린 항해 견습생들에게 실제 입항과 서류상 입항의 차이를 가르치던 교육 도구였다는 것이다. 아린은 미라의 동생도 그 연습에 참가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미라는 입술을 깨물었다. “그때 남긴 물건인가요?”
“모양은 같지만, 그 아이 것이란 증거는 없어.”
미라는 고개를 끄덕였다. 내 마음은 잠깐 아렸다. 그러나 그녀는 더는 확인되지 않은 물건을 동생의 유품이라고 부르지 않았다.
헤론은 종루의 두 모습에 관한 스케치를 나란히 놓았다. 서로 다른 날짜에 똑같은 종이 한 번씩 울렸다면, 우리가 들은 두 울림은 실제로 같은 소리였을 수도 있었다. 그것이 어떻게 지금까지 전해졌는지는 여전히 미스터리였다. 다만 문장 위치와 옛 제방 설계도를 대조하자 종루가 있던 옛 길은 유리 채석장 아래쪽으로 연결되어 있었다.
“제영 보관처가 그 아래일지도.” 헤론이 말했다.
“보관처가 정말로 지금 그 자리에 있는지는 아직 모르죠.” 내가 답했다.
아린이 우리 앞에 낡은 문서 하나를 놓았다. 맨 아래 도장은 오래전에 찍힌 것이었지만 윗부분에 최근 누군가 끼워 넣은 푸른 종이가 있었다.
'푸른 유리 만 제영 보관처 — 최종 귀항 인정 권한 이전 신청.'
신청인 칸에는 이름 대신 네 갈래 모양의 눈금만 적혀 있었다. 마르첸의 금색 측량판에서 떨어진 삼각형 쇳조각에 있었던 바로 그 표식이었다.
나는 문서를 뒤집었다. 뒷면에 적힌 문장 때문에 손끝이 차가워졌다.
'다음 낙성 전, 미확인 귀항 일곱 건을 한 날로 결산할 것.'
우리가 조심스럽게 보존해 온 일곱 개의 빈자리를 누군가 이제 시간까지 정해 지우려 하고 있었다.
제85화 댓글 0
댓글·공감·신고는 로그인 후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이전 익명 댓글은 그대로 표시됩니다.
댓글을 불러오는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