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작품, 이어지는 이야기 · 페이루아에서 다음 페이지를 만나보세요
작품으로별가루 지도 제작자 · 80화
PAYLUA ORIGINAL · 제80화

제80화 - 마지막 별의 그림자가 지나온 길

별가루 지도 제작자 · 4,890자

오프라인 책장
무월항으로 들어가는 다리는 똑바로 놓여 있지 않았다. 처음 네 걸음은 앞으로 이어졌다. 다음 세 걸음은 왼쪽으로 휘어졌고 그다음에는 물속으로 내려갔다. 다리 아래로는 검은 물이 흘렀다. 하늘의 달은 휘영청 밝았지만 그 물에는 달의 모습이 한 점도 비치지 않았다. “이런 길은 누가 설계합니까?” 내가 물었다. 미라가 밧줄을 고정하며 대답했다. “돌아오려는 사람이겠지.” “돌아올 생각이 있으면 곧게 만들었어야죠.” “여기는 바다가 매번 다른 방향으로 흐르잖아. 길이 곧은 게 중요한 게 아니라 끝이 남는 게 중요해.” 돌다리 끝에는 물에 잠긴 작은 돌문이 있었다. 문 위에는 '무월항'이라는 글자가 남아 있었다. 그 아래에 다른 글씨가 흐릿하게 새겨져 있었다. '돌아온 날을 하나로 정하지 말 것.' 헤론이 그 문장을 읽었다. “첫 관측대의 마지막 지도틀과 같은 원칙이군.” “돌아온 자, 기다린 자, 아직 확인 못한 자.” 내가 말했다. “셋이 서로를 대신하지 못하게 만든 이유가 여기서 보이네요.” 우리는 문을 지나 낡은 창고가 줄지어 선 거리로 들어갔다. 항구는 비어 있는 듯했지만 완전히 버려진 곳은 아니었다. 부두에는 새 밧줄이 묶여 있었고 창고의 창턱에는 따뜻한 등잔이 놓여 있었다. 누군가 방금까지 여기 있었다는 뜻이었다. 그런데 발자국은 이상하게도 항구 쪽으로만 향하고 있었다. 나가는 발자국은 오래된 것뿐이었다. “갇혀 있는 건가?” 테온이 물었다. “아니면 나가는 곳이 다를 수도 있지.” 미라가 답했다. 우리는 작은 창고 안에서 사람의 기침 소리를 들었다. 문을 열자 커다란 물통 세 개 사이에 노파가 앉아 있었다. 그녀는 반가워하기는커녕 우리가 몇 시각의 바다를 지나왔느냐고 물었다. 헤론은 네 번의 조수를 모두 확인했다고 말했다. 노파는 우리를 오래 바라보더니 빈 의자를 가리켰다. “네 차례를 모두 보고 온 사람이 오래간만이군.” 그의 이름은 아린이었다. “당신이 지도통을 보냈습니까?” 내가 물었다. “어느 지도통을?” “열두 해 전에 발송된, 세 갈래 문양이 있는 통이요.” 아린은 손을 내밀었다. 내가 금속판 사본을 보여 주자 그녀는 손끝으로 닳은 선을 짚었다. “내가 전달을 맡은 적은 있지. 하지만 이 문양을 처음 그린 사람은 아니야.” “누구였죠?” “그 이름을 적으면 모두 그 사람에게 책임을 돌려. 그래서 처음 지도는 서명이 하나가 아니었어.” 그녀는 낡은 나무함을 열었다. 안에는 서로 다른 굵기의 펜촉 일곱 개가 있었다. 셋은 녹이 슬었고 나머지는 지금도 사용할 수 있어 보였다. 함 바닥에는 세 개의 확인점, 일곱 개의 항로 기록, 그리고 비어 있는 동그라미가 새겨져 있었다. “3·7·0.” 헤론이 숨을 내쉬었다. “여기서는 그렇게 부르지 않았어.” 아린이 말했다. “세 곳의 기준, 일곱 번의 귀환 대조, 그리고 아직 확인하지 못한 사람을 위해 남긴 영의 자리. 영은 없다는 뜻이 아니라, 모른다고 정직하게 쓰는 자리였지.” 나는 그 말을 일지에 적었다. 이 숫자가 지금까지 발견된 모든 표식의 원래 의미라는 보장은 없었다. 하지만 적어도 무월항에서 숫자를 쓰던 방식은 분명해졌다. 미라가 한 걸음 다가섰다. “아린. 당신은 예전에 내 동생과 함께 항해했죠?” 아린이 미라의 얼굴을 자세히 살폈다. “네가 미라구나. 그 아이가 네 이야기를 많이 했어.” 미라는 입술을 깨물었다. “그럼 어디 있어요?” 아린은 바로 답하지 않았다. 대신 천천히 물통을 열었다. 그 안에는 물에 젖지 않도록 밀봉된 여러 개의 매듭이 들어 있었다. 모두 미라가 알고 있는 방식이었지만 각기 다른 방향으로 감겨 있었다. “우리 배에는 돌아오지 못한 사람이 많았어. 어떤 사람은 다른 항구에 도착했고, 어떤 사람은 길을 찾는 일을 계속했지. 네 동생의 마지막 확인 기록은 있어. 하지만 그것이 지금 어디에 있는지까지 알려 주지는 않아.” “살아 있다는 말은 못 하겠네요.” 아린이 눈을 감았다 떴다. “그렇다고 죽었다는 말도 못 해. 미안하구나.” 아린은 우리를 무월항의 관측실로 안내했다. 중앙에는 커다란 원형 유리판이 있었고, 바깥쪽에 달빛이 들어오는 창이 네 개 뚫려 있었다. 그런데 한 창에서 들어온 달빛만 유리판에 닿지 않았다. 빛이 사라진 자리에 은색의 가느다란 선이 남았다. “마지막 별의 그림자?” 내가 중얼거렸다. “그렇게 부르지.” 아린이 말했다. “하지만 저게 마지막 별이 실제로 떨어질 위치를 보여 주는지는 아직 아무도 증명하지 못했어.” 헤론이 관측구를 설치했다. “달의 각도는 그대로인데 빛의 경로만 다르군. 유리가 빛을 가리는 게 아니라 서로 다른 관측 날짜의 경로가 겹쳐 있는 건가?” “그것도 한 가지 설명이야. 직접 걸어 보고 돌아온 항로를 이 판 위에 겹치면 무엇이 남는지 보렴.” 나는 여행 동안 만든 지도들을 꺼냈다. 아르켄이 이전할 때 시민들이 그린 귀환선, 여백의 항구, 밤숨 분지, 연흔 경계, 회색 분화구, 소금꽃 여울에서 확인한 길. 그림의 크기가 달라 한 장에 맞추는 것은 불가능해 보였다. 그런데 서로 다른 날의 기준점 세 곳을 표시하자 길들의 끝에서 희미한 선이 나타났다. 선은 바깥으로 달려가지 않았다. 돌아오는 방향을 거꾸로 따라갔다. “우리가 찾은 모든 귀환 길이 한 곳의 빈자리로 이어져요.” 키오가 말했다. “아직 모든 길이 아니야.” 나는 대답했다. “우리에게는 확인하지 못한 길이 훨씬 많아.” 하지만 눈앞의 선은 분명했다. 별가루가 새 길을 만든 게 아니라 우리가 직접 확인한 귀환 경로의 공통 방향을 표시하고 있었다. 그 끝에는 유리판의 달빛이 닿지 않는 부분이 있었다. 그곳에서 별가루가 둥글게 모였다. 그 순간 항구 전체가 흔들렸다. 천장에서 가루가 떨어지고 멀리서 귀항종이 울렸다. 검은 수면에 나타났던 배 그림자들이 창밖을 스쳐 갔다. 아린이 창문을 닫으며 외쳤다. “상회가 다시 기준판을 움직이고 있어!” 우리는 바깥으로 뛰어나갔다. 먼바다에서 금색 불빛이 커졌다. 마르첸의 선박은 구조된 사람들을 이미 유네의 등대로 옮겨 놓았지만, 다른 작은 배가 와서 측량 장치의 새 판을 설치한 모양이었다. 여러 물결이 한꺼번에 같은 쪽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무월항 입구의 돌다리가 바닷물에 가라앉기 시작했다. “지금 나가야 해!” 미라가 외쳤다. 아린은 물통 세 개를 붙들었다. 이곳을 떠나면 귀환 명부를 잃는다고 했다. 테온이 물통 하나를 들어 올렸다. 헤론과 키오도 나머지를 나누어 들었다. 나는 유리판의 위치를 기록하고 그 위에 얹어 둔 우리 지도들을 챙겼다. 무월항의 모든 기록을 구할 수는 없었지만 오늘 확인한 결과를 가져갈 수는 있었다. 문밖의 물은 이미 무릎까지 차올랐다. 처음 들어왔던 돌다리는 반쯤 보이지 않았다. 나는 별가루 지도를 펼쳤다. 이전에 우리가 직접 확인한 기둥 세 개가 은빛으로 빛났다. 중간의 발판은 사라졌지만, 그 옆의 작은 계단은 아직 단단했다. 미라가 밧줄을 그쪽으로 던져 보냈다. “키오, 먼저!” “저보다 아린 할머니가 먼저예요!” 나는 웃을 틈이 없었다. 테온이 아린을 업고 계단을 건넜다. 헤론은 물통을 안고 뒤따랐다. 내 뒤에서 유리창이 깨지는 소리가 났다. 달빛이 관측실 안으로 쏟아졌고, 잠깐 동안 검은 빈자리가 바닥에 또렷한 그림자로 남았다. 나는 마지막으로 뒤돌아봤다. 그림자는 지도 위의 그 빈자리와 정확히 겹쳐 있었다. 길을 따라 걸어온 사람이 아니었다면 볼 수 없었을 모양이었다. “레이븐!” 미라가 외쳤다. 나는 뛰었다. 테온이 내 손목을 붙잡아 돌다리 위로 끌어올렸다. 물이 발목에 차오르더니 곧 허리까지 올라왔다. 배에 올라탔을 때 항구의 마지막 지붕이 검은 물 아래로 잠겼다. 사람의 손으로 몇십 년간 지킨 건물이 소리 없이 사라지는 모습을 보며 나는 마음 한쪽이 저렸다. “기록은?” 아린이 물었다. 나는 젖은 지도통을 열었다. 유리판 자체는 두고 왔지만 우리가 직접 확인한 선과 기준점을 모사한 종이는 살아 있었다. 물방울이 종이를 따라 흘렀다. 아린이 손가락으로 빈 동그라미를 짚었다. “마지막 길은 아직 그리지 않았구나.” “네. 돌아온 사람이 없으니까요.” “그걸 잊지 말렴.” 배가 안전한 수역으로 빠져나왔을 때 미라는 오랫동안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그러다 아린에게 물었다. “내 동생의 마지막 확인 기록, 볼 수 있을까요?” 아린은 물통에서 작은 납판을 꺼냈다. 판에는 특정한 날의 귀항을 확인하지 못했다는 표식과, 다음 기록을 보관한 장소가 적혀 있었다. 살아 있음이나 죽음을 증명하는 문장은 없었다. 미라는 그 사실을 이미 예상한 사람처럼 조용히 판을 받아 들었다. 마지막 줄을 읽던 그녀가 고개를 들었다. “푸른 유리 만.” 그 이름을 들은 헤론이 놀라서 숨을 들이켰다. “별락 대륙의 오래된 해도에서 지워진 북쪽 관측항이야.” 나는 그제야 이해했다. 우리가 찾는 마지막 별의 그림자는 하늘 위 한 점을 가리키지 않았다. 현재까지 확인된 귀환 길들이 향하는 빈자리였다. 그리고 그 빈자리의 방향에는 아직 아무도 확인하지 못한 항구가 있었다. 배가 먼바다로 나아가자 아린이 조용히 미라의 손에 매듭 한 개를 올려놓았다. 오른쪽으로 세 번 감긴 매듭이었다. 끝에는 작은 붉은 실이 섞여 있었다. “이건 그 아이가 남긴 거야. 직접 돌아와서 풀어 주겠다는 말은 못 하겠구나.” 미라는 손을 꽉 쥐었다. 한참 뒤에야 대답했다. “그럼 제가 찾으러 갈게요. 하지만 이번엔 혼자 가지 않을 거예요.” 별가루 지도 마지막 장에 새로운 문장이 떠올랐다. [푸른 유리 만 — 귀환 기록은 있으나 출항 기록은 발견되지 않은 항구] 그리고 한 줄 더. [마지막 별의 그림자 아래, 첫 지도를 그린 손의 자리를 확인하라.] “또 숙제가 생겼군요.” 내가 말했다. 미라가 웃었다. “이번엔 급료라도 받을 수 있어?” “없어요.” “그럼 배삯부터 내.” 지도 제작자에게 가장 용기 있는 표시는, 어쩌면 ‘아직 모른다’는 한 줄일지도 몰랐다.

PAYLUA 소설 본문은 인쇄가 제한되어 있습니다.

제80화 끝

읽은 위치는 이 브라우저에 저장되며 로그인 중에는 계정에도 동기화됩니다.
READER DISCUSSION

제80화 댓글 0

댓글·공감·신고는 로그인 후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이전 익명 댓글은 그대로 표시됩니다.

댓글을 남기려면 로그인해 주세요.로그인회원가입

댓글을 불러오는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