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월항의 마지막 지붕이 수면 아래로 내려간 뒤에도 아린은 한동안 배의 선미를 떠나지 않았다.
바다를 등지고 서 있던 노파는 젖은 손가락으로 물통을 두드렸다. 세 번, 잠시 쉬었다가 두 번. 미라의 얼굴이 그 소리에 반응했다. 나는 어떤 위대한 지도도 저 짧은 금속음 한 번만큼 사람을 빨리 움직이게 하지는 못한다는 생각을 했다.
“푸른 유리 만까지 얼마나 걸립니까?” 내가 물었다.
“해도대로면 이틀.” 미라가 말했다.
“실제로는요?”
“어느 날의 해도냐에 달렸지.”
이상한 세상의 항해사에게는 불친절한 대답이 아니라 최고의 전문성이었다. 헤론은 무월항에서 모사한 유리판을 말리는 중이었다. 테온은 구조된 상회 선원들의 귀환 확인서를 유네의 등대로 보내는 운송표를 쓰고 있었다. 무월항에서 간신히 건져 낸 것은 종이뿐 아니라 사람들의 다음 날이었다. 나는 그들이 실제로 배를 갈아탔는지 확인한 시각을 일지 끝에 따로 적었다.
아린은 '어제의 파도'에 함께 탔다. 돌아갈 집이 없어서가 아니라 푸른 유리 만에 남겨 두고 온 보관 기록을 본인 눈으로 확인하겠다고 했다. 나이가 많은 사람에게 바다의 멀미를 걱정하자, 아린은 내 신발을 내려다보았다.
“네 신발 밑창은 몇 번이나 바뀌었니?”
“세 번입니다.”
“내가 그 해협을 건넌 횟수보다 적구나.”
이렇게 대화가 끝났다. 항해에서는 경험 많은 사람이 이긴다. 지도 제작자는 대체로 계산서만 이긴다.
둘째 날 새벽, 바닷빛이 변했다. 수면 위에는 평범한 파도가 밀려왔는데 그 아래로 파란 유리처럼 단단한 물결이 반대 방향으로 흐르고 있었다. 아래쪽 물결은 햇살을 받아도 부서지지 않았다. 선체의 그림자가 그 위에 걸렸다가 늦게 떨어졌다.
“저걸 밟을 수 있습니까?” 키오가 물었다.
“네가 먼저 실험하면 안 될까요?” 내가 되물었다.
미라가 우리 둘을 노려봤다. “둘 다 오늘은 난간 밖으로 손도 내밀지 마.”
헤론이 밧줄 끝에 납추를 매달았다. 납추는 첫 번째 수면을 통과했으나 그 아래의 푸른 띠 앞에서 잠시 멈춘 듯 보였다. 다시 당겨 올리니 실제로 젖은 길이는 예상보다 길었다. 눈에 보이는 층과 납추가 통과한 깊이가 일치하지 않았다. 나는 대조표에 '눈으로 확인한 경계'와 '줄로 확인한 깊이'를 따로 표시했다.
바로 그때 먼 곳에서 바다를 긁는 소리가 났다. 마치 거대한 사람이 유리잔 가장자리를 손톱으로 훑는 듯한 소리였다. 돛대 꼭대기에 오른 미라가 외쳤다.
“좌현! 표류선!”
푸른 물결 위에 작은 어선 한 척이 기울어져 있었다. 뱃머리는 물 위에 떠 있는데 선미는 물 아래층의 반짝이는 띠에 붙잡혀 꼼짝하지 못했다. 배 위에서는 소년 하나가 밧줄을 풀다가 갑자기 손을 떼었다.
“아래에 누가 있어요!” 소년이 고함쳤다.
미라는 키를 돌렸다. 테온이 구조용 고리를 챙겼고 아린이 바닥에서 두꺼운 천을 꺼냈다. 젖은 밧줄은 푸른 띠에 닿을 때마다 짧게 얼어붙듯 단단해졌으므로 마른 천으로 감아야 했다고 했다.
“어떻게 아십니까?” 내가 묻자 아린이 대답했다.
“한 번은 그걸 몰랐거든.”
우리는 두 배 사이에 납추 줄을 내려 길이를 재었다. 아까 선체 옆에서 확인한 바닥 형태와 지금 구조선이 떠 있는 위치를 겹쳐 보았다. 과거 해도에는 이곳에 낮은 돌여울이 있었다. 그러나 현재 돌여울이 드러났다는 증거는 없었다. 별가루 지도는 옛 길의 흔적을 은빛 점으로 보여 주었지만 빈 부분을 메우지는 않았다.
“레이븐, 어디로 들어가?” 미라가 소리쳤다.
“지금 확인된 깊이로는 오른쪽 열다섯 걸음뿐이에요! 그 뒤는 모릅니다!”
“좋아. 모르는 곳은 내가 보면서 간다!”
미라는 작은 보트를 내렸다. 그녀가 직접 노를 저어 오른쪽으로 접근했고 테온이 소년에게 고리를 던졌다. 소년은 배를 떠나지 않겠다고 버텼다. 갑판 아래 작은 창으로 손 하나가 보인다는 것이었다. 우리는 창가를 지켜보다 실제로 누군가 두드리는 소리를 들었다. 두 번, 멈춤, 한 번.
“사람이 있군.” 테온이 말했다.
“소리만으로 어디 있는지는 모릅니다. 창을 열어야 해요.”
소년은 자신을 도하라고 소개했다. 아버지가 바닥 선창에서 그물을 수선하다 갇혔다고 했다. 어선 아래로 비친 파란 그림자가 두 겹이어서 우리는 선창이 지금 어느 깊이에 있는지 착각할 뻔했다. 미라가 보트를 고정하자 나는 구조봉에 붉은 천을 묶어 실제 선체의 창 위치를 표시했다. 붉은 천은 파란 그림자에 한 번 더 비쳤지만 우리가 붙잡아야 할 것은 맨 위의 실제 손잡이였다.
테온이 도끼의 등으로 빗장을 쳤다. 세 번 만에 문이 벌어졌다. 안에는 중년 남자가 물에 허리까지 잠긴 채 앉아 있었다. 발목이 그물에 감겨 움직이지 못했다. 아린이 물에 젖은 줄을 잘라 낼 칼을 건넸고 미라는 손목부터 붙잡아 그를 보트에 눕혔다.
“그물은…” 남자가 가쁜 숨 사이로 말했다.
“대체로 여러분의 생명보다 쌉니다.” 내가 말했다.
“아니, 그물 아래에 장부가…”
테온이 멈췄다. 남자는 낡은 방수함을 가리켰다. 내가 물이 얼마나 빠르게 차는지 재는 사이, 미라는 마지막으로 함을 끌어올렸다. 뚜껑에는 파란 조개 모양의 표식이 있었다.
아버지의 이름은 도겸이었다. 그는 푸른 유리 만 어민들의 공동 통행일지를 지키는 사람이었다. 출항 기록이 없는데 귀항 기록만 생기기 시작한 뒤부터, 마을 사람들은 별도의 손장부를 써 왔다고 했다.
“그 기록을 왜 배 밑에 싣고 다니셨습니까?” 내가 물었다.
“항구 사무소에 두면 아침마다 날짜가 바뀌거든요.”
아린이 숨을 길게 내쉬었다. 그녀에게는 낯선 이야기가 아닌 듯했다.
우리는 도겸과 도하를 '어제의 파도'로 옮기고 부러진 어선의 위치를 빨간 점으로 표시했다. 어선이 갑자기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아래층 푸른 물결이 선미를 끌어당기는 동안 닻줄이 바닥 돌에 걸렸던 것이다. 그물과 배를 나중에 찾을 수 있도록 닻과 좌표를 확인했다. 구조를 했다는 이유로 재산이 없어졌다는 사실까지 지워 버리고 싶지 않았다.
도겸이 건네준 장부에는 두 개의 항구명이 나란히 쓰여 있었다. '푸른 유리 만, 상층 선착장'과 '푸른 유리 만, 저층 선착장.' 같은 날짜 아래 출발 시각은 서로 달랐다. 그중 저층 선착장에서는 배가 나간 적이 없었다고 했다. 그런데 돌아온 것으로 표시된 선박은 열한 척이었다.
“출항하지 않았는데 귀항했다고요?” 키오가 물었다.
“내게도 그게 이상해서 기록을 시작했지.” 도겸이 말했다.
나는 항구 쪽을 바라봤다. 수평선에서 같은 크기의 등대 두 개가 겹쳐 보였다. 하나는 붉은 지붕, 하나는 푸른 지붕이었다. 거리가 가까워질수록 둘은 멀어지는 대신 서로 더 포개졌다.
헤론은 망원경을 내렸다. “두 건축물이 실제로 존재했던 기록은 있네. 하지만 오늘 두 건물이 함께 서 있는지는 아직 몰라.”
나는 그날의 지도에 두 등대를 각각 다른 색으로 적었다. 확인되지 않은 사이에는 선을 긋지 않았다. 그러자 지도 가장자리에서 아주 가느다란 빛이 솟았다. 빛이 가리킨 곳은 항구의 가운데가 아니라 그 두 등대 사이, 지금은 물밖에 아무것도 없는 자리였다.
거기서 작은 종이 울렸다.
“항구가 우리를 환영하네요.” 내가 중얼거렸다.
미라는 돛을 내리며 답했다. “환영하는 항구는 보통 포격부터 안 해.”
나는 혹시 모를 경우를 대비해 지도통에 방수 천을 두 겹 둘렀다. 이 항구에서 첫날 배운 것은 단순했다. 물결이 두 겹이라고 해서 사람의 목숨도 두 개가 되는 건 아니다.
제81화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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