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유리 만의 유리 조각은 만지면 차가웠다. 그런데 채석장에서 건져 온 세 장의 판은 이상하게 따뜻했다.
나는 장갑을 끼고 판을 살폈다. 온도 차이는 분명했지만 원인이 낙성재 때문인지, 나무함에 보관됐던 시간 때문인지는 알 수 없었다. 헤론은 당장 표본을 떼자고 했고 사나는 손도 대지 말라고 했다. 나는 두 사람 사이에 앉아 빵을 먹었다. 학문과 보존의 논쟁 사이에서 굶어 죽을 이유는 없었다.
“레이븐, 의견은?” 미라가 물었다.
“일단 장갑을 벗고 식사를 하죠. 둘째로는 양쪽 모두 원본을 손상시키지 않는 검사부터.”
“그건 의견 두 개잖아.”
“첫 번째가 더 중요해서요.”
사나는 판의 모사본을 만드는 데 동의했다. 우리는 빛과 종이로 윤곽을 옮기고, 판의 가장자리에 닳은 홈을 기록했다. 실제 소유자인 채석장 공동조합의 허락 없이 판을 밖으로 가져갈 수는 없었다. 아린은 손자국을 함부로 공개하지 말라는 옛 조합의 요구를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라는 미라대로 실종된 동생의 기록과 판이 관련될지 몰라 초조해했다.
그때 항구 사무소에서 전령이 달려왔다. 테온을 찾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었다. 정확히는 테온에게 보내진 왕실 출입 금지 명령서가 도착했다고 했다.
“멸망한 왕국이 출입 금지령을 내립니까?” 나는 놀랐다.
테온은 문서를 받아 보자 표정이 돌처럼 굳었다. 문장에는 루메르의 오래된 왕실 인장이 찍혀 있었다. 하지만 잉크는 며칠 전에 마른 것처럼 선명했다. '푸른 유리 만 아래 선착장의 모든 통행권은 루메르 왕실 후계자 테온의 확인 아래 단일 관측일로 귀속한다.'
“당신이 확인했습니까?” 새론이 물었다.
“아니오.”
“그럼 왜 이름이…”
“왕실 문장은 오래된 겁니다. 하지만 이 문장으로 지금 사람들의 길을 넘길 권리는 내게 없습니다.”
테온은 평소보다 느리게 말했다. 우리 가운데 누구보다 그 도장이 의미하는 무게를 알기 때문이었다. 옛 왕실 문서는 어떤 도시의 대문을 열고 다른 항구의 시장을 닫게 만들 수 있었다. 나라가 사라져도 낡은 인장 하나 때문에 선원들이 검문소에 붙잡히는 일은 충분히 생길 수 있었다.
우리는 항구의 동쪽 수문으로 향했다. 그곳에서는 실제 선박 세 척이 출항을 기다리고 있었다. 바닥에는 푸른 유리 조각들이 흩어져 있었고, 경비병 여섯 명이 두 줄로 서 있었다. 선원들은 이미 시장에 보낼 생선과 소금 꾸러미를 실어 놓았는데, 왕실 명령이 내려왔으니 하루를 더 기다리라고 들었다고 했다.
“이 배들이 위험해서 막는 겁니까?” 내가 물었다.
경비대장은 문서를 흔들었다. “왕실이 모두를 하나의 기준일로 묶었습니다.”
“그러니까 위험 수위는 누가 확인했습니까?”
“명령에 따른 겁니다.”
“명령은 수위를 재지 못합니다.”
미라가 내 옆에서 작은 휘파람을 불었다. 테온은 앞으로 나서서 자기 이름이 쓰인 문서를 천천히 읽었다. 사람들이 왕자를 알아보자 웅성거렸다. 어느 노인은 바닥에 무릎을 꿇으려 했고 테온은 그의 어깨를 붙들었다.
“일어나십시오. 지금 이곳을 지키는 건 내 왕관이 아니라 여러분의 배와 장부입니다.”
경비대장이 검을 반쯤 뽑았다. “사칭자가 왕실 명령을 취소할 수는 없소.”
“나도 취소한다고 말하지 않았소. 먼저 누가 발행했는지 대조하자는 겁니다.”
그는 명령서 모사본의 결재번호를 가리켰다. 헤론은 루메르의 옛 문서 번호와 비교했다. 앞자리 네 개는 실제로 존재하던 왕실 형식과 맞았지만 끝자리에는 오래전에 폐지된 항만 세율 번호가 붙어 있었다. 테온은 그 세율이 자신이 어릴 때 사라졌다고 했다.
“그런데 왕자님이 정말 어릴 때였는지는 어떻게 아나요?” 키오가 작게 물었다.
“나도 그건 가끔 의심스럽다.” 테온이 대답했다.
이렇게 웃을 여유가 있는 순간이 위험하다. 경비대장은 우리를 막아서는 대신 사무소에 직인 대조를 요청했다. 적어도 검을 휘두르기 전에 확인할 생각이 생긴 모양이었다.
그때 수문 안에서 경고 종이 울렸다. 아래층 물결이 빠르게 올라오고 있었다. 바다가 두 겹으로 흐르다 보면 실제로 배를 띄울 수 있는 수심과 눈에 보이는 수면의 높이가 어긋났다. 첫 번째 배의 닻줄이 물 아래 돌기둥에 걸리며 돛대가 기울었다. 두 번째 배는 뒤로 밀리기 시작했다.
“문을 열어야 해!” 미라가 외쳤다.
경비대장이 소리쳤다. “왕실 승인 없이는 열 수 없다!”
“당신 왕실이 지금 나한테 물살을 물어본 적 있습니까?” 테온이 되물었다.
나는 즉시 현재의 수심표를 들여다봤다. 아침에 도겸이 확인한 두 층의 수위는 이제 의미가 줄어들었다. 직접 납추를 던져 실제 깊이를 다시 측정했다. 수문의 바깥쪽은 깊고 안쪽은 얕았다. 더 기다리면 첫 번째 배의 선미가 바닥에 부딪혀 부서질 수 있었다.
“안쪽 물이 빠질 때 두 배를 먼저 빼야 합니다. 세 번째 배는 닻이 아직 안전해요.” 나는 외쳤다.
“어떻게 알지?” 경비대장이 물었다.
“재봤으니까요!”
“그런데 지도는?”
“지도는 지금 그리는 중입니다!”
미라가 작은 배로 들어가 선원들을 도왔고, 테온은 경비병과 함께 수문 옆의 기계 손잡이를 돌렸다. 오래된 루메르 기계라 손잡이에는 왕실 문장이 있었다. 테온은 그것을 만지며 잠깐 멈칫했다. 나는 그가 어린 시절 궁전에서 배웠을 긴 명령과 예법을 떠올렸다. 하지만 그가 말한 것은 아주 간단했다.
“이 손잡이, 혼자 돌릴 수 없소. 모두 함께!”
여섯 경비병과 항구 노동자 둘이 달라붙었다. 쇠가 삐걱대며 움직였고, 수문 틈으로 물이 빠져나갔다. 미라의 배가 먼저 나왔다. 두 번째 배의 선원은 넘어지면서 다리를 다쳤지만 테온이 붙들어 주었다. 세 번째 배는 그대로 정박했다. 모두가 한꺼번에 출항할 필요는 없었다. 급한 배부터 실제 물길을 보고 움직이면 됐다.
수문이 안정된 뒤 경비대장은 명령서를 다시 보았다. “하지만 문서는 여전히 유효하다고 적혀 있소.”
테온이 검을 칼집에 밀어 넣었다. “그럼 내가 직접 유효성을 다투겠소. 현장 책임자를 부르시오. 오늘의 물길을 확인한 선원들의 진술도 받으시오.”
그는 사인을 해 달라고 내민 종이를 밀어냈다. 왕실 후계자가 왕실에 위임된 모든 통행권을 일괄 취소한다는 양식이었다. 잘못된 명령을 막기 위해 또 다른 한 사람의 무제한 권한을 만드는 함정이었다.
“내가 다스릴 나라가 아직 있는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내가 어찌 이 사람들이 걸을 오늘의 길까지 대신 결정하겠습니까.”
사나는 테온의 말을 듣고 채석장 조합의 옛 문서를 가져왔다. 세 개의 손자국을 찍은 사람들 중 둘은 당시 루메르 출신 기술자였다고 했다. 왕실이 아니라 현장 관측을 맡은 사람들이었다. 조합 회의 기록의 가장자리에 특이한 문장이 있었다.
'인장은 입항을 허가할 수 있다. 귀항했다는 사실을 만들어 낼 수는 없다.'
테온은 그 문장을 오래 읽었다. 그의 표정에서 왕자를 연기하려는 힘이 조금 빠졌다. 대신 아주 피곤한 청년의 얼굴이 드러났다.
저녁에 우리는 함께 식사를 했다. 미라는 테온이 왕관을 벗은 채 생선 가시를 고르는 모습이 낯설다고 했다. 테온은 왕궁에서도 가시를 발라 먹었다며 불평했다. 나는 그에게 고개를 숙여 축하한다고 말했다.
“무슨 축하지?”
“오늘 처음으로 왕자님이 나라보다 한 척의 배를 먼저 구하셨으니까요.”
테온은 잠시 웃다가 내 잔에 물을 부었다. “그건 내가 처음으로 배가 나라보다 먼저 떠날 수도 있다는 걸 배웠기 때문이지.”
밤늦게 사무소로 돌아오니 직인 대조 결과가 도착해 있었다. 왕실 문장 자체는 옛 인장과 일치했다. 문제는 그 문장이 찍힌 종이 아래의 접수처였다. '북쪽 유리 채석장'이 아니라 '푸른 유리 만 관측항 제영 보관처'라고 적혀 있었다.
헤론이 문서 끝에 있는 작은 점을 가리켰다. “이 자리는 저층 선착장과도 다르군.”
내 지도에서 빈 동그라미 하나가 미세하게 흔들렸다. 제영 좌표는 아직 누구에게도 맡길 수 없는 자리였다. 그런데 누군가 그 이름으로 항구 전체의 통행권을 행사하고 있었다.
“드디어 관리인을 찾았네요.” 내가 말했다.
미라가 물었다. “누구?”
“아직 몰라요. 하지만 그 사람이 서류를 보내는 주소는 찾았습니다.”
나는 오늘 구조한 배 세 척의 실제 위치를 지도 아래에 따로 그렸다. 그 위로 붉은 왕실 문장 그림자가 겹쳐 지나갔지만, 물에 젖은 밧줄의 자국만은 사라지지 않았다. 사람의 손이 그 자리에 있었다는 사실을 다음 날에도 보여 줄 수 있을 터였다.
제84화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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