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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별가루 지도 제작자 · 74화
PAYLUA ORIGINAL · 제74화

제74화 - 세 번 울리고 두 번 대답하다

별가루 지도 제작자 · 3,627자

오프라인 책장
유네의 등대에는 고양이가 없었다. 대신 고양이처럼 사람을 무시하는 갈매기가 한 마리 살고 있었다. 녀석은 아침부터 내 머리 위에 앉으려 했고, 내가 소리치자 테온의 어깨로 옮겨 갔다. 왕자는 갈매기를 쫓지 않았다. 한때 왕관을 쓴 사람이니 새 한 마리쯤은 예우할 줄 아는 모양이었다. “새가 저를 싫어하는 이유가 뭘까요?” 미라가 대답했다. “네가 잠자는 동안 지도 위에 생선 기름을 흘렸잖아.” “그건 제가 아니고 키오가….” “아저씨, 저는 어제 생선을 안 먹었는데요.” 나는 더 말하지 않았다. 실수는 사람을 겸손하게 만든다. 때로는 갈매기를 부른다. 전날 유네가 보여 준 귀항 명부는 생각보다 두꺼웠다. 맨 앞에는 등대를 거쳐 간 선박 이름이, 가운데에는 조수의 높이가, 끝에는 돌아온 사람의 직접 서명란이 있었다. 오래된 잉크는 바닷소금에 지워졌지만 최근 손댄 한 줄은 푸르게 빛났다. '수리 입회 — 미등록 항해사'. 이름은 없었다. 옆에 세 번 뒤집어 감은 매듭의 그림이 남아 있었다. 미라는 그 그림을 보는 순간 입을 다물었다. 나는 그녀에게 책을 넘기라는 말을 하지 않았다. 유네가 먼저 작은 목각판을 내밀었다. “이걸 남기고 갔어. 기름통 뒤에서 찾았지.” 판에는 세 갈래 홈과 오래된 밧줄의 눌린 자국이 있었다. 미라가 자기 손목에 매어 두었던 매듭을 풀었다. 처음 보는 광경이었다. 그녀는 동생이 남긴 매듭을 몇 년 동안 풀지 않았다고 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망설이지 않고 풀어 목각판 위에 놓았다. 두 줄의 꼬임 방식은 같았다. 마지막에 줄을 감는 방향만 달랐다. “동생이 가르친 건 오른쪽으로 감는 방식이야.” 미라가 말했다. “바람이 왼쪽에서 불 때도 풀리지 않도록. 이건 왼쪽이네.” “그럼 다른 사람인가요?” 키오가 물었다. “같은 방식을 다르게 쓰는 사람일 수도 있지. 내가 알던 애도 배우고 나면 자기 마음대로 고쳤거든.” 유네는 수리공이 왼손으로 못을 박았다고 기억했다. 그 사람이 젊었는지 늙었는지는 말하지 못했다. 방수모가 얼굴을 가렸고, 등대가 흔들리는 날이라 누구나 정신이 없었다고 했다. 다만 그 수리공이 돈을 받지 않고 종의 녹슨 혀만 새것으로 바꿔 놓았다는 점은 분명했다. “그럼 왜 이름을 안 남겼을까요?” 내가 물었다. “이름보다 중요한 걸 남기려고 했던 걸지도.” 유네가 대답했다. 그때 등대 아래에서 둥, 하고 소리가 났다. 어젯밤과 달랐다. 세 번 짧고 한 번 길던 신호 사이에 짧은 침묵이 더해졌다. 미라가 창문을 열어 바다를 보았다. 달빛은 수면 바깥쪽에만 걸려 있었다. 우리는 소리가 나는 곳을 확인하기 위해 등대 아래의 종실로 내려갔다. 바닥에는 구멍이 여러 개 뚫려 있어 조수가 들어오면 쇠판이 흔들리는 구조였다. 창고에는 작동하지 않는 낡은 장치도 남아 있었다. 유네는 조수의 높이에 따라 세 개의 종이 울리도록 만들어졌다고 설명했다. 옛 항해사들은 종소리의 간격만 듣고 어느 수심이 위험한지 짐작할 수 있었다. “그러니까 구조 신호이자 수위표였네요.” 내가 말했다. “그래. 사람들은 낭만적인 소리라고 좋아하지. 나는 저게 울리면 물이 어디까지 올라왔는지부터 계산해.” 그는 분화구의 진한을 닮았다. 낭만이 아닌 수리비부터 걱정하는 사람은 믿을 만하다. 종실의 가장 아래쪽은 물에 잠겨 있었다. 키오는 통로의 높이를 재고 있었고 헤론은 바람이 통하는 방향을 표시했다. 미라가 밧줄로 몸을 고정하고 내려가려는 순간, 물 위에 종의 그림자가 하나 더 생겼다. 실제로 매달린 것은 셋인데 수면에는 넷이 흔들렸다. “멈춰!” 내가 소리쳤다. 미라의 발 앞에 있던 돌계단이 흐릿하게 사라졌다. 그녀는 곧바로 뒤로 물러섰다. 계단을 비추던 등불은 여전히 그 자리를 비추고 있었는데도 그림자만 먼저 아래로 떨어졌다. 잠시 뒤 진짜 계단도 무너졌다. 물보라가 튀었다. “고맙다.” 미라가 말했다. “오랜만에 제가 사람답게 도움을 줬군요.” “소리 질러서.” “그 부분은 지적하지 않아도 됩니다.” 돌이 떨어진 자리에 좁은 방수함이 드러났다. 함을 끌어올리는 데는 테온의 힘이 필요했다. 잠금쇠가 부식되어 있었지만 미라가 칼끝 대신 작은 망치를 사용해 조금씩 열었다. 안에는 잘 말린 조개껍데기와 매듭 조각, 항해 일지의 찢긴 반쪽이 들어 있었다. 일지에는 한 배의 선원들이 일주일간 실제로 목격한 물길이 그려져 있었다. 선원 이름은 대부분 지워져 있었다. 그러나 항해가 끝난 뒤의 표시가 특이했다. '귀항 예정'과 '귀항 확인' 두 칸이 따로 있었고, 전자는 일곱 번 채워졌지만 후자는 단 두 번만 확인되어 있었다. “두 번 돌아왔다는 뜻인가요?” 키오가 물었다. “돌아온 기록이 두 번 확인됐다는 뜻이지.” 미라가 답했다. 나는 일지에 있는 배 모양을 살폈다. 수면을 지나갔던 큰 그림자와 돛의 기울기가 닮았다. 테온도 그것을 알아봤다. 일지의 가장자리에 옛 루메르의 보급 선단 표식이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잠깐 정적이 흘렀다. 테온은 손으로 그 문장을 따라 읽었다. 그의 나라가 멸망한 날, 군함보다 먼저 식량과 약품을 실어 나르던 사람들이 있었다고 했다. 그들 중 일부는 돌아오지 못했다. 왕실 기록에서는 전부 침몰한 것으로 처리됐지만 이 일지에는 마지막까지 '미확인'이라고 적혀 있었다. “우리 왕실은 이렇게 좋은 종이를 갖고도 사람의 행방을 너무 빨리 끝내 버렸군.” 테온이 낮게 말했다. 나는 그의 옆에 앉았다. “종이가 빠른 게 아닙니다. 사람이 빠른 거죠.” 물때가 바뀌면서 종실 아래에서 다시 울림이 올라왔다. 이번에는 미라가 눈을 감고 들었다. 세 번의 짧은 소리 다음에 두 번의 가벼운 떨림이 따라왔다. “이건 구조 신호가 아니야.” 미라가 말했다. “예전에 우리 둘이 장난치면서 만든 암호야. 세 번은 '들어와', 두 번은 '대답해'. 그런데 마지막 답이 빠졌어.” 유네는 최근에 교체한 종의 쇳조각을 다시 살펴봤다. 표면에는 아주 작은 칼자국 두 개가 남아 있었다. 오래된 부품에는 없던 자국이었다. 누군가 우연히 종을 수리한 게 아니라, 원하는 간격으로 소리를 내도록 조정했을 가능성이 생겼다. “누가 이 신호를 알죠?” 내가 물었다. 미라는 손목의 매듭을 다시 묶지 않았다. 그녀는 그 줄을 접어 주머니에 넣었다. “나와 동생. 그리고 우리가 그 신호를 가르쳤던 몇몇 배 사람들. 그러니 아직 누군지 말할 수 없어.” 나는 지도에 등대 종실의 위치와 최근 수리 흔적을 표시했다. 그 밤, 갈매기는 또 내 머리 위에 앉으려다 실패했다. 내가 창가에서 지도를 그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미라는 별가루 지도를 한참 바라보더니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만약 내 동생이 아니어도, 누군가 나를 부르고 있다는 건 맞겠지?” “맞아요. 그리고 우리가 닿을 수 있는 곳에서 부르고 있을 가능성도 생겼죠.” 그녀는 기어코 웃었다. 나는 그 웃음이 세상의 어떤 항해표보다 정확한 방향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자정 무렵, 유네가 등대 맨 위에서 낡은 돛 한 자락을 발견했다. 방금까지 없던 붉은 천이 난간에 걸려 있었다. 그 아래에는 오래된 글자가 하나 있었다. '루메르 보급선, 제삼 귀항.' 창밖에서 종이 다시 울렸다. 나는 음의 길이를 적다가 자신도 모르게 미라의 손목을 바라봤다. 그녀가 풀어 놓은 매듭 자리에 가느다란 흰 자국이 남아 있었다. 오래 쥐고 있던 질문을 풀어 버렸다고 해서 답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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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4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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