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월항으로 향한 첫날 우리는 육지를 만났다. 바다 한가운데에서.
처음에는 안개가 낮게 깔린 줄 알았다. 그런데 물결이 갈라지며 그 속에서 사과나무가 솟아오르더니, 곧 작은 언덕과 돌담이 드러났다. 돌담에는 빨래가 널려 있었고 지붕 위로 흰 연기가 피어올랐다. 불과 열 걸음 전까지 그곳은 바다였다.
“섬이다!” 키오가 외쳤다.
“섬은 맞는데, 방금 생긴 것처럼 보이네.” 테온이 말했다.
미라가 돛을 줄였다. “혹시 오늘 처음 나타난 게 아니라 다른 날짜의 섬이 보이기 시작한 거라면?”
나는 별가루 지도를 펼쳤다. 섬의 외곽은 나타나지 않았다. 대신 오래된 지도 하나에서만 사과나무가 표시된 좁은 해변이 떠올랐다. 날짜는 루메르가 멸망하기 전이었다. 나는 일단 그 옆에 ‘오늘 육안 관측’이라고 적었다. 오래된 길이 보인다고 오늘도 안전하게 걸을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우리는 얕은 물에서 닻을 내리고 작은 보트만 띄웠다. 테온과 내가 먼저 노를 저었다. 미라는 선상에 남아 바닷물이 갑자기 변하면 우리를 끌어올릴 밧줄을 준비했다. 키오는 나와 함께 가겠다고 졸랐지만 그 섬에 발을 디딘 사람이 실제로 돌아오는 것을 확인하기 전에는 안 된다고 했다.
“이런 직업은 왜 제자를 항상 배에 남겨 놓죠?” 키오가 투덜거렸다.
“네가 제자라고 누가 그랬니?”
“그럼 오늘부터 견습 계약을 써 주세요.”
“기본급은?”
“밥 세 끼요.”
그 말에는 할 수 있는 대답이 없었다. 키오는 이미 우리 배의 식량을 누구보다 성실하게 소비하고 있었다.
섬의 해변은 젖어 있지 않았다. 물가에서 불과 몇 걸음 떨어진 흙도 오래된 밭처럼 포슬포슬했다. 우리는 모래 위에 발자국을 남기고, 뒤돌아보며 배와의 거리부터 확인했다. 그때 돌담 너머에서 아이가 뛰어 나왔다.
“외지 사람이다!”
아이는 우리를 보고 놀라기보다 신발을 신었는지부터 확인했다. 발바닥이 젖어 있으면 돌담 안에 들어와서는 안 된다는 규칙이 있다며 제각각 신발을 말리라고 했다. 테온은 한때 왕자였지만 순순히 신발을 벗었다. 나는 신발을 벗을 수 없었다. 어제부터 밑창을 고친 끈이 너무 단단히 묶였기 때문이다.
“신발을 못 벗으면 들어오지 마요.” 아이가 단호하게 말했다.
“저는 왕도에서 온 전문 지도 제작자입니다.”
“그럼 신발 끈도 잘 풀겠네요.”
나는 그 자리에서 십 분을 소비했다.
아이의 이름은 보리였다. 보리는 마을의 날짜를 물어본 우리에게 어제는 가을 열이틀이었다고 말했다. 우리 달력은 초여름이었다. 마을의 사과나무는 가을 열매를 달고 있었고, 우물 곁에는 겨울에 얼었던 물통이 아직 그대로 놓여 있었다. 마을 사람들은 해마다 달력이 달라진다고 했지만 자신들이 다른 날로 이동했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 듯했다.
마을 이장인 로안은 마른 손으로 우리에게 따뜻한 사과차를 따라 주었다. 그는 해협을 건너온 여행자가 몇 년 만인지 모른다고 했다. 어떤 날에는 바다에서 배가 오고, 어떤 날에는 바다가 담장까지 닿다가 사라진다고 했다. 며칠 전에는 마을 어부가 작은 배를 타고 나갔는데, 돌아오는 길에 바다가 없었다고 한다. 어부는 배를 끌고 진흙 위를 걸어왔다.
“그런데 왜 다들 여기 남아 계십니까?” 테온이 물었다.
“여기 우리 집이 있으니까.” 로안이 대답했다. “사라진 날에도 누군가 돌아오기를 기다리려면 한 사람은 남아야지.”
나는 그 말을 듣고 아르켄을 생각했다. 왕도가 소멸할 때 시민들이 각자 돌아갈 길을 그렸던 일. 이곳 사람들도 같은 이유로 마을을 지키는 것 같았다. 다만 그들에게는 지도 제작자 한 명이 부족했을 뿐이었다.
로안은 우리를 낡은 학교로 데려갔다. 교실 벽에는 날짜가 여러 겹 쓰여 있었다. 어떤 것은 붉은 먹으로, 어떤 것은 아이들의 분필로 적혀 있었다. 가운데에는 큰 지도가 하나 걸려 있었다. 해안선이 네 가지 색으로 그려져 있었고 각 색마다 서로 다른 귀환 시각이 적혀 있었다.
“우리 아이들이 만들었어.” 로안이 말했다. “빗물에 젖어도 다시 그렸지.”
지도는 훌륭했다. 별가루가 없는데도 어느 날 어떤 길이 나타났고 어떤 길이 사라졌는지 구분되어 있었다. 보리는 자신이 그린 빨간 선을 가리켰다. “저건 어제 할머니가 돌아온 길이에요.”
“그럼 오늘은?” 내가 물었다.
“오늘은 안 가요. 저쪽 바다가 돌아와야 하니까.”
나는 새삼 부끄러워졌다. 지도를 그리는 직업을 갖고 있으면서도 여전히 종이 위에 모든 답을 찾으려 했다. 아이들은 매일 바깥을 보고 위험을 새로 배웠다.
그때 마을의 경보북이 울렸다.
학교 창밖에서 보이던 바다가 갑자기 사라지기 시작했다. 모래밭이 갈라지더니 먼 수평선이 무슨 천처럼 접혔다. 우리 보트가 떠 있던 자리가 희뿌연 들판으로 바뀌었고, 그 너머 '어제의 파도'가 공중에 뜬 것처럼 멀어졌다. 미라의 호루라기 소리가 들렸지만 거리는 이상하게 길게 느껴졌다.
테온이 문으로 뛰어갔다. “돌아갈 길이!”
“아직 몰라요!” 나는 소리쳤다. “먼저 이 마을 사람들이 어디로 가는지 봅시다!”
로안은 이미 익숙하다는 듯 사람들에게 우물 곁으로 모이라고 지시했다. 보리가 교실 지도의 파란색 선을 가리켰다. 가을 열이틀에 바다가 사라졌을 때 사용한 언덕길이었다. 나는 창밖의 돌기둥과 지도상의 나무 세 그루를 대조했다. 돌기둥은 그대로였지만 나무 한 그루가 사라져 있었다.
“이 길도 확인이 필요합니다.” 내가 말했다.
로안이 단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어른 둘이 앞서 걸어 보지.”
테온이 자원했고 나는 밧줄을 들었다. 작은 둔덕을 넘자 오래된 나무 뿌리들이 드러났다. 발로 두드린 땅은 단단했지만 앞쪽의 흙은 물가의 진흙처럼 발을 삼켰다. 우리는 그 부분을 돌아 가는 임시 경로를 만들었다. 로안이 앞에서 주민들을 인솔하고 보리는 맨 뒤에서 아이들의 숫자를 세었다.
그 순간 학교 건물이 흔들렸다. 교실 한쪽 벽이 서서히 흐려지더니 안쪽에서 검은 물이 솟아났다. 노인이 한 명 문틀에 걸려 넘어졌다. 나는 그의 팔을 붙잡았지만 발밑의 땅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테온이 등 뒤에서 줄을 잡아당겼다. 세 사람이 진흙을 굴러 언덕으로 올라왔을 때는 이미 교실의 절반이 물 아래로 잠겨 있었다.
보리는 교실을 보며 울기 시작했다. 자신이 그린 지도도 그 안에 남아 있었다. 나는 아이를 무릎에 앉혀 놓고 수첩을 펼쳤다.
“너 기억해? 빨간 선이 어디까지 갔는지.”
“사과나무 뒤에서 두 번 꺾였어요.”
“파란 선은?”
“우물 옆 돌담을 지나야 해요.”
“그럼 지도는 아직 여기 있어.” 나는 아이의 이마를 가리켰다. “하지만 잊어버리기 전에 우리 둘이 다시 그리자.”
아이는 눈물을 훔치며 고개를 끄덕였다.
마을 사람들은 모두 안전한 둔덕에 모였다. 바다가 다시 펼쳐졌을 때 미라가 보트를 몰고 접근했다. 그녀는 나를 보자 화를 내려다 말고 보리의 손에 든 지도를 봤다.
“너 여기서도 제자를 만들었어?”
“제발 계약서를 들고 오지 마세요.” 내가 말했다.
로안은 마을을 떠나지 않겠다고 했다. 대신 오늘 구조 경로를 마을 사람들과 공동으로 보관하고, 귀환을 확인할 수 있을 때마다 새 지도를 만들겠다고 했다. 우리는 우물 옆 석판에 오늘 확인한 안전한 둔덕의 위치를 새겼다. 위험한 구역은 지우지 않고 붉게 둘렀다.
배로 돌아와 헤론에게 학교의 날짜를 전했다. 그는 오래된 조수표와 돌섬의 날짜를 대조하다가 눈을 크게 떴다. 섬이 드러난 날은 첫 낙성일의 두 기록 사이에 놓인 날과 겹쳐 있었다.
“우연일 수도 있네.” 그가 말했다. “하지만 이 해협에는 같은 장소의 다른 날이 겹쳐서 보이는 현상이 분명히 있어.”
미라는 돛을 잡은 채 물었다. “그럼 저 섬을 다시 찾을 수 있을까?”
“오늘 확인한 진입로와 아이들이 기록한 옛날 길을 함께 갖고 있으면 가능성은 높아지죠.” 내가 대답했다.
밤이 되자 학교에서 건져 온 작은 나무판 하나가 마르면서 글자가 드러났다. 보리가 내게 건네준 판이었다. 옛날 학생들이 쓰던 날짜표인 줄 알았는데, 반대편에는 손으로 새긴 항로명이 있었다.
‘무월항 북쪽, 돌아온 땅의 첫 정박지.’
나는 창밖의 섬을 다시 바라봤다. 이제 섬은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그곳에 사람들이 살고 있고, 보리가 우리를 기다릴 수도 있다는 사실은 지도 한 장보다 선명했다.
제76화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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